본문 바로가기
diegobaseball
ANALYSIS

초구 STRIKE, 구위형 투수와 제구형 투수의 차이

by 토아일당 2015. 3. 11.

투수의 첫번째 카운트 승부   

구위형 투수와 제구형 투수는 어떻게 다른가? 



초구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은 투수들 - 밴덴헐크, 임창용, 김진성


타자들이 초구를 건드려 내야땅볼이나 플라이아웃으로 물러나면 좋아할 팬들은 없습니다.  반대로 투수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하고 승부를 어렵게 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구 스트라이크는 공격적인 피칭의 상징 같은 것으로 볼보다 스트라이크가 아웃카운트에 더 가까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수비팀에 아무래도 유리한 것도 당연합니다.


KBO2014시즌 100타석 이상 타자를 상대한 투수 중 초구스트라이크 비율이 가장 높았던 투수는 삼성 밴덴헐크였습니다.


표는 리그에서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가장 높은 20명의 투수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초구 스트라이크 시의 타석당 안타비율, 타석당 볼넷 비율, 타석당 삼진비율, 투수의 전체 타석당 평균투구수입니다.



초구 스트라이크와 타석 결과의 연관성을 얼핏 보면, 


1) 타석당 안타비율은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은 투수들이 약간 좋긴 하지만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2) 타석당 볼넷과 타석당 삼진은 투수의 초구스트라이크 비율과 관련이 있어보입니다.  초구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은 투수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전체 타석당 볼넷이 좀더 적고 삼진은 좀더 많습니다.  

3) 그런데 투구수는 의외로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낮은 투수들의 평균 타석당 투구수가 오히려 좀더 적습니다.

4) 대체로는 초구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은 투수들이 그렇지 못한 투수들에 비해 좀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것 같아보입니다.


초구 스트라이크는 타석의 승부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더 자주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투수들은 실제로 더 좋은 투수들일까요?  그들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통해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있을까요?  과연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일까요?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것에 대한 통계적 분석입니다.  


1) 초구스트라이크는 해당 타석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쉽게 생각해서는 투수에게 좀더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처럼 예상되는데 실제로 그러한가?

2) 만약 투수에게 좀더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면 어떤 형태로 그럴까?  피안타율을 낮출 수 있을까?  볼넷허용과 탈삼진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영향을 준다면 어느정도 크기의 영향인가?

3)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은 투수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  


다음은 KBO14시즌 전체의 통계를 기준으로 초구 스트라이크 여부에 따라 해당 타석의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한 결과입니다.


타석 중 희생번트, 희생플라이, 몸맞공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 전체 45690타석 중 초구스트라이크 타석은 46.5%, 초구볼 타석은 42.1%, 초구타격은 11.4% 입니다.  몇가지 확인되는 사항들이 있습니다.


- 초구 스트라이크와 해당 타석에서 안타가 나올 확율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의 타석당 안타 비율은 0.240 이고 볼 이후는 0.243 으로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1볼 0스트라이크 이후의 피안타율은 0.243보다 휠씬 높습니다.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피안타율은 타석에서 볼넷 등을 제외한 [타수]로 안타 빈도를 나누기 때문인데 이럴 경우 타석에서의 볼넷이 피안타율은 높인 것이기 때문에 이 분석에서는 타율 즉 타수당 안타가 아니라 타석당 안타로 비교하는게 맞습니다.


여하튼 통계적으로는 타자가 초구에 스트라이크 하나를 먹는다고 해서 그 타석에서 안타를 칠 확율이 낮아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안타를 노린다면 오히려 초구 타격 쪽이 타자에게 휠씬 유리합니다.  초구 스트라이크가 투수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면 적어도 그것은 안타억제에 의한 것은 아닙니다.


- 초구 스트라이크는 해당 타석의 볼넷 허용과 가장 관련이 큽니다.

초구 스트라이크 상황과 볼 상황에서 볼넷허용의 비율은 거의 3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타석당 0.177의 볼넷비율은 끔찍할 정도로 나쁜 수준인데 14시즌 40이닝 이상 던진 102명의 투수 중 단 한명도 이보다 나쁜 타석당 볼넷허용비율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반면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의 볼넷허용비율인 0.066은 40이닝+ 102명 중 12번째 순위입니다.  

즉 초구 스트라이크는 타석에서의 볼넷 허용에 대해서는 치명적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 초구 스트라이크는 탈삼진에도 관계가 있습니다.

타석의 첫번째 볼카운트가 스트라이크로 시작될 경우 볼로 시작되는 경우에 비교해서 타석결과가 삼진으로 끝나는 비율은 1.8배 정도 높아집니다.  볼넷 만큼은 아니지만 탈삼진 역시 크게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포스팅 [KBO14시즌 초구의 승부사들  초구타격 및 타석당 투구수 통계로 본 타자들의 초구공략 http://baseball-in-play.com/145 ] 에서 볼넷/삼진비율이 낮은 타자들이 그렇지 않은 타자들에 비해 초구타격의 비율이 휠씬 높은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보입니다.  아마 오래 야구를 했던 선수들이기 때문에 비슷한 공을 그냥 보내 1스트라이트를 먹는 것보다는 일단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이  통계 이전에 경험적으로 그것이 자신에게 그나마 더 낫다는 판단을 하기 때문인 듯 합니다.


그런데 리그전체 통계에서는 초구 스트라이크는 확연하게 볼넷을 감소사키고 삼진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막상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았던 투수들 하나 하나를 보면 좀 들쭉 날쭉 합니다.  예를들어 초구스트라이크 상위 투수들 중 임창용, 김진성, 박정진, 김광현은 탈삼진도 많지만 볼넷도 많고 앨버스, 우규민, 채병용, 유희관은 볼넷은 적지만 탈삼진을 그리 많이 빼앗지 못했습니다.


초구 스트라이크는 오히려 투구수를 많아지게 할 수도 있다?


초구스트라이크와 타석결과의 관련성을 확인하기 위해 좀더 기술적인 통계분석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방법은 가장 일반적인 피어슨 상관계수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피어슨상관계수는 서로 다른 2개의 통계량이 얼만큼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1에서 1까지의 값으로 계산됩니다.  절대값 기준으로 0.3보다 작으면 낮은 상관관계, 0.3-0.7 사이일 경우 보통이 상관관계, 0.7이상이면 높은 상관관계로 해석합니다.   


다음은 KBO 2014시즌 200타석 이상 타자를 상대한 모든 투수들의 초구 카운트에 따른 그 투수의 ERA, 타석당 투구수(p/PA), 타석당 안타, 타석당 볼넷, 타석당 탈삼진 사이의 상관관계입니다.

초구 카운트는 4가지로 구분하는데, 같은 초구스트라이크라도 거기에는 루킹 스트라이크, 스윙 스트라이크, 파울 스트라이크 이렇게 3종류가 있기 때문입니다.  분석은 이중 타자가 타격하지 않은 공 즉 번트시도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포수가 포구한 공의 카운트 중에서의 비율을 이용합니다.



초구스트라이크를 루킹스트라이크와 스윙스트라이크로 구분한 것은 확실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어떤 항목들은 전체 초구스트라이크와는 별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거나 약하게만 나타나는데 루킹 스트라이크와 스윙 스트라이크 각각이 사이에는 강하고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결과는 다음과 같이 해석됩니다.   


- 탈삼진 능력은 스트라이크가 아니라 “스윙 스트라이크”와 관련되어 있다.

초구 스트라이크와 타석당 탈삼진의 상관계수는 0.43 인 반면 스윙 스트라이크와의 상관계수는 0.50 으로 이보다 큽니다.  모든 초구 스트라이크에는 루킹, 스윙, 파울 3가지가 섞여 있는데 그중 의미가 좀 다른 파울을 제외하고 루킹과 스윙으로 구분해볼 경우, 초구 스트라이크로 인한 탈삼진 증가는 거의 전적으로 루킹 스트라이크가 아니라 스윙 스트라이크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초구 루킹 스트라이크와 SO/PA 사이의 관련성은 -0.01 로 거의 없다고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 볼넷억제능력은 스윙 스트라이크가 아니라 “루킹 스트라이크”와 관련되어 있다.

반대로 볼넷억제능력은 스윙 스트라이크와는 거의 관계가 없습니다. (상관계수 -0.01)  대신 루킹 스트라이크와는 -0.43 의 상관계수를 가지며 비교적 관계가 있습니다.  즉 초구 스트라이크를 많이 잡아낸 투수가 볼넷을 적게 허용하는 것은 그가 스윙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것 때문이 아니라 루킹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것과 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 초구 스트라이크는 ERA를 낮출 가능성이 있지만 영향이 작거나 불확실하다.

초구 카운트가 볼넷허용과 탈삼진에 대해서 확연한 관계가 있는 것과 비교하면 ERA에 대해서는 그 정도가 약하거나 혹은 불분명합니다.  -0.34 의 상관계수를 가지기 때문에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으면 ERA는 반비례해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지만 기준치인 0.3 에 거의 가까운 값이기 때문에 정도가 약하거나 통계적으로 불분명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초구 스트라이크는 투구수를 오히려 많아지게 할 수도 있으며 특히 스윙스트라이크가 많은 투수는 더 그럴 수 있다.

타석당 투구의 경우 일반적으로 그럴거라 생각하는 것과 좀 다릅니다.  이 경우도 상관계수가 0.3 에 가깝기 때문에 확실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초구 카운트와 타석당 투구수는 정비례관계 즉 초구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는 투수는 타석당 투구수도 더 많았습니다.  


이런 추측들을 좀더 확인해보기 위해 초구 카운트에 한정하지 않고 타격하지 않은 모든 투구 즉 루킹 스트라이크, 스윙 스트라이크, 볼 이렇게 3가지 결과로 귀결된 모든 투구에 대해서 같은 상관관계 분석을 해봅니다.



두 종류의 스트라이크 - 볼넷을 억제할 것인가 삼진을 잡아낼 것인가?



이 분석은 소위 투구 당 [스트라이크비율]이 높거나 낮은 투수들이 실점허용, 투구수, 피안타, 볼넷, 탈삼진에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알수 있게 해줍니다.


- 볼이 많으면 ERA가 높아진다. (상관관계 정도 : 중간)

이건 좀 당연하긴 한데, 타석에서 볼넷이 많아다는 것은 거의 확실히 볼넷허용이 많은 경우이기 때문에 ERA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 루킹 스트라이크가 많으면 투구수가 줄어들고 스윙 스트라이크가 많으면 투구수가 늘어난다.  (상관관계 정도 : 약간) 

흥미로운 결과인데, 꼭같이  스트라이크를 많이 잡는 투수라 해도 루킹스트라이크로 잡는 투수는 투구수가 적고 스윙스트라이크를 잡는 투수는 투구수가 많습니다.  해서 초구 스트라이크를 많이 잡는 투수가 오히려 투구수가 많은 듯한 경향을 보인 것에 대해 좀더 가능성 높은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결과는 같은 스트라이크였지만 그 방법에 따라 투수의 특성이 개입되어 있고 그것이 뒤섞여 전체 스트라이크 비율에서는 불확실했던 상관관계가 좀더 분명해졌습니다. 

여기서의 투구수 기준은 타석당 투구수입니다.  스윙 스트라이크를 많이 잡는 투수가 타석당 투구수가 많다고 해도 그가 이닝당 타자상대가 적을 경우, 즉 탈삼진 등으로 아웃카운트를 빨리 잡아낼 경우 이닝당 투구수에서는 적은 편에 속하게 될 것입니다.  

  

- 스윙 스트라이크가 많으면 타석당 안타가 줄어든다.  (상관관계 정도 : 중간) 

이 부분은 오해를 피하기 위해 정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어떤 투수든 타자의 배트에 맞아 그라운드에 들어간 공의 안타비율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0.49 란는 어느정도의 상관관계가 나타는 것은 그들이 삼진을 많이 잡기 때문입니다.  해서 스윙 스트라이크가 많은 투수의 공을 때렸을 때 안타가 될 확율이 통계적으로 낮은 것은 아니고 대신 그 투수의 공을 때리기가 어렵고 그래서 안타비율이 낮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소위 BABIP 이론과 같은 맥락입니다.  


다음 2가지가 이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시사점입니다.  초구 타격결과에 대한 분석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통계적인 상관관계가 휠씬 더 명확해졌습니다. 


4) 루킹 스트라이크가 많으면 볼넷억제능력이 강하다.   (상관관계 정도 : 중간) 

5) 스윙 스트라이크가 많으면 탈삼진 능력이 강하다.  (상관관계 : 강함) 


단순히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은 투수를 가려낼 경우 구분되지 않지만 루킹스트라이크와 스윙스트라이크를 구분하면 투수의 어떤 특성이 타석의 결과를 지배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루킹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는 투수는 그렇지 않은 투수들에 비해 더 많은 삼진을 잡지는 못하지만 볼넷을 적게 허용합니다.  반대로 스윙스트라이크를 많이 잡는 투수는 볼넷억제능력은 남다를게 없지만 탈삼진 능력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구위형 투수와 제구형 투수가 타자를 상대하는 방법의 차이


세이버메트릭스에서 투수의 특성과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것이 볼넷과 탈삼진의 비율입니다.   일반적으로 볼넷/삼진 비율이 낮은 투수를 좋은 투수라고 보는데 제구형 투수들은 삼진이 많지 않은 반면 볼넷이 적기 때문에 볼삼비가 좋고, 구위형 투수들은 볼넷허용은 그저그렇지만 탈삼진을 많이 잡기 때문에 볼삼비가 좋아집니다.  그리고 볼넷/삼진 비율은 종합적인 실점억제능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해서 볼삼비는 누가 더 좋은 투수인지 가려내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어떤 투수의 좋은 성적이 그의 제구능력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구위에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단지 구속이 느리다는 이유로 아주 인상적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그저 기교파나 제구파 투수로 분류되는 게 못마땅할 때 특히 그렇습니다.


구위란 꼭 구속과 일치하는 것도 아니고 브레이킹볼의 질이나 공의 무브먼트를 종합한 결과입니다.  해서 어떤 투수가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냐 라는 (큰 의미는 없겠지만 늘 궁금하고 흥미있는) 의문에 대해 딱히 객관적인 기준을 잡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타석당 볼넷비용이나 삼진비율도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볼넷/삼진비율이 낮은 투수 즉 좋은 투수들은 평균수준의 투수들에 비한다면 대체로 볼넷이 적고 삼진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보면 투수가 기록한 스트라이크 카운트 중 루킹 스트라이크와 스윙 스트라이크를 구분해서 측정할 경우 흥미진진하게도 구위형 투수와 제구형 투수를 가려낼 수도 있습니다.  사실 투구 하나 하나를 추적하는 pitchFX 시스템을 제외한다면 투수의 구위를 객관적 통계로 평가하는데 가장 신뢰할만한 분석모델으로 보입니다.


스윙 스트라이크의 비율이 절대적인 투수 구위의 기준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상당히 유력한 기준 정도로 볼 수 있는 근거를 이 글이 분석에서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외에 가장 많이 참고되는 타석당 삼진비율에 비해서는 명백히 더 나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KBO2014 투구분석으로 보는 투수유형

최고의 구위형 투수는 이재학, 밴덴헐크, 소사, 니퍼트 

최고의 제구형 투수는 앨버스, 유희관, 리오단, 우규민


다음은 KBO2014시즌 투구 중 스윙스트라이크 비율 기준의 구위파 투수 순위입니다.  순위는 구원등판으로 짧은 이닝을 던지는 투수들과 선발투수를 구분하기 위해 400타석+ 투수들과 200타석-399타석 투수로 구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