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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 하렐 Lucas Harrell 스카우팅리포트, 엘지 트윈스의 새로운 외국인 투수

by 토아일당 2015. 1. 27.

 topic   외국인투수 루카스하렐 소사 투구분석 pitchFX MLB 경력 유망주 세이버메트릭스 메이저리그 구질 구종



루카스 하렐 스카우팅 리포트

히스토리 - 약팀 휴스턴이긴 했지만 나름 MLB 1선발 출신의 투수  


루카스 하렐은 2004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4라운더로 지명된 촉망받는 유망주 출신입니다.  2007년 어깨수술로 인해 제대로 된 커리어는 2008년부터 시작됩니다.  그해 루키리그에서 1경기, 싱글A에서 3경기 출전하고 AA로 승급해서 시즌을 마쳤습니다.  이듬해인 2009년 AA와  AAA에서 3점에 초반의  ERA를 기록하고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었으며 2010년 MLB에 데뷰합니다.


인상적인 데뷰전에 비해 딱히 두드러진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MLB를 경험했다 정도가 전부입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남긴 루카스 하렐 성적

메이저리그 성적 5.28 ERA with 6.2 K/9 and 5.6 BB/9, 2010~2011년

마이너리그 성적 3.79 ERA with 6.0 K/9 and 4.3 BB/9, 2004~2011년


시카고에서 하렐이 남긴 성적은 유망주 치고는 꽤 양호한 편입니다.  MLB 레벨로 올라가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고 신인 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유형으로 본다면, 탈삼진이  많지 않고 사사구도 좀 많은 “꾸역꾸역 맞춰잡는 투수”라고 봐야겠죠.  AA/AAA 에서조차 K/9 이나 BB/9 이 썩 좋은 타잎은 아니었습니다.


*** 2011년 스탯은 좀 불분명한데가 있습니다.   팬그래프와 베이스볼레퍼런스의 기록이 서로  다릅니다.  팬그래프에서는 MLB 등판기록이 없습니다만, BA에 게임로그가 나와있는걸 보면, 팬그래프쪽 오류인거 같습니다. 


Year

Age

Tm

Lg

W

L

ERA

G

GS

IP

FIP

WHIP

H9

HR9

BB9

SO9

2011

26

CHW-HOU-min

AAA

12

5

2.63

22

21

126.2


1.255

7.7

0.4

3.6

6.7

2011

26

CHW

AL

0

0

7.2

3

0

5

1.62

2.4

19.8

0

1.8

9

2011

26

HOU

NL

0

2

3.46

6

2

13

3.33

1.462

8.3

0

4.8

6.9


하렐은 시카고에서 2011 시즌을 시작했지만 초반에 몇 경기 불펜으로 등판한 후 웨이버공시되고 휴스턴으로 이적해서 9월 이후에 MLB 마운드에 다시 섭니다.  2경기 선발 나머지 불펜으로 6경기에 나와 2패만을 기록하지만 ERA는 3.46 으로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이해 AAA에서도 126.2이닝을 던졌는데 휴스턴 이적 이후의 성적이 휠씬 좋습니다.  9경기 선발로 ERA1.72를 기록합니다.  다만 시카고 시절이나 휴스턴 시절이나  FIP는 3.8 정도로 비슷한 걸 보면 적은 데이터로 인한 통계적 쏠림이라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이적 2년째인 2012년, 루카스 하렐은 갑자기 대각성 모드를 보여주며 약팀 휴스턴의 에이스 노릇을 합니다.  스프링캠프에서 ERA 2.16을 기록한 후 MLB에서 시즌을 시작했는데, 32경기 전부 선발로 등판하여 193.2이닝을 던지고 11승11패 ERA 3.76 입니다.  FIP 역시 ERA와 거의 비슷한 3.75 를 기록했기 때문에 그저 운이 좋았던 뽀록 시즌이라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그런데 2013년에는 다시 추락하며 6승 17패로 리그에서 두번째로 많은 패배를 당한 투수가 되죠.  내용도 좋지 못했던 것이  ERA가 5.86 이었고 FIP도 거의 비슷합니다.


Year

Age

Tm

Lg

W

L

ERA

G

GS

IP

FIP

WHIP

H9

HR9

BB9

SO9

2011

26

CHW

AL

0

0

7.2

3

0

5

1.62

2.4

19.8

0

1.8

9

2011

26

HOU

NL

0

2

3.46

6

2

13

3.33

1.462

8.3

0

4.8

6.9

2012

27

HOU

NL

11

11

3.76

32

32

193.2

3.75

1.358

8.6

0.6

3.6

6.5

2013

28

HOU

AL

6

17

5.86

36

22

153.2

5.42

1.705

10.2

1.2

5.2

5.2


2014년 시즌을 MLB에서 시작하긴 했지만 여전히 망했고 심지어 AAA에 내려가서도 망했습니다. 

106.2이닝을 던지며 ERA는 5.15 무엇보다 BB9 6.5  K9이 5.7  HR9 이 1.0  이었습니다.  커리어 최악의 시즌이었던거죠.  이제 기껏 29살짜리 투수가 아픈데도 없는데 이렇게 망했으니 팀도 더이상의 기대를 접고 웨이버공시.  재작년의 11승 투수였으니 한번 긁어보자는 심정으로 애리조나가 데리고 갔는데 AAA에서도 영 신통치가 않자 방출.  그리고 한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거의 커리어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2004년도 드래프트 4라운더 출신 유망주

  • 어깨부상으로 2008년부터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나름 빠르고 준수한 성장테크를 타며 2012년도 MLB A급 선발투수의 퍼포먼스를 보여줌.

  • 뜨거운 한시즌을 보내고 2013년부터는 다시 나빠지며 2014년엔 AAA에서조차 망하고 방출됨

  • 아프다는 정황은 없으니 내년 만30살이 되는 아직 젊고 건강한 투수

 

수준급 커리어를 가진 젊은 투수의 암울한 최근성적  


커리어 스탯을 가지고 루카스 하렐이 어떤 투수인지 가늠하는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물론 이 투수는 400이닝이 넘는 AAA 등판기록이 있습니다만 트윈스가 90만달러짜리 계약을 한 것은 다소 어중간해보이는 AAA 기록이 아니라 2012년의 MLB 11승 실적때문일 것입니다. 


KBO에 오는 외국인 투수들은 대체로 둘 중 하나입니다.  하나는 AAA에서 수준급 성적을 거두고 있으나 “앞으로도” MLB 승급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30세 이전의 투수들이고 다른 하나는, 한때 그럴듯한 MLB경력을 가졌지만 하향세에 접어들어 “이제 더이상” MLB로의 귀환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이들입니다.  전자는 미래의 꿈을 접기시작한 단계라면 후자는 과거의 빛나는 실적을 잊기 시작하는 단계일겁니다.  


그런데 하렐은 과거를 잊기에는 MLB 시즌 11승의 실적이 불과 2년전이니 후자의 부류는 아니고, 29살의 젊은 투수 주제에 14시즌에 AAA에서조차 망했다는 점에서 전자에도 속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40인 로스터에 든 선수를 비싸게 주고 빼온 경우도 아닙니다.  그는 어떤 투수일까요?



하렐의 유망주 시절 스카우팅 리포트(BA)


Ranked Chicago White Sox #9 prospect after the 2006 season 

90마일 초반의 패스트볼을 던진다.  그는 구속을 다소 낮추는 대신 제구와 무브먼트를 향상시켰고 가라앉는 투심을 이용해서 땅볼을 유도한다.  체인지업은 꽤 좋어졌고 그의 베스트 피치일 수도 있다.  기본적인 운동능력도 뛰어난 편으로 고교시절 농구선수이기도 했다.  다만 승모근  통증으로 시즌을 일찍 접어야 했다.  슬라이더를 더 개발할 필요가 있고 제구력은 아직 어설프다.  내년에 AA에서 시작할 것이고 계획대로라면 2009년쯤 MLB 레벨의 투수가 될 것이다.


Ranked Chicago White Sox #15 prospect after the 2007 season

승모근 문제 뿐 아니라 심각하진 않지만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을 날렸다.  그로인해 지오 곤잘레스나 잭 에그버트 같은 그의 경쟁자들이 먼저 MLB로 불려갔다.  다만 교육리그에서 가능성은 보여줬다.


Ranked Chicago White Sox #32 prospect after the 2008 season

2007년은 어깨수술로 날렸지만  대신 부상 회복 이후 구속은 그전의 90-92mph에서 93-95mph로 증가했다.  좋은 싱커도 여전하고 체인지업도 그렇다. 서드피치가 되어줄 슬라이더는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제구력control 은 확연하게 개선된거 같다.  화이트삭스는 인내심을 가지고 그를 40인 로스터로 보호했다.  하지만 그가 트레이드카드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걸 이제는 보여줘야 한다.


Ranked Chicago White Sox #17 prospect after the 2009 season

하렐이 경쟁력이 없는건 절대 아니다.  어깨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2007시즌은 통째로 날렸고 06-08 사이에 부상자명단에 오래 있었다.  하렐은 팀USA 멤버로 지난 시즌 말 월드컵에 출전해서 쿠바전 4이닝을 포함해서 10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그는 두 종류의 패스트볼로 타자를 상대한다.  90마일 초반의 싱커로 땅볼을 유도하고 93-94MPH 포심패스트볼로 헛스윙을 만든다. 수준급 체인지업도 있다.  슬라이더는 여전히 별로다.  



모든 이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탑프로스펙트는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팀내 10위-20위 사이 수준에는 들었습니다.  어깨부상에서 회복한 이후 구속이 오히려 증가했고 떠오르는 포심과 가라앉는 투심 그리고 수준급 체인지업으로 타자를 상대합니다.  

제구력은 향상되었다고 하는데 슬라이더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합니다.  여기까지가 2009년 시즌 말 시점까지의 하렐에 대한 평가입니다.  


그는 2010년 아주 인상적인 장면을 만듭니다.  이 스물다섯살짜리 투수는 자신의 MLB마운드에 처음 선 날, 선발로 등판, 6이닝동안 피안타 4개 볼넷 5개 탈삼진 1개로 1실점 승리투수가 된 것입니다.  물론 이게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하렐의 경력과 유망주시절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보며 이승우라는 투수가 떠올랐습니다.   엄청 빠른 구속이나 눈에 확 띠는 구종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움직임이 좋은 투심을 주무기로 삼았다는 점도 그렇고 입단 직후 부상으로 몇해를 쉬었던 점도 그렇고 1군 선발 데뷰경기에서의 인상적인 활약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건, 다듬을 게 많은 포텐형 유망주가 아니라 고교졸업시점에 어느만큼 다 만들어진 완성형 투수라는 점에서 가장 그렇습니다.    동시에 이 말은 그리 큰 성장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유형의 투수라는 뜻도 되겠지요.(MLB레벨에서 말입니다)  그래서 딱 이승우 처럼 보였습니다.  


루카스 하렐의 MLB실적은 화려하지만 최근의 AAA 퍼포먼스는 수준이하입니다.  결국 우리 관심은 어떤 것이 2015년의 루카스 하렐이 될 것인가에 있습니다.  최근 몇해 동안의 스탯을 가지고 그걸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  워낙 널을 뛰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해서 그의 성패를  가늠하고 싶다면 결과적인 성적의 고저가 아니라 좀더 세부적인 기술적 지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거 같습니다. 



피칭분석 - 꾸역꾸역 막아내며 던지는 투수


스탯으로 평가한다면 하렐은 “꾸역 꾸역 맞춰서 잡아내는 투수”에 가깝습니다. (아 왜 자꾸 이승우 생각이 나는거죠… 예. 스탯을 가지고 논한다면 루카스 하렐은 MLB버전의 이승우라고 보이긴 합니다)

구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9이닝당 탈삼진의 숫자가 AAA에서 에서도 5.9 이고 AA에서 5.5 였습니다.   그렇다고 제구가 좋은것도 아닙니다.  BB9은 4개가 좀 넘습니다.  기술적 스탯에서 강점을 찾는다면 피홈런이 적다는 것입니다.  HR9은  AA와 AAA에서 각각 0.5 0.7 을 기록했습니다.




W

L

ERA

G

GS

GF

CG

SHO

IP

WHIP

H9

HR9

BB9

SO9

SO/W

Rk


3

5

5.44

14

10

1

0

0

51.1

1.734

9.8

0.9

5.8

6.7

1.15

A


8

12

3.81

29

29

0

0

0

144

1.5

8.8

0.5

4.7

5.8

1.23

A+


7

2

2.45

17

17

0

0

0

91.2

1.113

5.7

0.3

4.3

6.9

1.59

AA


11

8

3.79

28

27

0

0

0

144.2

1.459

9.1

0.5

4

5.5

1.37

AAA


32

20

3.96

81

78

1

0

0

436.2

1.484

8.7

0.7

4.6

5.9

1.28


이 숫자들의 의미를 좀더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으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두명의 투수, 라다메스 리즈와 벤냐민 주키치의 마이너리그 스탯과 비교해보면 됩니다.


리즈의 AAA SO9 은 8.0 이었고, 주키치는 7.7 이었습니다.  BB9의 경우 리즈가 3.1  주키치도 3.1 입니다.   HR9 은 리즈가 1.0  주키치가 0.9 입니다.


AAA 투수가 KBO에 올 경우, 보통 SO9은 비슷하고 BB9은 좀 늘어나고 HR9 은 대폭 줄어듭니다.   물론 투수의 유형에 따라 좀 다른 경향을 보일 수도 있긴 하지만, 파워보다는 정확도와 선구안을 중시하는 KBO의 타자 특성상 개연적으로 이런 경향이 보이는건 사실입니다.   트윈스에서 뛰었던 두명의 외국인 투수의 기술적 스탯과 하렐의 것을 비교하면 그가 어떤 유형의 투수인지 좀더 이미지를 그리기가 좀더 쉬워질 수 있습니다.


하렐의 탈삼진 능력은 상당히 떨어지는 편입니다.  한국에 오는 AAA 투수들은 대체로 7.0을 넘습니다.  8.0이었던 리즈는 물론이고,  구위형 정통파가 아니었던 벤냐민 주키치조차 AAA에서  SO9은 7.7개였습니다.  적어도 하렐이 타자를 힘으로 제압하는 구위형 투수가 아닌건 분명합니다.  90마일 이상의 구속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말입니다.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이 드러나는 BB9 역시 4.6으로 꽤 많아서 기교파 타잎인 주키치의 9이닝당 3.1개보다는 당연히 많고 제구레기 파이어볼러 리즈 4.1개 보다도 많습니다.   이닝당 출루허용 WHIP  역시 당연히 셋 중 가장 떨어집니다.  하렐의 AAA 소화이닝은 436.2 이닝으로 어느정도 많은 데이터로부터 얻은 스탯이기 때문에 통계적인 쏠림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하렐이 우위에 있는 지표는 9이닝당 피홈런입니다.  물론 HR9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휠씬 더 중요하고 영향이 큰 지표입니다.  다만 KBO로 올 경우 대부분의 외국인 투수들의 피홈런이 대폭 줄어드는데다가 제4의 외야수  김잠실 선수가 속한 우리팀의 경우 홈런 억제능력이 그닥 큰 강점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2012시즌의 반짝 11승을 제외하고는 도무지 루카스 하렐은 딱히 강점을 스탯 상에서 찾아내기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투수의 기술적 능력을 측정하는데 유용한 SO9 BB9 HR9 이 세가지 지표로는 적어도 그렇습니다.


리즈



W

L

ERA

G

GS

GF

CG

SHO

IP

WHIP

H9

HR9

BB9

SO9

SO/W

A-


5

4

1.77

11

11

0

0

0

56

0.982

5.8

0.2

3.1

13.2

4.32

A


2

3

4.46

10

10

0

0

0

38.1

1.461

7.7

0.5

5.4

12.9

2.39

A+


6

5

2.82

16

16

0

0

0

83

1.217

6.2

0.9

4.8

10.3

2.16

AA


20

8

3.31

51

51

0

3

2

277.1

1.298

7.6

0.7

4.1

9.3

2.28

AAA


12

18

4.61

61

47

3

1

0

273.1

1.379

9.3

1

3.1

8

2.55

KBO


26

38

3.51

94

85

7

4

1

518.2

1.311

7.6

0.5

4.2

7.9

1.89

주키치



W

L

ERA

G

GS

GF

CG

SHO

IP

WHIP

H9

HR9

BB9

SO9

SO/W

A-


0

0

3.24

3

1

2

0

0

8.1

1.68

9.7

0

5.4

10.8

2

A


3

2

2.38

13

4

0

0

0

41.2

1.584

8.9

0.2

5.4

8.6

1.6

A+


11

6

4.35

26

26

0

2

1

134.1

1.206

8

0.7

2.8

7.8

2.79

AA


10

4

3.82

23

23

0

1

0

139

1.446

9.5

0.4

3.5

7.2

2.06

AAA


17

11

4.03

62

38

8

0

0

261

1.352

9.1

0.9

3.1

7.7

2.49

KBO


25

22

4

77

74

2

2

1

440.2

1.325

9.2

0.4

2.8

6

2.19



하렐의 강점은 땅볼유도와 장타억제능력 


구위형도 아니고 제구형도 아닌 어중간한 피칭능력이야말로 190이닝 3점대 중반의 ERA를 기록한 시즌11승 투수가 마이너에서 좀 부진했다고 불과 2년만에 MLB에서 일자리를 완전히 잃어버린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최근 2년동안 그와 비슷하게 부진에 빠진 전직 A급 선발투수가 파이어볼러이거나 아니면 칼제구형이었다면 싼 값이 복권을 긁어보려는 팀이 있었을텐데요.   


하지만 그렇다고 2012년의 하렐이 그저 운이 좋은 투수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운이 좋은 투수란 그해 맞아나간 타구가 신기하게도 야수 정면으로 가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입니다.  야구는 확율적인 결과에 많이 의존하는 경기이고 해서 투수든 타자든 일시적으로 운이 좋아서 실력 이상의 스탯을 기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시즌 200이닝 정도라고 해도 그런 통계적인 쏠림을 피하기에는 충분히 많은 양의 통계적 데이터 크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만약 이런 경우였다면 또다른 스탯이 그걸 반론하는 법입니다.  이녀석의 성적은 뽀록이라고 말입니다.  


투수의 성적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건 FIP입니다.  그런데 적어도 FIP 관점에서 하렐의 2012시즌은 뽀록은 아닙니다.  동시에 2013년의 부진도 불운이 아닙니다.  그의 ERA는 FIP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의 커리어 스탯을 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하위리그에서 상위리그로 올라갈수록 SO BB HR 같은 세부지표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하락하는데에 비해 하렐의 경우 그런 면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리즈의 경우 AA이하 레벨에서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을 과시합니다. (9이닝당 10개 이상)  주키치의 경우도 정도는 덜하지만 경향은 비슷합니다.  대체로 마이너리그에서 레벨이 올라가면 SO9은 감소하고 HR9은 증가합니다.   특히 AAA에서 MLB로 올라갔을 때 이런 격차는 더 극적입니다.  구위형 투수들의 경우 이런 성향이 더 두드러지는데 수준이 다른 MLB타자들에게 방망이를 제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HR9이 끔찍하게 증가하면서 결국 살아남지 못하고 밀려납니다. 

(사실 구위형 투수라는 것은 상대적인 표현일 수 밖에 없습니다.  MLB에 콜업되는 투수치고 나름 한 구위 하지 않는 투수가 없으니까요)  

반대로 확실한 스터프가 없는 투수들은 AAA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해도 MLB 마운드를 밟을 기회 자체가 없기가 쉽습니다.  주키치의 경우가 그렇겠죠.  


그에 비하면 하렐은 A-AAA 과정에서 딱히 SO BB HR 의  기복이 별로 없습니다.  MLB 올라가서도 그렇습니다.  오히려 2012시즌에는 BB9이 3.6 수준으로 그의 커리어에서 최고수준입니다.  그렇다면 그가 MLB 에서 짧은 기간이라 해도 탁월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던 이유는 뭘까요?  그의 무엇이 약한 타자에게나 강한타자에게나 비슷한 수준의 결과를 이끌어내게 했을까요?


하렐의 가장 큰 장점은 장타억제능력입니다.  비교적 낮은 HR9 지표는 그중 한 단면입니다.  휴스턴 이적 후 11시즌 9월 MLB마운드에 섰을 때 BB/9 4.9  SO/9 6.9 라는 약간 어중간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3점대 중반의 ERA를 기록했던 것은 13이닝동안 60명의 타자를 상대해서 12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그게 전부 단타였습니다.  이적 이전 시카고 시절에도 성적은 나빴지만 역시 장타를 잘 맞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2012년의 놀라운 성공은 장타억제능력이라는 그의 강점을 그대로 유지한 채 볼넷허용을 획기적으로 줄였기 때문입니다.  반면 2013시즌부터의 실패는 볼넷 허용이 원래대로 돌아왔고 그에 더해서 장타억제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Year

Age

Tm

Lg

W

L

ERA

G

GS

IP

FIP

WHIP

H9

HR9

BB9

SO9

2011

26

CHW

AL

0

0

7.2

3

0

5

1.62

2.4

19.8

0

1.8

9

2011

26

HOU

NL

0

2

3.46

6

2

13

3.33

1.462

8.3

0

4.8

6.9

2012

27

HOU

NL

11

11

3.76

32

32

193.2

3.75

1.358

8.6

0.6

3.6

6.5

2013

28

HOU

AL

6

17

5.86

36

22

153.2

5.42

1.705

10.2

1.2

5.2

5.2


커리어 스탯을 들여다보며 짐작할 수 있는건, 루카스 하렐은 아직 젊지만 성장형이 아니라 완성형 투수이며, 압도적 구위나 칼제구가 아니라 배트의 중심을 피하는 땅볼유도와 장타억제능력에서 강점을 가진 투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유형이기 때문에 상위레벨의 리그에서도 그럭저럭 비슷한 수준의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말하지만, 우리 관심은 오직 루카스 하렐이 2015시즌에 우리팀에 얼만큼 공헌할 수 있을것인가 입니다.  

만약 그가 2012버전으로 시즌을 치룬다면 그야말로 대박입니다.  MLB에서 한시즌 200이닝 가까이 던지며 11승 ERA3.75 를 찍는 투수라면 KBO의 리그급 에이스로 손색이 없겠지요.  그런데 만약 2013이나 2014버전인게 판명된다면 그렇찮아도 류제국와 우규민의 부상과 리즈영입불발로 물음표가 많아진 트윈스 마운드의 재앙이 될지도 모르죠.  더구나 일단 재계약이 유력한 리오단은 아직 불안불안하니까요. 



2012버전과 2013버전 사이의 차이


이런 저런 스탯과 데이터를 통해 2012버전과 2013버전의 루카스 하렐이 가진 차이를 뒤지다 발견한 유력한 단서 중 하나는 그의 투수패턴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투심 패스트볼의 움직임이 확연하게 달라진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근소하긴 하지만 구속의 하락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와 비슷한 관점으로 자료를 정리한 불로그 포스트 하나를 발견하게 되어서 참고로 붙여둡니다.  특히, 무브먼트의 성질 변화의 원인을 릴리즈 포인트 변화에서 찾고 있는 부분은 저 역시 공감합니다.  -  http://baseballgen.com/472  베이스볼GEN


첫번째 논점은 구속의 하락입니다.  실제로 구속이 다소 떨어진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두 시즌 사이의 확연한 차이를 설명하는데 충분한거 같지는 않습니다.  


팬그래프의 데이터에 의하면 13시즌이  12시즌에 비해 투심패스트볼의 구속은 다소 하락했지만 포심패스트볼은 그렇지 않습니다.  추측을 더해본다면 구속의 하락 보다는, 두 종류 구질의 구속이 12시즌에서는 거의 비슷했으며 오히려 투심패스트볼이 좀더 빨랐지만 13시즌의 경우 투심 쪽의 구속이 약간 하락하면서 두 구질의 구속이 0.2마일 정도 더 차이가 벌어진 쪽에 혐의를 두는게 더 타당할지도 모르죠. 




feq.

avg

min

max

av_Vel

FA

2011

182

0.298

89.2

94.6

92.1

FA

2012

624

0.271

88.6

94.9

92.2

FA

2013

336

0.299

87.8

95.5

92.2

FA

2014

26

0

87.8

92.5

90.9

FT

2011

10

0.5

89.4

92.1

90.7

FT

2012

1696

0.251

85.6

95.4

92.4

FT

2013

1703

0.299

86.3

95.1

91.8

FT

2014

157

0.364

87.2

93.5

91


이보다 더 유력한 가설은, 공의 움직임이 영 달라졌다는 쪽에 있습니다.  차이는 하렐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구종인 투심과 포심에서 모두 나타납니다.

하렐 투구의 70% 이상은 패스트볼입니다.  그전에도 패스트볼 비중이 높긴 했지만 12시즌 포심과 투심 두종류의 패스트볼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비중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패스트볼 중 70% 이상이 투심 쪽입니다.  


Season

Team

FA%

FT%

FC%

SL%

CU%

CH%

2010

White Sox

54.1 %

9.2 %

3.8 %

9.8 %

8.8 %

13.4 %

2011

2 Teams

49.7 %

2.7 %

7.4 %

25.7 %

4.9 %

9.6 %

2012

Astros

19.6 %

53.4 %

1.4 %

8.9 %

8.2 %

8.3 %

2013

Astros

11.8 %

59.7 %

3.4 %

5.3 %

9.9 %

9.7 %

2014

Astros

9.2 %

55.7 %


11.4 %

9.2 %

13.8 %

Total

- - -

19.9 %

50.5 %

2.6 %

8.5 %

8.8 %

9.5 %


그런데, 12시즌에 비해 13시즌에는 무브먼트가 확연하게 달라졌습니다.  (아래 표)

일단 하렐의 포심은 많이 떠오르는 유형이라기 보다는 역회전이 강하게 걸려 투수 손등쪽으로 휘어지는 말하자면 테일링이 좋은 타잎입니다.  x-Mov가 크고 z-Mov가 작다는 듯입니다.  


하렐의 포심FA와 투심FT 의 2012-2013 무브먼트 변화

Season

Pitch

Pitches

Strikes

Balls

Pitches

x-Mov

z-Mov

Mov

2012

FA

624

403

221

624

-5.1

5.6

8

2012

FT

1696

1105

591

1696

-8.5

5.9

10.7

2013

FA

336

205

131

336

-1.6

4.1

7.7

2013

FT

1703

1034

669

1703

-6.7

7.2

10.2

2014

FA

26

15

11

26

-1.9

10.2

10.4

2014

FT

157

88

69

157

-6.7

7.6

10.4


좀더 와닿게 이해하기 위해 류현진과 비교한다면, 류현진의 FA(포심패스트볼) 의 x-mov 즉 좌우 움직임은 5.0 정도입니다.  류현진도 완전한 오버핸드 정통파라기 보다는 왼손투수 특유의 내추럴 테일링이 상당히 있는 편인데 우완 하렐이 그정도 입니다.  대신 위아래 움직임은 확연히 다릅니다.  류현진의 포심은 많이 떠오릅니다.  z-mov 가 9.5 이상입니다.  반면 하렐은 12시즌 5.6  12시즌 4.1 이었습니다.  

투심의 경우는 좌우움직임이 류현진이 7.5 정도인데 하렐의 12시즌은 8.5 입니다.  투심이 아주 예리하게 우타자의 몸쪽으로 꺽여들어갑니다.  게다가 투심 구속은 류현진보다 1-2마일 정도 더 빠릅니다. 이게 12년도 MLB A급 선발투수 하렐의 주무기였습니다. 


그런데 13시즌이 되면서 두 종류 패스트볼의  무브먼트가 확연하게 달라져버립니다.   포심은 덜 떠오르고 (5.6 > 4.1) 좌우 테일링도 거의 사라집니다. (-5.1 > -1.6)  사실 이정도 좌우 움직임이라면 극단적인 12-6 팔스윙을 가진 투수의 공인데 하렐은 그럼에도 떠오르는 움직임마저 없다는겁니다.  


투심 역시 무브먼트가 크게 변하는데, 역회전이 걸리며 파고들어가는 움직임은 작아졌고 (-8.5 > -6.7) 포심과 달리 투심이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인 가라앉는 느낌은 도리어 약해졌습니다.  (5.9 > 7.2)


12시즌의 경우 강하게 역회전이 걸리는 포심과 적당히 가라앉으며 독하게 파고드는 투심의 조합으로 타자를 상대했다면 13시즌이 되자 포심의 역회전은 사라지고 파고들지 못하는 투심은 가라앉지도  않았으니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건 당연한지도 모르죠.


이런 무브먼트의 변화는 두 구질 사이의 조합으로 인해 더 나쁜 효과를 만들어냈을 수도 있습니다.  이건 투수의 구종이  그것 하나만의 선악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다른 구종 사이의 상성에 따라 퍼포먼트를 내는 투구의 특징 때문에 그럴겁니다.  


예를들어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그 자체로 많이 떨어지는 유형은 아닙니다.   6.5 정도인데 하렐도 비슷합니다.  반면 류는 패스트볼이 떠오르는 성질이 강해서 9.5 이상입니다.  이때 이 둘 사이의 차이 즉 3.0 정도의 갭이 타자가 느끼는 변화의 폭이 될겁니다. 

하렐의 12시즌은 두 종류 패스트볼의 성능 자체도 있지만 둘 사이의 절묘한 조합으로 인한 결과일 수도 있을겁니다.  거의 비슷한 구속으로 하나는 날카롭게 파고들고 나머지 하는 휙 지나가버리는 느낌 같은게 아니었을까요?  


이 추측이 맞다면, 15시즌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의 오를 하렐의 성패는, 12년도와 같은 두종류 패스트볼의 움직임과 그 둘 사이의 조합이 어떻게 재현되느냐에 달린 것일수도 있습니다.  


*** 위에서 소개했던 블로그  포스팅에서는 12시즌에 비해 13시즌 사이에 하렐의 공 놓는 위치가 다소 높아진 것을 무브먼트 변화의 이유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개연적인 추측이라고 생각합니다.  팔스윙의 각도가 높아지면 좌우의 움직임이 무뎌지는건 사실이니까요.  양상문 감독이 하렐의 부진을 밸런스 문제라고 말했던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일거라 생각합니다.



그는 한국형 외국인투수가 될 수 있을까?


하렐의 성패를 논하기 위해 빠질 수 없는 것이 “적응”에 관한 문제일겁니다.  최근 KBO에 오는 투수들은 AAA에서도 상위 클래스에 속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성공을 쉽게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해서 한국리그에 대한 적응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이 “적응”이라는 것이 짜장면이나 굴비를 잘먹고 넉살좋게 스킨쉽을 하는것만 의미하는건 당연히 아닐겁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적응”이란 “상성”이라고 보는 쪽이 더 타당합니다.


14시즌 비싸게 영입한 에버렛 티포드의 실패는 적절한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그가 95마일짜리 파이어볼러는 아니었지만 빠르고 날카롭게 휘는 강력한 슬라이더와 낙폭이 큰 커브를 섞어 상당히 많은 탈삼진을 잡아내던 구위형 투수에 가까웠습니다.  제구도 수준급이었죠.   성공할 만한  유용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상성 이라는 측면에서 그의 실패 원인을 찾는다면 스트라이크존의 특성과 한국 타자의 성향을 들 수 있을겁니다.  그의 첫번째 무기 빠른 슬라이더는 (불펜등판이기는 하지만) MLB레벨에서도 통했던 공입니다.  그런데 이 슬라이더가 통했던 패턴은 존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며 루킹삼진을 엮어내거나 아니면 존 안에서 밖으로 흘러 헛스윙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누르는 공이 아니라 속이는 공입니다.  예전에 올린 “티포드 스카우팅 리포트”의 긍정적 전망보다는 부정적 우려가 더 현실에 가까운 것이 된 셈인데 그와 관련된 지표는 티포드가 탈삼진은 잡는 패턴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비슷한 수준의 다른 투수에 비해 볼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하는 비율이 꽤 높았습니다.  그것이 티포드가 좋은 SO9 과 BB9의 레벨을 지탱했던 패턴입니다.   그런데 소극적으로 공을 기다리며 짧은 스윙으로 가벼운 컨택을 노리는 KBO타자가 그 공에 손을 안대기 시작하면 좀 어려워질 수 있다는게 걱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투수들은 존이 달라질 때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타자를 속인다는 것은 결국 존에 대한 수싸움이기 때문입니다. 


티포드는 AAA에서 보여주던 탈삼진 능력 즉 타자를 이겨내는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늘어나는 투구수와 볼넷으로 인해 좋은 성적을 만드는데 실패했습니다.  애당초 그는 스태미너가 좋은 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더욱 취약했을 수도 있습니다.  KBO 14시즌의 지독하게 좁았던 스트라이크존 역시 티포드와 같은 타잎의 투수에게는 유독 더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겠지요. 


심판 성향상 존이 좁고 타자 성향상 소극적으로 기다리며 짧은 컨택을 노리는 리그에서는 그래서 속여서 삼진을 잡는 유형의 투수보다는 우겨넣어서 삼진을 잡는 투수의 공이 더 잘통합니다.  AAA나 특히 MLB레벨에서 피홈런이 많고 장타억제능력이 떨어져서 생존에 실패했던 투수들이 KBO 타자들을 상대로는 좋은 성적을 내곤 합니다.  딱 리즈입니다.  리오단도 이쪽에 가깝습니다.  

특히 무난한 패스트볼과 커브 투피치 투수인 리오단은 최근의 MLB에서는 멸종 위기에 놓은 유형의 투수입니다.  타격기술의 발전과 피지컬의 상승으로 한때는 본즈급의 타자들 전유물이었던 중심을 뒤에 두고 최대한 끌어들여 배트스피드와 허리힘으로  공을 때리는 MLB타자들에게 느리게 떨어지는 커브볼은 아주 좋은 먹이감이 되기 때문입니다.  


구속이 어중간하고 브레이킹볼도 어중간해서 AAA에서는 통하지만 MLB레벨이 어려운 그런데 제구나 다양한 구종을 가진 투수들도 KBO에서 잘 통하는 유형입니다.  주키치가 그랬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하렐은 어디에 속할까요?  하렐은 KBO와 상성이 좋은 유형의 투수일까요?

모든게 그렇듯이 긍정적인 쪽과 부정적인 쪽이 같이 있을겁니다.  일단 하렐은 리즈와 같은 파이어볼러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칼제구 스타일도 아니며 독보적인 브레이킹볼을 가진 투수도 아닙니다.  하렐은 독특하고 좋은 무브먼트의 두 종류 패스트볼을 섞어 타자를 상대합니다.  구속이나 브레이킹으로 타자의 방망이를 재끼는게 아니라 구속의 차이와 무브먼트로 타자를 혼란시켜 타이밍을 뺏고 중심을 피해 땅볼을 유도하는  투수입니다.   


아래 두개의 차트를 비교합니다.  앞이 류현진의 것이고 뒤가 12시즌 버전의 하렐의 것입니다.   가로축과 세로축은 각각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난 후 가로방향 움직임과 세로방향 움직임을 표시합니다.  중심점에 비해 오른쪽에 있는 점들은 타자 기준 왼쪽으로 휘는 것이고 왼쪽의 점들은 그 반대 방향으로 휘는 공입니다.  위아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의 그림은 류현진이 왜 좋은 투수인지에 대한 흥미로운 데이터 중 하나입니다.  구속과 무브먼트가 확연하게 다른 3가지 타잎의 구종을 골고루 잘 던집니다.  3타잎 구종의 무브먼트(브레이킹) 타잎이 아주 확연하게 구분되는걸 볼 수 잇습니다.  커브는 확실히 떨어지고 슬라이더는 적당히 가라앉으면서도 확실히 흘러나가며 포심은 무섭게 떠오릅니다.   그에비하면 하렐은 무브먼트 또는 브레이킹이 좀 느슨한 편입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패스트볼 위주의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2번째 구종인 체인지업의 특징을 봐도 그렇습니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왼쪽 그림의 연두색 점)은 패스트볼과 위아래 움직임에 있어서 확실히 구분됩니다.  (하늘색 점들과 연두색 점의 높이 차이)  타자입장에서는 떠오로는 공과 떨어지는 공 사이에서 타격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하렐의 체인지업-오른쪽 그림의 연두색 은 붉은색 투심 영영과 하늘색 포심 영역 뒤로 거의 완전히 겹쳐져 있습니다.   투심과 포심에 비해 구속 차이는 있지만 무브먼트의 방향과 정도가 거의 같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좌우무브먼트에서 류현진이 포심>투심>체인지업 순서인 것과 달리 하렐은 포심>체인지업>투심 순서로 가로 변화가 큽니다.  


그렇다면 하렐의 체인지업은 떨어지는 공이 아니라 패스트볼과 같은 피칭폼에서 나오는 오프 스피드볼이라고 봐야 할수도 있습니다.  해서 류현진에게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구종인 체인지업이 하렐에서는 타이밍을 흐트리는 용도로 사용될 것입니다. 


하렐의 슬라이더 역시 별로 떨어지질  않습니다.  그의 피치 대부분인 역회전 성향의 패스트볼을 살리기 위해서는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구질이 필요했을테니 슬라이더를 종종 던지고는 있지만 오른쪽 그림의 검은점은 왼쪽 그림에 비해 휠씬 느슨하게 흩어져있고 패스트볼에 비해 수직 낙폭이 적습니다.  

해서 그는 투심과 포심을 조합해서 줄창 패스트볼을 던지는데 가끔 셋업과 카운트 조절을 위해  무난한 체인지업과 어설픈 슬라이더 커브를 던지는 투수인거 같습니다.  (물론 이건 MLB수준에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입단계약 이후, 하렐의 소개기사나 심지어 양상문 감독의 코멘트에서 두드러지게 등장하는 “체인지업이 좋은 투수다”라는 부분은 좀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물론 그의 유망주 시절 스카우팅 리포트에 그런 평가가 자주 등장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류현진처럼 패스트볼에 비해 확실한 낙폭을 만들며 방망이를 제끼는 그런 체인지업은 아닙니다.     


스카우팅 리포트에 자주 등장하는 [수준급 체인지업 plus change-up] 이란  추측하자면 패스트볼과 구분하기 힘든 폼으로 던진다거나 또는 낙폭은 작지만 타자 앞에 가까이 와서 움직이는 종류라서 좋은 평을 들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자세한 건 실물을 보기 전엔 알 수 없겠습니다.  여하튼 pitchFX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측이 맞다면 하렐은 잘 떨어지는 공을 갖고 있는건 아닐겁니다.  


양 감독은 이날 OSEN과 전화통화에서 하렐을 두고 “떨어지는 변화구가 굉장히 좋더라. 특히 체인지업이 뛰어나서 마음에 들었다”며 “변화구가 좋은데 구속도 잘 나왔다. 91마일부터 93마일까지 구사하는 것을 봤다”고 이야기했다.  - OSEN


양 감독이 하렐을 최종 낙점한 것은 준수한 구속과 구종의 다양성이다. 양 감독은 “일단 경력이 괜찮았다. 다양한 변화구가 마음에 들었고, 구속도 92~93마일(148~149km) 정도 나오기 때문에 변화구 투수로는 괜찮은 편”이라며 “국내 타자들과 승부가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 MK스포츠



루카스 하렐과 KBO의 상성, 그리고 전망?


무브먼트 좋은 2종류 패스트볼 위주의 피칭


이것이 루카스 하렐의 가장 중요한 캐릭터입니다.  12시즌의 성공을 가져다준 무기이기도 했구요.  100%는 아니라도 최근 2시즌 동안 흔들렸던 그의 투구밸런스가 어느정도만이라도 회복되면 이런 성향은 KBO에서도 잘 먹힐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소사나 이블랜드 같은 싱킹 패스트볼 투수의 성공사례와 비교해볼 수 있겠지요.  (이블랜드는 드러난 승패 성적에 비하면 수비무관 평가지표인 FIP에서 그해 최고투수였습니다.)


싱킹 무브먼트가 아니라 슈트성 무브먼트


이 부분은 약간 애매합니다.  KBO타자들은 대체로 좌우 움직임에 비해 상하 움직임에 약점을 보입니다.   투수 개개인의 능력치에 따라 다른 것이겠지만, 커터성 무브먼트를 가진 투수에 비해 싱킹 무브먼트를 가진 투수들의 성공사례가 더 흔합니다.  커터성 무브먼트를 가진 티포드나 타투스코가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가 있습니다.  

단, 하렐은 같은 좌우 무브먼트라고 해도 슬라이드 무브가 아니라 역회전 무브이기 때문에 기대할 만한 점도 있을겁니다.  굳이 비교한다면 패스트볼처럼 오면서 많이 꺽이는 오른손 타자를 상대하는 주키치의 커터를 들 수 있는데, 변화가 심하다고 해도 커터는 결국 슬라이드 회전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역회전으로 들어오는 투심이 휠씬 더 급하고 강하게 꺽여들어옵니다.  


떨어지지 않는 떨어지는 체인지업


이건 아무래도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렐의 체인지업은 패스트볼 계열의 공과 거의 비슷한 수직 변화를 보입니다.  타자가 체감하는 낙차는 아무래도 작을 겁니다.  중심을 좀더 앞에두고 공을 맞추는 KBO타자들은 확실히 떨어지는 공에 약점이 있습니다.  A급 타자들조차 예의 “떨공삼” 에 당하는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체인지업 무브먼트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구종의 조합이 위아래가 아니라 좌우폭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이건 상성이 좋다 하긴 어렵겠습니다.  대신 패스트볼쪽이 충분히 먹히면서 타자를 압박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투수쪽으로 쏠린 타자의 중심을 무너뜨려 땅볼이나 팝플라이를 유도하는데 유용하게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완성도가 높지 않은 슬라이더와 커브


포심, 투심, 체인지업 모두 역회전성 구질입니다.  투수의 손등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해서 구종의 이상적 조합을 위해서라면 비교적 빠르면서 투수 글러브 방향으로 움직이는 구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가 괜찮은 슬라이더를 장착하고 KBO마운드에 설 가능성은 별로 없어보입니다.  유망주시절부터 커리어 내내 장착 필요성을 요구받았으나 그에 미치지 못했던 슬라이더가 그렇게 갑자기 좋아지긴 어려울 것입니다.   더구나 포심과 투심 패스트볼의 밸런스 회복이 우선하는 마당에 이것까지 기대하는건 과욕이겠죠.  


약간 느려진 구속


최근 2년 사이 구속저하 조짐이 약간 보이긴 하지만 그는 여전히 젊고 아주 미세한 차이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전반적인 메카니즘의 문제를 보이던 기간이기 때문에 그가 구조적으로 구속을 잃고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1-2kmh 정도 하락했다 해도 여전히 평균 구속 90마일을 상회합니다.   MLB에서는 어중간한 수준일지 몰라도 KBO에서는 빠른 축에 듭니다.  더구나 속도가 아니라 무브먼트 위주의 패스트볼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겁니다.  

MLB에서는 그에게 덜 중요했던 이 구속이 하렐의  KBO연착륙에는 중요하게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MLB타자에 비해 빠른공 대응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KBO 타자 성향을 감안할 때, 만약 그가 무브먼트 뿐 아니라 구속에서도 타자를 압박할 수 있게 되면 그의 어중간했던 나머지 구종이 시너지를 내며 살아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좌우놀이


역회전 패스트볼을 주로 던지기 때문에 당연한 것인지 몰라도, 스탯 상으로 오른손 투수 하렐은 좌우타자 편식은 별로 없습니다.    


이닝소화능력


이닝소화능력은 미지수입니다.   MLB 12시즌 32번의 선발등판에서 투구수 110개를 넘긴 경기가 2번입니다.  13시즌은 22번 선발등판에서 1번의 110구+ 경기가 있습니다.  대략 90개 후반에서 100개 초반 정도의 공을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왔습니다.  

대신 잘 되는 경기에서는 그정도 투구수로 무난하게 6이닝+ 를 소화하기도 합니다.   샌디애고를 상대해서 109개의 공으로 9이닝 완투 1-0  승리를 거둔 적도 있습니다. 

 (재미있는건 MLB에서 거둔 그 한번의 완봉경기가 하렐 프로 커리어 최초의 완투경기였다는 것입니다.  마이너레벨에서도 완봉은 물론 9이닝 완투가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은 MLB 스탯을 기준으로 그렇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실적 지표만 가지고 하렐을 평가하기 어려워지는 이유인데, 한국에 오는 외국인 투수들은 보통 AAA레벨의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 MLB레벨로 올라가면 모든 면에서 지표가 하락합니다.   따라서 MLB레벨에서 만든 하렐의 이닝소화능력 관련 지표는 AAA레벨로 환산한다면 휠씬 더 고평가해야 하는게 상식적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렐은 AAA레벨이라고 해서 MLB 스탯보다 확연하게 더 좋은 걸 보여주지는 않았습니다.  부진했던 14시즌이야 그렇다쳐도 애당초 그가 MLB 선발마운드 입장권을 따낸 2011시즌의 AAA에서도 그렇습니다.  


AAA 2011시즌에 하렐은 21번 선발등판해서 14번의 QS와 6번의  QS+ 를 기록했습니다.  투구이닝은 평균 5.9이닝 정도이고 평균투구수는 95개 입니다.  최다투구 경기는 유일한 110구+ 경기인 8이닝 123구 3피안타 무실점 경기인데 이날따라 평소와 달리 삼진도 7개나 잡습니다.  그런데 사사구도 7개(HBP 1개 포함) 였습니다.    


이 경기는 그의 커리어에서도 약간 특이한 케이스였지만, 루카스 하렐이라는 투수의 견적을 잡아보는데는 확실히 구체적인 힌트를 줍니다.   한계투구수가 많지는 않지만 긁히는 날은 아주 경제적인 피칭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거 같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볼넷이 많은 투수입니다.  여하튼, 사사구 7개를 내주면서 8이닝 무실점 경기를 할 수 있다는건 특이합니다.


땅볼유도


하렐은 전형적인 땅볼투수입니다.  평균적으로 땅볼유도 횟수가 플라이(내플 제외) 타구의 2배 이상입니다.  가장 좋았던 12시즌에는 2.54 였는데 이정도면 MLB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땅볼 비율입니다.  

이에 관해서 재미있는 스탯 하나가 여기 숨어 있는데 내야플라이IFF 유도 비율입니다.   단순히 그라운드볼과 플라이볼(내플 포함) 사이의 비율을 계산하면 1.1-1.2 수준으로 특이할만한 건 아닙니다.  그런데 플라이볼 중 내야플라이IFF를 제외하고 나머지만으로 계산할 경우 GB%가 확연하게 올라갑니다.  다시 류현진과 비교한다면 내플포함 GB/FB%는 둘이 비슷한데 내플제외 GB/FB%는 하렐쪽이 휠씬 높습니다. 

(GB/FB% 는 2가지가 혼재합니다.  하나는 IFF를 제외한 FB를 분모로 계산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그걸 구분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전자가 더 의미있는 지표가 됩니다) 


그의 나빴던 시즌에는 대체로 GB/FB가 높았는데 이 변화는 전체 batted ball 중 그라운드볼의 비중이 줄어들어서라기보다는 플라이볼 중 내야플라이IFF 의 비중이 높아져서 생긴 차이였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의 좋았던 시즌과 나빴던 시즌 사이의 차이와 가장 인과적으로 엮여서 움직이는 지표가 바로 이 GB/FB% 이며 그중 특히 IFF% 의 변화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원인이 아니라 현상입니다.  투구메카니즘이건 아니면 구질의 변화이던 그의 어떤 변화로 인해 batted ball 중 IFF가 되던것이 외야로 날아가기 시작하면 그 시즌에는 성적이 나빴다는게 됩니다.  


엄청난 구속이나 강력한 브레이킹으로 타자의 방망이를 제끼는게 아니라 빚맞혀서 승부하는 유형의 투수이기 때문에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릅니다.  공의 위치를 흔드는게 아니라 타이밍을 흔들어서 승부하는 유형이라는 앞의 언급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여기까지 엄청 길어진 “객나적인” 루카스 하렐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입니다.  참고할 수 있는 영상자료가 많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 선발투수 하이라이트라서 비디오를 통해서 많은 걸 볼 수는 없었습니다.  해서 숫자들로만 가늠한 것이라 객나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스탯은 분명히 객관적인 성격을 가진 자료이지만, 어떤 스탯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 그저 객나적일 밖에 없겠습니다.

 

그래서 하렐은 성공할까요?  글쎄요.  피칭 메카니즘의 회복이 선결되어야겠죠.  2012버전까지는 아니라도 그 반만 폼이 돌아온다해도 충분히 해볼만한 투수일거 같습니다.  

덧붙인다면 전형적인 그라운드볼러인 그는 스트라이크존이나 KBO타자성향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을 것 같진 않습니다.  존의 경계선을 거냥하기 보다는 배트의 가장자리를 겨냥하는 투수일테니까요.  대신 우리팀의 내야수비능력에는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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