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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3주 한화3연전 - 루카스하렐이라는 친구를 좀 알것 같습니다.

by 토아일당 2015. 4. 24.

경기단상 4월 3째주 vs한화 3연전 

루카스 하렐이라는 친구를 좀 알것 같습니다.



가까스로 3연전을 위닝으로 끌어왔습니다.  

그렇지만, 불확실성들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고 긍정적인 if들이 늘어나서 다행이다 싶은 느낌인 경기였습니다.


1. 루카스 하렐이라는 친구를 좀 알거 같습니다.


첫인상은 유쾌하고 깔끔하고 활발하고, 그런데 알고보면,,, 좀 변덕스럽고 잘 삐치고 소심한 데도 있고. 잘풀릴때는 조증 가까운 느낌까지 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급 우울해지고 혼자 쳐박히고... 딱 그런 성격인가 봅니다.


팀내의 다른 선수들에게 듣기로, 아주 활발, 유쾌하다는데, 마운드 위에서는 영 그렇지가 못해서 어느게 맞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최근 2경기를 어중간한 투구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챙기자 마운드 위에서의 모습도 확연히 달라지네요.


희생번트에서 3루주자를 잡아낼 때, 투수땅볼로 홈주자를 잡아낼 때, 1루 파울플라이가 떴는데 지가 잡겠다는건지 옆에서 서성일때, 다른 선수 에러일때는 딱히 안그랬던거 같은데, 그동안 수비에서 많이 도와주던 지환이가 실책을 하자 기특하게 괜찮다 사인을 보내던거. 왜 그런 친구들 있잖나요. 엄청 깔끔쟁이, 깍쟁이처럼 보였는데, 사실은 나서는거 완전 좋아하고 그러다 남들이 안봐주면 혼자 삐지고.  

갑자기 이녀석 급 귀여워졌습니다.


대신 최포나 양감, 강코가 신경 좀 써야할 친구 같긴 하네요.  계산서야 시즌이 끝나봐야 나오는거겟지만 경기가 거듭될수록 걱정보다는 기대가 점점 많아집니다.  기분파는 기분파지만, 뜨겁고 화끈한 쪽은 아니고, 들썩들썩한 쪽인거 같아요.


그런데 투구내용에 대해서는 뭔가 석연치않은게 여전히 남습니다.

그는 원래 패스트볼 무브먼트로 먹고사는 투수였습니다.   MLB시절에 투구 중 75% 정도를 2종류 패스트볼을 섞어서 갔습니다. 그런데 요즘 등판에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그의 세컨 피치는 체인지업입니다.  아주 가끔 봤는데 진짜 좋아보였습니다.  거의 스플리터처럼 떨어지더군요.  그런데 거의 안던집니다. 

그가 좋았던 시절의 투구패턴은 평균 92-94마일 역회전 걸리는 투심과, 140킬로 근처의 빠른 커터(횡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고, 우타자에게는 너클커브, 좌타자에게는 체인지업을 헛스윙을 끌어내는 공으로 썼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패스트볼 비중이 많이 줄었고, 게다가 좌타 상대로도 체인지업을 거의 안던집니다. 미국에서는 커브비율이 10% 수준으로 가장 적게 던지는 공이었습니다.   


루카스 하렐처럼, 무빙 패스트볼 위주의 피처는 어쩔 수 없이 존의 경계선을 보면서 투구를 하게 됩니다.  그는 압도적으로 무겁거나 지저분한 공을 던지는 유형은 아니니까요.  최진행에게 맞은 홈런 같은 위험을 늘 알고 던지게 될겁니다. 

그런 이유로 그가 코너웍에 집중하는걸 꼭 나무랄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질좋은 브레이킹볼과 달리 패스트볼은 아주 압도적인 수준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구속과 무브먼트 둘다 MLB에서 잘던지던 시절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구속은 평속기준 140대 초중반에 머물고 있고, 투심 무브먼트도 별로입니다.  MLB시절 영상으로 봤을 때는 우타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테일링이 상당히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안보입니다.   보기에 좀 답답해보일 정도로 코너를 노리는건 지금의 패스트볼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겠죠.


물론 원래 어떤 식으로 던졌는지 생각할 필요없이 KBO에서 잘 먹히는 공 위주로 던지는건 당연합니다.  너클커브가 잘 먹히고 있으니 더 늘리는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금처럼 5이닝 겨우 넘기는 투수 이상이기 어렵울까 좀 걱정이 됩니다.  지금의 루카스하렐은 거의 2피치 투수밖에 못됩니다.  패스트볼로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는 투수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더 쓸수 있어야 합니다.


참고 - 루카스하렐 스카우팅리포트 http://baseball-in-play.com/16


이 부분이 스트라이크존과 좀 관련된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스트라이크 존은 원래 입체인데, KBO의 심판들은 평면으로 보는 성향이 좀 있습니다.  네모난 상자처럼 생긴 존의 포수 가까운 영역 모서리를 걸쳐 존 안으로 밀고들어가거나, 아니면 투수쪽 가까운 존 박스 모서리를 지나서 존 밖으로 빠져나가는 공을 잘 안잡아줍니다.  그게 초반 루카스 하렐이 마운드에서 패닉에 빠지던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횡슬라이더(커터), 투심, 체인지업은 전부 그런 방식으로 존을 다루는데 최적화된 구질들입니다.  걸치고 나가거나 걸쳐 들어가거나.  그런데 이게 처음 두경기에서 계속 실패하자 패스트볼,커브 이 두가지 공으로 단조로운 배합에 머무는게 아닌가 추측도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투구수는 어쩔 수 없이 자꾸 늘어날텐데요. 


체인지업이든 슬라이더든 둘 중 하나는 KBO존에 맞는 사용법 습득이 시급할거 같습니다.  좀더 긴 이닝을 먹어주기 위해서는 말입니다. 



2. 양상문 감독에게 감탄했습니다.


3연전 내내 다들 느끼셨겠지만, 작전, 짜내기, 흔들기의 지존인 김성근 감독과 맞서서 바로 그 방법으로 한발도 안지고 똑같이 맞서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계점까지 밀고나가 버티는게 승부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스스로의 의지가 버텨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밀리는 상황이 되면 그래 이정도면 할만큼 했어 그만해도 돼 라고 속삭이는 그 마음의 유혹을 이기는게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제가 김성근감독을 보며 늘 탄복하는게 다른 무엇이 아니라 그 지독한 투쟁심입니다.  


그런데 양상문감독이 이번 3연전에서 그걸 보여준거 같아 참 좋습니다.  심지어 그 승부의 주인이 되었네요.  섬세한 치밀함에 비해 돌파력과 투쟁심에서는 좀 약한게 아닌가 하는 저의 건방진 걱정도 많이 가셨습니다. 


3. 오지환은 얼마나 더 진화하려는 걸까요?


수비에서는 이미 리그 최고의 유격수였고, 시즌초부터 새로 장착한 타격폼으로 정확도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되었으며 그 폼으로도 여전히 충분한 비거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이미 증명했습니다.  이번 연전에서는 주루플레이 편이었습니다.


물론 그가 빠른 주자이고 도루도 잘 한다는게 새삼스러운 건 아니지만, 연전의 모습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흔들기라면 또 최고라 할 이용규와 톱타자 대결에서 밀리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상대 배터리를 완전히 파괴해버렸습니다.  그동안의 오지환 도루가 틈을 봐서 몰래하는 도루였다면, 이번 연전엔 아예 대놓고 상대를 능욕하는 그런 도루였습니다.  


오지환 주루의 가치는 측정되는 도루 갯수 이상입니다.  2아웃이 아닌 0아웃, 1아웃에서 단타에 2루주자가 득점하는 비율은 생각보다 낮습니다.  50%가 약간 넘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오지환은 작년 0/1아웃 2루의 단타상황에서 득점성공률 90%를 넘는 5명의 선수 중 하나입니다.   요즘처럼 3주자가 들어오기 힘든 상황에서 1사 13루가 아니라 1득점 + 1루로 만들어주는 주루의 가치는 평균 이상일테죠.



4. 박지규에게 뜬금없이 라뱅 냄새가 납니다.  


요즘 제일 재미있게 보는 녀석이 이 친구입니다.  기본적으로 운동능력이 좋은 스타일이고 센스도 있어보입니다.  이런 선수들이 많이 크잖아요. 게다가 첫인상과 달리, 툭 친거 같은데 비거리가 왠만큼 나오는걸 다른 분도 느끼셨을거 같습니다.


스윙 특히 팔로스로가 라뱅과 많이 닯았습니다.   어떤 부분이냐면, 라뱅 스윙의 가장 큰 장점이 배트를 투수쪽으로 가장 멀리 밀어내는 점인데, (가끔 해설자들이 배트를 투수쪽으로 던지듯이 해야 한다 말하는 그 부분요.  박용택도 이걸 잘하죠.) 

박지규 스윙이 좀 그런 면이 있네요.  유연성과 밸런스(중심이동), 선구안, 컨택재능 같은게 좀 되야 이런 스윙을 써먹을 수 있을텐데, 맞출 수 있는 공의 폭이 아주 넓어지고 그러면서도 왠만큼 비거리가 나오기 때문에 중거리형 타자로는 아주 큰 장점일거 같습니다.  체형도 좀 라뱅 비슷해요.  날렵하게 생겼지만 기본적으로 뼈대가 좀 큰. 


이런거보면, 퓨처스경험도 없는 생루키를 스프링캠프때부터 딱 찍어서 키운 양상문감독 선구안도 어지간합니다.


5. 이동현의 마무리는 쾌적했지만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직 한두해는 저 자리에 봉중근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이젠 그냥 봉에게, 양상문감독에게 맡기고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겠죠. 그럼에도 지난시즌 주력이던 유원상, 신재웅이 정상이 아님에도 여전히 잘 돌아가는 트윈스 불펜은 참 든든합니다.


김선규의 대각성, 그리고 정찬헌의 성장일테죠.  뎊쓰의 힘이란게 이런건가봐요.  심지어 최동환, 임정우 같은 든든한 예비병력까지 줄서있으니.      


다만 투수쪽의 걱정은, 임정우와 장진용의 동기부여입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지만, 선수는 감정을 가진 사람이며, 그 감정이야말로 더 성장하게 해주는 동력이고 가진 것 이상의 능력을 이끌어낸 촉매입니다.  그 감정을 쓸모없고 이기적인 것으로 치부하면 강한 팀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선수보다 위대한 팀이 아니라, 경쟁자보다 강한 팀입니다.


임정우야 그나마 불펜 롱맨이나 스윙맨 자리라도 있겠지만 장진용은 어쩌면 우류가 올라오면 이천으로 내려가야 할 수도 있을겁니다.  코칭스탭들이 그를 잘 다독여주면 좋겠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하고 포근한 위로가 아니라 불같은 동기부여일겁니다.  


6. 이진영은 좀 걱정입니다.


물론 때가 되면 왠만큼 올라오겠죠.  하지만 전에도 몇번 말했듯이, 베테랑4인방 중에서 지난시즌 확연하게 장타율 하락을 겪은건 이진영 하나입니다.  다른 선수들의 부진과 달리 그의 부진이 영 꺼림직한 이유입니다.   공격에서는 돌아온 9병규가 좀더 해주길 바라고, 수비에서는 김용의가 좀더 해줘야 할지도 모릅니다.  근데 김용의는 가끔 경기중에 어버버하는걸 빨리 없애야할텐데요. 



오늘부터는 NC와의 연전.  트윈스는 모든 팀과 다 그렇지만 최근 2시즌 동안에는 넥센과 NC 이 두팀과 악연이 좀 많았죠.  오랬만에 잠실을 떠납니다.  시범경기때의 홈런쇼를 다시 기대하고 싶습니다.  대신 투수들은 자제요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