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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stats 실험

최고의 주자견제능력을 가진 투수 - 우규민과 양현종

by 토아일당 2015. 5. 11.

최고의 주자견제능력을 가진 투수 - 우규민과 양현종

KBO2013/14시즌 투수 도루저지율과 도루허용 지표



도루는 포수가 아니라 투수에서 빼앗는다


“도루는 포수가 아니라 투수에게 뺏는 것이다”라는 야구격언이 있습니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야구개요서인 [야구란 무엇인가]에서 저자 레너드 코페드는 이것을 좀더 자세히 설명합니다.  


고급야구가 아닌 데에서는 이런 격언이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  포수의 어깨가 약하거나 송구가 부정확할 때는 주자의 스타트가 다소 늦더라도 세이프될 수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포수들은 유별나게 강한 어깨를 자랑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도루저지 능력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그렇다면 도루의 성패는 주자가 얼마나 빨리 스타트하느냐, 즉 얼마나 리드를 많이 하고 얼마나 일찍 스타트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레너스 코페드, 야구란 무엇인가


이런 이유로, 흔히 많이 소개되는 포수의 도루저지율이 아니라 투수의 도루저지율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다음은 KBO2013/14 2시즌 동안의 투수 도루저지율 랭킹입니다.  여기서의 도루저지율은 약간 변형되어 있는데, PickOff 즉 견제아웃 역시 투수의 도루저지 능력으로 간주하며, PCS% 는 (도루저지CS + 견제아웃PK) / (SB+CS+PK) 로 계산합니다.  일반적인 도루저지율에 견제아웃을 포함시킨 것입니다.


KBO13/14 투수의 도루저지율 PCS%



한화 송창현은 73.7%라는 경이적인 도루저지율을 기록하며 1위입니다.  신재웅, 찰리, 세든, 장원준, 임정우 순으로 이어집니다.  리그평균은 3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포수에 대해서도 비슷하지만, 도루저지율은 실제 주자견제능력이나 저격능력을 잘못 평가할 소지가 있습니다.  뛰어난 포수나 투수가 그라운드에 있을 경우 주자는 도루 시도 자체를 포기하게 됩니다.   또는 아주 뛰어난 주자들만 도루를 시도합니다.  따라서 포수나 투수의 능력이 도루의 시도 자체를 미리 억제하는 부분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통계가 [9이닝당 도루허용] 수치입니다.   분석기간 중의 리그평균은 9이닝당 0.95개 정도입니다. 


KBO13/14 투수의 경기당 도루허용 SB/9



앞에서 본 도루저지율과는 약간 다른 결과입니다.  장원준은 투수도루저지율에서도 57.1%로 비교적 높긴 하지만  경기당 0.17개의 도루만을 허용해서 도루저지능력보다는 도루억제능력에서 더 뛰어났습니다.   이런 차이는 상대팀의 도루시도 자체가 아주 적었기 때문이기도 한데 장원준이 던질 때 주자의 도루시도는 경기당 0.41개로 리그평균 1.37개의 1/3수준도 안됩니다.  


도루저지율은 높지 않지만 도루허용이 적은 투수들은 전유수, 마틴, 유원상 등입니다.  이들이 마운드에 있을 때는 주자의 도루시도 자체가 리그평균에 비해 절반 정도였습니다.


상대도루시도 횟수가 평균 혹은 그 이상이었음에도 높은 도루저지능력과 도루억제능력을 함께 보여준 투수들은 도루저지율 1위인 송창현을 포함해서 신재웅, 윤명준, 김승회, 임정우 등입니다.  


장원준이 도루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강민호 덕택일까?


포수에 비해 투수의 도루저지능력의 중요성이 덜 알려져있기 때문에 투수의 도루저지율 또는 도루억제율이 의미있는 통계이지만, 그렇다고 포수의 저지능력, 억제능력과 무관할 수는 없습니다.


강한 어깨를 가진 포수와 배터리를 이루는 투수들은 저지능력이나 억제능력 양쪽 다 유리한게 당연합니다.  따라서 포수의 능력과 무관한 투수의 독립적인 도루저지 및 억제능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좀더 다양한 통계적 고려가 필요합니다.


방법은, 팀의 평균적인 도루저지 및 억제능력 대비 투수의 PCS%와 SB/9 로 볼 수 있습니다.  팀 투수들의 평균수치 보다 얼마나 높거나 낮은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포수의 능력에 따른 영향을 어느정도 배제한 투수의 도루저지 및 억제능력에 좀더 가까운 값이 될 것입니다.



KBO13-14 2시즌 동안 100이닝 이상 던진 투수들 중 팀평균 대비 가장 높은 도루저지율을 보인 것은 엘지트윈스 우규민입니다.  58.8% 라는 도루저지율도 꽤 높은 것이지만 그 시즌의 팀 평균도루저지율이 28% 정도였기 때문에 그는 그보다 +30.4%  포인트 높은 저지율을 보였습니다.  그는 17번의 상대 도루시도 중에서 10번을 잡아냈습니다.  


롯데(당시)의 장원준이 2위입니다.  그는 단순한 도루저지, 억제능력에서도 꽤 좋은 숫자를 가졌지만 팀에 강민호라는 리그 최고의 주자견제능력을 가진 포수가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배터리 파트너의 덕분이라 의심할만 했지만 57.1% 라는 도루저지율은 팀평균보다 +26.0% 포인트 높은 것입니다.  


그밖에, 팀평균 도루저지율에 비해 더 높은 결과를 만들어낸 투수들은 NC의 찰리, 기아 양현종, 삼성의 장원삼, 롯데 옥스프링 등입니다.


양현종과 우규민, 포수의 도움없이 주자를 잡아내는 투수


NC, 롯데 등은 다른 팀에 비해 상대주자의 도루시도가 적은 편이고, 기아, 삼성은 그 반대입니다.  상대 주자가 판단하는 팀의 도루저지능력이 강할 경우 도루시도가 많아지고 반대의 경우 적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기아의 양현종은 더 약한 배터리 파너트와 함께 더 적극적으로 작전을 걸어오는 상대팀 주자에 맞서 13시즌과 14시즌 모두 좋은 도루저지능력을 보여준 셈입니다. 


그런데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도루저지율]은 주자견제능력의 일부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함께 참고해야 하는 통계는 도루억제능력 SB/9  입니다.  



14시즌의 기아 양현종은 팀평균보다 23.7% 포인트 높은 도루저지율을 기록했고 경기당(9이닝기준) 팀의 다른 투수들보다 -0.72개의 도루를 덜 허용했습니다.   엘지트윈스 우규민은 팀평균보다 30.4% 포인트 높은 도루저지율과 경기당 -0.54개 적은 도루만 허용했습니다.  좌완도 아니고 심지어 사이드암 투수임에도 그랬습니다.   양현종과 우규민 둘다 팀 포수의 도루저지능력이 뛰어난 편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주자 역시 경기당 1개 이상의 도루시도가 있었습니다. 


NC 찰리, 롯데 장원준, 옥스프링은 강민호의 지원이 아니라도 도루저지 및 억제능력이 뛰어난 투수입니다.   다만 이들은 상대방의 도루시도 자체가 좀 적은 편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KBO13-14 2시즌동안 가장 뛰어난 도루저지 및 억제능력을 보여준 투수는 엘지트윈스 우규민 또는 기아 양현종인 것 같습니다.  이 둘은 더 많은 상대방의 도루시도 가운데서 더 높은 도루저지율과 더 낮은 도루허용을 기록했습니다.


롯데 장원준(현재는 두산), 롯데 옥스프링(현재 KT), NC 찰리는 팀 포수의 역할도 크긴 했지만 어쨌든 팀 평균 이상의 저지능력과 억제능력을 보여준 투수입니다.  그런데 이들 중 장원준과 옥스프링의 경우 15시즌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포수와 주자를 상대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들이 어떤 견제능력을 보여줄 것인지도 궁금하긴 합니다.

*** 사용한 통계는 www.kbreport.com 에서 참조했습니다.


투수의 도루저지능력에 대해 재미있는 아티클 하나가 있습니다.  투수의 CS%나 포수의 CS%  모두 year-by-year로 보면 비교적 낮은 상관관계로 나타납니다.  보통 yby corr.이 낮다면 그 스탯은 선수의 고유한 능력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는 도루저지가 포수나 투수 어느 한쪽의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배터리의 조합에 의해 좌우되는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링크는 도루허용이 투수와 포수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한 통계적 분석입니다.

article link - Who Deserves Credit for Throwing Out Base-Runn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