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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트윈스 선발투수 루카스 하렐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요?  그는 7월8일 롯데전에서 완봉에 가까운 피칭을 했습니다.  8회 2사까지 실점없이 3피안타, 3볼넷만 허용했고 12개의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6월 이전까지 ERA 6.05 인 것과 비교하면 6월 이후 성적은 ERA 2.04 이고 9이닝당 탈삼진이 9.2개 입니다.  이닝당 1개 이상이 탈삼진을 잡아냈다는 뜻인데, KBO의 규정이닝 투수 중 밴헤캔과 차우찬 2명만 9개 이상의 SO/9 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시즌 전체 루카스의 SO9은 8.4개 입니다)


6월26일 NC전 이후 3경기만 놓고 보면 좀더 극적입니다. 19 ⅔ 이닝동안 허용자책점은 2점 뿐이며, ERA 0.92  BB9 5.5  SO9 10.1 H9 5.5 입니다.  


그런데 루카스 하렐이 마법의 6월을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가 처음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한 시즌을 보냈고 193.2이닝 11승11패 ERA 3.76의 기록을 남기며 MLB 10승 투수의 타이틀을 거머쥔 2012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MLB의 흔한 유망주 스토리


시카고화이트삭스의 4라운더로 지명된 것이 2004년이었고 어깨수술 이후 제대로 커리어를 시작한 것이 2008년, 유망주의 정석 같은 코스를 거쳐 40인외 로스터로 MLB 그라운드를 밟은 것이 2010년이었습니다.  이듬해도 MLB 마운드에 설 기회가 있긴 했지만 몇 번의 불펜등판 이후 웨이버로 풀렸고 휴스턴이 그를 데려갔습니다.    9월 이후 그는 다시 MLB 마운드에 섰고 이적 2년차인 2012년 루카스하렐은 약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하위순번 선발후보 중 하나로 시즌을 시작하게 됩니다.


6월 초까지 14번의 선발등판에서 루카스 하렐이 보여준 모습은 썩 인상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무실점을 기록한 첫 등판은 꽤 준수했지만 이후 기복을 보이며 81.2이닝 동안 ERA 5.07이었습니다.  9이닝당 볼넷은 3.09로 그저그런 수준이었고 9이닝당 탈삼진은 4.4개에 불과했습니다.   


수준 이하의 탈삼진 뿐 아니라 이닝소화능력도 대단치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그라운드볼 비율이 높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인 그래서 미래의 성장가능성 조차 별로 기대하기 힘든 꾸역꾸역형 투수로 보이는게 당연한 일입니다.   휴스턴이 리빌딩 중인 최하위권 팀이 아니었다면 그가 MLB 선발마운드에 설 기회조차 없었을지 모릅니다.    


그런 그에게 마법의 6월이 찾아옵니다.  



2012년 6월27일 루카스 하렐에게 생긴 일


27살짜리 투수 루카스 하렐은 샌디에고와의 원정경기가 열린 팻코파크 마운드에 섭니다.  지난해 시카고화이트삭스에서 휴스턴으로 이적한 그는 시즌 말미에 그리고 시즌 전의 스프링캠프에서 보여준 안정적인 피칭에 힘입어 생애 처음으로 MLB그라운드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16번째 선발등판이었습니다.


그는 기분좋은 그전 경기의 등판기억을 아직 손끝이 남겨두고 있었을수도 있습니다.  6월22일 클리블랜드 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데뷰 이후로 가장 좋은 투구를 했습니다.  무득점에 그친 팀타선으로 0-2 패전으로 끝나긴 했지만 4개의 볼넷만 내주는 동안 7개의 탈삼진을 잡으며 꾸역꾸역 맞춰잡는 그라운드볼러가 아니라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MLB풀타임 1년차를 이제 시작한 하렐은 아마 지난 클리블랜드전 호투가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적응과 성장의 증거인지에 대해 심판대에 서는 기분으로 6월27일 펫코파트의 마운드에 섰을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날 9이닝 완투하며 6피안타 볼넷4 탈삼진7개로 무실점 완봉승을 거둡니다.  마이너리그 무대를 포함해서 프로경력 첫 완봉이며 심지어 첫 완투경기였습니다.


루카스 하렐에게 그날 무슨 일이 있었을까? http://baseball-in-play.com/16


루카스 하렐의 6월27일 샌디에고전 완봉승 하이라이트



6월22일 클리블랜드전과 6월27일 샌디에고전 2경기를 전환점으로 루카스 하렐은 완전히 다른 투수로 변모합니다.  


경기

IP

ERA

bb9

so9

hr9

h9

전반 14경기

81.2

5.07

3.09

4.41

0.88

9.59

후반 16경기

96

3.19

4.03

7.88

0.47

8.44



루카스 하렐의 흔하지 않은 스탯 조합


지난 겨울, MLB 10승 경력의 투수가 엘지트윈스와 계약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번 놀랐고, 그의 스카우팅리포트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의 스탯을 보고 다시한번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가 미국의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거치며 남겨놓은 스탯은 논리적으로 개연적으로 이해안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성적에 부침이 있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기본적으로 투수의 DNA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적 스탯들, 예를들어 BB%, SO%, HR%, GO/AO 같은 것들이 심하게 널을 뜁니다.  


AA-AAA-MLB 을 거치며 환경이 달라지면서 생길 수 있는 변화를 염두에 두더라도 보통은 일정한 패턴이 있게 마련입니다.  투수들이 하위리그에서 상위리그로 올라오게 되면 당연히 볼넷은 늘어나고 탈삼진을 줄어들며 피홈런은 늘어납니다.  그런데 투수의 특성에 따라 그중 어떤 지표는 많이 움직이고 다른 지표는 적게 움직입니다. 


예를들어 어떤 투수들은 AA-AAA에서 무난한 BB%와 높은 SO%를 보여주다가 MLB레벨에 가면 SO%는 그럭저럭 유지가 되지만 BB%가 오히려 확연하게 높아지곤 합니다.  이런 스탯변화를 보일 경우 강속구를 가진 “구위형 투수”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위레벨에서는 한가운데 던져서 삼진을 잡거나 범타처리를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BB%가 낮게 유지되지만 상위리그에서는 그 공이 맞아나가면서 결국 볼넷허용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타잎은 AA-AAA레벨에서도 피홈런이 많습니다.


루카스 하렐은 MLB레벨에 올라와서 볼넷은 오히려 줄었고 탈삼진은 비슷하고  피홈런도 큰 차이가 안났습니다.  그냥 큰 무대에 강한 DNA를 가졌다거나 그 사이에 성장한 것이라고 보면 간단하긴 한데 성공적인 12시즌 이후 13시즌부터는 갑자기 내리막을 탑니다.  아픈건가요?  하지만 부상에 대한 기록도 없었습니다.  


데이터는 마법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그래서 PitchFX 데이터를 뒤졌습니다.  구종이나 구질변화 또는 메카닉의 변화가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몇가지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또는 찾아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6월16일까지 14경기 루카스 하렐의 pitchFX 데이터 

Type

Count

Selection

Velocity

Vertical

Horizontal

Spin Angle

Spin Rate

FT

473

38.70%

92.1

4.76

-10.1

245

2,257

FF

427

34.90%

92.5

5.73

-5.64

226

1,690

SL

114

9.30%

85.7

-0.62

2.13

102

728

CH

107

8.80%

82.7

4.6

-7.13

236

1,565

CU

100

8.20%

82.6

-5.05

4.86

45

1,306

FA

1

0.10%

88.8

7.81

-3.47

204

1,667


7월3일 부터 16경기 루카스 하렐의 pitchFX 데이터

Type

Count

Selection

Velocity

Vertical

Horizontal

Spin Angle

Spin Rate

FT

1136

69.90%

92.5

6.42

-8.01

231

2,106

CH

136

8.40%

82.8

5.03

-7.22

235

1,609

CU

126

7.80%

83.5

-2.79

1.61

22

684

SL

112

6.90%

89.2

2.89

2.64

139

840

FF

70

4.30%

90.8

5.16

-1.34

197

1,084

FC

43

2.60%

90

4.99

1.34

163

1,036

FA

2

0.10%

88.9

2.96

-1.54

219

687


투구패턴이 확연하게 달라진 것이 발견됩니다.   애당초 AAA시절에도 투심 같은 무빙패스트볼 위주의 투구하는 투수였지만, 전반기에는 포심과 투심을 35% 38% 정도로 섞어 던졌던 것과 달리 후반기에는 투구의 70%를 투심 일변도로 던졌습니다.  투심의 무브먼트를 보면, 가라앉는 타잎의 싱커성 투심이 아니라 우타자 몸쪽으로 깊게 파고드는 역회전성 투심입니다.


그리고 전반기와 후반기의 등판성적, 투구의 기술적 구성의 극적인 변화와 정확히 일치하는 시기에 마법과 같았던 6월22일 6월27일 두번의 선발등판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정도 되면 딱 답이 나온거죠.  마법의 6월의 정체는 새로운 피칭스타일을 루카스 하렐이 깨달은 전환점이었을게 분명합니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6월 말의 2경기 피칭 내용을 찾아보고 다시한번 황당해졌습니다.


6.22-6.27








Type

Count

Selection

Strike

Swing

Whiff

Foul

In Play

FF

105

49.50%

63.80%

40.00%

6.70%

14.30%

19.00%

SL

54

25.50%

61.10%

55.60%

13.00%

20.40%

22.20%

FT

27

12.70%

63.00%

37.00%

3.70%

29.60%

3.70%

CH

15

7.10%

33.30%

20.00%

0.00%

0.00%

20.00%

CU

11

5.20%

54.50%

36.40%

27.30%

0.00%

9.10%


후반기 메이저리그 10승투수의 피칭을 가능하게 했던 투심패스트볼은 거의 던지질 않았습니다.  대신 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조합한 전형적인 정통파 스타일의 피칭을 했던 것이죠.


숫자 1-1-1-1 로 이어지다가 뭔가 있고 그 다음에 3-3-4 이렇게 이어지니 당연히 그 중간에 2가 있을 거라 생각했던 곳에서 난데없이 7이나 8이 발견된 셈입니다.  


결국 그때 정리했던 스카우팅 리포트는 투구밸런스와 피칭스타일의 조정이 계속되고 있는 투수이고 한국무대에 적합한 스타일을 코칭스탭과 의논하며 찾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정도로 애둘러 맺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KBO리그 마운드에 선 루카스 하렐


그리고 반 시즌이 지났습니다.  루카스 하렐이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타자를 상대하며 던지는 공 하나하나를 보게되면서 이젠 그 미스테리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좀 허무하게도 “루카스 하렐은 마운드에서 주의산만, 정서불안(?)이다”라는 결론입니다.  예, 우리 모두가 수없이 뒷목을 잡아가며 깨달은 바로 그것입니다.  


야구선수의 플레이를 “멘탈”이라는 무책임한 한마디로 일축해버리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지만 야구에서 멘탈리티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고 투수에게는 더욱 그렇다는 것을 부정하긴 어렵습니다.  


유독 심리적 상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선수가 있기도 합니다.  다만 그런 타잎은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고 그래서 주목의 대상이 될 일도 별로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어느정도 이상의 비중을 가진 선수들의 경우 멘탈리티를 논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게 됩니다.  멘탈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성공한 프로야구 선수는 다들 수준 이상의 멘탈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루카스 하렐은 좀 다른가봅니다.  


2012년 6월, 메이저리그 무대 1년차 선발투수 루카스 하렐에게 찾아온 마법의 6월은 그래서 기술적인 변화보다 심리적인 계기로 설명하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젠 하게 됩니다.  


멘탈리티로 성적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사람을 이해할 수는 있다


저는 KBO리그의 루카스 하렐 피칭을 보며 투심패스트볼의 무브먼트가 미국시절보다 못한 것이 좀 아쉬웠고 브레이킹 좋은 너클커브가 한국 타자들에게 아주 잘먹힌다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봤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시절에는 (특히 왼손타자 상대할 때) 거의 세컨 피치라고 해도 좋았을 체인지업을 더 많이 던진다면 슬라이더나 커브와 반대방향의 무브먼트로 타자를 더 잘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가졌습니다.


8회 2사까지 무실점 피칭을 한 7월8일 경기에서 그는 제구가 잘된 패스트볼로 카운트를 잡고 멋지게 떨어지는 커브로 무려 12개의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그전이라면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숫자들을 정신없이 줏어 모으며 이전과 이후의 차이를 찾아내려 했을 겁니다.  하지만 별로 그런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마운드 위에서 냉정하게 집중할 수 있다면, 루카스 하렐이 어떤 공을 던지고 어떤 스타일로 피칭을 하든 그는 KBO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투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그를 지켜보며 고심했던 나름의 분석들이 좀 뻘쭘해져버렸지만, 야구란 또 그런것이라 느끼며 나쁜 기분은 아닙니다.


마법의 6월이 다시 한번 완성될 수 있을까?


루카스 하렐에게 휴스턴 유니폼을 입고 2012년에 보낸 1년은 영원히 잊혀질 수 없는 시간으로 남겨져 있을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찬란했던 순간은 생애 첫 완봉승이 된 6월27일 경기일지도 모릅니다.  (그 경기는 완봉승 중의 완봉승이라 할 1-0 승리였고 9회말의 2번째 아웃카운트는 동점주자의 홈 보살, 마지막 카운트는 2사 만루 상황에서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소설처럼 극적인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마법의 6월이 진정으로 완성된 것은 10월1일 시카고컵스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고 자신의 2012시즌을 11승11패로 마무리지은 날입니다.  그는 6월에 보여준 믿기 힘든 각성 이후 꾸준하게 견고하게 팀의 마운드를 지켰고 6회의 3번째 아웃카운트를 잡고 마운드에서 내려왔을 때 그의 시즌 ERA는 3.76 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숫자는 루카스 하렐이 2012년 시즌 초 이후에 기록한 가장 낮은 ERA 이기도 했습니다.


시간은 흘렀고 무대도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루카스 하렐에서 다시한번 마법의 6월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3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6월에 찾아온 이 마법을 시즌이 끝나는 시점에 다시한번 완성시킬 수 있을까요?  


(팬심을 가득 담아) 진심으로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마운드에서 선 루카스하렐과 똑같은 줄무늬 옷을 입고 관중석에서 환호하는 팬들에게도 지난 2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마법의 계절이 다시한번 찾아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경기를 마치고 속없이 좋아하는 루카스 하렐


댓글
  • 프로필사진 삼팬 정서불안(?)은 맞는 것 같습니다. 2015스카우팅 리포트에서도 시범경기에서 "휴스턴 에이스 출신으로 큰 기대를 모으는 루카스 하렐이 선발 투수로 나왔다.3이닝 2실점했지만 큰 문제 없는 투구였다.1~2회 호투한 뒤 태스트 차원에서 3회 투구 패턴을 바꾸면서 2실점 했다...다만,마운드 위에서 쉽게 흥분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오,이걸 안치네"하는 느낌의 동작이 종종 나왔다.다른 팀 전력분석원들의 지적이 나왔다.한 전력분석 관계자는"타자들이 괴롭히면 쉽게 짜증내는 타입일 수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LG가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써져있네요.
    2015.07.09 21:42 신고
  • 프로필사진 토아일당 그러게요. 좋아지는 조짐이 보이긴 하는데, 2012년에 그랬듯이 시즌 끝까지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5.07.10 10: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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