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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베이스볼인플레이

'에이스 저격수' 박석민이 이끈 승리 - 16PS

by 토아일당 2018. 1. 11.

[비주얼캐스트] '에이스 저격수' 박석민이 이끈 승리

네이버 2016.10.26 


한국시리즈 진출팀을 가리기 위한 플레이오프에서 NC다이노스가 이겼다. 이 과정 여러군데에 결정적 승부처가 있었다.


1차전을 허망한 역전패로 내준 엘지트윈스는 2차전 반격의 카드로 선발투수 허프를 내세웠다. 정규시즌 후반에도 그랬지만 포스트시즌 들어 허프는 정말 압도적이었다. 1차전 불의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시리즈의 흐름이 쉽게 기울지 않았던 것은 그의 존재 때문이었다. 허프의 견고한 피칭은 예상대로였다.  


그걸 무너뜨린 것이 박석민의 한방이었다. 큰 의미없어 보였던 테임즈의 볼넷 출루 이후 불리한 볼카운트에 먼저 몰렸음에도 6구째 몸쪽 공을 그림처럼 걷어올려 담장 밖으로 날려버렸다.  


4차전 자체가 다시 승부처였다. 경기 내용이야 어떻든 엘지는 3차전을 끝내기 승리로 잡아내며 기세를 가다듬은 상태였다. 게다가 3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려던 NC 벤치의 전략은 패배로 인해 부담으로만 남았다. 불펜투수를 너무 많이 소모했기 때문이다. 4차전을 내준다면 심리적으로 몰리는 것은 오히려 NC였다. 5차전까지 간다면 떠올리기 싫은 플레이오프 징크스와도 싸워야 했을 것이다. 


1대1 로 맞서던 5회 초 양상문 감독이 강수를 뒀다. 3차전에 구원투수 소사로 재미를 봤던 때문인지 허프가 선발 우규민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이번에도 먹히는 분위기였다. 그때 박석민의 일격이 다시 터졌다. 이번에도 몸쪽 공이었다.  


두 개의 홈런은 모두 결승타점이 되었다. 2차전의 홈런은 양팀 통틀어 유일한 2득점으로 남았고 4차전의 홈런은 팽팽했던 승부의 균형을 흔들었다. 그런데 이 두개의 홈런에는 한가지 의미가 더 있다. 


허프는 엘지트윈스에게 최강의 카드였다. 가을야구 티켓을 따는 과정에서도 그랬고 와일드카드전과 준플레이오프를 이겨내는 과정에도 그랬다. 그리고 몸쪽 속구는 허프에게 최선의 무기였다. 박석민의 홈런 2방은 그저 앞서나가는 점수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상대의 에이스카드를 두번이나 꺽은 것이라 더 가치가 있었다.   


박석민은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명이다. 하지만 이런 선수라도 가을에 제 몫을 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심리적 압박 같은 이유가 아니라도 그럴만한 객관적 배경이 있다.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서는 투수들은 대체로 평균 이상이다. 평균 이상의 팀이 우열을 가리는 무대이니 당연하다. 타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강한 투수와 강한 타자들이 만난다. 그런데 강한 투수와 강한 타자가 만나면 대체로 투수 쪽이 우위에 선다. 야구의 상성이 원래 그렇다.


강한 투수는 강한 타자를 상대로도 잘 이겨내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낸다. 반면 강한 타자는 약한 투수를 폭격해서 좋은 성적을 낸다. 강한 타자 앞에서 투수의 수준차이는 증폭되고, 강한 투수 앞에서 타자의 수준차이는 줄어든다. 강한 투수들이 마운드를 지키는 포스트시즌에는 그래서 평범했던 타자들의 활약이 최고 타자들의 활약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커진다. 가을을 지배하는 ‘미친선수’라는 클리셰도 그래서 나온다. 예를들어 테임즈가 결정적 활약을 했다고 그를 ‘미친선수’라고 부르는 것은 어색하다. 그런 것은 미친게 아니라 정상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한 투수와 강한 타자가 붙은 경우라도 그 결과는 선수 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시 달라질 수 있다.




2012년 이후 최근 5시즌 동안 1000타석+ 타자 중 KBO리그 OPS+ 최상위 10명을 뽑으면 테임즈를 시작으로 박병호, 강정호, 김태균으로 이어지고 박석민은 딱 중간인 5위다. 그 뒤로 최정, 최형우, 나바로, 손아섭, 나성범이 있다.  




OPS+는 타자 개인의 OPS를 해당 시즌 리그평균 OPS로 나눈 수치다. 리그평균 OPS를 기록한 타자는 100.0이고 100 보다 크면 평균 이상, 100보다 작으면 평균 이하라는 뜻이다. OPS+는 리그평균으로 조정한 지표이기 때문에 타고시즌이나 투고시즌 상관없이 성적을 동등하게 비교할 수 있다.




이들 10명의 타자는 강한투수(피OPS+ 95이하)  보통투수(피OPS+ 95~105) 약한투수(피OPS+ 105 이상) 를 상대했을 때 각각 어떻게 다른 성적을 기록했을까.



이들 10명은 하나같이 투수들의 악몽이었지만 서로 다른 수준의 투수를 상대했을 때 양상은 각기 다르다.


피OPS+ 105는 올해를 기준하면 0.841이다. 대략 ERA 6.00 보다 나쁜 투수다. 이런 투수를 상대로 가장 강한 모습은 보인 것은 박병호였다. OPS+ 171.3 을 기록했다. 강정호, 나바로, 테임즈가 다음이었다. 박석민은 이런 조건에서 7위다. 자신의 OPS+ 순위 5위보다 낮다. 약한 투수에게 상대적으로 ‘덜’ 강했다는 뜻이다.   


피OPS+105에서 피OPS+ 95 사이는 보통 투수를 뜻한다. 테임즈가 가장 강했다. 전체 순위 7위인 최형우가 여기서는 4위로 좀더 좋아지고 전체순위 3위 강정호는 5위로 좀더 나빠졌다. 박석민은 6위다. 역시 자신의 평균OPS+ 순위보다 나쁘다. 


피OPS+ 95 는 올해 기준 0.761이다. 신인왕이 거의 활실한 넥센 선발투수 신재영의 피OPS가 0.756이고 NC 이재학과 최금강이 0.785다. 대략 이보다 잘던지는 투수가 여기에 해당된다. 테임즈는 물론 이런 투수를 상대할 때도 가장 잘쳤다. 다만 자신의 평균OPS+ 146.1 보다 좀더 낮은 124.2에 그친다. 박석민이 2위다. 자신의 OPS+ 순위 5위보다 더 높다. 


최근 5년 통산 리그 탑10 타자 중 5위였던 박석민은 그러나 리그 상급 투수를 상대로 할 경우 테임즈 다음으로 잘치는 타자다. 강한 투수를 만나면 강한 타자라도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박석민은 강한 투수를 유독 잘 공략하는 타자였다. 


승률 0.500의 4위팀 엘지는 승률 0.589의 2위팀 NC에 비해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였다. 그렇지만 포스트시즌을 이겨내며 보여준 마운드의 견고함은 그리 만만치 않았었다. 그런데 4차전 1-1의 균형이 박석민의 한방으로 기울자마자 너무 쉽게 허물어져버렸다. 파격을 감수하며 내놓은 최강의 패가 꺽이며 균열이 생겼기 때문은 아닐까. 


가을에는 ‘미친선수’가 필요하다고 한다. 조커의 역할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상대의 에이스와 정면승부로 그걸 이겨내는 우리편 에이스의 존재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 갑자기 잘치는 타자는 폭발력이 있지만 불확실하다. 치던대로 잘치는 타자가 있어야 확실성이 커진다. 박석민은 그런 역할에 잘 어울리는 타자다. 그리고 그 역할을 실제로 잘 해냈다.



http://sports.news.naver.com/kbaseball/news/read.nhn?oid=540&aid=000000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