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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버메트릭스 도서관

투수의 제구력 - 컨트롤 Control 과 커맨드 Command 또는 로케이션 Location

by 토아일당 2015. 1. 29.

 topic   제구력 구위 구종가치 PitchFX 투수 피칭스킬 세이버메트릭스 컨트롤과 커맨드 


컨트롤control 과 커맨트command 또는 로케이션 location



우리는 오랬동안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의 능력을 [제구력]이라고 불러왔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종류의 능력을 부르는 말이 좀 다양하게 불리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MLB에 대한 정보가 점점 흔해지고 그곳에서 플레이하는 한국 출신 선수들이 많아짐에 따라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이 물건너온 말에 대한 괜한 동경이나 허세로 비롯되는 것이라 치부할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배경에 야구에 대한 좀더 객관적인 이해를 추구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구력] 이란 말 그대로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라는 뜻입니다.  전혀 이상할게 없는 이 단어는 그러나 객관적인 언어가 아닙니다.  그런 종류의 능력이 투수에게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러나 측정할 수 있는 종류의 능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투수가 던진 공이 그가 원했던 곳에 도착했는지는 그 자신을 제외하고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포수도 100% 정확히 알 수 없으며 벤치도 마찬가지이며 관중과 기록원은 당연히 알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투수가 던지 공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날아갔으며 어떤 움짐임으로 날아갔는지는 결과의 문제이며 관찰을 통해 측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로 던지고 싶었으며 어떤 공을 던지고 싶었는지는 의도의 문제이며 따라서 측정할 수 없습니다.  


측정할 수 없는 종류의 개념을 기준으로 그것이 좋거나 혹은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로케이션 Location


그런 이유로 사용되기 시작한 개념은 로케이션Location입니다.  공이 어디에 도착했는지를 뜻합니다.  이것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이며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 투수는 꾸준히 낮게 공을 던졌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로케이션의 문제이며, 의도가 아니라 결과를 말하는 것입니다.  


즉 [로케이션]이란 투수의 의도나 능력 이전에, 투수가 던진 공이 어디에 도착했는지에 대한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사실 투수는 종종 의도와 달리 날아간 공으로부터 좋은 결과를 얻습니다.  저 유명한 박찬호의 라이징패스트볼은 그의 고백에 의하면 꽤 자주 손에서 빠져나간 실수의 결과였다고 합니다.  


컨트롤 Control


의도가 아니라 결과를 기준으로 공이 도달한 위치를 [로케이션]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할 경우, 컨트롤control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런 것이야말로 세이버메트리션 다운 발상인데, 투수가 공을 어디로 던지는가 하는 것은 야구경기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에 관련된 능력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은 당연한 필요이고 관심입니다.  하지만 그런 측정과 평가는 “객관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측정할 수 없는 의도가 아니라 측정되는 결과를 가지고 논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투수의 머리속에 뭔가를 장치하거나 투수의 시선이 향한 곳을 트랙킹할 수 있는 기술 같은 것을 개발하려 애쓰기 전에 세이버메트리션은 그저 정의를 바꿉니다.  컨트롤이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이며 그것은 투구 중 스트라이크의 비율과 볼넷 허용 등의 스탯을 통해 측정할 수 있다.   즉 컨트롤이 좋은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트라이크를 더 자주 많이 던지를 투수를 컨트롤이 좋은 투수라고 부른다 입니다.


커맨드 command


컨트롤과 커맨드의 차이는 미국의 팬이나 저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한동안 혼란이 있었던 개념 같습니다.   사람들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기 하지만 대체로 “컨트롤이 그냥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이라면 커맨드는 좋은 스트라이크(good strike) 또는 경우에 따라 존 바깥의 원하는 곳으로 원하는 구질의 공을 던지는 능력” 이라는 정도의 정의에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즉 커맨드란 컨트롤에 포함되긴 하지만 좀더 높은 수준의 능력이고 존의 구석 혹은 존 바깥으로 원하는 구질의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입니다.


베이스볼프로스펙터스의 필자 중 한명인 Doug Thorburn 의 표현을 빌자면, 컨트롤을 가진 투수는 비교적 적은 볼넷만을 허용하겠지만, 커맨드를 가지지 못했을 경우 타자에게 정타(hard-hit balls)를 허용하게 된다는 식입니다.


A pitcher can have decent control yet poor command by throwing strikes that frequently miss targets, resulting in few walks but a lot of hard-hit balls.

http://www.baseballprospectus.com/article.php?articleid=16432


물론 이런 정의를 받아들이게 될 경우 측정할 수 없는 “의도”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느냐라는 문제가 다시 생겨날 수 있습니다.  그중 일부는 최근 몇년 사이에 보편화된 pitchFX 같은 새로운 측정기술에 의해 해결될 수 있습니다.


PitchFX 같은 투구추적시스템은 투수가 던진 공이 존의 어느 위치를 통과했는지에 대한 좀더 세밀한 데이터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따라서 존의 구석구석으로 공을 던지는 투수가는 좋은 커맨드를 가진 투수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래도 여전히 “의도”의 문제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이유로 커맨드command라는 개념은 엄격한 세이버메트릭스의 개념이라기 보다는 좀더 수사적인  저널리스트들에게 어울립니다.    


구위 Pitch Power 와 구종가치 Pitch Value


[제구]라는 전통적 개념이 로케이션, 컨트롤, 커맨드 등으로 구분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위]라고 하는 반대편에 있던 개념도 비슷한 과정을 거칩니다.


이유는 약간 다르지만 투수의 [제구력]이 측정될 수 없는 것처럼 [구위] 역시 측정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세이버메트리션들은 구위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라는 식의 질문에 붙잡히기 보다는 마찬가지로 정의를 측정가능한 것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즉 “삼진을 많이 잡는 능력” “홈런을 허용하지 않는 능력” 또는 “땅볼을 유도해내는 능력” 같은 것을 [구위]의 정의로 삼습니다.   이렇게 되면 [구위]란 측정할 수 있는 것이 됩니다.  구위가 좋은 투수가 삼진을 잡는 것이 아니라 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가 구위가 좋은 투수다 라고 하게 되는 것입니다.


[구위]에 대한 좀더 새로운 개념은 [구종가치]입니다.   pitchFX라는 새로운 기술에 의해 가능해졌는데 투구추적시스템을 통해 측정되고 분류된 투수의 각각 구질이 타자를 상대해서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통계적으로 평가합니다.  어떤 투수가 패스트볼을 통해 OO%의 헛스윙을 유도하고 OO%의 비율로 홈런을 허용했고… 와 같은 데이터를 통해 그 [구종]이 리그의 평균적인 수준에 비해 얼만큼 더 실점억제에 도움이 되었는지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고심스러운 개념의 진화에는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들을 통해 야구를 논하고자 하는 세이버메트릭스의 세계관이 자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