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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gobaseball
이슈InPlay

"포수리드(catcher's game calling and coaching skill)는 있다" 고 합니다.

by 토아일당 2016. 6. 4.



요즘 [피치 프레이밍]이 핫합니다.  (물론 생각하기에 따라 이미 2-3년 전의 유행이라 느낄 분도 있겠지만)   세이버메트릭스는 지난 수십년 동안 그라운드 안의 다양한 플레이의 가치를 측정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해왔는데, 오랬동안 안개 속에 남겨져 있던 것이 포수의 수비능력이었습니다. 


2000년대 후반 피치FX 데이터가 공개되면서 의외로 새로 조명된 것이 오히려 투수 쪽 지표보다 포수 쪽 지표였습니다.  베이스볼프로스펙터스의 Mike Fast가 이에 대한 결정적인 아티클을 2011년 가을에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피치 프레이밍]이라는 토픽이 다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지식들이 그렇듯이 맨땅에서 그것이 튀어나온 것은 아닙니다.  쌓인 배경이 있었습니다.  또 피치프레이밍이 대세라고 하지만 그에 관한 다양한 입장들, 거기에 접근하는 더 다양한 분석모델도 있습니다.


그에 관한 나름 역사적인(?) 글들을 모아서 소개하려 합니다.  요 며칠 이쪽 자료를 보던 중이었는데, 저도 반쪽짜리로 알고 있었거나 잘못알고 있었던 것이 꽤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Removing the Mask Encore Presentation

http://www.baseballprospectus.com/article.php?articleid=15093


제일 먼저는 역시 마이크 패스트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분석을 한 다른 이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현재의 피치 프레이밍 이론을 본격 출발시킨 것은 그의 공입니다.  (그후 그는 휴스턴 분석가로 들어갔고 다른 수많은 동시대의 재능있는 세이버메트릭션들이 그렇듯이 뭘 하는지 알수가 없네요)


여기서 관심있게 볼만한 것은, 늘 인용되곤 하는 호세 몰리나가 몇점이나 세이브했다라는 것보다, 도대체 피치 프레이밍의 가치를 어떤 계량적 수단으로 측정했느냐라고 생각합니다.



A Nibble Here, A Nibble There

http://www.beyondtheboxscore.com/2008/5/12/506919/a-nibble-here-a-nibble-the


이건 좀 소소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는 분석입니다.   pitch call 과 상관관계를 나타낸 다양한 요인들을 분석해둔 결과입니다.   예를들면 투수 나이가 많을수록 스트라이크/볼 판정에서 더 유리한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마이크 패스트의 윗 글에서도 이런 타잎의 선행연구의 도움을 언급합니다.




Field General or Backstop?

http://www.baseballprospectus.com/article.php?articleid=432


역사적인 걸로 치면, 오히려 마이크 패스트의 글보다 키쓰 울너의 이 글이 더합니다.  포수의 수비능력을 논할 때 꼭 거론되는 것이 [게임콜링]입니다.  [투수리드]라고도 불리는 바로 그 능력입니다.


어떤 분들이 [게임콜링]능력은 세이버메트릭스 이후, 논파되었다 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 글이 바로 그겁니다.  키쓰 울너는 나름 네임드 세이버메트리션입니다.  WAR 에서 사용되는 대체레벨선수(Replacement Level Player) 개념을 디자인한 인물입니다.  VORP(Value over Replacement Level)이란 방식을 통해서였습니다.  (VORP에서의 RL 은 WAR의 RL 과 약간 다르긴 합니다)


그는 그 이전의 포수평균자책점CERA 의 한계와 부정확성을 나름 정교한 통계적 처리를 통해 보완한 분석을 했고 “게임콜링이란 없다”라는 결론을 냅니다.  좀더 정확히, “그런게 있을 수는 있지만 아주아주 작은 차이라서 거의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뛸만한 포수들이라면 게임콜링 능력은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고려할 만한 것이 아니다 라는 맥락일 수도 있습니다. 


키쓰 울너가 이 글을 발표한 것은 2000년 1월이었습니다.  좀 오래 전의 일이죠.     



그런데, 마이크 패스트의 피치프레이밍 분석을 키쓰 울너의 분석에 겹쳐놓으면 아주 중요한 시사점을 논할 수 있게 됩니다.


게임콜링이라는 것이 그 실체를 정의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키쓰 울너가 했던 작업은, 포수가 팀 실점에 미치는 영향 중, 이미 알려졌고 측정할 수 있는 것 --- 즉 도루저지, 블로킹을 제외한 다른 제3의 요인의 흔적이 있는가 였습니다.  


매우 합리적인 접근입니다.  당연하고 유일한 접근이기도 하죠.  즉 “게임콜링이 있느냐”가 아니라 “도루저지와 블로킹을 제외한 다른 무엇이 있느냐”라는게 논제였다는 거죠.  그리고 그 결론은 “없다”였습니다.


그렇다면 [피치 프레이밍]은 어디서 왔을까요?


합리적으로 개연적으로 생각한다면 키쓰 울너는 그의 정교한 분석에도 불구하고 [피치 프레이밍]을 놓쳤다고 봐야 합니다.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한 분석이라도 원래 그럴 수있는 법이죠.


피치 프레이밍을 놓친 키쓰 울너가 그렇다면 게임콜링도 놓칠 수 있지 않았을까요?



Yadi’s Secret Sauce

http://grantland.com/features/st-louis-cardinals-yadier-molina-catcher-value-game-calling/


벤 린드버그이 이 글은 키쓰 울너가 “부재선언”했던 그 게임콜링에 관한 것입니다.  일반적 분석이라기보다는 야디에 몰리나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에 가깝습니다. 


그가 소개한, 미첼 리히트만의 분석에 따르면, 프레이밍이 150경기 기준 리그 포수들 능력분포에서 8.2점 표준편차를 가지는데 게임콜링은 5.2점 표준편차를 가진다고 합니다.  z-score값을 참조한다면 100명 중 16등에 해당하는 포수는 평균포수보다 5.2점 더 세이브하는 것입니다.  (미첼 리히트만은, 톰 탱고와 함께 께 작업했던 theBook의 공동저자입니다.  미국 세이버메트리션 사회에서 톰 탱고는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설이 좀 있습니다.  실제로 톰탱고라는 인물이 온라인 상에서 말고 현실세계에서는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외계인 설도 있을 정도입니다.  공동저자로서도 이미 리히트만의 존재감은 굉장하지만 톰탱고의 애매한 정체성까지 고려하면 리히트만의 능력은 세간의 평판보다 휠씬 더 높게 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블로킹은 1.44점, 도루저지는 1.4점으로 휠씬 비중이 작습니다. 그러니까 좋은 포수는 리드를 통해 투수의 ERA를 낮춰준다는 것입니다.


프레이밍의 스타가 호세 몰리나였다면, 게임콜링의 영웅은 그의 동생 야디에 몰리나입니다.  


하지만 미국 세이버메트리션 사회가 모두 game calling 을 인정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버전의 팬그래프 포수수비 항목을 보면 그들은 여전히 “우리는 포수의 게임콜링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라고 써놓았습니다.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뭐라 말할 만큼의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 입니다.


좀더 실험적이고 매니악한 성향의 베이스볼프로스펙터스가 인상적인 game calling에 관한 분석을 종종 내놓고 있는 것에 비하면 좀더 온건하고 보수적인 팬그래프의 스탠스는 약간 다른 셈입니다.


실제로, 위에 소개한 벤 리드버그의 글조차 게임콜링 능력의 존재여부에 대해 결론을 유보합니다.  아직 그게 뭔지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확실히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야디에 몰리나가 마스크를 썼을 때와 그렇지 않을때 투수의 성적은 확실히 달라집니다.  알려졌고 측정되는 요인들, 피치프레이밍, 주자견제, 블로킹, 짦은 타구에 대한 수비능력으로 인한 차이를 제거하고 나서도 분명한 차이가 남아 있습니다.  그게 게임콜링에서 비롯된 것이라 추측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런 접근이 아주 틀리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게임콜링의 의미는 원래 그렇기도 하니까요)


여튼, 15년쯤 전 키쓰 울너가, 게임콜링의 존재는 관찰되지 않는다 라고 했던 그 주장은 적어도 이제 유효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 주장을 빌어 게임콜링이란 없다고 말할 근거도 사라졌습니다.  유능하고 신중한 세이버메트리션들은 대략, "뭔가 있긴 있다. 아직 그걸 명확히 정의하진 못하지만." 정도의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피치프레이밍이 드러난 것처럼 게임콜링 역시 드러날 가능성도 있겠죠.  


가끔은 “원전을 읽자”라는 구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키쓰 울너의 글과 마이크 패스트의 글은 저쪽 이론발전에서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니 읽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