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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베이스볼인플레이

3연투 불펜 필승조, 평범 이하 투수로 전락한다

by 토아일당 2018. 1. 24.

[베이스볼인플레이] 3연투 불펜 필승조, 평범 이하 투수로 전락한다

일간스포츠 2017.04.07 



2017년 프로야구가 시작됐고, 10개 구단 두 번째 3연전까지 일정을 마쳤다.


첫 번째 3연전인 개막 시리즈에서 가장 치열했던 승부는 두산과 한화가 맞붙은 잠실구장에서 나왔다. 한화는 1승1패로 맞선 가운데 2일 3차전에서 8회말 2사까지 3-0으로 앞서 있었다.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3연전 우위 달성 일보 전까지 갔다. 그러나 1실점을 부른 윌린 로사리오의 실책으로 끝낼 수 있었던 이닝을 마무리 짓지 못했고, 곧이어 닉 에반스의 동점 투런홈런이 터졌다. 


악몽의 8회말 마운드에 섰던 투수는 한화 장민재였다. 그는 시리즈 3경기에 모두 등판했다. 경기는 연장 승부로 이어졌고 11회초 신성현의 1점홈런으로 한화는 다시 한 번 승기를 가졌다. 두산 마운드에는 김성배가 있었고 그 역시 3연투 중이었다. 


3차전은 결국 12회 민병헌의 끝내기 안타로 마무리됐다. 이 3연전에서 한화 박정진·장민재, 두산 김성배 등 세 명의 투수는 3경기에 모두 등판했다. 그리고 두 명은 승부처의 결정적인 홈런을 맞았다.


개막 시리즈에 3연투한 투수는 한 명 더 있다. LG 진해수다. 하지만 그는 2⅓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 탈삼진 4개로 완벽한 피칭을 하며 17년 만인 LG의 개막 3연전 싹쓸이에 공을 세웠다.


누구도 연투가 바람직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감독은 가장 신뢰하는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게 마련이다. 개막 시리즈 3연투 투수 네 명도 모두 소속팀의 주력 불펜 요원이다. 믿을 만하기 때문에 더 자주 마운드에 오르는 게 연투의 역설이다.


개막시리즈 결과만 놓고 보면 3연투는 치명적 실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반대로 연승을 지켜 낸 효과적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진해수는 3연투 덕에 홀드 2개를 기록했다. 그래서 '야구는 모른다'고 하고, 투수 교체를 판단하면 안 된다고 한다. 투수 컨디션을 가장 잘 아는 벤치의 판단을 믿어야 한다고도 한다. 쉽게 부정할 수 없는 ‘현장의 경험’일 수도 있다. 


그런데 야구는 ‘평균’의 게임이다. 한 타석, 한 경기로 판단하기 어려워도 144경기 페넌트레이스 전체로 보면 뚜렷한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3연투라는 양날의 검은 어떨까.


구원 등판으로 한정했을 때, 2014~2016시즌 동안 투수가 3일 이상 휴식한 뒤 마운드에 오른 경우는 4756번이다. 이 투수들의 평균자책점(등판 타석 수 고려 가중평균)은 5.42였다. 같은 기간 리그 평균(5.10)보다 나쁘다. 평균 이하 기량이기 때문에 자주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고 해석된다. 하지만 이 등판에서 기록한 피OPS(출루율+장타율)는 0.769로 리그 평균(0,798)보다 좋다. '평균 이하'의 투수들이 3일 휴식 뒤 등판해서 '평균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 기록으로 비교하면 2015년 KIA 한승혁(평균자책점 5.46) 같은 투수가 2014년 롯데 장원준(피OPS 0.764)이나 같은 해 삼성 윤성환(피OPS 0.770)처럼 던진 것이다. 장원준과 윤성환은 모두 2014년 10+승 투수다.


3연투는 모두 775번 나왔다. 이 투수들은 평균자책점은 4.85로 리그 평균보다 훨씬 좋다. 믿을 수 있는 투수라서 더 자주 등판했다. 그런데 3일째 피OPS는 0.838로 리그 평균보다 훨씬 나쁘다. 2016년 25세이브를 따낸 두산 이현승 같은 투수가 2016년 한화 심수창처럼 부진했던 셈이다.


지난 세 시즌, 3연투 조건에서 등판한 투수들은 3일 휴식 조건에서 등판한 투수들보다 더 수준이 높았다. 평균자책점은 각각 4.85와 5.42다. 이 때문에 벤치는 무리를 감수하면서 굳이 그들을 마운드에 올렸을 것이다. 각 팀 승리조에 속했을 투수들은 책임감을 갖고 벤치의 호출에 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피OPS 0.838이라는 패전조급 성적이다. 


2진급 타자라도 어느 한 경기에서 4타수 3안타를 치는 게 야구다. 리딩 히터급 타자도 무안타 경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리딩 히터를 제쳐 두고 2진급 타자를 선발 라인업에 넣는 건 난센스다. ‘야구는 모르는 것’이니, 누굴 경기에 내보낼지는 ‘감독이 컨디션을 보며 판단할 일’이라고 하기 어렵다. 한두 경기에서는 평균에 반하는 선택이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144경기를 마치고 나면 결국 평균에 가까워진다.


어떤 경기에서 불펜 에이스의 3연투는 팀의 승리를 결정적으로 지켜 낸 영웅담이 될 수 있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벤치의 결단과 선수의 투혼을 칭찬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투수 기용에 대한 평가는 결국 결과론이며 감독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도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비슷한 선택을 반복하며 시즌 전체를 치르고 나면 반대 결과가 나올 확률이 휠씬 더 높다. 유능한 구원투수도 사흘째 등판에서는 평균 이하의 투수로 전락한다는 게 지난 세 시즌 KBO 리그에서 실제로 나타난 현상이다. 3연투, 4연투와 같은 투수 혹사는 선수 생명을 단축시키는 비도덕적인 행위인지도 모른다. 그에 앞서 팀의 승리 가능성을 낮추는 어리석은 선택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신동윤(한국야구학회 데이터분과장)


데이터는 신비로운 마법도 절대적 진리도 아니다. 대신 "당신 야구 얼마나 해 봤는데?"라고 묻지도 않는다. 그것은 편견 없는 소통의 언어이며 협력의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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