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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베이스볼인플레이

“왜 KBO리그 구단은 데이터 활용에 소극적입니까?”

by 토아일당 2018. 1. 9.

[베이스볼인플레이] “왜 KBO리그 구단은 데이터 활용에 소극적입니까?”

일간스포츠 2016.09.29 


미국은 '야구통계'의 천국이다.


야구 팬의 상상을 뛰어넘는 세밀하고 방대한 데이터가 공개돼 있다. 타율, 홈런, 타점 등 고전적인 기록은 논할 바도 아니다. 야수의 수비범위나 송구능력, 타구방향 등은 이제 기본이 됐다. 메이저리그 공식사이트(mlb.com)가 2007년 '피치FX'를 도입한 이후 구종, 투구궤적, 스트라이크존 통과위치 등 정보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2015년 스탯캐스트(STATCAST)를 공식 런칭했다. 이젠 타구속도와 각도, 수비수의 반응시간, 주자의 주루속도 등도 측정되고 대중에 공개된다. 야구의 많은 것이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아닌 객관적이고 명료한 숫자로 표현된다. 구단은 이런 데이터에 기반해서 팀을 운영하고, 팬은 그 데이터를 보며 야구를 좀더 다양하게 즐긴다.


한국 야구팬에게는 먼나라 이웃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리그 역사가 다르고, 산업 규모도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 때문만일까. 최근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에서 스탯캐스트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자기 분석팀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데이터가 공개되고 공유될수록 자기 팀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데이터가 공개되면 경쟁팀끼리도 상대방의 데이터를 세밀하게 들여다 본다. 구단과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미국의 야구통계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분석가 중에는 구단 분석팀 이상의 역량을 가진 이들도 많다. 이들이 발표하는 혁신적인 연구성과는 빠른 시간 안에 구단 운영전략에 채택된다. 구단 분석팀으로 스카우트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가졌는지를 경쟁하지 않는다. 공개되고 공유된 데이터를 두고 분석의 정교함과 통찰력을 경쟁한다.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잡음'도 많아진다. 잡음을 걸러내고 의미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게 분석 팀의 일이다.


 


KBO리그의 분위기는 좀 다르다. 데이터가 공개되면 자신의 팀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 팀과 우리 선수가 경쟁팀에게 분석당하는 것을 먼저 생각한다. 내 팀에 관한 데이터를 숨기고 싶어한다. 따라서 상대팀이 데이터를 숨기는 것도 당연하다고 여긴다. 데이터의 공개와 공유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구단 외부에서 특히 '야구 안해본' 이들이 야구에 대해 논하는 것 자체를 불쾌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데이터를 둘러싼 경쟁의 양상도 다르다. 나의 데이터를 어떻게 숨기고, 남의 데이터를 어떻게 더 얻을 것인가로 집중된다. 모두가 이런 전략을 택하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전체적으로 적어지기 마련이다. 폐쇄적인 구단 조직의 분석 역량의 한계를 넘기도 어렵다. 데이터가 적고,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재능은 한정되어 있으니 데이터 활용을 통한 혁신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스탯캐스트의 관계자가 거꾸로 물었다. "왜 KBO리그 구단은 데이터 활용에 소극적입니까?"

메이저리그와는 달리 KBO리그는 단일리그다. 팀 수도 적고, 선수층이 얇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기 위한 시간도 길다. 트레이드를 포함한 선수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다. 이런 환경에선 데이터와 분석의 필요성이 적다. 감독의 영향력도 메이저리그에 비해 훨씬 크다. 대체로 감독들은 데이터보다는 경험에 기반한 전통적 야구관을 더 신뢰한다. 하지만 그는 이런 설명에 납득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도 예전에는 비슷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변했다는 것이다.  


"트레이드 없이 있는 전력에 의존할 경우 감독의 권한이 강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게 감독의 영역이니까요. 그런데 왜 프런트는 전력보강을 위한 다른 시도를 하지 않습니까? 트라이아웃 같은 경우는 어떻습니까?”


KBO리그에도 트라이아웃, 즉 드래프트 이외의 공개테스트 선발)이 있지만 활성화돼 있는 건 아니다. 트라이아웃에 참가할 만한 선수풀이 없다. 독립리그도 없고 일본처럼 세미프로 수준의 사회인야구도 없다. 가용 선수 자원 대부분은 이미 각 팀의 2군이나 3군 팀에 속해있다.

그는 다시 물었다.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마이너리그 팀이 하나나 두 개 밖에 없다면, 지명된 신인선수들은 3년 쯤 지나면 일부만 남기고 방출되지 않습니까?"


미국 마이너리그 시스템은 KBO리그의 2군 제도와 다르다. 메이저리그 엔트리에 한 번이라도 등록된 선수라면 마이너리그로 되돌려 보낼 옵션은 세 번만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빠른 시간 안에 선수가 메이저리그 감인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한다. 마이너리그에서만 뛰어도 6시즌을 채우면 FA 자격을 얻는다. 드래프트에서 뽑은 선수도 메이저리그 엔트리에 두고 쓰지 않는다면 가급적 젊고 가치가 남아있을 때 거래 카드로 써서 다른 이득을 얻어야 한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선수 정원은 40명이다. KBO리그에선 65명으로 더 많다. 여기에 육성선수라는 제도가 있다. 정원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구단이 풀어주기 전에는 다른 팀과 계약할 수 없다. 따라서 구단은 로스터의 압박을 느낄 이유가 없다. 선수 가치를 평가해서 거래 카드로 써야 할 동기도 크지 않다. 그래서 프런트의 역할이 작아지고, 반대로 감독의 권한은 커진다. 그리고 감독들은 미국에서라 해도 데이터 중심의 운영에 대해 부정적이기 쉽다.


여기까지 설명하자 그는 비로소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나 KBO리그나 선수 거래의 위험부담은 마찬가지다. 위험부담을 피하고 싶어하는 것은 조직의 본능에 속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평가와 결정의 위험을 피하고자 선택을 주저하면 더 큰 손해를 본다. 그래서 그들에겐 데이터와 분석이 필요해졌다. 선택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리고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이른바 ‘머니볼’의 혁신이 그렇게 생겨났고 퍼져나갔다. 프런트의 역할은 새로워졌고 야구는 더 넓어졌다.


구단이 경쟁하는 방식은 리그마다 제각각이다. 하지만 어떤 방식은 프로야구 자체의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다. 어떤 방식은 그렇지 않다. 프로야구 시장 전체를 위해서는 전자가 더 좋다.


야구는 데이터 친화적인 경기다.  이것은 야구가 가진 고유한, 다른 스포츠와 차별화되는 매력이다. 메이저리그에선 그라운드 안의 플레이 뿐 아니라 막후의 프런트오피스가 벌이는 두뇌 싸움도 빼놓을 수 없는 콘텐트다. 활발한 트레이드시장과 여기에서의 선택을 결정하는 데이터 승부로 메이저리그의 야구는 KBO리그나 일본프로야구보다 명백하게 더 경쟁력을 갖게 됐다. 더 많은 팬들에게 더 깊이 소구하며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신동윤(한국야구학회 데이터분과장)

 

데이터는 신비로운 마법도 절대적 진리도 아니다. 대신 "당신 야구 얼마나 해봤는데?" 라고 묻지도 않는다. 그것은 편견 없는 소통의 언어이며 협력의 플랫폼이다.


http://news.joins.com/article/20652010  by 토아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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