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루사이즘과 집단마무리" [고정마무리]가 좋으냐 아니냐는 재미있는 논제입니다. 선발-구원투수의 분업화는 꽤 오래된 것에 비해 고정마무리 시스템은 88년 오클랜드가 시작이니까 역사가 짧습니다. 토미 라루사 감독의 작품이라 해서 이걸 라루사이즘이라고도 합니다. 라루사이즘의 핵심은 1. "불펜 넘버1 투수"가 2. 기본적으로 "이기는 경기"의 "마지막 한이닝"을 전담한다. 입니다. 대략 요즘 야구의 상식이기도 한데요. 빌제임스가 여기 이의제기를 했습니다. 불펜에이스를 이기는 경기 마지막 이닝에만 쓰는건 비효율적이다. 라고 했죠. 이유는 1. 3점 세이브 상황은 실은 별로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이럴때 불펜에이스를 쓰는건 낭비다. 2. 7회나 8회 1점차에서 뒤집어지면 불펜에이스를 써먹을 기회조차 없다 3. 이..
이언 스튜어트가 쓴 [세상을 바꾼 17개의 방정식 - 17 Equations That Changed The World.] 이란 책이 있습니다. 피타고라스정리, 로그, 뉴튼의 중력법칙, 정규분포 같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력적인 주제입니다. 갑자기 [야구를 바꾼 10가지 방정식] 같은 시리즈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번째는 역시 이거죠. RunCreated = TB * OB / PA 이 단순한 식은 엄청 복잡하게 계산하는 wrc 같은 것과 비교해도, 놀랄만큼 정확합니다. 다음은 fip = bb*3 - so*2 + hr*13 + 3.2 일까요? battingAvg = H / (pa-bb-hbp-sac-sf) 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타석수로 나누는게 아니라 거기서 bb h..
*** The Hardball Times Baseball Annual 2008 에 실린 빌제임스의 글 Mr.Clutch 의 부분 번역입니다.이 글은 클러치히팅에 대한 통계적 분석이라기 보다는, 그 논제를 다루는 세이버메트릭스이 시각에 관한 것입니다. (번역의 품질은, 물론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 세이버메트릭스 초창기 그러니까 공룡들이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를 산책하던 그 시절에, 우리는 근본적인 오류를 범했었다. 내 동료 하나는 어떤 글에서 “클러치히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해버렸다. 사실 그때 우리는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룰 만한 능력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우리에겐 경기에 대한 play-by-play 데이터도 없었다. 누구도 “아니야 클러치히터는 존재해” 라고 반론 조차 할 수 없었다. (그들도 마..
세이버메트릭스가 마이너리티였던 시절 세이버메트릭스가 올드스쿨을 무찌르며 야구 패러다임 지배권을 손에 넣는 과정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첨병들이 몇 있는데 도루와 희생번트의 손익분기점에 관한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빌제임스가 일찍이 그의 [십계명] 4번째에서 “70% 이상의 성공율이 아니면 도루하자 마라”며 갈파했고 톰 탱고와 그의 동료가 쓴 theBook은 그에 대한 거의 완벽한 이론적 분석을 덧붙였습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했는데, 희생번트는 결코 공격팀에 이로운 작전이 아니며 도루 역시 상당히 높은 성공율이 아닌 한 그렇다는 주장이 세이버메트릭스 도입 초기에 이 새로운 아이디어의 파격적 가치를 드러내는데 앞장을 섰습니다. 세월이 흘렀고 MLB에서 세이버메트릭스는 혁신자가 아니라 주류의 지배자가 되었습니..
한화의 불펜운용과 빌제임스의 집단마무리 실험 7회에 등판하는 권혁은 옛날 야구가 아니라 미래의 야구일 수도 있다. (아래 글은 2015년 5월2일 수정 및 업데이트했습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 불펜에서 가장 믿을만한 투수는 권혁입니다. 그런데 7회나 8회라도 결정적인 상황이 되면 등판하는 경우가 많고 일단 마운드에 서면 오래 던집니다. 다른 팀의 경우라면 불펜 에이스는 보통 마무리투수 역할을 합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3점차 이내의 마지막 이닝 아웃카운트 3개만 책임지는 방식입니다. 불펜에이스가 마지막 이닝 3아웃 마무리가 아니라 좀더 이르게 등판해서 더 많이 던질경우 그것은 예외적인 상황으로 여깁니다. 벤치도 그렇고 팬들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헌신, 희생으로 칭송되기도 하고 또는 무리한 ..
[Baseball Stats Glossary]승리Winning 그 이하의 승리, ERA 그 이상의 ERA 타석당 안타비율 따위를 계산하는 [타율] 대신, 야구경기의 진짜 목적 “득점을 만드는 생산력”을 측정하기 위해 RC:Runs Created 라는 타격지표가 만들어진 것이 1985년이었습니다. 반면 투수의 평가지표에 관해서는 199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확연한 진보를 찾아보기 힘듭니다.(단타와 홈런의 차이를 무시하는 [타율]이란 지표에 대해 20세기 초반의 한 선각자는 “주머니에 든 동전의 갯수나 지갑에 든 지폐의 장수를 가지고 상대가 얼마나 많은 돈을 가졌는지 논하는 바보” 라는 식으로 일갈한 적이 있습니다) 야구통계 혹은 평가지표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두가지입니다. 첫째, 지표는 야구경기의 목적..
이 글에서 소개할 야구통계 또는 세이버메트릭스 투수스탯은 투수의 실점억제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들입니다. 클래식 투수평가지표 - ERA RA9DIPS 이전의 세이버메트릭스 투수지표 - 빌제임스의 ERCDIPS 이후의 component ERA 들 - FIP SIERA QERA xFIP tERA ERA 평균자책점ERA = 허용자책점ER / 투구이닝IP * 9 가장 많이 사용되는 투수 스탯입니다. 9이닝당 허용자책점ER입니다.야구경기에 투수의 역할이 타자를 상대하며 실점을 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직관적이며 이해하기 쉬운 투수스탯입니다. 다만 투수의 실점 또는 자책점의 경우 투수의 능력 이외의 요인들, 즉 팀의 수비력이나 우연에 의해 영향을 받는 면도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후 수많은 투수스탯들이 개..
오후에 짬이 난 김에 빌제임스의 [기록지 프로젝트]에 대한 자료를 보던 중, 그가 이 프로젝트를 최초로 제안하며 썼던 글을 읽었습니다. 1983년 SABR의 회지 같은 간행물에 실려 있던 글입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스무살 즈음 킹 목사의 연설문 "I Have a Dream"을 읽었을 때 처럼 심장이 덜컹거렸습니다. 다음 번 글은 이 주제로 할까 싶습니다. 혼자 읽기 아까워서 설렁설렁이긴 하지만 정리해서 올립니다. 영문도 텍스트 버전으로 올리고 싶었지만 영타수준이 독수리는 커녕 비둘기나 참새 수준인지라 이 정도가 한계이겠습니다. 이 뜬금없게 광오하고 허무맹랑한, 30년 전의 비전은 지금 거짓말처럼 현실이 되었습니다. 한줌도 되지 않았던 빌 제임스와 그의 동료들은 야구판을, 적어도 야구기록의 모든 것을..
빌 제임스의 세이버메트릭스 십계명 The Ten Commandments of Sabermetrics by Bill James 1. 번트하지 말라2. 중심타선 앞에 출루율이 낮은 선수를 두지 말라3. 3점홈런과 리드오프의 출루를 거룩하게 여기라4. 70%의 성공률이 아니라면 도루를 하지 말라5. 똑딱이 2루수와 유격수를 우상화하지 말라6. 수비수나 타자, 혹은 그들의 흠결을 가지고 투수를 정죄하지 말라 7. 너의 선발투수를 남용하지 말라 8. 선수들의 일시적인 호조(the hot hand)를 믿지 말라. 그것은 늘 바람 속에 흩어질 것이다.9. 쓸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이 있다면 베테랑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10. 상대팀 8번타자든 클린업타자든 왼손대타든 어떤 상대팀 타자도 걸어서 나가게 하지 말라 1) Th..
세이버메트릭스 선언 The Sabermetric Manifesto By David Grabiner 1994 "야구 통계는 경기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때 가치를 지닌다. 그렇기에 통계는 경기에서 일어나는 이벤트들을 얼마나 잘 평가할 수 있느냐에 따라 심판 받아야 한다. 의미 없는 통계는 무시되어야 하며 교체되어야 한다. 결함을 가진 통계는 개선되어야 하며 잘 만들어진 통계는 게임과 플레이어의 토론의 자료로서 중요하게 쓰여야 한다." (Baseball statistics are useful only if they enhance your understanding of the game. Therefore, they should be judged by how well they measure what act..
topic RC XR BABIP FIP 타율 타점 OPS 보로스맥크라켄 톰탱고 DIPS 도루 희생번트 머니볼 클러치히터 (앞에서 계속 http://baseball-in-play.com/26 ) 7. 타율도 아니고 타점도 아닌 새로운 지표 - 득점가치 : RC와 XR 투수에 대한 세이버매트릭스의 연구들이 피칭으로부터 [운]과 [수비력]을 걸러내서 순수하게 투수 개인의 능력과 책임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라면, 타격에 대한 연구는 [상황]으로부터 독립적인 [타자 개인]의 득점기여도를 측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주자만루의 단타는 2점을 만들지만 주자없는 상황의 홈런은 1점 밖에 만들지 못합니다. 즉 투수 혼자 마운드에서 플레이하는 것과 달리 3개의 아웃카운트를 담보로 타자들이 차례로 타석에 ..
topic 엘지트윈스 타격 XR RC RC27 타율 타점 세이버메트릭스 박용택 오지환 이진영 손주인 정성훈 이병규 타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가장 흔히 사용되는 것은 타율(Batting Average) 입니다. 안타 갯수를 유효한 타석수(=타수, 타석에서 사사구, 희생타 등을 뺀 숫자)로 나눈, 말하자면 안타비율은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이 사용되지만 타자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습니다. 타격이란 결국 득점을 얻어내기 위한 행위라고 했을 때, 높은 타율이 많은 득점 득점을 만들어내는 능력과 상관관계가 의외로 적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타율이라는 지표는, 사사구를 통한 출루를 포함하지 않고 있습니다. 애초에 타율이라는 지표가 고안된 시점에는 볼넷은 타자의 능력이 아니라 투수의 실수..
topic 세이버메트릭스 야구 통계 스탯 송구능력 --- 카페 [쌍둥이마당]에 썼던 칼럼글 입니다. 2013.8.2 감사한 인연으로 야구에 대한 이런저런 모자란 글을 쓰고 있습니다. 통계와 같은 데이터를 이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다보니 소위 "객관적 진술"이라는 압박감을 자연스레 느낍니다. 우리는 흔히 "어깨가 좋은"이라는 말을 씁니다. 강견의 외야수 라든가 뭐 이런. 그런데 (야수들의 경우) 어깨가 좋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야구에서 이런 종류의 말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위기관리능력이 뛰어난 투수, 영양가가 높은 타점, 구위가 좋은 투수, 호흡이 잘맞는 배터리 보통은 공을 더 멀리 더 강하게 더 정확하게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킬겁니다. 하지만 피지컬하게 근육량이 많다거나 근육량 당 발휘하는 힘이..
topic 엘지트윈스 오지환 유격수 수비범위 세이버메트릭스 레인지팩터 김상수 손시헌 강정호 김선빈 실책 오지배 오지환은 정말 수비범위가 넓은 유격수인가? - 2013.7.17 트윈스이 유격수 오지환은 2011년-12년 연속헤서 가장 많은 실책을 기록한 야수였습니다. 타자로서는 삼진을 가장 많이 당하는 선수이니 그닥 자랑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심심찮게 터지는 홈런과 장타, 그리고 꽤 낮은 타율에도 불구하고 팀내 타점 순위에서 항상 상위에 있는 미래의 대형 유격수 오지환의 수비력에대한 디스를 당할 때 마다 팬심은 본능적으로 그를 변호하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그때 등장하는 가장 대표적인 근거가 2가지 인데, 하나는 발군의 하드웨어와 운동능력, 강한 어깨가 지금 당장은 유격수 경력이 짧고 경험이 일천하여 모자란..
topic 세이버메트릭스 빌제임스 야구통계 야구에대한객관적지식 클러치히터 스탯 야구의 스탯과 마법의 수정구슬 스탯을 보는 것은 본질적으로 차근차근 경기를 직접 보는 것과 별로 다를게 없는 일입니다. 경기에 없던 것이 스탯에만 있을 수는 없으니, 유독 비밀스러우면서도 또한 과학적인 무언가가 스탯 안에 있다는 것은 허상입니다. 그저 차이가 있다면 물리적으로 모든 경기를 다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직접 본 경기라도 그전부 기억할 수 없다는 것 정도입니다. 중요한 또 한가지는, 기억은 그리 많은 것을 담지 못하며 종종 우리는 속인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선수들의 스탯을 보면 우리가 알고 또 믿어왔던 것과 비슷합니다. 154km짜리 강속구를 가진 OOO의 9이닝당 탈삼진 숫자는 실제로 높고, 유..
"신연봉제"가 이번 겨울 트윈스의 스토브리그의 화두가 될 것 같은 조짐이 보입니다. 그러지 않기를 바랬었는데. 11년의 봉인을 깨고 시즌 2위로 가을야구를 선물했으나, 그사이 선수들의 마음고생이 깊었던 만큼 보상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자칫 이 부분을 지혜롭게 극복해내지 못하면 의외의 마이너스 요인이 될수도 있겠지요. 트윈스의 신연봉제는 2010년 시행을 예고했고, 10/11 연봉협상에서부터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해는 박종훈 감독의 부임 첫해였고, 여느때처럼 시즌을 6위로 마감하며 가을야구에서 배제되었고, 시즌 초부터 봉중근, 이형종 등의 소위 항명사건이 잇달았던 좀 어수선하고 갑갑했던 시즌이었습니다. 미운 놈은 뭘 해도 미워보인다고, 2010시즌을 마치고 논란이 되었던 신연봉제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