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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팀의조건 - 1점차 승부의 비밀
KBO08_12 5시즌 1점차 승부의 통계
2013.8.30
연달아 빼앗긴 1점차 승부가 저를 낙담하게 만들었습니다. 왜 하필 그들만 만나면... 아쉽게 패한 1점차 승부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으며 "1점차 승부를 이겨내는 힘이야 말로 진정한 강팀의 조건"이라는 흔한 말이 자꾸 떠올라 편치가 못합니다.
그런데, "1점차 승부에 강한 팀"이 정말 강팀인걸까요? 박빙의 승부를 이겨내는 어떤 특별한 능력이 강팀이 되기 위한 필수요건인걸까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시즌 동안 벌어진 2635경기를 대상으로 1점차 승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다음은 1점차 승부의 승패만을 가지고 계산한 전체 40개 팀중에서 승률이 가장 높았던 팀과 가장 낮았던 팀입니다.
5시즌 40팀 중 1점차 경기 승률 best 5
팀 | 승 | 패 | 승률 | 시즌순위 |
08SK | 24 | 10 | 0.706 | 1 |
11롯데 | 17 | 10 | 0.630 | 2 |
10삼성 | 17 | 11 | 0.607 | 2 |
10SK | 20 | 13 | 0.606 | 1 |
11삼성 | 23 | 15 | 0.605 | 1 |
5시즌 40팀 중 1점차 경기 승률 worst 5
팀 | 승 | 패 | 승률 | 시즌순위 |
10KIA | 12 | 26 | 0.316 | 6 |
12LG | 12 | 21 | 0.364 | 7 |
09한화 | 11 | 19 | 0.367 | 8 |
08LG | 12 | 18 | 0.400 | 8 |
08히어로즈 | 16 | 22 | 0.421 | 7 |
확실히 1점차 승부만으로 승률을 계산해도 강팀은 강팀이고 약팀은 약팀입니다. 그런데, 강팀은 원래 많이 이기는 팀이고 약팀은 많이 지는 팀이기 때문에 위의 리스트는 강팀과 약팀의 목록일 뿐, "1점차 승부에 강한 팀"에 관한 리스트는 될 수 없습니다. 더 많이 이기는 팀은 1점차 경기에서도 많이 이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점차 승부에 강한 팀"을 추려내기 위해서는 약간 다른 기준이 필요합니다. 즉 그 팀의 통상 승률에 비해 "1점차 승부에 특별히 더 강한"이라는 기준입니다. 따라서 통상 승률과 비교해서 1점차 경기 승률이 얼마나 더 높은가 또는 낮은가를 기준으로 상위와 하위 5개 팀을 다시 뽑았습니다.
이 팀들은 시즌 종료 기준으로 팀 승률과 1점차 경기에서의 승률 격차(아래 표의 diff 항목)가 가장 큰 팀들입니다. 앞의 승패기록이 1점차 경기만을 뽑은 것이고 뒤의 승패 기록이 시즌 전체의 승패와 승률 기록입니다.
팀 승률에 비해 1점차 경기 승률이 특별히 높았던 상위 5개팀
팀 | 승 | 패 | 1점차 승률 | diff | 승 | 패 | 무 | 시즌승률 | 시즌순위 |
10넥센 | 19 | 17 | 0.528 | 0.128 | 52 | 78 | 3 | 0.400 | 7 |
11한화 | 15 | 11 | 0.577 | 0.127 | 59 | 72 | 2 | 0.450 | 6 |
12한화 | 17 | 16 | 0.515 | 0.107 | 53 | 77 | 3 | 0.408 | 8 |
09LG | 22 | 20 | 0.524 | 0.105 | 54 | 75 | 4 | 0.419 | 7 |
10한화 | 14 | 16 | 0.467 | 0.093 | 49 | 82 | 2 | 0.374 | 8 |
팀 승률에 비해 1점차 경기 승률이 특별히 낮았던 하위 5개팀
팀 | 승 | 패 | 1점차 승률 | diff | 승 | 패 | 무 | 시즌승률 | 시즌순위 |
10KIA | 12 | 26 | 0.316 | -0.128 | 59 | 74 | - | 0.444 | 6 |
12삼성 | 17 | 18 | 0.486 | -0.125 | 80 | 51 | 2 | 0.611 | 1 |
10롯데 | 14 | 19 | 0.424 | -0.107 | 69 | 61 | 3 | 0.531 | 4 |
09SK | 18 | 16 | 0.529 | -0.101 | 80 | 47 | 6 | 0.630 | 1 |
11SK | 20 | 24 | 0.455 | -0.092 | 71 | 59 | 3 | 0.546 | 3 |
앞의 리스트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지난 5시즌 동안 "1점차 승부에 특별히 강했던" 상위 5개팀은 거의 대부분 하위권에 속한 팀이었습니다. 시즌 최하위가 2팀, 7위가 2팀, 6위가 1팀입니다. 반대로 "1점차 승부에 특별히 약했던" 하위 5개 팀에는 역대급 강팀으로 꼽혀도 손색이 없는 12삼성과 09SK를 포함해서 대부분 중상위권 이상의 팀들입니다.
대체로 1점차 승부에 강한 팀의 특징으로 꼽는 요소는 안정된 수비력, 강한 불펜, 짜내기를 위한 작전수행능력 같은 것들입니다. 그리고 그런 요소를 가장 전형적으로 가졌으며, 해서 최근 리그를 지배했던 팀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김성근 감독이 이끌었던 SK와 포스트-SK의 주인공이며 2011년, 2012년 리그 2연패팀 삼성일 것입니다. 이 5개의 팀은 모두 각 시즌의 승률 1위팀이었습니다. (09SK는 무승부를 패배로 보는 좀 이상한 규정에 의해 공식적으로는 시즌2위에 머물렀지만 승리/승리+패배 라는 승률계산식을 기준으로 09년 리그1위팀입니다) 다음은 이 5개 팀의 1점차 승부 결과입니다.
08-12 시즌동안 리그 최강 5개팀의 1점차 경기 승률과 시즌 전체 승률 비교
팀 | 승 | 패 | 1점차 승률 | diff | 승 | 패 | 무 | 시즌승률 | 시즌순위 |
08SK | 24 | 10 | 0.706 | 0.047 | 83 | 43 | - | 0.659 | 1 |
11삼성 | 23 | 15 | 0.605 | -0.007 | 79 | 50 | 4 | 0.612 | 1 |
10SK | 20 | 13 | 0.606 | -0.035 | 84 | 47 | 2 | 0.641 | 1 |
09SK | 18 | 16 | 0.529 | -0.101 | 80 | 47 | 6 | 0.630 | 1 |
12삼성 | 17 | 18 | 0.486 | -0.125 | 80 | 51 | 2 | 0.611 | 1 |
놀랍게도 결과는 의외입니다. 지난 5시즌동안의 최강팀 그것도 허술하지만 화끈한 공격력이 아니라 극강의 불펜과 단단한 수비, 예측가능한 작전수행능력을 앞세워 리그를 지배했던 5개의 팀은 08SK를 제외하고 모두 1점차 승부에서 팀의 시즌 통산 승률에 비해 나쁜 결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들은 1점차 승부에 강한 팀이 아니라 1점차 승부에 약했던 팀에 가깝습니다.
다음은 최악의 암흑기를 보냈던 지난 5시즌 동안 엘지트윈스의 성적입니다.
팀 | 승 | 패 | 1점차 승률 | diff | 승 | 패 | 무 | 시즌승률 | 시즌순위 |
08LG | 12 | 18 | 0.400 | 0.035 | 46 | 80 | - | 0.365 | 8 |
09LG | 22 | 20 | 0.524 | 0.105 | 54 | 75 | 4 | 0.419 | 7 |
10LG | 17 | 16 | 0.515 | 0.070 | 57 | 71 | 5 | 0.445 | 5 |
11LG | 18 | 21 | 0.462 | 0.011 | 59 | 72 | 2 | 0.450 | 6 |
12LG | 12 | 21 | 0.364 | -0.078 | 57 | 72 | 4 | 0.442 | 7 |
2012시즌을 제외하고 트윈스의 1점차 경기 승률은 모두 시즌 통산승률보다 높았으며, 09년과 10년의 경우 하위권의 팀 순위에도 불구하고 1점차 승부에서 5할+ 의 승부를 해냈습니다.
일단 1점차 승부에 대해 우리가 믿어왔던 것은 사실이 아닌거 같습니다. 1점차 승부를 이겨내는 팀이 강팀이라는 말은 사실과 다르며 1점차 승부에 강했을 것이라고 믿어왔던 5개의 "왕조급의 강팀"은 사실은 1점차 승부에 약했고, 암흑기의 엘지트윈스는 사실 1점차 승부에 강한 팀이었으며, 역대급 약팀인 09-11년의 한화는 리그에서 1점차 승부에 가장 강했던 팀입니다.
강한 팀이 1점차 승부에 임하는 자세
다음은 시즌별 각 순위팀들의 [1점차 경기 승패, 승률, 전체승률과의 차이diff] [2점차 경기의 승패, 승률, 전체승률과의 차이diff] ... [5점차 이상 경기의 승패, 승률, 전체승률과의 차이diff] 를 모아서 계산한 결과입니다.
1점차 승부에 대해 뭔가가 보입니다. 1위팀부터 4위팀까지 즉 승률 0.500 이상의 팀들은 모두 1점차 경기의 승률이 전체 경기 승률보다 낮습니다. (diff 항목의 마이너스) 반대로 승률이 0.500 에 못미치는 5,6,7,8위 팀은 모두 1점차 경기에서 전체 승률보다 높은 성적을 냈습니다. (diff 항목이 순위가 낮아질수록 점점 커진다. 즉 순위가 낮은 팀일수록 통상 승률에 비해 1점차 경기 승률이 높다)
위의 표에서 --- 각 점수차별(1점, 2점, 3점, 4점, 5점 이상) 경기승률과 전체경기의 승률 차이(표의 diff 항목) 만으로 따로 정리해보면 1점차 승부의 맥락이 좀더 명확하게 보입니다.
순위 | +1 | +2 | +3 | +4 | ++5 | overall |
1 | -0.044 | -0.032 | 0.010 | -0.025 | 0.062 | 0.630 |
2 | -0.005 | -0.084 | -0.005 | 0.042 | 0.035 | 0.579 |
3 | -0.024 | -0.027 | 0.010 | 0.018 | 0.027 | 0.544 |
4 | -0.041 | 0.072 | 0.011 | -0.038 | 0.004 | 0.516 |
5 | 0.009 | -0.017 | 0.074 | 0.002 | -0.032 | 0.478 |
6 | 0.002 | 0.105 | -0.059 | -0.032 | -0.022 | 0.453 |
7 | 0.049 | -0.038 | -0.061 | 0.049 | -0.016 | 0.414 |
8 | 0.066 | 0.017 | -0.014 | -0.009 | -0.049 | 0.378 |
약간의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명확한 패턴이 보입니다.
5시즌 동안 1위팀의 성적을 모두 합쳐놓았을 때 승률은 0.630 입니다. 그런데 1점차경기(+1항목)의 승률은 0.586 으로 -0.044 만큼 더 낮고, 2점차 경기에서는 승률이 -0.032 만큼 낮습니다. 반대로 5시즌 동안의 8위팀 성적을 모두 합쳐놓았을 경우, 전체 승률은 0.378 이지만 1점차 경기는 그보다 0.066 높고 2점차 경기에서는 0.017 더 높았다는 것입니다.
순위가 높았던 팀은 1점차 승부보다 2점차 승부에서 더 높은 승률을 기록했으며 3점차는 더 높습니다. 강한 팀은 점수차가 컸던 경기에서 더 높은 승률을 기록하는 경향이 있으며 약한 팀은 점수차가 적은 박빙의 게임에서 평소보다 더 높은 승률을 기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팀 순위 대신 시즌승률로 모든 팀을 4개 그룹(0.600 이상, 0.600-0.500, 0.500-0.400, 0.400 이하) 으로 분류해서 같은 비교를 해도 같은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승률이 높은 팀은 1점차보다 2점차, 2점차보다 3점차, 4점차, 5점차... 에서 더 높은 승률을 올립니다. 승률이 낮은 팀은 반대입니다.
승률 그룹별 1점경기, 2점경기, 3점경기, 4점경기, 5점이상 경기 승률
W% | # | +1win% | +2win% | +3win% | +4win% | ++5win% | overall |
> 0.600 | 904 | 0.583 | 0.606 | 0.647 | 0.610 | 0.668 | 0.626 |
0.600-0.500 | 1673 | 0.511 | 0.521 | 0.543 | 0.553 | 0.557 | 0.537 |
0.500-0.400 | 1823 | 0.474 | 0.497 | 0.426 | 0.448 | 0.430 | 0.455 |
0.400 < | 774 | 0.443 | 0.355 | 0.379 | 0.365 | 0.348 | 0.380 |
이런 결과는 야구라는 경기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확율게임의 측면을 반명하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낯설고 어쩌면 기회하며 믿기 어려운 것처럼 보입니다. 아마도 아주 오랬동안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방송 해설가나 기자들이 이와 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또 하며 강조해왔고 우리는 그걸 들으며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입니다.
1점차 승부를 이겨내는 팀이 강팀이라는 말은 참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극적인 순간에서의 집중력, 정밀기계같은 작전수행능력, 드라마같은 영웅들의 활약은 얼핏 로맨틱하면서도 동시에 객관적 본질처럼 보입니다.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한 지혜로운 예언자가 저 동쪽에 위대한 존재가 있고 인간의 하루를 살피기 위해 찬란한 빛을 보내준다고 말한다면 그것이 아주 그럴듯하고 멋지게 들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1점차 승부를 지배하는 힘
분석 대상인 08-12 5시즌의 전체 2635 경기 중 1점차 승부는 685번 입니다. 무승부를 포함한 전체 경기 수의 약 25% 정도이며 각 득점차별 경기 수 중 가장 많습니다. 의외로 1점차 승부는 야구에서 예외적이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통계적으로 가장 흔한 점수차입니다. (그래프의 10점차 106번은 10점차 이상 경기 전체를 합친 숫자입니다)
[득점차별 경기수]
1점차 승부였던 685번의 게임에서 승리팀의 평균득점은 4.42점이고 패배팀의 평균득점은 3.42점 입니다. 즉 3.92점 을 가운데에 놓고 0.5점의 평균득점이 많고 적음에 따라 드라마틱한 1점차 승부의 주인이 결정되었습니다.
5시즌 동안의 리그 평균득점은 4.66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경기당 4.66 득점은 가장 흔한 득점패턴은 아닙니다. 이것은 평균이라고 하는 통계적 대표값이 가지는 유명한 함정 중 하나인데 --- 평균이 4.66 이라는 것으로부터 가장 흔히 자주 일어나는 것이 4득점 경기와 5득점 경기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5시즌 동안 가장 흔하게 있었던 경기는 3득점 게임이었습니다
[경기당 득점빈도]
전체 2635경기(양팀 각각으로 계산하면 2배인 5270경기) 중 3득점 게임이 726회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2득점 경기 680회, 4득점 경기가 667회 입니다. 가운데가 높고 좌우대칭인 분포가 아니라 최고점이 전체 그래프 모양에서 왼쪽으로 많이 쏠린 분포형태가 됩니다. 통계학적인 표현으로, 5시즌 동안의 경기당 득점 분포에서 평균값average 은 4.66 이고 최빈값mode value 은 3.00 이며 중간값 median value 은 4.00 입니다. 이런 형태의 통계적 분포로 인해 3득점 팀과 4득점 팀 사이에서 1점차 승부가 자주 생겨납니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야구경기에서 3득점 게임과 4득점 게임은 가장 흔히 일어나며 따라서 이런 경기들은 통계적인 분포 안에서 아주 심하게 붐비는 위치입니다. 또 야구라는 경기는 경기중에 어쩔 수 없는, 아주 명백한 행운 또는 불운에 의해서 1점을 얻거나 잃게 되는 장면이 생겨납니다.
강팀이란 여러번의 경기를 치뤘을 때, 통계적으로 (야구에서 페넌트레이스의 순위표라는 것 자체가 승리게임과 패배게임을 통계낸 후 정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십시요) 더 많은 경기를 이기는 팀을 말합니다. 하지만 강팀이라고 해도 경기가 3득점 게임이나 4득점 게임이 될 경우 행운 또는 불운으로 인한 1점의 득점이나 1점의 실점에 대해 통제할 수 없는 범위가 생겨납니다.
1점차 승부는 바로 이곳에서 생겨납니다. 승부가 이 1점차 영역에 들어서게 되면 강팀의 실력보다는 행운과 불운의 주사위가 승부를 결정하는 비중이 더 커집니다. 적어도 시즌 전체의 평균보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승률이 0.500 을 한참 넘어서는 강팀이라 해도 객관적 전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예의 1점승부 영역에 들어서면 --- 팀의 전력보다는 행운과 불운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되고 따라서 팀의 객관적 전력이 제대로 반영된 [시즌 전체 승률]보다 0.500 쪽에 더 가깝게 끌려 내려갑니다. 말하자면 운빨의 중력이랄까요. 같은 이유로 약팀의 1점차 승부는 그 팀의 객관적 전력에 비해 0.500 에 더깝게 이끌려서 다소 높아집니다. 행운의 여신이 강팀과 약팀에게 똑같이 성공을 나누어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전력차의 냉정한 논리에 비하면 더 공평한 쪽에 속하기 때문일겁니다.
최근 5시즌 동안의 경기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 1점차 승부의 비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강팀이 1점차 승부를 많이 이기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팀 전체 승률만큼은 아닙니다. 강팀은 1점차 승부보다는 2점차 승부를 더 잘 이기며, 3점차 승부를 더더 잘 이깁니다. 강팀이 강팀인 이유는 1점차 승부를 잘 이겨서가 아니라 4점차나 5점차 승부를 더 잘 이겼기 때문에 높은 시즌 승률을 올리는 팀이 됩니다.
2. 팀의 드러난 전력 즉 시즌 전체 승률에 비해 1점차 승부를 더 잘 이겨내는 팀은 약팀들입니다. 전체적인 승률이 낮은 팀일 수록 1점차 승부에서 시즌 전체 승률보다 더 높은 승률을 올립니다.
3. 1점차 승부는 야구경기에서 가장 흔한 경기 패턴입니다. 모든 경기 중 1점차 승부의 빈도가 가장 높습니다.
4. 1점차 승부가 되면 강팀이나 약팀이나 자신이 가진 전력(=시즌 전체 승률)에 비해 0.500 에 더 가까운 승률을 기록합니다. 승률이 높은 팀은 낮아지고 승률이 낮은 팀은 높아집니다.
5. 강팀이 1점차 승부를 잘 이긴다고 믿고 기억하는 것은 첫번째로 소위 전문가들의 거짓된 이론들 때문입니다. 그들은 입버릇처럼 1점차 승부를 이기는 능력이 강팀을 만든다고 말하고, 강팀일수록 1점차 승부에 강하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우리가 아마도 1점차 승부에 강했다고 기억하고 있는 지난 5시즌 동안의 강팀들은 거의 대부분 1점차 승부에서 자신의 통상 승률보다 낮은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6. 강팀이 1점차 승부에 잘 이긴다고 믿고 기억하는 또다른 이유는 착시 또는 각인효과 때문입니다. 1점차 패배는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팀도 마찬가지로 오래 기억됩니다. 그런데 뼈아픈 1점차 패배를 안기는 팀들은 대체로 승률이 높은 강팀입니다. 그들은 1점차 승부에 특별히 강하지 않고 거꾸로 약한 편이지만 어쨌든 가장 많은 1점차 패배를 상대팀에게 안겨주는 악당인 것도 사실입니다.
7. 강팀에 의해 1점차 패배를 당할 때, 우리팀을 상처입히는 무기는 대체로 단단한 수비, 강력한 불펜, 정교한 작전구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그런 요소들은 1점차 승부에 특별하게 사용되는 무기가 아니라 야구라는 것 자체를 이겨내게 만드는 전력일 뿐입니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1점차 패배는 그런 것을 1점차 승부의 필살기처럼 착각하게 만듭니다. 거기에 TV해설가들의 입담이 덧붙으면 정체불명이며 사실무근의 1점차 승부능력의 환타지가 만들어집니다.
8. 1점차 패배는 상대가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약하기 때문에 당한 것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만약 상대가 강했다면 1점차가 아니라 4점이나 5점차 패배를 당했을겁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기기 위해 "굴뚝을 통해 들어와 선물을 주고 가는 산타클로스란 없다"라는 (아마도)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드시 홈런을 쳐줄것처럼 느껴지는 우리팀의 4번타자에 대한 믿음, 이 순간 절대로 삼진으로 이닝을 마쳐줄거라 바라는 우리팀 클로저에 대한 기대가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이 야구를 즐기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만약 크리스마스 아침에 양말속에 비어있다는 이유로 화를 내고 그래서 건축가나 굴뚝청소부에게 화를 내고 비난을 퍼부으며 소송을 결행한다면 좀 이야기는 다릅니다.
1점차 승부에 대한 그럴듯한 허구가 만약 팀과 선수들이 가진 집중력, 멘탈, 승부욕, 절실함에 대한 비난, 비하, 모욕의 근거만 되지 않는다면 사실 1점차 승부의 비밀이란 것은 무엇이어도 상관없는게 아닐까 생각하긴 합니다. 그저 야구라는 지독하게 매력적인 게임에 대해 좀더 알아가는 것이 즐거운 일이기 때문에 이런 글도 쓰고 읽는 것일테죠.
위에 붙인 [경기당 득점 빈도]의 그래프는 어쩌면 통계학 교과서 같은데서나 볼 수 있는, 아주 매끈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생김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야구경기의 수도 없는 변수와 다양성에도 말입니다.
야구라는 경기는 확율의 게임이라는 면에서는 두 팀이 각자 자기가 가진 커다란 상자 안에서 그날 얻을 수 있는 득점이 표시된 구슬을 한개씩 꺼내 그날 그날의 승패를 가르는 게임과 비슷합니다. 다만 양팀이 준비한 상자 안의 내용물은 좀 다릅니다. 어떤 팀은 높은 숫자의 구슬이 더 많이 들어있고 어떤 팀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개의 구슬을 꺼냈을 때 높은 구슬을 더 많이 담은 상자에서 반드시 상대보다 높은 숫자의 구슬이 나오지는 않을겁니다. 하지만 100번이나 200번쯤 구슬을 꺼내 높낮이를 겨루면 아마도 높은 숫자의 구슬을 더 많이 담았던 상자를 가진 팀이 더 많이 이길겁니다. 그게 확율의 법칙이지요. 팀이 가지고 온 상자가 그 팀의 전력이라면 그날의 승부는 마침 뽑혀져 나온 구슬의 숫자일겁니다. 1점차 승부의 본질은 그래서 확율의 문제, 강팀이나 약팀이나 자신의 전력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확율영역에서 생겨나는 문제에 확실히 가깝습니다.
물론 1점을 짜내는 팀의 능력이 무의미하다는 것는 아닙니다. 다만 그것은 야구에서 더 많이 이기기 위한 방법이지, 1점차 승부에서 이기기 위한 특별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야구는 잘하는 팀이 잘합니다. 그러나 팀의 전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한두점이 승부를 지배할 때가 있습니다. 그게 1점차 승부의 비밀입니다.
*** 엘지트윈스의 가을야구가 확정되면, "포스트시즌 즉 단기전에서의 1점차 승부의 특수성"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 이글의 아이디어와 분석방법은 많은 부분에서 [Looking for Clutch Performance in One-Run Games by Tom Ruane]를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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