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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gobaseball
ANALYSIS

짧은 생각: 야구에 관한 객관적 지식

by 토아일당 2015. 1. 27.

 topic   세이버메트릭스 야구 통계 스탯 송구능력 



--- 카페 [쌍둥이마당]에 썼던 칼럼글 입니다.  

2013.8.2

 

 

감사한 인연으로 야구에 대한 이런저런 모자란 글을 쓰고 있습니다.

통계와 같은 데이터를 이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다보니 소위 "객관적 진술"이라는 압박감을 자연스레 느낍니다.

 

우리는 흔히 "어깨가 좋은"이라는 말을 씁니다.  강견의 외야수 라든가 뭐 이런.  그런데 (야수들의 경우) 어깨가 좋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야구에서 이런 종류의 말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위기관리능력이 뛰어난 투수, 영양가가 높은 타점, 구위가 좋은 투수, 호흡이 잘맞는 배터리 

 

보통은 공을 더 멀리 더 강하게 더 정확하게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킬겁니다.

하지만 피지컬하게 근육량이 많다거나 근육량 당 발휘하는 힘이 크다거나 하는 지표는 소용이 없을겁니다.

야구선수에게는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공을 던지는 능력이 중요할 것이니까요.  그리고 여기에는 피지컬한 어깨의 운동능력 뿐 아니라 송구자세, 밸런스, 연결동작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을테니까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깨가 좋다"라고 하는 것보다  "송구능력이 좋다"라고 말하는 것이 좀더 객관적 진술입니다.

 

그런데 다시, 외야수의 송구능력과 내야수의 송구능력, 그리고 포수의 송구능력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외야수는 보살을 목적으로 멀리 강하고 정확하게 송구하는 것이 보통 필요하지만, 내야수의 경우 역동작으로 공을 잡은 경우 더 빠르게 몸을 회전시켜 송구동작으로 연결시키거나, 대쉬한 상태의 런닝스로우 안정감, 글러브에서 공을 빨리 빼내는 동작 같은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어깨가 강한"이라는 말에 비해 "송구능력이 좋은"이라는 말은, 얼마나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아웃카운트를 위한 다음 행동을 할 수 있는가라는 명료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좀더 나은 정보, 지식, 토의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포수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투수가 던진 공을 잡는 순간부터 얼마나 빨리 주자견제 동작으로 넘어갈 수 있느냐 뿐 아니라 리드가 큰 주자에게 견제구를 던질 것인가 아닌가 하는 판단능력의 문제도 여기에 관련됩니다.  적절한 순간 상대방의 작전을 간파해서 피치아웃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송구능력"보다는 도루견제를 포함한 "주자견제능력"이라고 말하는 것이 좀더 객관적인 진술이 됩니다.

 

그렇다면, "주자견제능력"은 무엇이고 또 어떻게 측정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되면 개념과 정의의 문제가 생겨납니다.

 

일단 가장 알기쉬운 "도루저지율"이 있습니다.  하지만 도루저지율은 홈플레이트 뒤에 앉은 포수가 주자견제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도루시도 자체를 못하게 만드는 능력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견제능력이 좋은 포수를 상대로는 아주 빠른 주자들 만이 도루를 시도합니다.  그렇기때문에 단순한 "도루 저지율"에서는 뛰어난 포수가 더 나쁜 스탯으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비이닝당 도루허용 횟수" 같은 스탯으로 보완하게 됩니다.   그러나 포수가 직면한 주자의 숫자가 다르기 때문에 출루를 잘 허용하지 않는 강한 투수력의 팀  포수는 과대평가될 수 있습니다.  "출루한 주자 대비 도루허용 수"를 측정한다면 이런 오차를 줄일 수 있습니다.

 

 

아직도 고려할 사항은 허다하게 많습니다.  도루허용은 포수의 스탯이면서 동시에 투수의 스탯입니다.  이런 면을 고려한다면 포수의 "주자견제능력"은 좀더 객관적이고 정밀해져야 합니다.  만약 투수의 주자 견제능력이 형편없다면 포수는 뛰어난 "견제능력"이 있다고 해도 도루허용을 막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도루 상황에서 투수의 도루허용률을 통계적으로 중립화시켜 조정한 도루저지율을 사용하는 것이 좀더 객관적입니다.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  "객관적"이란 표현은 --  한 선수를 평가하고 측정되는 스탯은, 그의 능력과 그의 책임 범위와 일치해야 한다는 뜻에서 그렇습니다.  

타점으로 타자를 평가하는 것은 유용한 면도 있지만 충분히 객관적이지는 못합니다.  왜냐하면 솔로홈런에 의한 1타점을 제외한다면 모든 타점은 선행타자의 출루능력의 도움을 필요로 하며 경우에 따라서 선행주자의 주루능력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포수의 "주자견제능력"를 측정하는 스탯도 마찬가지입니다.  

 

[포수의 어깨] < [송구능력] < [주자견제능력] < [투수 요인을 배제한  포수의 주자견제능력] 의 순서로 전개되는 "좀더 객관적 진술"은 더 과학적이거나 통계학적인 연구로부터 고안되었습니다. 

 

그런데 "야구에 대한 객관적 지식의 추구"에 있어서 스탯은 허다한 여러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며 또 아슬아슬한 양날의 검 입니다.

세상의 어떤 스탯도 완벽하게 객관적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스탯은 우리가 지금까지 발견하고 개량해온, 야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가장 흔하고 유용한 도구입니다.  이 양면성으로 인해 다시 두가지 극단적인 시각이 우리 주변에 늘 있습니다.

 

 

하나는 스탯에 기반해 도출되었지만 전통적인 지식에 반하는 결론에 대해 본능적으로 느끼는 거부감.   다른 하나는 스탯에 대한 맹목적 믿음.

 

 

"도루저지율"은 --- "어깨좋은 포수"라는 객관적이지 못한 진술을,  통계적 결과를 반영한 스탯으로 객관화하는데 성공했지만 동시에 그것을 맹신하는 사람들로 인해 포수의 능력과 책임과 관계없는 결과까지 그에게 뒤집어씌우는 지극히 비객관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재능과 수고, 헌신으로부터 고안되고 발전한 "스탯"이란 도구는, 어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휠씬 더 비정형적인 요소들, 심리적인, 감정적인, 우연적인 요소들에 대해 다루고 또 해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어떤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처럼 객관적이지도 절대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키워드는 통계, 스탯, 데이터, 숫자가 아니라 마땅히 "객관적인"이 되어야 합니다. 

 

"객관적인"이라는 단어에 대한 "주관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좀더 풀자면, 

첫째 목적에 합치하는, 둘째 그 선수 그 플레이의 능력과 책임에 대응하는, 셋째 측정되고 공평하게 비교될 수 있는 같은 것입니다.  그것이 객관적 진술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이 그 객관적 진술을 통해서 야구에 대한 객관적 지식을 논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흔히 사용되는 허다한 스탯들 중 아주 일부만이 객관적 진술에 어울리며 그것들 조차 명확한 한계와 제한범위 안에서 사용될 때만 그럴 수 있습니다.    

 

야구에 대한 객관적 지식은 무엇보다 프로구단을 운영하는 관계자들에게 필요할 것입니다.   승리라는 명백한 목적에 어울리는 선수에게 합당한 금액을 지불할 기준이 없다면 그들은 끔찍한 손해와 실패를 경험할 것입니다.  더 높은 확율로 승리를 가져다 줄 팀을 구성하고 경기를 운영하는 기준이 잘못되어 있다면 명백한 직무유기일겁니다.

 

하지만 야구를 즐기는 팬들에게도 이런 것은 필요합니다.  거실의 TV앞이나 술집의 바를 벗어나 실시간으로 수백명 혹은 수십만명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주장하며 그 가운데서 어떤 선수들을 순식간에 그리고 때로는 억울하게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힘이 가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힘은 사냥감으로 선택된 선수들 뿐 아니라 폭력적이고 잔혹한 사냥장면을 목격해야 하는 다른 팬들 역시 불편하고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명 한명의 불특정한 팬들이 그 폭력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우리가 좀더 가치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무시해버릴 만한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좀더 많이 아는 것은 우리를 좀더 즐겁게 만들어줄거라 믿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흔한 말은 그러나 참 절묘한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18급이 보는 바둑판은 그저 검은 돌과 흰 돌이 무작정 얹어져 있는 추상적 낙서처럼 보이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우주의 삼라만상에 거기서 움트는 비밀의 도락이며, 수천 수만의 병사들이 생사를 걸고 엉켜 싸우는 스펙터클한 전장입니다. 

 

모자란 글들이, 읽어주시는 분들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야구가 좀더 재미있는 것이 되는데 그리고 야구경기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좀더 유쾌한 일이 되는데에, 작게라도 쓸모가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