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를 진화시킨 "현명한 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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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계약선수 보상 - 퀄리파잉 오퍼 (2/3) http://baseball-in-play.com/226
사치세와 수익분배제도, 그리고 선수노조 (3/3) http://baseball-in-play.com/227
자유계약선수FreeAgent 보상 - 퀄리파잉 오퍼
인상적인 [연봉조정제도]에 비하면 MLB에서 시행되었던 FA계약 시 원소속 구단에 대한 보상규정은 약간 의아한 면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의 제도 이야기는 아니고 2012년 이전의 이야기입니다.
KBO에서 FA선수가 어떤 구단과 계약을 하게 되면 원 소속구단은 새로운 계약구단에게 선수 전년도 연봉 200%+20인외 보상선수1명 또는 전년도 연봉300% 를 받습니다. KBO와 비슷한 제도를 가진 NPB의 경우 선수등급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데 최상급 선수일 때의 보상금액이 전년도 연봉 80%인것과 비교하면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편입니다. 더구나 20인외 선수보상이라는 출혈이 워낙 결정적이다보니 S급 FA선수들의 대박과 달리 SK 나주환 같은 중급 FA선수들이 이적팀을 쉽게 구하지 못하고 미아가 되버리는 사단이 생깁니다.
(일본의 경우는 팀내 연봉 3위 이내 선수가 A랭크, 10위 이내 선수가 B 랭크 그 이하가 C랭크인데, FA이적 시 팀내 연봉 10위 이하의 C랭크선수는 보상선수가 없습니다. 보상선수가 20인 외 지명인 KBO와 비교해서 NPB는 28인외 지명입니다.)
MLB의 FA선수영입 보상
MLB에도 FA선수가 원소속팀을 떠날 경우 보상제도가 있는데, 2012년 이전에는 드래프트 지명권을 넘겨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FA선수가 똑같은 보상규정의 적용을 받는 것이 아니라 직전 2년동안의 성적을 바탕으로 상위 20%까지 A급, 20%-40%가 B급, 나머지는 C급으로 분류해서 A급부터 1라운드지명권+샌드위치픽, B급은 1라운드지명권 C급은 보상없음. 으로 구분됩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탁월하고 공정한 판단능력을 가진 초월적 제3자를 필요로 합니다. 즉 누가 A급이고 누가 C급인지 과연 어떻게 누가 판단하느냐의 문제 때문입니다. MLB에서는 앨리어스 스포츠 뷰로 라는 기관이 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2011년 11월22일에 발표된 새로운 노사협약을 통해 퀼리파잉 오퍼라고 하는 새로운 제도로 대체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방법이야말로 휠씬 그들다운 시스템으로 보입니다.
퀼리파잉 오퍼라는 것은 “MLB 최상위 125명의 평균연봉 금액으로 1년계약”을 말합니다. 시행 첫해인 2012년에는 1330만달러였고 2015시즌은 1530만달러로 정해졌습니다. 구단은 FA자격이 생기는 선수에게 퀄리파잉오퍼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합니다.
만약 퀄리파잉 오퍼를 하지 않으면 그 FA선수의 이적으로 인한 보상은 없습니다. 선수 역시 퀄리파잉오퍼를 받을지 말지 결정합니다. 받아들이면 그 조건 그대로 1년 계약이 성립하며 받아들지 않을 경우 FA가 되어 다른 구단과 자유롭게 게약할 수 있습니다. 대신 퀄리파잉 오퍼를 받았던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은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잃어버리고 대신 원소속 구단은 1라운드-2라운드 사이에 지명권 한장을 얻게 됩니다.
빼앗긴 선수의 가치를 증명하는 방법
FA에 대한 원소속팀 보상은 가난한 구단이 머니게임에서 밀려 핵심선수를 빼앗기게 되어 리그 내에서 전력분균형이 생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그렇다면 떠나는 선수가 얼마나 중요한 선수였는지에 따라 보상이 차등 결정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역시 관건은 “그렇다면 그 선수가 얼마나 중요한 전력이었는지 누가 어떻게 판단하는가?” 입니다.
2011년 이전에는 앨리어스 스포츠 뷰로 라는 “탁월한 능력과 중립적 가치를 가질 의무가 있는” 제3의 기관이 선수의 가치를 판정하고 보상의 정도를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퀄리파잉 오퍼에서는 쌍방이 자신의 책임과 선택에 따라 보상을 결정하게 됩니다.
즉 선수가 이적팀으로부터 "보상을 받아야 할만큼 중요한 선수"라면 원 소속 구단이 상당히 높은 금액이라 볼 수 있는 [퀄리파잉오퍼]를 제안하는 것을 통해 정말 그렇다는 것을 자신의 비용과 책임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서로에게 진정성을 요구하고 마음을 움직이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리그 최상위 125명의 평균연봉에 해당하는 1년 계약을 제안하면 그 선수를 보상을 받아야 할 만큼 중요한 선수였던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계약의사가 애당초 없었으니 보상도 없다는 것입니다.
MLB의 시스템을 보며 종종 감탄하는 것은 그들 방식의 합리주의입니다. 그것을 시스템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시스템 이라 했을때 연상하는 제3의 공정하고 유능하며 보편적인 결정자와는 좀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나름 창조적입니다.
파이의 크기가 같을 때, 한쪽이 더 가지면 다른 한쪽은 적게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게 왜 그래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방의 몫을 별 어려움 없이 빼앗을 수 있는 조건에서 혁신이 일어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혁신이 일어나고 그 결과로 파이 자체가 커지는 것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규칙 위에서 서로의 합리적 이기주의가 균형을 이룰 때 입니다.
시장의 주체들은 늘 이기적입니다. 더 많이 가지고 싶어합니다. 상대에게 덜 주거나 상대 것을 빼앗는 것이 더 쉬우면 일단 그렇게 합니다. 하지만 그게 어려워지면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려 애씁니다. 혁신이 일어나고 파이가 더 커집니다. MLB의 구단주들과 선수들은 그런 식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게 가능한데에는 메이저리거와 비교도 안되는 열악한 조건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 마이너리거들이 있기 때문이란 것도 사실입니다.)
MLB의 선수연봉상승은 계속 이어져왔지만 수익성은 그 이상으로 증가해왔습니다. (데이터 - http://www.cornellsportsbusines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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