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관념은 왜 생겼을까?"
경기에서 타자의 역할(득점)과 투수-수비의 역할(실점억제)는 당연히 동등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물론, 각 경기 득점와 실점의 deviation에 따라 둘 중 하나가 승패결정에는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긴 합니다. 극단적으로 모든 경기에서 실점이 똑같다면, 승패는 결국 득점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으며 경기를 두 팀이 하기 때문에 논리적 모순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관념이 왜 생겼을까요. (실점억제에서, 타자는 야수 역할도 한다는 요인은 논점과 좀 다른거라 고려하지 않습니다)
1.
득점팩터와 실점팩터가 같은 영향을 가졌다고 해도, 한 경기를 선발투수 혼자 다 던지면, 타자역할-투수역할은 같지만,,, 타자 1명의 역할과 투수1명의 역할에서는 투수>>>타자 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프로야구처럼 페넌트레이스가 아니라 토너먼트 중심의 경기를 겪다보면, 투수의 지배력이 과대평가될 수 있겠습니다.
토너먼트 고교야구대회에서, 최동원급 에이스가 3-4경기 연속완투하고 팀을 우승시키는 사례도 종종 있었지요. 이런 경험 속에서는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관념이 생길 법도 합니다. (하긴 이런 일은 프로야구에서도 있었군요)
2.
한 시즌 동안 팀별 득점과 실점에 대한 편차(deviation)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매 경기마다 득점이 꾸준했는지 들쭉날쭉했는지, 혹은 실점에서 꾸준했는지 들쭉날쭉했는지에 대한 지표가 됩니다.
16시즌의 경우, 득점 편차더 더 컸던 팀(실점수준은 꾸준했으나 득점이 상대적으로 널을 뛴 팀) 은 왼쪽부터 순서대로,
두산-NC-삼성-넥센-기아-엘지-롯데-SK-KT-한화
였습니다.
15시즌에는
삼성-엔씨-넥센-엘지-SK-KT-롯데-한화-기아-두산
14시즌에는
NC-삼성-롯데-엘지-SK-두산-넥센-기아-한화
13시즌
엘지-삼성-NC-두산-넥센-롯데-한화-SK-기아
12시즌
삼성-넥센-기아-SK-두산-엘지-롯데-한화
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시즌순위가 높았던 팀들이 ,, 득점편차에 비해 실점편차가 작았습니다. 즉 상대적으로,,, 득점이 들쭉날쭉한 것에 비해 실점을 평평한 분포를 보였다는 뜻입니다.
해서, 강팀을 경험적으로 관찰하다보면, 아,, 득점은 좀 들쭉날쭉해도 좋지만, 실점이 들쭉날쭉하면 안좋구나...뭐 이런 관념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추측이.
그렇지만, 전체적으로는, 각 팀의 득점deviation은 실점deviation보다 작습니다. 타격에 싸이클이 있다는 식의 관념은 틀렸다고 봐야하죠. 매 경기의 득점도 많을 때와 적을 때가 있듯이, 실점도 그런데, 그 들쭉날쭉함(편차)를 비교하면, 실점 쪽의 편차가 더 큽니다.
들쭉날쭉함은, 피타고리안 승률대비 좀더 이기거나 지는 것과 관련되어 있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득점이 꾸준할수록, 피타고리안 기대승수보다 더 많이 이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실점은 반대. 편차가 클 수록, 시대승률보다 더 많이 이깁니다.
득점의 편차는, 팀 장타율이 높을수록 작습니다. 실점의 편차는 팀 피장타율이 높을수록 작습니다.
홈런 의존도가 높은 팀은, 팀득점 편차가 커지는게 아니라 작아집니다. 홈런이 늘 나오는건 아니라지만, 그렇게 치면 안타 3개가 보여야 1점인데, 그쪽이 더 들쭉날쭉하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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