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관념은 왜 생겼을까?" 경기에서 타자의 역할(득점)과 투수-수비의 역할(실점억제)는 당연히 동등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물론, 각 경기 득점와 실점의 deviation에 따라 둘 중 하나가 승패결정에는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긴 합니다. 극단적으로 모든 경기에서 실점이 똑같다면, 승패는 결국 득점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으며 경기를 두 팀이 하기 때문에 논리적 모순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관념이 왜 생겼을까요. (실점억제에서, 타자는 야수 역할도 한다는 요인은 논점과 좀 다른거라 고려하지 않습니다) 1.득점팩터와 실점팩터가 같은 영향을 가졌다고 해도, 한 경기를 선발투수 혼자 다 던지면, 타자역할-투수역할은 같지만..
"선배님 지금은 시합중이고 우린 프로선수입니다. 타자가 선배투수가 던진 공이라고 홈런 안칩니까? 경기중에 벤클 난다고 경찰 부를겁니까? 사과는 경기 끝나고 다시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되받는 "또라이"가 우리 리그에도 좀 있으면 좋겠다. ** 붙임어떤 종목이든 그 안에는 "합의된 위험"이 있습니다. 복싱경기 중에 상대 눈이 찢어져 피가 난다고 해도 사과를 주고 받지 않습니다. 거기까지는 합의된 위험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치명적 부상을 입었다면 경기 후 사과와 위로를 전하는게 좀더 도리에 맞겠죠. 그건 생각하기에 따라, 합의된 위험 혹은 상정한 기대위험수준을 벗어났으니, 의도와 무관하게 그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복싱선수는 그런 것에 동의했기 때문에 링에 섭니다. 야구에서 만약 공이 머리로 날..
피타고리안승률은 재미있는 모델입니다. 현재의 승률과 다소 차이가 날 수도 있는 좀더 객관적인 팀전력수준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래서 시즌 중반 즈음에 피타고리안 기대승률과 실제 승률 중 시즌 최종 승률과 더 가까운 것이 오히려 실제승률보다 기대승률인 경우도 많습니다. 기대승률 모델의 또다른 의미는, 어떤 경기는 결정적인 한점으로 승리를 거두기도 하고 또 다른 경기는 10점 이상의 큰 점수차로 지기도 하지만, 100경기 이상의 한시즌 전체를 치르고 나면 결국 득점이 많고 실점이 적은 팀이 더 좋은 성적을 낸다는 야구의 중요한 본질 하나를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사실 많은 세이버메트릭스 이론은 한타석, 한경기는 랜덤에 좌우되는 면이 많지만 결국 득점력과 실점억제력에 수렴하게 된다는 전제에 바탕을 두고 ..
[베이스볼인플레이] 태평양을 건넌 플라이볼 혁명일간스포츠 2017.06.14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한다. 어떤 것이든 환경과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야구의 이론도 그럴 수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뜨거운 이슈는 '플라이볼 혁명'이다. 타자가 더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타구를 띄워야 한다는 의미다. 2015년 메이저리그에 도입된 스탯캐스트 기술에서 비롯된 변화다. 레이더 추적 장비로 타구 궤적 추적이 가능해지면서 경험에 기반한 전통적 지식 대신 데이터 분석에 근거한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졌다. 전통적으로 메이저리그 타격코치들은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선호했다. 그런데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인 발사각 10~15도가 아닌 25~35도 사이 타구가 더 높은 타율, 장타..
[베이스볼인플레이] '기계'는 인간 심판을 대신할 수 있을까?일간스포츠 2017.05.22 2003년 6월 2일, 애리조나 투수 커트 실링은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사무국으로부터 벌금 1500달러 처분을 받았다. 5월 24일 샌디에이고전에서 실링은 홈구장에 설치된 카메라 한 대를 부숴 버렸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퀘스텍(QuesTec) 시스템의 일부로 사무국이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한 최신 장비였다. 실링은 그 경기 주심으로부터 "기계의 측정치에 맞춰 스트라이크존을 바꾸고 있다"는 말을 들은 뒤 화를 참지 못했다. 당시 메이저리그에선 존 판정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었다. 높은공엔 지나치게 박하고, 바깥쪽 먼 공은 너무 자주 스트라이크가 됐다. 이에 사무국은 카메라로 공의 궤적을 촬영해..
[베이스볼인플레이] 넓어진 존, 롯데·KIA·SK의 삼색 해결책일간스포츠 2017.05.08 초구를 건드려 아웃되는 타자는 팬들이 싫어하기 마련이다. 경기 후반 중요한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공을 많이 보는 게 무조건 좋지만은 않다. 공을 많이 보면 볼넷으로 출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신 반대급부가 있는데, 삼진도 많이 당한다. KBO 리그에서는 예외적인 타자 한 명(이용규)을 제외하면. 공을 많이 보면서 삼진을 적게 당하는 타자는 찾기 어렵다. 결국 공을 많이 보는 타석 전략에서는 볼넷을 '상대적으로' 늘리고, 삼진을 '상대적으로' 줄이는 게 관건이다. 그런데 올해는 넓어진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리그 전체적으로 스트라이크가 늘어났다. 그래서 볼카운드를 길게 끄는 승부의 ..
[베이스볼인플레이] 그러니까, '문제는 수비'다일간스포츠 2017.03.16 한국 국가대표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트 탈락에서 가장 뼈아픈 장면은 이스라엘전 패배였다. 2017년 WBC의 첫 경기. 그 경기 승패가 달랐다면 우울한 논란 대신 2라운드 응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물론 야구에 '만약'은 없다. 패배를 불운 탓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이스라엘 타자의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연장 10회 1점 차 패배였다. 한국에 조금 행운이 따랐다면 바뀔 수도 있던 승부는 아니었을까. 결승점을 만든 것은 10회초 2사 후의 내야안타였다. 코스가 좋았던 땅볼 타구였다. 연장 승부 이전에 경기를 끝낼 기회가 한국에도 있었다. 하지만 6회 1사 1·2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