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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YSIS

초구 타격이 타자에게 정말 유리한가? - 볼카운트의 이해(1/3)

by 토아일당 2015. 5. 13.


초구 타격이 타자에게 정말 유리한가? - 볼카운트의 이해(1/3)


'볼카운트' 그리고 '초구승부'의 이해 

초구 타격이 타자에게 정말 유리한가? (1/3) http://baseball-in-play.com/185

초구승부와 타자의 노림수 효과 (2/3)  

스트라이크와 볼의 득점가치 (3/3)  


타자와 투수의 싸움에서 초구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MLB통산 355승을 기록했고 4번의 사이영상을 수상한 그렉매덕스의 말도 흔히 인용됩니다.  “내가 가진 최고의 구질은 초구 스트라이크다.”  

(그런데 매덕스가 진짜로 어떻게 말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그가 지독할 정도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잘 잡아낸 투수인 것은 확실합니다)


KBO05_11 7시즌 동안의 통계 역시 그와 비슷한 결과를 보입니다.  첫번째 볼카운트가 스트라이크로 시작되었을 때 타율은 0.235 입니다.  지난 14시즌 300타석+ 타자 중 타율이 0.235 보다 낮았던 선수는 오직 2명인데 강민호와 최경철입니다.  둘다 포수이고 팀 사정상 빼기가 어려웠던 선수들이니 정상적으로는 9명의 타순 안에 들어가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첫번째 투구가 볼로 시작될 경우 타율은 0.278입니다.  초구 스트라이크에 비해 많이 차이가 납니다.   따라서 투수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반드시 잡고 가야 한다고 권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게 그리 간단치가 않습니다.  (아마도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간) 초구를 타격했을 때의 결과는 타자에게 꽤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기간 초구타격 시 타율은 0.334 입니다.  좀 좋은 것이 아니라 거의 수위타자급입니다. 


그래서 이로부터 귀결되는 결론은 보통 다음과 같습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면 투수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반대로 그 공을 타자가 때릴 경우 타자가 유리하다.  이런 것이 야구의 묘미다.”


이런 종류의 분석은 초구승부의 신비로운 가치에 관한 객관적 근거도 되고 또 초구타격을 즐기는 타자들들을 유달리 못마땅해하는 인식에 대해, 반전의 묘미도 있기 때문에 “상식을 배반하는 야구통계” 식의 컨셉에 잘 어울리는 아이템입니다.  


그런데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게 꼭 그렇지도 않은데, 야구통계의 맹점 몇가지가 묘하게 연관된 부분들 때문입니다.  또 비교적 많이 알려졌고 자주 인용되는 분석들은 거의 대부분 MLB의 것입니다.  물론 한국이나 미국이나 스타라이크 3개면 삼진이고 볼 4개면 걸어나가는 것은 같지만 리그특성이 다르고 타석의 볼카운트 싸움을 둘러싼 심리적, 기술적 차이가 혹시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대체로는 미국야구의 통계와 한국야구의 통계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긴 합니자만 중요한 차이가 있을 때도 있습니다.) 


해서 

1) KBO리그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2) 볼카운트 그리고 초구승부에 대한 더 객관적인 (통계적인) 사실이 무엇인지 확인하려는 것이 글의 목적입니다.



첫번째 공이 타석 승부에 미치는 영향



1st Pitch Strike

1st Pitch Ball

1stPitch Hitting

BA

0.235

0.278

0.334

OBP

0.287

0.408

0.330

SLG

0.334

0.421

0.498

OPS

0.621

0.829

0.828


KBO05_11 7시즌 통계로부터 확인해 본 초구 카운트에 따른 타석결과입니다.  초구스트라이크, 초구볼, 초구타격 3가지 경우를 비교했을 때, 출루율을 제외하고 타율과 장타율은 [초구타격]의 경우가 휠씬 높습니다.  

초구 볼을 골라내서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한 경우보다 오히려 초구 타격을 했을 때의 타격결과가 더 좋았다는 것입니다. OPS로 봤을 때는 초구타격과 초구볼의 결과가 비슷했습니다. 


초구 스트라이크는 어떤 경우라도 타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왔고 출루에는 볼을 고르는 것이, 장타에는 적극적으로 치는 것이 더 유리해보입니다. 


초구의 타격결과가 기막히게 좋은 이유에 대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가설은 “노림수”입니다.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타자들의 경우 (방송 해설자들이 흔히 말하기를) 초구에 확실한 노림수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서며 노린 공이 왔을 때 적극적으로 스윙을 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더 질좋은 타구를 만들어냈고 그것이 매우 높은 타율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면 상당히 그럴듯합니다.  


초구타격의 타율은 높다 그러나 의미는 다르다


그런데 이것은 “초구승부”에 관한 대표적 오해입니다.  앞의 통계에서처럼  초구타격 시의 타율은 0.334로 같은 기간의 리그평균타율 0.265보다 휠씬 높긴 합니다.  심지어 초구 볼 이후의 결과인 타율 0.278 보다도 많이 높습니다.  그런데 의미는 좀 다릅니다.  


다음은 05_11 7시즌 동안의 볼카운트별 타율입니다.  

ba_onbs.png


카운트 0-0 의 타격은 달리 말하면 초구타격이고 0.334입니다.  그런데 초구가 아닌 다른 카운트에도 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습니다.   2S 이후를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카운트에서 타율은 05_11 평균타율인 0.265 보다 휠씬 높습니다.  초구가 볼이었을 때, 즉 1B0S 로 출발한 타석의 결과가 초구타격의 결과보다 나빴던 것은 1B로 시작했지만 다음 공들이 스트라이크로 들어온 경우가 충분히 많기 때문입니다. 


slg_onBS.png


장타율을 기준으로 봐도 비슷합니다.  초구 타격시 장타율은 0.499 로 KBO05_11 리그장타율 0.395 보다 확연하게 높습니다.  하지만 1B 이후에는 더 높고, 1S 이후라도 아주 많이 나빠지지는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1B1S Pitch?


초구가 볼이 되느냐 스트라이크가 되느냐에 따라 카운트는 1B0S 가 되거나 0B1S가 됩니다.  이 두가지 볼카운트 상황에서 타율은 0.030  장타율은 0.083 만큼의 차이가 납니다.   아주 큰 차이는 아닙니다.  굳이 따진다면 초구보다 휠씬 중요한 것은 3구 입니다.  1B1S 에서 3번째 공이 볼이 되면 2B1S가 되고 스트라이크가 되면 1B2S가 됩니다.  이 두 상황에서 타율과 장타율의 차이는 각각 0.196과 0.374 입니다.   


뉴욕메츠의 육성 및 스카우팅 담당 부사장이며 MLB의 대표적인 세이버메트리션 프론트인 폴 디포데스타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가장 결정적인 공 한개를 꼽는다면 그것은 1B1S 상황의 3번째 투구이다.   만약 2스트라이크 상황이 되면 타자는 위태로운 상태에서 투수의 자비를 구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그의 관점은 세이버메트릭스에 관한 유명한 스토리 머니볼(Money Ball)에도 소개되었는데  폴 디포데스타가 그때 오클랜드의 단장 보좌역으로 있었습니다.   “2B1S의 모든 타자는 올스타급이 되고 1B2S의 타자는 누구라도 빈혈에 걸린 팀내 최하위 타자가 된다”  


초구가 아니라 1B1S의 3구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것은 세이버메트리션들만이 아닙니다.  타자를 요리하는 전략에서 역대 최강이었던 ‘마스터’ 그렉 매덕스는 1-1 pitch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었고, 2013년 AL 사이영상 수상자 맥스 슈어저는 Sports Illustrated 와의 인터뷰에서 3번째 투구로 2스트라이크를 잡는 것이 그의 피칭전략이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소위 “초구승부”의 중요성과 극적인 미묘함은 좀 과장되어 있으며 그와 관련된 초구타격의 유리함은 사실과 다른 면이 있습니다.


잠정적으로 몇가지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1. 투수와 타자에게 초구승부가 특별히 더 중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게 따지면 투수가 던지는 모든 공은 항상 중요하다. 

2. 굳이 가장 중요한 공 1개를 꼽아야 한다면 1-1 에서의 3번째 pitch 라는 주장이 더 타당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다음 글에서 좀더 검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도 아직 반전은 남아 있습니다.) 

3. 초구타격의 결과가 타자에게 그리 유리한 것은 아니다.   2S 이전의 카운트라면 큰 차이가 없다.


[다음편 - 초구승부와 타자의 노림수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