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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stats 실험

왜 우리팀은 항상 상대 에이스급 투수와 만나게 될까?

by 토아일당 2015. 6. 1.

 

왜 우리팀 타선은 항상 상대 에이스들을 상대하게 되는 것일까?


야구팬 노릇을 하다보면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왜 우리팀은 항상 상대 에이스급과 로테이션이 걸리는거지?”  “왜 꼭 상대팀 승리조 불펜이 충분히 휴식을 취한 다음의 경기에만 걸리는걸까?”


물론 이런 것은 남의 떡이 커보이는 심리적 착시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각 팀은 시즌 전체로 보면 비슷비슷한 수준의 투수들을 상대한 것인지 아니면 유독 어느 팀이 유달리 강한 투수들만 상대해야 했는지 확인해보면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 14시즌을 볼 경우 기아 팬들을 이런 억울함을 토로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기아가 상대한 8개팀 중 6개팀은 그 팀의 평균보다 더 강한 투수를, 1개팀은 평균수준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려 기아 타자를 상대했고 오직 1팀만 그 팀의 평균 이상의 투수를 등판시켰습니다.  


반대로 NC는 대진운이 좋은 팀이었습니다.  상대한 8개팀 중 6개팀이 그 팀의 평균보다 약한 투수로 NC 타자들을 상대했습니다.  


계산의 기본원리는 지난 14시즌 KBO 9개팀이 상대했던 투수들의 ERA를 가중평균하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어떤 팀이 ERA4.00 인 투수와 9이닝을 상대하고 ERA 5.00인 투수와 6이닝을 상대했다면 이 팀이 상대한 투수의 ERA 가중평균은 (4.00*9+5.00*6)/(9+6)=4.40 입니다.  따라서 ERA 4.40 의 투수를 상대한 셈이고, 만약 리그평균이 이보다 높은 5.00 정도라면 이 팀은 리그평균보다 더 강한 투수를 상대한 불운하거나 혹은 억울한 팀이 될 겁니다.


그런데 이 계산방법은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해 약간 보완될 필요가 있습니다.  


1. ERA 계산에 사용되는 투구이닝은 정확히 말하면, 잡아낸 아웃카운트입니다.  투수가 아무리 많은 타자를 상대해서 공을 던진 경우라도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아내지 못하면 투구이닝은 "없음"으로 처리됩니다.  따라서 실제 각 팀의 타선이 어떤 투수를 상대했는지에 대해서 계산하려면 그 투수의 투구이닝이 아니라 상대한 타석 횟수를 기준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2. 공격력이 강한 팀은, 자신과 상대한 투수의 기록을 나쁘게 만듭니다.  예를들면 14시즌의 삼성이나 넥센 같은 팀의 경우, 그들이 상대한 투수들의 ERA 가중평균을 계산하면 리그평균보다 높습니다.  하지만 그런 결과가 약한 투수를 상대했기 때문에 생긴 것인지 아니면 그 팀의 강한 타선이 상대 투수의 ERA를 나쁘게 만든 결과인지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상대한 투수의 기록 중 자기 팀과 상대해서 생긴 결과를 빼고 나머지 7개팀의 타선과 상대한 결과로 만들어진 기록으로 보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14시즌 9개팀은 각각 어떤 투수들을 상대했을까?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값을 편의상 ERA 가중평균이라고 표기하지만 정확히는 좀 다릅니다.   투구이닝이 아니라 타석수 기준으로 하는 가중평균이고 약한 투수들은 보통 아웃카운트 당 더 많은 타자를 상대하기 때문에 실제 팀ERA보다 약간 높은 값으로 계산됩니다) 



가로방향은 그 팀이 상대팀 타자를 상대했을 때, 등판했던 투수들의 ERA 가중평균이고, 세로방향은 그 팀 타자가 상대했던 상대팀 투수의 ERA 가중편균입니다.


투수팀 기준(가로방향) 으로 삼성은 넥센을 상대로 ERA 3.93인 투수를 등판시켰고, NC를 상대로는 ERA 4.68, LG를 상대로는 ERA 4.34 인 투수를 등판시켰다는 의미입니다.  타자팀 기준(세로방향) 으로 삼성은 ERA 5.19 인 넥센투수를 상대했고, ERA 4.53 인 NC투수, ERA 4.21인 LG 투수를 상대했습니다.


롯데 마운드를 예로 들면 넥센을 상대로 가장 강한 투수들을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넥센을 상대했던 투수들의 보정ERA (롯데 투수의 넥센상대성적을 제외 ERA를 등판투수의 상대타석 기준으로 가중평균한 것) 는 팀평균보다 휠씬 낮은 ERA 4.82 이고, NC를 상대할 때 가장 약한 투수들을 마운드에 올렸는데 이들의 보정ERA는 6.19 입니다.  


더 불운하거나 더 억울한 팀


14시즌 리그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과 비교한다면 넥센은 롯데만 만나면  롯데 장원준(ERA 4.59) 삼성 마틴(ERA 4.78) 엘지 류제국(ERA 5.12) 수준의 꽤 강한 투수들을 상대해야 했던 것이고 NC의 경우는 기아 임준섭(ERA 6.06) SK채병용(ERA 6.37) 정도의 약한 투수들을 상대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위의 데이터는 약간 읽어내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투수력이 강한 팀은 다른 팀을 상대할 때 등판시켰던 투수들의 ERA도 전반적으로 낮고 투수력이 약한 팀은 반대입니다.  NC가 상대한 한화의 투수 ERA 6.19 는 삼성의 투수 ERA 4.68 보다 절대값 기준으로 더 높지만 상대팀의 수준을 기준으로 하면 한화 투수들은 그 팀에서 비교적 강한 투수들이었고 삼성의 투수들은 그 팀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투수들입니다.  


이런 차이를 좀더 알기쉽게 보기 위해 위의 상대투수들의 자팀제외 보정ERA를 표준화(standardize: 분포값을 평균0 표준편차 1로 조정한 결과값)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되면 자팀 타선이 상대한 상대팀의 평균투수는 0이 되고 상대팀 투수력 수준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투수는 0보다 작은 값, 약한 투수는 0보다 큰 값으로 나옵니다.




위의 표와 아래 차트는 같은 결과 표시입니다.  위 표에서 세로방향이 공격팀 입장에서 상대한 상대 투수들의 수준입니다.  붉은칸은 상대팀 평균 대비 강한 투수들, 녹색 칸은 상대팀 평균대비 약한 투수들을 상대했다는 뜻입니다. 


차트의 경우 14시즌 KBO 9개팀은 각각 8개팀과의 상대투수 ERA 그래프를 가집니다.  위로 뻗은 0보다 큰 값은 그 팀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투수들을 상대했던 경우이고, 아래로 뻗은 0보다 작은 값은 상대적으로 그팀에서 강한 투수들을 상대한 경우입니다.


불운한 팀은 기아, 대진운이 좋았던 팀은 NC


이렇게 보면 상대팀에서 유독 강한 투수들만을 상대해야 했던 팀이 어디인지 알 수 있습니다.  가장 불운한 혹은 억울한 팀은 기아입니다.  상대했던 8개 팀 중 거의 대부분이 팀평균 보다 강한 투수를 마운드에 올려 기아 타선을 상대하게 했습니다.(바 그래프가 대부분 아래쪽으로)  ERA 스케일로 계산하면 평균적으로 0.20 정도 더 낮은 ERA의 투수들을 만났습니다.  다음으로는 불운했던 팀은 엘지, 넥센 입니다. 


반대로 상대팀의 유독 약한 투수들 위주로 상대해왔던 팀은 NC 인데 넥센, 한화를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팀이 팀 평균보다 약한 투수들을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삼성과 롯데도 비교적 상대투수 복이 있던 팀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런 결과를 어떤 팀이 의도를 가지고 상대팀에 대해 더 강한 투수 중심의 운영을 했다고 볼 만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예를들어 투수력에 비해 득점력이 약한 팀은 대체로 점수차가 적은 타이트한 승부를 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상대팀도 경기 중반 이후 승리조에 해당하는 강한 투수들을 등판시키게 되는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또 어떤 팀이 더 강한 투수를 올렸다고 그 결과가 좋았던 것도 아닙니다.  롯데는 넥센에는 더 강한 투수들을 NC에는 약한 투수들을 올렸지만 상대전적을 보면 넥센에 대해서는 5승1무10패로 일방적이 열세였고 NC에 대해서는 8승8패로 대등한 승부를 했습니다.  


위의 기준은 상대전적을 제외한 나머지 성적 기준의 보정ERA였는데 롯데가 넥센을 상대로 올린 투수들이 나머지 팀에는 강했지만 유독 넥센에 더 약해서 새긴 결과였을 수도 있습니다. 


또 경기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롯데가 넥센을 상대로 약간 강한 투수들 (표준화된 보정ERA -0.90) 을 등판시키는 동안 넥센은 롯데를 강대로 그보다 더 강한 투수들 (표준화된 보정ERA -1.62) 를 등판시켰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맘먹고 날카로운 잽을 한대 쳤더니 작정하고 묵직한 라이트훅으로 상대해온 경우랄까요) 


어쨌든 9개팀이 서로를 상대하며 치르는 리그에서 한시즌 팀당 16경기 씩을 한다고 했을 때, 통계적으로 유독 더 강한 투수를 만나거나 유독 더 약한 투수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그 결과가 꼭 상대투수의 성적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