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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는 9종류의 3점홈런이 있고, 그중 히메네즈가 친 것이 가장 가치있는 홈런

by 토아일당 2015. 6. 28.


사진 - 엘지트윈스 홈페이지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에 동의하며 야구 또한 그렇다고 생각하신다면, 통계와 숫자가 머리 아프기도 하지만 야구을 좀더 즐기는데 이롭다고 생각하신다면 --- 다른 것은 몰라도 [기대득점]이란 것은 기억해 두시는게 좋습니다.  


야구라는 경기는 한없이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게 있습니다.  어떤 플레이든지 결국 3가지의 아웃카운트와 8종류의 주자상태(없음,1루,2루,3루,12루,13루,23루,123루)의 조합인 3*8=24개의 base/out 상황으로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 경기는 팀당 40번에서 50번 정도의 24base/out states 의 연결로 만들어집니다.


화학에 주기율표가 있다면 야구에는 [기대득점]표가 있다


[기대득점]이란 24 base/out states가 각각 몇점의 가치를 가지는 상황인지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입니다.  2007년 톰탱고가 고안했고 세이버메트릭스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촉발시킨 분석모델입니다.

(참고 - 기대득점과 득점가치 http://baseball-in-play.com/70)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복잡하고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음은 KBO 07_11 모든 경기의 모든 타석의 통계로부터 계산한 아웃 및 주자상황별 기대득점입니다.  



예를들어 1아웃 주자12루 상황이면, 0.98점 정도를 기대할 수 있고, 2아웃 만루일때는 0.829점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통계적으로 1사12루가 2사123루보다 더 좋은 기회라는 뜻도 됩니다.  약간 과장한다면  [기대득점] 개념만으로도 흔히 사용되는 세이버메트릭스 분석의 절반 정도는 이해한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산수에 구구단이 있고 화학에 주기율표가 있다면 야구에는 [기대득점]표가 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기대득점] 모델을 이용하면 야구의 많은 것들을 좀더 세밀하고 정확하게 계산해낼 수 있는데, 홈런의 가치 역시 그렇습니다.


히메네즈 3점홈런의 정확한 득점가치


6월27일 LG-NC전에서 5회말 2사12루에 히메네즈는 홈런을 쳤고 스코어는 1-1에서 4-1로 변했습니다.  이 홈런은 물론 3점짜리입니다.  그러나 좀더 세밀하게 본다면 3타점이 기록된 모든 홈런이 같은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무사 3루 기회에서 홈런이 터지면 물론 기쁘지만 왠지 좀 아깝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2사 1루에서 홈런이 나온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에 가깝습니다.  전자의 상황은 홈런이 아니라도 득점할 가능성이 꽤 높지만 후자의 상황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둘의 차이를 통계적으로 객관화된 수치로 계산해주는 것이 [기대득점] 모델입니다.


홈런은 그래서 24종류가 있습니다.  3가지 아웃카운트과 8가지 주자상황의 조합이 24가지이기 때문입니다. (홈런 뿐 아니라 도루, 삼진, 패스트볼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중에서 3점 홈런은 9종류가 있습니다.  


다음은 KBO07_11 기준의 [기대득점]에 따라 계산한 홈런의 24종류 서로 다른 가치입니다.


참고 - RE24,REA,REW  http://baseball-in-play.com/116


주자없는 상황의 솔로홈런은 기록된 타점과 같은 1점의 가치를 가집니다.  홈런에 의해 만들어진 점수가 100% 타자의 기여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반면 주자가 있을 때는 다릅니다.  


주자12루, 13루, 23루에 해당하는 3점홈런은 9종류로 구분됩니다.  주자가 득점권에 가까이 있을때는 홈런의 가치는 낮고, 아웃카운트가 많은 상태일 때는 홈런의 가치가 큽니다.  무사23루의 홈런은 3타점이 기록되겠지만 그 안에는 홈런타자의 기여 뿐 아니라 먼저 출루해서 득점권에 있던 앞선 타석의 동료들 몫도 큽니다.  따라서 3타점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1.55점의 득점만 타자의 공헌으로 봅니다.


야구에는 9종류의 3점홈런이 있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6월27일 엘지트윈스 히메네즈의 홈런은 야구의 3점홈런 중 가장 가치가 높은 홈런이었습니다.  2사12루의 3점홈런은 2.63점의 실질가치를 가집니다.  무사23루에서는 3타점 중 절반 정도만 홈런타자의 몫인 것과 비교하면 2사12루에서는 3타점 중 90% 가까이가 홈런타자의 몫입니다. 


이렇게 계산됩니다.  

히메네즈가 타석에 섰을 때 팀의 기대득점은 2사12루에 해당하는 0.48점이었습니다.  평균적으로 그 정도의 득점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히메네즈의 홈런으로 팀은 3득점을 했고 2사 주자없는 상황으로 바뀝니다.  2사 주자없음 상황의 기대득점은 0.11점입니다.  

그의 홈런은 0.48점의 기대득점 상황에서 3득점을 한 후 0.11점 기대득점 상황으로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따라서 (0.111 - 0.449 + 3점 =  2.63점) 입니다.


세이버메트릭스에는 [기대득점]을 좀더 확장시킨 [승리확율기여Win Probability Added]라는 모델도 있습니다.  이것은 24가지 상황을 더 세분화한 것인데, 이닝, 아웃카운트, 득점차에 따라 같은 1점의 득점이라고 승리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다른 것까지 고려한 것입니다.  


홈팀이 5회말 2사 12루 상황에서 1-1 동점일 때 홈팀의 승리확율은 통계적으로 55.6%입니다.  직관적으로 느끼는 것과 비슷하게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팽팽한 상황인거죠.  그런데 3점 홈런이 나와서 홈팀이 3점 앞서고 다음 타석에서 2사 주자없음 상태일 때 승리확율은 84.3%로 올라갑니다.  따라서 히메네즈의 홈런은 팀의 승리확율을 28.7% 높여놓는 플레이입니다.  


그의 3점홈런은 0.57승 짜리 홈런


승리확율은 경기시작과 함께 50%에서 출발해서 승패가 결정되는 순간 0% 또는 100%로 끝나기 때문에 WPA +50%가 1승 만큼의 가치입니다.  이런 조건을 고려해서 계산했을 때 그의 3점홈런은 이날의 1승 중 0.57승 만큼이 그의 지분이라는 계산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히메네즈의 다른 플레이가 승리확율을 까먹은 때도 있기 때문에 경기 전체로 0.57승의 기여도를 가졌다고 할 수는 없겠죠. 


(만약 같은 2사12루 동점 조건의 3점홈런이라도 그게 8회말이었다면 승리확율 변화는 더 극적인데, 59.4%에서 95.8%로 변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엘지트윈스의 교체 외국인 타자로 팀에 합류한 루이스 히메네즈는 현재까지 꽤 그럴듯한 기여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타격도 그렇고 수비도 그렇습니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그의 합류이후 팀의 성적도 반등의 기미가 확연합니다.  


다만 아직 그에 대한 평가는 이릅니다.  대부분의 외국인타자들이 처음 한국무대에 서게 되면 팬들은 선구안과 컨택에 대한 약점을 걱정합니다.  이에 비하면 히메네즈는 상대 투수의 연이은 2스트라이크 이후의 떨어지는 공을 미동도 않고 골라내며 트윈스팬들의 진지한 환호를 받았었습니다.    


내일의 걱정을 오늘 미리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런데, 최근 몇경기를 보면 거꾸로 대개의 외국인 타자들이 먹이감으로 여기는 높은 패스트볼에 의외의 약점을 드러내고 있기도 합니다.   그의 미국시절 스카우팅리포트에서 전형적인 어퍼스윙에 대한 지적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프로야구는 팀당 144경기를 치루는 장기레이스입니다.  선수와 스탭들은 따라서 냉정하고 치밀하게 긴 시즌을 준비하고 꾸려가야 합니다.  하지만 응원하는 팬들은 좀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내일에 대한 걱정은 미래에 맡기고 오늘은 그저 현재의 승리를 즐기는게, "일희일비"를 숙명으로 하는 팬들이 장기레이스를 견디는 노하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루이스 히메네즈는 한국에서의 첫번째 일주일을 아주 멋지게 보냈습니다.  그 정점에 동점의 균형을 깨는, 모든 3점 홈런 중 가장 가치있다는 2사12루의 3점홈런으로 팀의 승리를 이끈 장면이 있습니다.  


이것 저것 따지는 것보다 그저 하루 하루의 경기에 기뻐하고 그날의 영웅에게 환호를 보내는 것이 더 현명한 팬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사진 -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