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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은 지난 9월22일 KIA전에서 KBO 최초의 4년 연속 150안타+ 기록을 만들어냈습니다.  2번째 타석에서 예의 그 만세타법을 선보이며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홈런이 그의 올시즌 150번째 안타입니다.


데뷰 시즌이었던 2002년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고 그해 포스트시즌 MVP였습니다.  11년의 암흑기를 견뎌냈고 지난 2시즌 동안 트윈스 가을야구의 주역이기도 했습니다.  그에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인상은 "꾸준함"입니다.


사실 그가 리그의 A급 타자가 되는데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루키시즌의 임팩트가 무색하게 그는 2008년까지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가능성은 보이지만 뭔가 좀 어중간한 딱 전형적인 미완성의 유망주 비슷했습니다. 그가 각성한 것은 2009년 0.372의 타율로 리딩히터가 된 이후부터 였습니다.  그의 속에서 무르익어왔던 무언가가 드디어 임계치를 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페타지니라는 최고의 롤모델을 동료로 두게 된 우연 탓인지 어쨌든 그해의 박용택은 모두가 오랬동안 기대했던 바로 그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그에게 남았던 고비는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이듬해 2010년 초반 그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고 4월이 다 지나갈동안 멘도자 라인이 아슬아슬했습니다.  더구나 암흑기의 어둠이 끝도없이 짙어가던 시절, 주장이라는 책임, 어뷰저 타격왕이라는 세간의 비난.  그는 리그의 타자들 중 가장 고단하고 가혹한 심리적 부담 속에서 타석에 서는 타자였습니다.


그러나 중반기를 넘어서며 그는 전시즌의 각성모드가 그저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며 칼같은 3할을 찍고 시즌을 마칩니다.  그후로 6시즌동안 그는 단 한번도 3할 타율을 지켜내지 못했던 적이 없습니다.


꾸준함 만큼 그를 설명할 수 있는 또다른 키워드는 "변화"입니다.  중심타자 역할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몸을 불리고 스윙을 개조했던 그는 2011년과 2012년 잠실타자로서 쉽지 않은 10홈런+ 를 찍어주었고 리드오프의 임무를 부여받은 14시즌에는 출루머신으로 변신해서 타율 0.343 보다 1할이 높은 출루율 0.430 을 찍어줍니다.  그의 커리어 최고 출루율이었습니다.  


나이 탓에 많이 느려졌지만 그는 데뷰시즌 이후로 단 한번에 10도루+ 를 달성하지 못한 적이 없으며, 2012시즌 이전까지 가장 높은 도루성공률을 기록한 선수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에게 한가지 더 의미있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승부사"로서의 박용택입니다.


흔히 득점권 타율이란 작은 샘플사이즈로 인해 들쭉날쭉하기 쉽고 그것이 착시를 불러일으키기 쉽기 때문에 믿을만한 지표는 못됩니다.  하지만 커리어 내내 꾸준하게 클러치 상황에서 탁월한 퍼포먼스를 유지하는 예외적인 소수가 있기는 합니다.  박용택이 바로 그렇습니다.


nameyearteamBA@close&late
박용택2010LG0.429
박용택2011LG0.375
박용택2012LG0.485
박용택2013LG0.364
박용택2014LG0.475
박용택2015LG0.414


그는 2009년 이후로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였지만 소위 close&late 라고 표현하는, 7회 이후 3점차 이내의 득점권 상황에서는 더 강한 타자였습니다.  


박용택의 2010년 이후 close&late 득점권 타율은 0.428 입니다.  같은 기간의 모든 KBO타자 중 1위입니다.  200타석+ 타자 중 그의 다음 자리에 있는 것이 박한이인데 0.369 로 엄청난 격차가 있습니다.  232타석의 결과이기 때문에 그저 우연이라고 할 것은 아닙니다.  


통계적인 객관성에 여지가 남더라도 한 시즌 232타석째 타율 0.428을 찍고 있던 타자 만큼의 탁월함은 인정할 수 있을겁니다.  KBO 전체 역사에 그런 타자가 있었던가요?  그렇다면 그만큼의 희소함으로 그는 승부처를 지배했던 타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꾸준함은 그에게 바쳐지기에 마땅한 헌사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가 가진 또다른 탁월함을 가리게 될 수도 있는 평가입니다.  그는 팀이 자신에게 맡긴 역할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헌신을 보여주었고 결정적인 순간에 더 강해지는 승부사의 폭발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한가지만 더 그에게 기대합니다. 그가 트윈스 원팀 플레이어로 선수생활을 마치는 것.  그런 그의 손가락에 우승반지가 끼워져 있는 것.  


트윈스 선수가 되는 것이 그의 어린 시절 꿈이었고 줄무늬를 입고 은퇴하는 것이 그의 소망이었다면, 팬의 한사람으로서 저는 그와 함께 가을야구를 즐기고 우승 결정의 순간에 그와 함께 환호하고 눈물 흘릴 수 있기를 꿈꾸고 소망합니다.  


늘 건강하길.  그와 우리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길.  


사진 -osen

 



댓글
  • 프로필사진 혁이애비 토아일당님 요즘 카페에 자주 안오시네요. ㅜㅜ
    이놈의 엘지가 잘해줘야 신나서 더 좋은글을 쓰실텐데... 그래도 오랜만에 엘지관련 글을 쓰셔서 반갑습니다. 자주뵈어요 ^^
    2015.09.23 14:59 신고
  • 프로필사진 토아일당 잘 지내시죠? 요즘 저의 유리멘탈을 새삼 절감합니다.
    생각해보면 그 암흑기의 길던 시절은 어찌 지냈는지 모르겠네요.
    근데 저는 카페모드에서는 원래 겨울형입니다. ^^
    2015.09.23 15:07 신고
  • 프로필사진 연희관쭈구리 많은 트윈스 팬이 기대하시곘지만, 저도 이병규(9)와 박용택의 손가락에 우승 반지가 끼워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현실은 이병규(9)는 물론이고 조금 젊은 박용택의 우승도 힘들어보이니.....
    우승하고 눈물 펑펑 흘리고 싶습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2015.09.23 15:03 신고
  • 프로필사진 토아일당 다른건 몰라도 맷집은 리그 최고인 것이 트윈스 팬이라는...참...
    그래도 또 기대하고 바래는 것이 팬심일테죠.
    2015.09.23 15:26 신고
  • 프로필사진 썽망 박용택선수도 정말 레전드로 되어가고 있네요~~ 2015.09.24 10: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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