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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 입장에서 응원팀이 화력 폭발로 다득점 경기를 하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좀 아껴서 다음 경기에 쓰면 안될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왠지 에너지가 과도하게 방전되서 다음 경기에는 빈타에 허덕일 것 같은 걱정도 듭니다.  


이런 것을  “메가트윈스포 신드롬(?)"이라 하는데, 유래는 어떤 팀이 지독한 암흑기에 빠져있던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메가트윈스포"의 유래


엘지트윈스는 6월20일 롯데전 부터 시작해서 5경기동안 1점, 3점, 0점, 2점, 1점씩 득점하고 있었습니다.  경기당 1.5점도 안되는 득점력이었습니다.  그러다가 6월26일 삼성전에서 뜬금없이 대폭발을 일으키며 20:1 대승을 거둡니다.  홈런 3개 포함 21안타로 상대팀 마운드를 두들겼습니다.  


그리고 다음 경기부터 다시 침묵에 빠져듭니다.  27일 경기부터 0점, 3점, 1점…  당시 한 주 동안의 이슈를 정리하던 최훈 작가의 [프로야구카툰]에서 이를 “메가트윈스포”라고 명명합니다.  


원래 [우주전함 야마토]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파동포”를 패러디한 것인데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사용하려면 오래 충전을 해야 하는 병기입니다.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과 외롭게 맞서 싸우는 이야기인데 사실 매번의 에피소드는 내내 두들겨맞다가 파동포가 충전되면 그 한방으로 다 끝나버리는 스토리였습니다.   


TV만화영화에서는 내내 지다가 마지막에 파동포 한방으로 이기면 결국 해피엔딩이 되지만 프로야구는 두들겨 맞는 동안 쌓인 패배가 결국 팀 순위에 남겨지기 때문에 가끔 터지는 메가트윈스포가 별로 달가울 게 없습니다.  


이 말의 유래가 특정 팀에서 비롯되긴 했지만 그후로 “메가OOO포”는 모든 야구팬들에게 뜬금없이 대폭발을 일으킨 타선에 반가워하기보다 다음날의 빈타를 걱정하는 공통의 코드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메가트윈스포” 현상은 존재할까요?   통계적인 평균회귀의 법칙으로 인해 실제로 존재하는게 당연하다는 해석도 있고, 때아닌 맹타로 인해 타자들의 스윙이 커지면서 반작용으로 생겨나는 현상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다득점 경기 이후에 타선은 정말 슬럼프를 겪을까?


KBO리그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시즌 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서로 다른 년도의 팀을 각각 한팀으로 봤을 때) 58개 팀이 각각 치른 경기는 합계 7568번입니다. 이중에서 10득점 이상 기록한 경기는 716경기로 전체 9.5% 입니다.  10득점+ 다음에 각 팀은 평소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의 득점력을 보였을까요?


716번의 10득점+ 경기 후에, 그 팀 평균득점보다 많이 득점한 경기는 309경기, 그렇지 못한 경기는 407경기였습니다.  음?  “메가트윈스포 현상”이 정말 있는건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원래 득점 분포 상, 팀평균득점 이상의 경기 수가 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전체 경기 중 각 팀 평균득점 이상의 경기는 3236경기, 평균득점 이하의 경기가 4311경기입니다.  대략 3:4 정도 비율인데 10득점+ 다음 경기의 득점분포도 거의 같습니다.   평균득점 이상의 경기와 이하의 경기가 3:4 정도의 비율입니다.  따라서 10득점+ 다음 경기에서 평소의 득점분포와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KBO 08-14 기간 중 전체 경기당 평균득점은 4.8점인데, 10득점+ 다음의 716경기 평균득점은 5.1점으로 오히려 약간 더 높습니다.  즉 타선 대폭발이 일어났다고 해서 에너지 방전의 부작용으로 득점력이 낮아지는 일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메가트윈스포 방전현상”은 일반적으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어제 경기 득점을 나눠서 쓰고 싶은 아쉬움” 같은 심리적 요인이 착시를 일으켰다고 보는 쪽에 더 타당합니다.  



그러나, "메가트윈스포" 방전현상은 실제로 존재했다


다만 특정한 시즌, 특정한 팀의 경우 예외는 있습니다.  


“메가트윈스포”의 유래가 된 08LG는 실제로 그랬습니다.  그해 엘지트윈스가 10득점+ 경기를 했던 것은 5번이었는데 그 다음 경기에서는 늘 타선이 얼어붙었습니다.  


4월15일 기아전에서 15득점을 하고 다음날 0득점, 5월20일 삼성전에서 11득점 후 1득점, 5월25일 기아전에서 13득점 후 2득점,  6월26일 삼성전에서 20득점 후 다음 경기에서 0득점.  10득점+ 다음 경기에서 평균 이상의 득점을 올린 것은 5월30일 한화전에서 11득점 후 다음날 8득점을 한 것이 유일했습니다.


그나마 6월26일 20득점짜리 울트라 메가트윈스포를 발사한 이후에는 그나마 10득점+ 경기가 시즌이 끝나도록 한 경기도 없었습니다.  얄궂더라도 메가트윈프로가 차라리 그리워질 것 같은 후반기였을 것입니다.  


08엘지는 그해 팀평균득점이 3.7점이었는데 10득점+ 다음경기에서는 2.2점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메가트윈스포 현상”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었던 팀은 11SK 였습니다.  한해동안 6번의 10득점+ 경기가 있었는데 그 다음경기에서 딱1번 평균이상을 득점하고 나머지 5번 경기에서 평균 이하 득점에 머물렀습니다. 시즌 팀 평균득점이 4.4점이었는데 10득점+ 다음경기에는 2.2점으로 딱 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11SK와 08엘지가 08-14 7시즌 동안 가장 극적인 메가트윈스포 현상에 시달렸던 첫번째와 두번째 팀이고, 08히어로즈, 11두산, 12삼성 순서로 그 다음입니다.  


반대로 10득점+ 경기 후에 오히려 팀평균 이상의 득점을 올린 팀은, 08기아, 08롯데, 14NC, 12롯데, 08한화, 12SK, 09롯데로 이어집니다.  상위 7개 팀 중 롯데가 3팀이라는 것도 특이합니다. 






댓글
  • 프로필사진 연희관쭈구리 2009년인가 아이스탯이 있을 때 제가 이런 생각을 자유게시판에 올려놓고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묵혀둔 기억이 있는데, 역시 야구는 평균회귀의 스포츠군요...감사합니다! 2016.05.12 14: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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