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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나적인 스카우팅리포트 - 리즈의 투구폼

by 토아일당 2015. 1. 28.


쌍마카페 칼럼글

http://cafe.naver.com/goodtwins/50073

  

리즈는 내년에도 트윈스의 마운드를 지키게 되었습니다.  어지간한 FA계약 소식보다 기쁘고 든든한 뉴스였지요.


리즈는.

1. 160km의 공을 경기 내내 꾸준이 뿌릴 수 있는 구속과 스태미너를 동시에 갖춘 속구형 선발투수

2. 그러나 꽤 불안한 제구를 약점으로 가진 투수

3. 투수를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았고, 한국에 와서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진화형 투수

입니다.


우리는 리즈에 관한 몇가지 흔한 궁금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리즈의 160킬로짜리 패스트볼은 그런데 왜 오승환의 150킬로대 패스트볼만큼 압도적이지 않아보일까?   리즈의 제구불안은 무엇때문에 생겨나는 것인가?  같은 것들 말이죠.


저는 리즈의 몇가지 특징이 그의 투구폼과 뭔가 관련이 있다는 가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 말그대로 가설입니다.  (이글의 제목은 "객나적인" 스카우팅리포트니까 그래도 무방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리즈의 피칭 스샷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내딛는 앞발의 폭이 비교적 짧은 스트라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심이 높은 편이며 타점도 높습니다.  유독 긴 팔과 어울려, 전형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때리는 폼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피칭폼의 특징은 오히려 던진 후의 자세에서 확실히 특징을 드러냅니다.  



경기중계화면을 보시며 비슷한 생각을 하신분도 있을텐데, 리즈는 공을 던진 후 몸이 눈에 띄게 1루쪽으로 기울어집니다.  이런 유형의 릴리즈 후 동작을 가진 투수는 사실 거의 없습니다.


몸이 홈플레이트 쪽으로 넘어가는게 일반적이죠.  스트라이드가 큰 투수, 즉 앞발을 멀리 내닫는 유형의 투수들은 플레이트 쪽으로 더 많이 흐르고, 스트라이드가 짧은 간결한 폼을 가진 투수들(대표적으로 봉중근이 그런 편입니다) 은 덜 흐르는 정도의 차이가 생기지요.

헌데, 리즈는 특이하게도 시계 방향으로 팽이스핀을 하듯이,,,  던진 후에 몸이 12루간 방향으로 쏠립니다.


리즈의 특이점이라 볼 수 있는 것들은 다음 몇가지 입니다.


1. 물론 엄청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투수이기는 하지만, 160km의 꾸준한 구속에 비하면 약간 아쉽다 느낌이 있습니다.

2. 낮은 공은 기가막히게 깔려들어가는데 높은 공의 제구가 영 별로입니다.  높은 쪽 존으로 들어가는 위력적인 속구를 거의 보기가 힘듭니다.  

3. 약간 특이한 변화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 슬러브라고 불리는 공과도 좀 비슷한 빠르면서도 낙폭이 꽤 큰 편의 궤적을 그립니다.  이 공이 제대로 제구가 되면 상당한 효과의 결정구로 써먹습니다.


리즈의 피칭폼을 대충 그리면 아래와 같은 그림이 됩니다.

유독 긴 그의 팔이 아주 큰 호를 그리며 휘둘러지고 상당히 높은 타점을 가지지만 공을 그렇게 앞으로 끌고나와서 놓는 편은 전혀 아닙니다.  스트라이드가 짧은 폼 때문에도 더욱 그렇습니다.  


즉, 리즈는 공을 던질 때,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쪽의 중심이동을 휠씬 짧게 하고 있다는겁니다.  만약 다른 투수들처럼 공을 앞으로 끌고나오는 중심이동을 했다면, 역학적으로,,, 던진 후에 몸이 1루방향으로 쏠릴 수가 없을겁니다.  


이런 폼은, 아마도 오승환처럼 좀 공을 끌고나와서 던지는 유형의 투수와 확실히 다릅니다.  그냥 오승환의 예를 들긴 했지만, 끌고 나오는 폼으로 멀리 앞발을 내딛으며 던지는 전형적인 폼의 투수는 다저스 시절의 박찬호일겁니다.  딱 맞는건 아니지만 공을 끌고나와서 던지는 유형을 편의상 오승환의 폼.이라 부르겠습니다. 


이 피칭 메카니즘의 차이는 어쩌면 리즈의 특성 중 몇가지를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높은 쪽의 패스트볼

객나적으로 말씀드린다면, 저는 오승환의 유별난 위력 (즉 비슷한 구속과 제구를 가진 투수들에 비해 유력 언터처블한 그의 투구)은 강한 악력과 특이한 그립으로 인한 회전력의 차이도 있지만, 끌고 나와서 던지는 폼에 의한 [높은 존의 패스트볼]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오승환은, 높은 쪽의 패스트볼로 정말 재미를 많이 보는 투수입니다. 

흔히 낮게 낮게 라는 말을 해설자들이 너무 많이 해서 무조건 낮은 존이 투수에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구를 동반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구속을 무기로 삼을 수 있는 투수라면 높은 존의 패스트볼은 엄청나게 희소한 무기가 됩니다.

(올시즌, 돌아온 손민한이 높은 패스트볼을 무기도 재미를 본 대표적 투수이기도 합니다) 


낮은 존의 패스트볼은 좋은 컨택과 간결한 스윙을 가진 타자들의 경우, 짧게 맞춰내는 방식으로 공략당하곤 합니다.  반면 높게 제구된 위력적인 패스트볼은 (특히나 몸쪽공이라면) 그렇게 쳐내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타자가 그렇잖아도 중심을 앞에두고 짧게 쳐내야 하는 상황에서, 낮은 쪽과 높은 쪽 2개의 타겟을 동시에 대비하기 힘든 점도 생기게 됩니다.


그런면에서, 오승환은 높은 존의 패스트볼을 정말 잘 제구하는 투수이며, 낮은 패스트볼보다 오히려 높은 패스트볼을 더 위력적으로 던지는 투수 같아보입니다.  제구능력과 자기 제구능력에 대한 자신감 이 두가지가 합쳐진거겠죠.


게다가 한가지 요인이 더 있을 수 있습니다.  높은 공 제구에 대한 실패위험부담 차이입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두가지 유형의 투구폼에서 생겨나는 결정적인 차이일 수 있습니다.


한때 최고의 스터프였던 박찬호의 라이징패스트볼은 본인의 고백처럼 사실은 의도한 공이 아니라 제구에 실패한 결과인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끌고 나오는 피칭폼을 가진 투수의 경우, 높은 타겟을 겨냥했을때, 혹은 겨냥에 실패해서 손에가 아주 약간 빠졌을때 오히려 더 많은 회전이 걸리며 높은 존으로 떠오르듯이 날아갑니다.  속구에 대비하여 바짝 조이며 기다린 타자들이 헛스윙을 돌리기 딱 좋은 상황이 되는거죠.  낮은 공은 타이밍이 약간 늦어도 쳐낼 수 있어도 높은 공은 그렇지 못할 겁니다.  속구에 헛스윙하는 타자들의 방망이는 대체로 공의 아래를 지나가게 마련이구요.


반면 리즈와 같은 릴리즈 메카니즘을 가진 투수는 일단, 높은 공에 대한 제구 자체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총신이 긴 총이 더 겨냥하기쉽고 명중률이 높아지듯이, 짧게 끊어서 때리는 리즈의 폼은, 길게 끌고나가 날리는 오승환의 폼보다 다양한 탄착점을 커버하는데 확실히 결함이나 약점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다른 식으로 설명하자면, 끌고나와 던지는 투수가 공을 "선"으로 던진다면, 리즈는 공을 "점"에서 던지는 셈이겠지요.  


따라서 하나의 폼으로 다양한 타겟을 겨냥하는데 있어서 확실히 차이가 생겨납니다.  이것이 제구능력의 차이에도 영향을 미치겠지요.   아마도 리즈는, 낮은 스트라이크에 맞도록 투구폼을 정착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그 폼은, 다른 타겟을 겨냥하려할 경우 눈에 띄게 안정성이 떨어지는거 같습니다. 


뿐만아니라, 리즈와 같은 폼은 겨냥에 미묘하게 실패했을 경우, 공이 흔히 "풀려서 온다"고 표현되는, 회전력이 정상보도 확 떨어지는 밋밋한 상태로 날아가게 된다는거죠.


이것이, 리즈의 공이 낮게 제구될때는 기가막히게 깔리면서 꽂히는데 반해서, 높게 날아갈 경우 붕 떠서 밋밋하게 들어가는 이유일 수 있다는 가설.입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메카닉상의 약점과 이 약점에 대한 불안감이, 볼배합과 타겟팅의 압박을 주게 되는게 아닐까요?


(이밖에도,,, 팔이 높은 곳에서 릴리즈를 하기 때문에, 공을 숨겨나오는 디셉션 에서도 약점이 생기겠지요)



2. 커브처럼 날아가는 슬라이더


리즈의 폼이 만들어내는 또다른 현상은 그의 독특한 변화구인거 같습니다.

리즈가 자주 던지는 빠르게 떨어지는 변화구는 슬라이더 그립으로 던집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슬라이더와 달리 낙폭이 휠씬 큽니다.  흔히 파워커브 또는 슬러브라고 불리는 공이랑 비슷하게 날아갑니다.

타점 즉 릴리즈포인트가 투수 몸의 중심보다 홈플레이트 쪽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손목스냅의 가동범위는 더 좁아집니다. 특히 공에 탑스핀 회전을 주는 면에서는 더욱 그럴겁니다.


대체로 커브의 경우, 투수가 릴리즈 순간 손목을 비틀어서 횡방향 회전과 톱스핀 회전을 섞어서 그래서 흘러나가는 공이 변화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가 동시에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투수의 특성에 따라 12-6에 가까운 궤적을 그리기도 하고, 3-9에 더 가까운 회전을 그리기도 하고 그런거겠죠.


그런데, 리즈는 슬라이더 그립을 잡고 슬라이더에가까운 손목움직임을 주더라도, 타점이 중심에 가깝기 때문에 슬라이더를 던지는 경우에도, 상당히 많은 [톱스핀]이 걸리는 유형입니다.  당연히 공의 움직임도 빠르면서도 톱스핀의 영향으로 드라이브 걸리듯이 떨어지는 형태가 되는거겠죠.  리즈의 긴 손가락도 톱스핀 회전방향을 강하게 하는데 영향을 미칠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공을 플레이트 쪽으로 가까이 끌고나와서 던지는 폼이라면, 이런식의 톱스핀 회전이 먹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손목이 몸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톱스핀을 위한 손목의 기동범위가 나오기 어려울테니까요.


객나적으로 말한다면, 11/12 두 시즌과 13시즌의 가장 큰 차이는 이 커브처럼 떨어지는 슬라이더의 제구가 안정된 것과,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몸쪽 높은 공을 던지기 시작한 것. 두가지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피칭메카니즘을 좀더 잘 이해하고 활용하게 된거라고 할 수도 있을까요?


다만, 릴리즈 후에 몸이 1루쪽으로 스핀하는 폼은 확실히 좋은 메카니즘이라 하기는 어렵겠죠.  역시 객나적으로 느끼는 점은, 1루쪽으로 돌라가는 정도가 좀 심했던 날은 어김없이 제구가 특히 더 흔들리는 날이었던거 같네요.  구조적으로 폼을 바꾸기보다는, 적정한 수준에서 통제하고 안정화시키는게 지난 3년 동안 가지고온 진화가 아니었을까요?


--- 어찌어찌하는 사이, 칼럼의 컨셉이 "데이터로 보는 트윈스이 야구"처럼 되어버렸지만, 저는 사실 매우 "객나적인" 편입니다.  해서, 객나적인 스카우팅 리포트는,,, 일종의 욕구불만 해소 차원이 되겠습니다.  그냥 계량적인 근거가 없이 객나적으로 드는 생각에 대해서 말입니다.  이쪽도 너그럽게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