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쓴 것은 지난 6월이었습니다. 그 후로 반년이 더 지났지만 저는 지금 다시 쓴다 해도 이와 같은 글을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선견지명이라 자랑할 일일까요? 설마요. 결정적 변화가 없다면 KBO는 당분간 엘롯기 vs NC+넥센 의 전통의 삽질 팀들과 신흥 급성장팀의 대비로 묘사되어야 할지 모른다는 우울함이 덥쳐옵니다.
"이제 왕은 없다. 그리고 왕이 이 모욕에 사과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왕은 없으리라."
권능왕에게 모욕당한 키탈저 사냥꾼이 남긴 말
그들은 왕을 잃고 뿔뿔히 흩어졌습니다.
왕이 사과하지 않으면 왕은 돌아오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미 왕이 없으니 사과할 수 있는 왕도 없습니다. 따라서 이 말은 모순입니다. 좀더 정확히 모순의 힘을 빌은 저주 였습니다. 수백년 전 (아니면 수천년 전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이미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모순의 힘은 여적 남아 있는지도 모릅니다.
엄혹했던 암흑기 내내 우리를 괴롭힌 것은 바로 키탈저 사냥꾼의 말과 비슷했습니다. 그 시절, 저는 모든 것에 우선하는 악덕은 “패배주의”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패배주의를 극복하는 것은 오직 승리입니다. 따라서 모순 하나가 만들어집니다.
“이기기 위해서는 강한 팀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강한 팀이 되려면 먼저 이길 수 있어야 한다”
사실 그렇습니다. 이유가 무엇 때문이었든 누적되는 패배는 선수들 속에 결정화되어 패배주의가 되고 그것이 승부의 순간 몸을 굳어지게 만들고 가진 힘을 쓸 수 없게 붙잡습니다. 이겨야 극복할 수 있는데 이기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합니다. 그런데 강해지는 방법은 이기는 기억이 쌓이는 것입니다. 그러니 모순입니다.
확실히 하고 싶습니다. 저주는 깨어졌고 봉인은 풀렸습니다. 지난 두시즌 동안의 가을야구 여정은 프로야구 역사에 남아도 좋을만큼 드라마틱했습니다. 이겨본 기억, 이겨낸 기억이라면 충분하지는 못해도 필요한 만큼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문제는 좀 다른 것입니다.
2010년 시즌을 마치며 - 그가 가끔 그립지만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은 아닙니다. 선수가 아니라 감독이 스타가 되는 것 조차 침체와 어둠의 증거일텐데 하물며 응원단장이 최고의 스타인 시절이라니요.
올해는 작년과 다르다.
양상문 감독은 비교적 합리적인 성향입니다. 상식적이고 순리를 따릅니다. 그리고 섬세합니다.
베테랑 위주의 선수기용이 잘못된 것인가요? 그것이 실력 위주의 기용과 서로 배치되는 것인가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두경기라면 몰라도 적어도 아직은 박용택, 정성훈, 7병규, 손주인은 그 포지션의 젊은 선수보다 휠씬 더 잘합니다. 야구에 절대란 없지만 아주 높은 확율로 더 낫습니다. 잠깐의 부진을 이유로 이들의 기용원칙을 뒤흔다면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실제로 그들 대부분은 시즌이 지날수록 애당초 기대했던 모습에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다만 이진영의 경우는 수비를 제외한다면 49:51로 부정적이고, 9병규는 51:49로 타격에서 아직 기대할 만한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9병규는 실제로 대타 롤이었고 해서 선수기용에 대해 유일하게 아쉽다면 그것은 이진영인데 그나마 우익수 수비의 대체자원이 그보다 타격에서 나을게 없다보니 이것 조차 나무라기가 좀 어렵습니다. 그저 타순의 조정 정도였을까요?
현재 시점에서 봉중근이 이동현보다 더 나은 투수라 하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봉중근 마무리, 이동현 셋업이 전략적으로 더 나은 옵션입니다. 현재의 끔찍한 성적이 그동안의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되새기게 만들겠지만 지금의 팀 순위에서 봉중근의 초반부진에 대한 지분이 과대평가될 이유는 별로 없습니다.
그럼 뭔가요? 감독에게도 2년차 징크스가 있는건가요? 의미는 약간 다르지만 그럴 수도 있습니다. 보통 2년차 징크스라 하는 것은 통계적인 “평균회귀”인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에게는 3년차나 4년차에 오게 되는 확율적인 하이퍼포먼트가 우연히 1년차에 나타나는 신인선수들의 성적을 설명하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난 시즌 양상문 감독이 보여준 기적적인 팀관리 능력은 우연이었을까요? 반반인거 같습니다. 그는 합리적인 성향의 감독이고 순리적인 선택을 합니다. 작년에는 그 순리에 맞고 확율상 높았던 선택이 그럭저럭 맞아 들어간 시즌이었고 올해는 족족이 어긋나는 불운한 시즌입니다. 작년에는 중상 정도의 운이었다면 올해는 최하의 운을 뽑았다고 해야 할까요?
지난 반시즌의 성과로 시즌 중간에 부임한 감독을 무한 찬양하는 것이 과한 것처럼 이제 1/3시즌의 상태에서 이제 겨우 만1년 된 감독을 그저 매도하는 것도 부적절합니다.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인식이 모자랐던 것일까?
2년 연속 가을야구로 암흑기의 패배주의는 어느정도 해소되었고 나날이 두터워지는 투수진 그리고 아직은 한두해 정도 더 정점에 있어줄 걸로 기대할만한 베테랑 타자들은 모험과 도전보다는 순리에 맞는 전력구상이 최선의 방법이라 여기게 할만 했습니다.
두명의 외국인 투수 중 하나는 최상급은 아니라도 이미 리그에서 검증된 수준급 선발투수 소사로 다른 하나는 약간의 불확실성은 있지만 비교적 높은 확율로 리그급 에이스의 성적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루카스 하렐을 선택한 것도 그랬습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더구나 잠실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여건 상 거포형보다는 꾸준하게 보장된 기여도가 기대되는 3루수 한나한을 선택한 것도 그랬습니다.
저는 현재의 끔찍한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프론트와 벤치의 선택은 여전히 합리적인 것이었다 생각합니다. 불운하게도 많은 것이 계획과 달라져 있지만 프로구단의 전력구상이라는 것에 그정도 변수는 없을 수가 없습니다. 변수를 극복하고 이겨내지 못한 것이야 아쉽지만 그렇다고 애당초의 전략적 선택이 그른 거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변수는 오히려 경쟁팀의 전력에서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트윈스는 작년보다 약간 못한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경쟁팀이 작년과 같다면 지금 9위가 아니라 6위 정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경쟁팀은 작년보다 휠씬 많이 강해졌습니다.
최근 몇해동안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구단운영을 보여준 NC와 넥센 두팀은 이제 강팀다운 면모를 안정적으로 갖추게 되었고 4연패팀 삼성의 전력은 여전히 견고하며 프런트와 벤치의 무능 혹은 난행에 발이 걸렸던 롯데, SK, 두산 세팀은 이제 디버프를 벗어났습니다. 단기적인 전력강화에 탁월한 승부사 김성근 감독도 돌아왔습니다.
프런트와 벤치에게 실책이 있었다면 그것은 미시적이고 전술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거시적인 판세와 흐름에 대한 오판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합리적이고 안정적이지만 반대로 소극적인 행보가 15시즌의 흐름에는 충분할 수 없었던 것일테죠.
오래된 문제라면 해결에도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최근 자랑이던 투수력 조차 무너진건 아쉽지만 그동안 보여준 것을 떠올린다면 일시적인 불운이나 부진이라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고, 작년 재작년에 비해 심각할 정도로 균열이 생긴 수비력의 탓도 큽니다.
결국 늘 하는 말이지만 문제는 타자 즉 야수들 쪽에 있는 거겠죠. 그 현상에 대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면 육성시스템을 말할 수 밖에 없게 된 것 같습니다.
현재 내부육성을 통해 전력화된 선수 중 팀내에 리그평균 이상의 경쟁력을 가진 것은 단 3명입니다. 박용택, 7병규, 오지환. 박용택의 입단이 2002년이니까 13년 동안 3명이라는 계산입니다. 좀 심합니다. 그나마 지금보다 2-3살 젊은 박용택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둘은 리그급에는 부족하고 대략 수준급 정도에 머뭅니다.
뻔하고 지겨운 이야기를 반복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포커스를 분명히 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자연스럽고 순리적이며 합리적인 세대교체는 실패했다고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한다면 프론트 전력강화플랜의 직무유기 또한 인정해야 합니다. 내부육성이든 외부영입이든 둘 중 하나가 필요했지만 전자는 실패했고 후자는 방기했기 때문입니다.
베테랑 야수들이 한두시즌 정도는 더 버텨줄 것이라는 판단은 아주 틀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정도면 된다 여긴 상황인식이 잘못되었던거 같습니다.
외부영입을 생각한다면 오버페이를 각오해야 하고, 내부육성을 생각한다면 좀더 긴 호흡이 필요할겁니다.
왜 좋은 타격코치를 가지지 못할까?
세간의 인식으로는 김무관, 박흥식, 허문회 코치 등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는 웨이트트레이닝에 대한 강화 역시 많이 이야기됩니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어떤 인사가 더 옳은지는 물론 제 능력 밖의 판단이니 논할 바는 못됩니다. 뜨문뜨문 흘러나오는 줄이라든지 파벌이라든지 하는 이야기 역시 확인할 바가 없으니 논할 바가 아닙니다. 다만 프론트가 그런 문제를 다루는 자세에 대해서는 그저 조직과 인사의 문제인가 싶어 일반론 수준에서 말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타격코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구단이 모를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미 몇해 전 롯데에서 잘나가던 김무관코치를 전격적으로 영입했던 전력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새삼 “파격”에 대한 각오의 유무가 문제인게 아닐까요?
저는 몇해 전 삼성이, 당시 야인이던 조범현 감독을 인스트럭터로 고용한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자세한 내막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런 인사가 보통의 조직에서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모르긴해도 조범현 감독은 배터리 인스트럭터라는 좀 제한적이고 업무량도 크게 많지 않은 일에 비해 좀더 오래 근속한 풀타임 코치보다 휠씬 많은 보수를 받았을 것입니다. 조직 내의 예우도 더 높은 배분이어야 했을 것입니다.
일반 기업으로 친다면 화려한 경력을 가진 그러나 무슨 일을 하는지가 약간 불분명한 자문역 컨설턴트가 고액연봉에 개인사무실을 제공받으며 영입될 때, 칼출근과 잔업철야가 일상인 대리, 과장들 입장에서 지극히 당연한 불만을 토로할 법한 상황일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조직의 동기부여 하락과 케미스트리 균열이 예정되는 것과 비슷할 수도 있습니다.
파격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각오하는 것이다
파격적 인사가 득이되는지 실이 되는지는 그때 그때 다릅니다. 그것이 옳고 선하다 여길 이유도 딱히 없습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결과는 까봐야 아는 법이니까요. 해서 파격적 선택과 순리적 선택 사이에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이 있지 않습니다. 그 간격에 있는 것은 상황인식입니다. 예외적인 위기상황인지 아니면 통상적인 상황인지. 치세에는 무뢰배 쯤으로 남을 인물들이 난세에는 종종 영웅이 됩니다. 치세에는 순리를 따라서 딱히 잃을게 없지만 난세에는 파격이 아니면 얻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은 난세인거 같습니다. 전력육성의 총체적 실패를 인정하고 파격을 감행해야 하는 시대라는 뜻이겠죠. 파격과 혁신은 그 자체로 옳은 것이 아닙니다. 파격과 혁신은 그것이 선하다 칭송받는 것과 달리 평균적인 기대성과는 순리적 선택보다 높기 어렵습니다. 예외적인 성공이 있지만 묻혀진 휠씬 많은 참혹하고 망신스러운 실패가 있기 때문입니다.
파격과 혁신은 그것이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러지 않으면 생존이 위협받을 때 필요합니다. 파격과 혁신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각오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순리와 파격 사이에는 합리적 판단이 아니라 실존적 인식이 있다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난세인가 봅니다.
리빌딩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진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2시즌 동안의 성과입니다. 적어도 암흑기 탈출과 팀의 리빌딩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은 아니어도 좋을테니까요. 프런트가 다소 예외적인 선택을 하더라도 3년전에 비하면 좀더 나은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겁니다.
그런데, 리빌딩 특히 지금 트윈스가 직면한 중장기적인 야수육성시스템에 대해서라면 그것은 감독이나 벤치의 몫이 아니라 프런트의 몫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야구는 모르고 어떤 선수가 어찌 성장할지 점치는 것은 누구에게도 무리지만 그래도 확율적으로는 드래프트 시점의 상위픽이 좀더 확율이 높긴 합니다. 현재 트윈스의 투수팜은 암흑기의 유산입니다. 대략 2011년까지 드래프트는 투수 쪽에 집중되어 있었고 낮은 순위 덕택으로 앞선 순위의 픽을 할 수 있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1라운더인 임정우와 윤지웅을 FA보상선수로 받아왔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야수 쪽으로 방향전환이 있었는데 12년도 1픽에 즉전감이라 불리던 대졸 포수 조윤준을 뽑았고 13년에는 내야수 강승호를 뽑았습니다. 1픽 뿐 아니라 상위지명에 꽤 많은 야수자원이 포함되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박병호와 정의윤을 1,2순위에 지명한 이후,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번의 드래프트에서 3순위 이내 18명 중 야수는 딱 2명 밖에 없었습니다. 07 박용근, 09 오지환입니다.
야수자원의 필요를 느낀 결과로 1라운드에서 뽑은 조윤준과 강승호는 그러나 여전히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조인성의 이탈로 당장 포수자원이 모자라니까 대졸포수를 뽑고 외야자원에 비해 내야자원이 약한 것 같으니까 공수 밸런스가 무난한 올라운더 강승호를 뽑았습니다. 이들이 나쁜 자원이라 할 것은 아니지만 막상 그들이 전력화될 수 있는 최소 3년 아마도 5년이나 7년후에 팀 상황이 어찌 될지는 또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을 즉시 전력화할 수 있는 치열한 플랜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구요.
변화는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각오하는 것이다
올 시즌 당장 보니 내야보다 외야자원이 더 애매해져 있는걸 봅니다. 물론 이런 것은 결과론입니다. 이대형은 시즌이 거듭되며 오히려 퇴보하다 이탈했고, 7병규는 아직도 충분히 건강하지 않으며 정의윤은 여전히 터지지 않은 노망주로 남을거라 예상했어야 한다는건 과한 트집이니까요. 하지만 지난 10년을 거슬러도 3라운드나 5라운드 안에 거포 자원이라 계획하고 지명한 픽이 단 한건도 없었다 해도 아주 과장이 아닙니다. 잠실에서는 거포보다 밸런스 좋은 올라운더가 필요하다는 아주 상식적이고 뻔한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안 이미 리그는 장타력을 기본으로 장착한 야수들이 지배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습니다.
투수에 비해 야수는 전력화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전력육성의 시작이 스카우팅과 드래프트인 것이니 팀내 야수자원의 부재는 생각보다 휠씬 더 오래전이 이미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반대로 이 문제를 극복하는데도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다는 뜻도 될겁니다.
몇해동안 다른 요인들로 상쇄되어 드러나지 않았던 야수육성체계의 심각한 문제가 이제 정면으로 맞서지 않으면 안될 시점이 온 것 뿐이며 올시즌 성적과 상관없이 결국 풀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일 것입니다. 이제라도 이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 전환과 파격을 시작해야 할 때일 겁니다. 치세가 아니라 난세라고 판단한다면 말입니다.
--- 붙임
제 개인적으로도 모순이 하나가 있습니다. 저는 엘지트윈스라는 팀에 앞서 야구 자체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건 정말 사실입니다. 하지만 트윈스의 경기가 아닌 야구는 영 봐지지가 않습니다. 팀을 떠나 야구 자체를 즐기고싶지만 이 팀을 통해서가 아니면 야구가 안봐지니 이것 또한 키탈저 사냥꾼 식의 저주일테죠.
제가 야구통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래서 암흑기의 부산물이고 저주를 피하려는 고육지책이기도 했습니다. 야구가 좋고 야구랑 놀고 싶은데 팀이 그 지경이니 흥이 안나고 보려니 괴롭고 했습니다. 트윈스를 통하지 않고 야구를 즐기려다보니 패배도 좌절도 낙담도 없이 무미건조해서 딱 좋은 통계가 제격이었습니다.
덕분에 소소하지만 귀한 취미 하나가 생기긴 했지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견디며 키운 맷집이 있으니 기다려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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