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듯이, 득점권(RISP) 타율은 결국 커리어 타율에 수렴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꽤 많은 타석수가 누적된 이후에도 자신의 커리어타율보다 꽤 높은 득점권 타율을 유지하는 타자들은 종종 있습니다.
다음은 KBO 2010년 이후 현재(2015.9.20) 까지 전체 누적타율과 득점권상황(RISP) 타율을 차원 상에 표시한 결과입니다. (500타석+)
왼쪽 위 영역과 오른쪽 아래 영역을 나눈 오렌지색 점선은, 전체 타율과 RISP타율 사이의 선형추세선입니다. 따라서 왼쪽 위에 있는 타자들은 자신의 타율보다 높은 득점권 타율을 보인 경우이고 오른쪽 아래는 그 반대입니다.
박용택, 유한준, 박석민, 최정, 정수빈 등은 자신의 평균타율보다 2푼에서 3푼 정도 높은 득점권 타율을 보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한 시즌 전체 타석수보다 더 많은 700-800타석 정도의 득점권 상황에서 쌓은 기록입니다.
물론 타율이라는 지표가 700-800타석에서 조차 충분한 통계적 안정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는 수준의 샘플사이즈는 확실히 아닙니다. 득점권 타율에 대해 더 중요한 문제는 통계적 신뢰성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흔히 믿는 것처럼 "클러치히터"의 증거가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아마 그러기 어려울 겁니다)
이보다 좀더 나은 기준은 close&late 조건의 RISP 입니다. 7회 이후, 3점차 이내 조건으로 한정합니다. 대신 이럴 경우 샘플사이즈가 작아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래는 c&l RISP 타석 150+ 기준의 2010년 이후 현재까지의 결과입니다.
(차트 안의 선수 마크를 클릭하면 좀더 자세한 정보가 표시됩니다)
박용택의 경우 기간 중 자신의 평균타율보다 1할1푼 이상 높은 0.428의 c&l 득점권 타율을 보입니다. 리그1위입니다. 타석수는 232번 입니다. 충분히 큰 샘플사이즈는 아니지만 어쨌든 무시할 만큼 작은 사이즈도 아닙니다.
두번째 차트는 c&l RISP의 조건을 구분해서 세로 방향이 RISP 가로방향이 close&late 로 표시한 결과입니다. 우상 방향이 c&l + RISP 둘다 높은 선수들이고 좌하 방향은 반대입니다. 즉 c&l+RISP가 높은 타자들이 경기상황에 따른 강점이 더 지배적인지, 아니면 득점권 상황이란 조건이 더 지배적인지 구분해서 보기 위함입니다.
더 오른쪽에 있는 타자들이 close&late에서 잘 친 타자들이고, 더 위쪽에 있는 타자들은 득점권 상황에서 잘 친 타자들입니다. 따라서 오른쪽 위는, close&late 와 RISP 두가지 조건에서 모두 잘 친 선수들이 됩니다. 추세선을 기준으로 그 타자가 클러치 상황의 조건이 될 수 있는 두 종류 조건 중 어느 쪽에 더 강점을 보였는지 말하자면 구성성분을 볼 수 있는 차트입니다.
어쨌든 타석 조건에 따라 어느정도의 스플릿은 있습니다. 관건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있을 것입니다.
득점권 타율의 통계적 신뢰성을 의심하는 것은, 그것이 한시즌 이내의 결과일 경우 풀타임 플레이어라고 해도 100타석을 겨우 넘는 정도이기 때문에 당연히 합리적입니다. 다만 이것이 기계적으로 커리어 타율에 수렴한다는 것은 틀립니다.
득점권 또는 close&late 같은 조건부 타율에 대해 객관적인 태도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1. 스탯이란게 원래 그렇듯이 충분히 큰 사이즈의 샘플이 되고나면 통계적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500타석+ 정도 된다면 어느정도 참고할 만한 스탯이 될 수 있을겁니다.
2. 샘플 사이즈가 충분히 크다고 해도 성질 상 bias의 여지가 있다면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들어 투수의 1회 ERA 같은 것이라면 보통 상대팀 상위타순을 상대할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전체 ERA와 비교해서 어떤 결론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객관적이지 못합니다. 샘플 자체가 균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득점권 타율과 이 부분을 연관시킨다면, 주자1루 또는 13루 조건에서 타율은 평균보다 높아집니다. 고의사구를 많이 얻는 타자들은 득점권 상황에서 타율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의사구의 득점가치가 다른 볼넷보다 낮기 때문에 그것은 과대평가의 소지가 됩니다. 어떤 타자가 예외적으로 조건의 타석이 많았다면 그 통계에는 오차의 여지가 있을겁니다.
3. 통계의 객관적 의미 이상을 해석하지 말아야 합니다.
득점권 타율은 말 그래도, 득점권 상황에서의 타율입니다. 그것을 클러치히팅 능력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더구나 담력이나 멘탈의 지표로 보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클러치히팅은 확실히 매력적인 테마입니다. 야구팬들에게 가장 짜릿한 순간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잃지 않는다면 야구통계 중 어떤 것들은 클러치 상황에서 더 강했던 타자들을 찾아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체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위에서 본 것과 같은 close&late + RISP 조건의 타율입니다. 하지만 몇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일단 타격의 퍼포먼스를 측정하는데 타율이 충분히 정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체 타격 퍼포먼트슬 측정하는데 휠씬 더 나은 것으로 인정받는 OPS 같은 것이 확실히 더 낫다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IBB를 많이 얻는 강타자들의 경우 조건부 OPS에서 클러치 퍼포먼스가 과대평가될 수 있습니다. 출루율에 계산에 볼넷과 동등한 가중치로 포함되는 IBB 의 경우 런밸류가 휠씬 낮습니다. 또 고의사구가 아닌 볼넷이라도 1루가 빈 상황의 소위 intentional uBB(고의적인 안-고의사구) 역시 평균적인 uBB에 비해 낮은 런밸류를 가집니다.
장타율이 좀더 나을 수 있긴 하지만 득점권 상황이란 장타 없이도 득점이 가능한 상황을 말하기 때문에 평균적인 경우보다 단타와 장타 사이의 상대적 가치 차이가 더 좁을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장타율은 타율보다 좀더 정확도가 높을 것 같기는 합니다.
경기 상황에 따라 각각이 플레이가 승리확율에 얼만큼의 변화를 주는지 측정하는 WPA는 어쩌면 클러치퍼포먼스에 대한 가장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wOBA와 같은 중립 지표와 WPA를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클러치 상황에서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인 타자가 누군지 확인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확실히 할 것은, "평소보다 얼마나 더 잘쳤느냐" 보다는 "어쨌든 잘쳤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타율 0.380 을 치는 타자가 클러치 상황에서 0.370을 쳤다고 해도, 평소에 0.280을 치다가 클러치 상황 0.340 을 치는 타자보다 더 팀 승리에 많이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빌제임스가 Mr.Clutch 에서 말했던 것처럼, 통계는 야구에 대한 객관적 지식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 선수의 인격을 측정하는 도구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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