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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던과 불문율에 대해 한 메이저리거가 도미니카에서 겪은 일

by 토아일당 2015. 11. 2.


foxsports.com 에 예전에 실렸던 John Baker 의 글입니다.  배트플립이나 불문율에서 금기시하는 과도한 세레모니에 대한 흥미있는 시각입니다.   특히 바깥 사람이 아니라 현역 메이저리거(2014년까지)였던 선수의 이야기라는 점이 더 그렇습니다.    


Playing The Right Way? 

http://www.foxsports.com/mlb/just-a-bit-outside/story/playing-baseball-right-way-depends-three-factors-when-who-where-061615


존 베이커는 캘리포니아 출신이고 드래프트 4라운드로 오클랜드에 지명되면서 프로선수가 되었고 33살이었던 지난 14시즌에는 시카고 컵스에서 백업포수로 뛰며 208타석에 나왔습니다.


나는 전직 프로선수였고 스탠포드에서 심리학 학위를 받은 아버지로부터 야구를 배웠습니다.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습니다.  아들아, 최선을 다하는데는 어떤 재능도 필요하지 않다. It takes NO talent to hustle. 그래서 난 늘 최선을 다했습니다.  배트플립이나 과도한 세레모니에 관한 것은 별로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그런 그가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것은 2011시즌을 마치고 도미니칸리그에서 플레이하면서 였습니다.  토미존 서저리 이후 재활을 하며 한 시즌 거의 대부분을 날린 직후였습니다.


그가 도미니카에 도착한 후 처음 알게 된 동료는 파드레스 팜 소속의 젊은 파워히터 1루수였습니다.  그는 최근 몇년 동안 일년에 한 두달 씩 메이저리그에 오르락 내리락 하던 나름대로 유망주였고 또 여전히 치열한 경쟁을 치뤄야 하는 아슬아슬 유망주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더 많은 타석경험을 하기 위해 도미니카에 와 있었습니다.  대충 판에 박힌 첫인사를 나눈 후, 원정길 차안에서 그와 나누었던 대화가 정말 인상적인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 : 형님(Bro) 여기서 경기 한번 해봐요. 장난 아니에요.

나 : 뭔소리야?  분위기나 뭐 그런거?  그래봐야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그 : 다들 완전 약빨았어요.  4번타자는 땅볼안타 하나만 쳐도 빠던이 하늘로 날라가요.  홈런 치면 함 봐요. 장난 없어요.   난 이거 완전 좋아요.  얼른 홈런 하나치고 나대고 싶어 근질근질해요.    진짜 죽이는건 아무도 상관 안한다는 거에요.   그냥 “경기의 일부”일 뿐이에요.  

투수들은 삼진 잡으면 무조건 어퍼컷 날라가구요 내야수가 땅볼 하나 처리해도 마찬가지에요.  진짜 죽음이에요.

나 : 진짜야?  그냥 그게 경기의 일부라고?

그 : 옙. 형님.  게임의 일부. ㅋㅋㅋ


가던 길에 차가 잠깐 멈췄다.  그는 길거리 상인으로부터 핸드메이드 목걸이를 하나 사며 계획을 떠벌였다.  오늘 한방 칠거에요.  그리고 이걸 목에 걸고 빙빙 돌리면서 베이스를 돌거라구요. 


그런게 진짜 가능한지 확인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450피트짜리 홈런을 치고 1루 베이스로 향하며 덕아웃의 날 쳐다봤다.   나는 그 친구보다 상대팀 덕아웃에 눈길이 꽂혀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덕아웃이나 마찬가지로 그냥 재미있어했다.  베이스를 돌며 내내 다들 웃고 즐겼다.  


만약 그런 일이 미국에서 벌어졌다면 어찌 되었을까?   곧 전쟁 발발 직전의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긴 아니었다.  투수 조차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정말 경기의 일부였다.


다음날 나는 여기 출신의 선수들에게 과도한 세이머니의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충분했고 동시에 지극히 겸손했다.   그들 대부분은 5학년이 넘으면 학교에서 공부할 시간이 별로 없다.  그들은 하루종일 야구연습을 한다.  만약 사탕수수농장의 인부가 되거나 그 동네에 있는 리조트 사다 데 캄포에서 세탁일을 하지 않으려면 야구로 성공하는 수 밖에 없다.  그들은 그밖의 다른 기회를 아예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의 배트플립은 상대 투수를 향한게 아니다.  그들이 지금 그 자리에 있기 까지 감사할 모든 사람들을 향한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야구를 할 수 있는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고 행복하게 여긴다.  그들의 별의 별 세리모니는 정말 기막히게 시적(poetic)이었다.


나는 도미니카의 경험을 뒤로 하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경기를 보는 방식도 달라졌다.  다른 누가 홈런을 치고 타구를 쳐다보고 있다고 해도 별로 화내지 않게 되었다.   투수가 날 삼진으로 잡아내고 세레모니를 하는 것도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물론 내 플레이가 달라진 것도 없다.  나는 여전히 땅볼을 치고 전력질주를 하며 최선을 다해서 1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간다.  난 내 버전의 “playing the right way”를 하고 있는 것 뿐이다.


* 대화의 말투는 그냥 그런 느낌이라서 저렇게 옮겼습니다.  


물론 베이커의 글이, 빠던을 하든말든 다 자기 맘이다 라는 식의 생각을 지지하는 것은 아닐겁니다.  다만, 무엇을 어떻게 존중하느냐 하는 것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도미니카에서의 경험으로 느끼게 되었다는 것일테죠.


전 개인적으로, 상대방이 불편하게 느낀다면 안하는게 좋다는 생각입니다.  프로야구에서는 그런게 맞다고 느낍니다.  기술적인 플레이의 완성도 이외에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감정적인 요인은 적어지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룰이라는 생각입니다.  당사자들의 컨센서스를 밖에서 왈가왈부할 일은 아닌거 같네요.


글에서 존 베이커가 말하는 것처럼, 언젠가 시간이 좀더 흐른 후 젊은 투수들이 최고의 공을 던지고 나서 피융 피융 활쏘는 시늉을 하는게 당연한 일이 되는 것도 나쁠 건 없겠죠.  서로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은 물론 필요하겠지만.  


* 존 베이커가 도미니카에서 만났던 젊은 타자는 앤써니 리쪼 입니다.  지금은 컵스 유니폼을 입고 있으며 14/15시즌 연속 올스타 플레이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배트플립 연습 장면으로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