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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2010년 5월의 기억

토아일당 2017.04.24 22:06


예전에, 어느 커뮤니티 게시판에 썼던 글입니다.  야구도 없고 (저 뿐 아니라 다들 그렇겠지만) 이 녀석 얼굴이 자꾸 떠올라서 그냥 한번 올려봅니다.

기억은 잘 안나는데 내용 중에 "김기태 감독" 이야기가 나오는걸 보니 2012년이나 2013년에 쓴 글이었겠습니다.  


사진-뉴시스



혹시 못보신 분이 있으시면 우취로 경기도 없는데 함 보세요. 경기 풀영상 링크입니다.

왜 이 철없는 녀석에게 맘을 거두지 못하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네이버 다시보기 

트윈스 vs 롯데 2010년 5월

http://sports.news.naver.com/videoCenter/index.nhn?uCategory=kbaseball&category=kbo&id=16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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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닥 잘던진 경기라 보긴 어렵습니다.

변화구는 제멋대로 날아다니고 , 경기운영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선배 야수들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조기강판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많이들 이야기하는 150킬로짜리 테일링 패스트볼은 오랬동안 파이어볼러에 목말랐던 우리를 홀딱 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또 패스트볼만 놓구 보면 제구가 그리 나쁜 편도 아니었지요. 

하여간, 프로 마운드에 처음 올라가서는 151킬로짜리 패스트볼을 한가운데 던져넣는게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루키가 데뷰전에서 선발승을 따내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요. 

또 한가지 얻어맞고 공이 날릴지언정 도망가는 법이 없었다는것도 참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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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재능이 그가 지난날 저질렀던 팀과 선배, 동료에 대한 무례를 덮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올해 안에 이형종이 1군 무대에 설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체력적이거나 기술적인 문제 때문은 아닐수도 있습니다.

그는 트윈스의 캠프에서 훈련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 신고선수 조차 아닌걸로 압니다. 임의탈퇴에 묶여있구요.  퓨쳐스 무대에라도 서기 기 위해서는 신고선수 계약이라도 해야 하고, 올 시즌에 1군 무대에 서는건 그 다음의 일일 겁니다.   해서 몸을 만들고 150킬로짜리 패스트볼을 다시 던지는 것보다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는 셈이죠.  해서 그의 등판소식은 구단과의 계약과 선수등록 소식이 먼저 있고서야 들려올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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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감독과 싸우자며 들이댄 그의 난행이 잘못된 것이긴 하지만 솔직히 밉게만 보이진 않았습니다. 

스무살짜리 혈기방자한 사내놈이 

더구나 마운드 위에 혼자 서서 방망이들고 덤비는 9명 패거리를 때려눕힐 책임을 진 투수란 족속이라면  

그런 배짱과 자존심이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가 될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이왕이면 겸손함과 희생정신을 가진채로 그런 배짱을 가졌다면 금상첨화겠습니다만)

하지만 결정적으로 모자란게 있겠죠.

자신과 마주서서 공을 받아주는, 그리고 등뒤에서 그를 엄호해주는 8명의 동료들의 신뢰와 지지가 없다면 그런건 그저 철없는 건방이고 못되먹은 똘끼일 뿐이니까요.  그의 이름을 오더에 적어넣고 덕아웃에서 지켜볼 감독과 코치에게도 마찬가지겠구요. 

해서, 절차상으로는 구단과의 계약이 필요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동료들이 마음으로 이형종을 받아들이는게 더 중요한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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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헌은 오히려 이형종 보다 늦게 3군 경기에 출전했던거 같은데, 퓨처스 출전을 했다니 형종이가 늦는건 컨디션의 문제라기 보다는 아직 트윈스 선수가 아니라는 신분의 문제가 더 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몸이 다시 아픈게 아니라면 말이죠)

그리고 그 신분의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 선행되는 것이 팀과 동료에게 납득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테죠.

얼마전 김기태감독이 이형종이 늦는 이유에 대해 말할때,  몸 상태가 아니라, 오냐오냐 해줄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는 식으로 코멘트한 것을 봐도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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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이 그 친구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는 별로 할말이 없습니다.  애꿎게 길들이려 하다 엇나갈 수도 있고 거꾸로 그가 가진 파이터기질을 희색시켜버릴 수도 있겠지만, 설사 감독의 방법이 모자란 것이라 해도 그걸 극복하고 넘어서는 것 까지가 이형종이 해야 할 숙제일거 같습니다.

대든건 그렇다치더라도, 야구라는게 저 성질난다고 때려치울 수 있을 만큼 하찮은게 아니라는 것에 대해 그의 생각이 이제는 달라졌음을 그 방법이 무엇이든 팀에게 동료와 선배들에게 감독과 코치에게 그리고 팬들에게 납득시켜야겠지요.  

그것이 또한 그가 허락받은 축복받은 재능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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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딱 어울리는 말은 wild thing 인거 같네요.

솔직히 걱정은 좀 됩니다.  그녀석이 지난 몇해 사이 얼만큼 성숙했을지.  나중에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용기있는, 끈기있는 시간을 보내줄지.  계형철 코치든 아니면 누구든 그녀석의 따뜻한 멘토가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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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광주일고와 맞붙은 결승전에서 흘린 눈물로 그의 나약함을 이야기하는 분이 있다면 동의하긴 어렵습니다.

한점 앞선채로 9회말 수비에 들어간 서울고의 투수 이형종은 제가 봤을때도 공을 스트라이크 존에 넣는것 조차 힘들어하는 상태였습니다.  구위와 코너웍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고, 어딜봐도 그 전 4경기 20이닝을 평균자책 0.9로 막고 올라온 투수로 볼 수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승부욕과 자존심이 남다른 19살짜리 소년 에이스가 분하고 분한 마음에 애써 참으며 흘린 눈물이,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어 가며 공 하나 하나를 던지가 떨군 눈물을 나약하고 흉하다 할 일은 아니지요. 

성숙하지 못했다 할 수 있을런지는 몰라도 , 나약했다 할수는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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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그가 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고 또 스스로 야구에 대한 애정을 기억해내고 마운드에 서서 150킬로짜리 패스트볼을 던지는 트윈스의 10년 에이스가 되어줄 날을 기다립니다.

한때의 철없는 치기가 상대 타자들을 향한 맹수같은 사나움으로 숙성되어주면 좋겠습니다.  할게 없어서 야구로 돌아온게 아니라, 야구를 정말 사랑하고 야구하는 것이 정말 좋아서 공을 던지는 선수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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