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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빈의 오클랜드, 머니볼 MoneyBall, OPS - 세이버메트릭스 키워드
소수의 야구애호가들에 의해 공유되던 세이버메트릭스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역시 2000년대 초반 MLB에서 이룬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성공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오클랜드의 단장 빌리빈의 독특하고 탁월한 운영전략은 흔히 [머니볼MoneyBall]이라 불리는데 이 이야기는 이 이야기는 “머니볼-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기술”이란 책으로 출판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브레드피트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빌리빈의 마법 레시피: OPS:on-base plus slugging
빌리빈의 전략은 마법과 같았습니다. 오클랜드는 최하위권의 연봉총액을 가지고 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거뒀습니다. 그가 사용한 것이 세이버매트릭스였습니다. 해서 오클랜드 그리고 빌리빈의 성공사례는 야구팬들에게 이 생소한 야구지식을 알린 계기이며 동시에 지독하게 보수적인 미국야구계가 색다른 무기를 가진 안경잡이 너드들에게 손을 내밀게 된 전환점이기도 했습니다.
머니볼MoneyBall 이라는 wording 은 야구의 전략 중 홈런과 장타를 중시하는 빅볼, 반대로 도루와 희생번트 등 다양한 작전을 중시하는 스몰볼 같은 것에 빗대어 붙여진 것입니다. 말하자면 “가격대비성능을 중시하는 야구” 라는 의미겠죠.
OPS:on-base plus slugging 는 빌리빈이 그의 팀을 구성하며 가장 중시했던 타격지표였습니다. 타율이 높고 발이 빠른 타자를 선호하던 당시의 관점과 달리, 빌리빈은 느리고 둔해도 홈런을 많이 치고 인내심을 발휘해서 볼넷을 많이 얻는 타자를 선호했습니다. OPS는 누가 그런 타자인지 알려줍니다.
OPS는 세이버매트릭스의 가장 성공적인 발명품 중 하나입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그들은 득점생산과 실점억제에 기여하는 선수의 능력을 측정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수많은 타격지표 중 OPS야말로 다른 무엇보다 타자의 득점생산력을 가장 잘 평가합니다. (물론 지금은 그보다 더 다듬어진 RC, wOBA, XR 같은 지표들이 디자인되었지만 일단 출루율+장타율 이라는 명료한 계산방법이 주는 편리함과 직관성을 능가하긴 어렵습니다)
머니볼Money Ball 을 성공으로 이끈 것들
빌리빈은 뉴욕메츠의 드래프트 1라운더 출신이며 6시즌 동안 메이저리거로 선수생활을 했습니다. 비록 신인지명 당시의 화려한 관심에 어울리지 않게 별다른 실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메이저리그에 발도 들이지 못해본 “실패한 선수출신” 들이 나름 행세하고 있는 MLB 프론트의 스탭과 스카우터들 사이에서 그의 경력은 무시하기 어려운 전통적 권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 그에게는 전임자로부터 물려받은 괜찮은 유산이 있었습니다. 메이저리거 답지 않게 구단의 스카우팅 팀에서 프론트 경력을 시작하도록 이끌어진 전임 단장 샌디 앨더슨Sandy Alderson 은 이미 세이버메트릭스에 기초한 구단운영을 계획하고 있었고 빌리빈에게 이런 아이디어를 권유한 것 역시 그였습니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오클랜드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영건3인방 마크멀더, 팀허드슨, 배리지토는 딱히 세이버메트릭스에 의한 영입이라기 보다는 좀더 전통적인 신인선수 스카우팅의 결과였을 수도 있습니다.
빌리빈의 보좌역을 했던 하버드 경제학과 출신의 폴 디포데스타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비전과 아이디어 그리고 추진력을 가졌지만 실제로 빌리빈은 세이버메트리션이라 보긴 어려웠고 따라서 그의 구단운영에 필요한 기술적 통계적 전문성은 폴 디포데스타로부터 왔을 것입니다.
* 영화 머니볼에는 폴 디포데스타의 역할이 예일대 출신의 뚱뚱한 안경잡이 피터 브랜드라는 캐릭터로 각색되어 등장합니다. 영화의 극적 연출을 위해서 빌리빈을 돕는 통계쟁이는 좀더 뚱뚱하고 더 너드(nerd)처럼 보이는게 나았지만 실제 폴디포데스타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폴 디포데스타는 대본을 검토한 후 자신의 이름이 영화에서 사용되는 것을 반대했고, 그의 캐릭터는 약간 수정되었야 했습니다. 그는 나중에 LA다저스의 단정을 맡게 되는데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고 그후 뉴욕메츠의 스카우팅 및 육성담당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머니볼의 성공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새로운 지식에 대한 “비대칭성”이라고 봐야 합니다. 새로운 지식을 활용한 승리는 그것의 정확해야 가능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것을 혼자만 알고 있어야 성립합니다. 아무도 몰랐던 것을 그들만 알고 있을 때 가능했던 마법은 경쟁자들이 모두 같은 지식을 사용하게 되자 소멸합니다.
머니볼 그 이후
빌리빈이 OPS가 높은 타자를 선호했던 것은 그들이 더 많은 득점을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지만 동시에 타율이 높고 발이 빠른 선수를 선호하는 시장에서 몸값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모든 구단이 OPS 높은 타자의 가치를 깨닫게되자 이제는 그들이 가장 비싼 선수가 되었고 더이상 OPS 높은 타자로 팀을 구성하는 것은 머니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타격지표를 득점생산기여도 순으로 늘어놓는다면 OPS>장타율>출루율>타율 입니다.
어쨌든 머니볼의 성공은, 오클랜드의 성적 뿐 아니라 MLB 그리고 야구에 대한 관점을 혁신적으로 바꾸어놓았습니다. 오클랜드의 성공에 자극받은 다른 MLB구단들이 앞을 다투어 이 새로운 야구지식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보스턴 레드삭스는 야구관련 경력이 거의 없는 예일대 출신 테오 옙스타인을 단장으로 앉히며 84년 묵은 밤비노의 저주를 풀고 2004년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보스턴은 영화 [머니볼]의 후반부처럼 애당초 오클랜드의 빌리빈을 거액에 스카우트하려 했으나 그의 거절로 무산되자 대신 영입한 것이 테오 옙스타인이었는데 전화위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스턴은 이후에도 빅마켓 구단 중 세이버메트릭스의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팀입니다. 2001년 DIPS이론을 발표하며 피칭스탯에서 혁명적 전환을 일으킨 보로스맥크라켄을 고용한 첫번째 MLB구단도 보스턴이었으며 세이버메트릭스의 교조 빌제임스를 구단고문으로 모시고 있는 것도 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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