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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칭스탯의 혁명: 보로스 맥크라켄의 DIPS이론 - 세이버메트릭스 키워드
세이버메트릭스의 피칭스탯 Pitching Stats 진화에서 그리고 21세기 이후의 세이버메트릭스 혁신에서 가장 의미있는 사건 중 하나는, 보로스 맥크라켄에 의해 DIPS이론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타격스탯Batting Stats의 경우, 1985년 발표된 빌제임스의 RC:RunsCreated 나 1999년 짐퍼타도의 XR:extrapolatedRuns 와 같은 지금도 충분한 유용함과 신뢰성을 가지고 사용되고 있는 평가지표들이 이미 고안되어 있었던 것에 비해 피칭스탯Pitching Stats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DIPS이론, "BABIP은 투수의 책임이 아니다"
그의 아이디어는 "타자가 방망이에 맞춰서 그라운드로 향한 타구(Batted Ball in Play)가 안타가 될지 아웃이 될지는 투수가 관여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니다.
"Pitchers and Defense: How Much Control Do Hurlers Have?" / baseball prospectus, 2001년 를 통해 발표된 보로스 맥크라켄의 DIPS Defensive Independent Pitching Statistics 이론은 나름 급진적이라 자부해오던 세이버매트리션에게 조차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괴랄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는 다른 세이버매트리션들 처럼 시카고 한 로펌의 직원으로 야구계 내부의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그의 주장은, 일단 타자가 방망이에 맞춰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간 타구로 생긴 결과는 투수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공이 수비수가 있는 곳으로 날아갈지 아니면 그렇지않고 안타가 될지는 오직 운에 좌우되거나 아니면 팀의 수비력에 따라 결정될 뿐이라는 발상입니다.
다소 황당하게 들리는 이 급진적인 발상은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몇가지 수정과 보완이 가해지며 세이버매트릭스의 가장 핵심적인 이론을 자리잡아갔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탄생한 투수평가지표가 FIP Fielding Independent Pitching 입니다.
수비무관 자책점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 탄생
이에 따르면 투수의 능력은 오직 사사구허용, 탈삼진, 피홈런 이 3가지 요소로만 측정되어야 합니다. 오직 이 3가지만이 야구경기에서 투수 혼자의 능력과 책임으로 생겨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외의 타격이벤트 즉 홈런이 아닌 안타허용은 투수의 책임이 아니라 그저 운이 나빴거나 수비수가 미처 쫒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FIP의 계산방법은 이렇습니다.
FIP = (13*피홈런 + 3*(볼넷-고의사구+몸맞공) - 2* 탈삼진) / 이닝 + FIP상수
FIP 상수는 MLB의 경우는 Fangraphs에 의하면 3.10 근처인데, KBO의 경우 리그특성 차이 때문인지 평균적인 시즌의 경우 3.20 근처인 경우가 많습니다.
FIP(또는 DIPS)가 초기의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점점 신뢰할 만한 지표로 받아들여지게 된 이유는 막상 적용을 해보니 그럴싸하게 들어맞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시즌 유달리 좋은 성적 즉 낮은 ERA를 기록한 투수에 대해 만약 FIP가 ERA보다 확연하게 높을 경우 그 다음시즌에는 거짓말처럼 FIP에 가까운 ERA로 회귀해버립니다. 반대로 잘던지던 투수의 어느시즌 ERA가 상당히 높아졌는데 FIP가 그 이전의 좋았던 시즌의 ERA와 비슷하게 낮았을 경우 대체로 다음시즌에는 원래 수준의 낮은 ERA로 회복합니다.
피홈런, 사사구허용, 탈삼진 이 세가지 요소만으로 계산하는 FIP 지표가 신기하게도 한 투수의 커리어를 쭈욱 따라가보다면 그의 ERA와 거의 같아지며 다음시즌의 ERA를 예측하는데 있어서 이번시즌의 ERA보다 FIP가 휠씬 정확하고 신뢰할 만하다는게 경험적으로 증명된 것입니다.
DIPS이론은 다른 측면에서 BABIP 이론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BABIP Batting Average on Ball In Play 는 DIPS와 반대로, 타자의 배트에 맞은 공이 안타가 될 확율입니다. 공이 배트에 맞지 않은 상황을 측정하는 것이 FIP이니 그 나머지 부분이 BABIP이 됩니다. 실제로 측정해보면 탈삼진과 홈런을 제외하고 계산한 피안타율 즉 피BABIP은 좋은 투수나 나쁜 투수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
보로스 맥크라켄이 주장한 황당한 이론이 실제로 맞아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어느 투수든 일단 공이 타자 배트에 맞은 다음에는 확율적으로 거의 비슷한 결과가 나타납니다. 비슷한 확율로 안타가 됩니다. 좋은 투수와 나쁜 투수의 차이는 삼진을 많이 잡고 홈런을 적게 맞고 볼넷을 적게 내주는 데에서 생겨날 뿐입니다. (BABIP이 그렇다고 다 같진 않습니다. 다만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보다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작은 차이인 것은 사실입니다)
BABIP, 타구에 대한 새로운 관점
야구는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런 이론은 투수 뿐 아니라 타자에게도 적용됩니다. 어느 타자의 시즌 BABIP이 유독 높았다면 그 타자의 좋은 성적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며 다음 시즌 BABIP이 리그평균수준으로 회귀하기 때문에 그 타자의 성적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3시즌 규정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4할에 육박하는 고타율로 이병규와 타격왕 경쟁을 했던 채태인이 그에 해당하는 사례입니다. 물론 그는 좋은 타자이지만 2013시즌 그의 BABIP은 무려 0.463 이었습니다. 타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어느 타자든 BABIP은 보통 3할대 중반에서 후반 사이에 있으니 그의 지나치게 높은 BABIP은 확실히 정상이라 보긴 어려웠습니다. 실제로 14시즌이 되자 그의 타율은 대폭 하락했습니다. 실력이 줄었다기보다는 행운이 그를 떠난거죠.
다만 DIPS 또는 BABIP 이론은 혁신적이며 동시에 사실적이기도 하지만 완전한 것은 아닙니다. 즉 배트에 맞아 그라운드로 날아간 타구의 결과가 전통적인 관점처럼 무조건 투수의 책임이라는 것은 확실히 부정되었지만 그렇다고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땅볼, 플라이볼, 라인드라이브 각각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후속연구에 의해 대략 25%-30% 정도는 투수의 책임이고 나머지가 수비와 운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투수에 비해 타자의 경우는 휠씬 더 BABIP에 영향을 미칩니다. 좋은 투수가 피BABIP이 낮다고 보긴 어렵지만 좋은 타자들 중 일부는 BABIP이 높은 경향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다만 이 경우라도 투수의 피BABIP에 비해 타자의 BABIP이 좀더 타자외존적이라는 뜻일 뿐, 타율에 비해 휠씬 적은 차이인 것은 사실입니다.
어쨌든 세이버매트리션들의 글에서 수도 없이 등장하는 투수의 FIP나 타자의 BABIP은 이런 배경으로 고안된 지표들입니다. 요컨데, 투수에게 있어 피홈런, 사사구허용, 탈삼진 이 3가지만 가지고 봐도 오히려 종합적인 성적지표인 ERA 이상의 정확성을 가진 능력측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아이디어의 핵심입니다.
참고 포스트
더 객관적인 피칭스탯, HR9 BB9 SO9 SO/BB http://baseball-in-play.com/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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