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미국 SABR 컨퍼런스에서 브라운대학의 루이스 폴리스라는 사람이 재미있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단장(GM)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트레이드와 FA계약에 의해 영향을 받는 승리 갯수의 [표준편차]가 7.6승 정도라는 내용이었습니다.
MLB든 KBO든 선수영입과 거래가 중요하고 그 일을 하는 프런트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에는 누구라도 동의할 것입니다. 세이버메트리션들의 연구가 매력적인 것은 그럴때마다 이렇게 묻기 때문입니다. "중요하지. 그런데 얼.마.나 중요한데?" 루이스 폴리스의 연구도 그렇습니다.
작년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메이저리그 단장은 테오 옙스타인인데 연간 370만달러의 연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2013/14년 MLB시장가치에 따르면 7.6승은 5300만달러 정도에 해당됩니다. 따라서 루이스 폴리스의 분석이 시사하는 바는 단장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도 합당하다는 것이 됩니다.
구단 프런트의 무브로 인한 팀 승리횟수 차이의 표준편차가 7.6승이라는 것은 어떤 단장의 WAR이 7.6 이라는 말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평균을 플러스마이너스 0승 이라고 본다면, 표준편차가 7.6승이라는 것은 --- 상위 16%에 해당하는 팀, 즉 프런트 승리기여도가 전체 메이저리그 30개팀 중 5위인 팀이 평균수준의 팀보다 7.6승을 더 만들어냈다는 의미가 됩니다.
프론트의 선수거래 무브 전부가 GM 혼자에 속한 것은 아니고, 스카우팅 팀과 운영팀, 법무팀 등과 나누고 있으니 이걸 감안할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논문의 요지는, "더 많이 이기고 싶다면, 선수에게 뿐만 아니라 유능한 프론트의 스탭에게 투자하는 것도 현명한 전략이다" 라는 것입니다. 루이스 폴리스의 계산이 맞다면 1승을 더 얻기 위해서 선수에게 돈을 쓰는 것보다 그 선수를 찾아내고 데리고올 프런트에 돈을 쓰는 것이 휠신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KBO에서, WAR 1.0 의 가치가 연봉기준으로 대략 3억 정도라고 가정하면 7.6승은 20억이 약간 넘습니다. MLB에 비해 경기수가 좀더 적으니까, 그걸 감안하면 15% 정도 작아지겠죠.
선수거래가 그닥 활성화되어 있지 못한 KBO에서는 프론트가 선수시장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WAR이 좀더 위축된다고 볼 필요도 있겠지만, 최근 몇년 사이 신생팀 창단으로 인한 20인 외 픽 , 2년마다 실시되는 40인 외 픽 등이 있었던 상태에서는 전통적인 상황에 비했을때, 프론트의 선수거래에서 할 수 있는 또는 해야 하는 역할이 좀 확대된 면도 있겠지요.
선수거래의 폭이 작아서 프론트의 역할이 작다고 해도, 오랬동안 별다른 경쟁없이 뒤떨어지는 관행에 의존해왔다면 유능한 프런트와 그렇지 못한 프런트의 격차는 MLB에 비해 KBO에서 더 클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프런트의 WAR 편차는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한때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구단의 존폐가 위협당했고 그로인해 여러 주축 선수를 팔아야 했으며 한동안 신인지명기회도 갖지 못했던 넥센히어로즈가 최근 몇년 사이 리그 최강팀으로 자리잡았다는 사실 그리고 신생팀 NC다이노스가 리그참가 2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는 사실 같은 것은, 프론트의 역할에 따라 MLB 만큼이나 KBO에서도 큰 격차가 생겨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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