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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YSIS

초구의 승부사들 (타자, KBO2014)

by 토아일당 2015. 3. 9.

KBO14시즌 초구의 승부사들 

초구타격 및 타석당 투구수 통계로 본 타자들의 초구공략


야구에서 초구공략은 양날의 검입니다.  대체로 팬들은 초구에 방망이가 나가는 타자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국팬들의 성향에서 더욱 그런데, 안타를 쳐내지 못하더라도 공을 많이 보고 상대 투수에게 더 많이 던지게 하는 타자들이 팀에 더 이롭다고 믿는 편입니다.  심할 경우 그렇게 하지 않는 선수들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위 용큐놀이가 특별히 칭송받는 이유도 비슷할겁니다.  


미국야구의 경우 예전에는 약간 다른 시각이 더 일반적이었습니다.  씩씩하게 방망이를 돌리지 않고 볼넷 따위를 노리는 선수들을 남자답지 못하고 비겁하다 여기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특히 신인급 타자들이  2스트라이크 이후 방망이도 내지 못하고 서서 돌아서는 루킹삼진은 아주 금기시되던 악덕이었는데 심하게는 메이저리그 무대에 설 자격이 없는 겁쟁이로 취급되기조차 했습니다.


다만 세이버메트릭스의 영향이 커지면서 이런 면은 사라졌습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스몰마켓팀의 신화를 써낸 오클랜드의 빌리빈 단장이 공을 많이 보지 않고 일찍 방망이를 내던 선수를 아예 경기에 내보내지 않을 정도로 극단적이 눈야구를 강조했고 그것이 성과를 내면서부터 그렇기도 합니다.  이젠 미국야구에서도 인내심을 갖고 공을 기다려 걸어나갈 수 있는 타자들이 높이 평가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초구공략이 꼭 나쁘다고 볼 수 없는 것이, 대체로 초구타격은 통계적으로 좋은 결과를 부릅니다.  위는 KBO14시즌 초구타격 시의 타율인데 리그평균타율이 0.289 였던 것에 비하면 초구타격시의 타율은 0.368로 이보다 휠씬 높습니다.  장타율 역시 리그평균이 0.443인데 초구타격시에는 0.574입니다.


특히 초구가 스트라이크로 선언되었을 경우 타율과 장타율 모두 나빠지기 때문에 존 안으로 들어오는 상대투수의 공을 그냥 지켜볼 경우 타자는 꽤 불리한 입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14시즌 초구 타격비율이 가장 높았던 타자는(300타석+ 선수 대상) 한화의 송광민입니다.  19.5%로 리그평균인 11.4%보다 휠씬 높습니다.  다음으로는 NC의 김태군, 기아의 이대형, 삼성의 박해민, 삼성의 채태인, 한화이 피에, 롯데 히메네스, 두산 김현수 등이 초구에 적극적으로 타격을 한 선수들입니다.


초구타격의 결과가 가장 좋았던 선수는 타율기준으로 한화의 김경언, 장타율 기준으로는 넥센 강정호입니다.  이들은 리그평균보다 초구타격비율이 낮습니다.  그러나 방망이를 내면 결과를 만들어낸 편입니다.  


초구타격에 한정짓지 않고 타석당 투구수가 가장 적었던 타자를 꼽으면 NC 김태군 3.43개로 가장 적었고 다음이 기아 필, NC 모창민, 넥센 서건창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초구를 사랑한 남자, 송광민


그렇다면 여러가지 통계를 종합했을 때, “초구의 승부사”라고 불릴만한 타자들은 누구일까요?  초구과 투구수에 관한 여러가지 “객관적” 통계들을 “주관적”으로 정리 분석한 “객나적인” KBO14시즌 초구의 승부사들을 여기서 소개합니다.  (300타석+ 선수 대상)





전략적 초구승부사


송광민(한화)  0.316 / 0.357 / 0.468 / 0.825 / 421타석 58타점


초구타격비율 리그1위입니다.  리그평균 보다 1.7배 정도 높습니다.  그리고 결과도 나쁘지 않습니다.  송광민의 리그타율과 장타율은 300타석+ 선수중 23위 37위지만 초구타격의 결과로는 타율 16위 장타율 25위로입니다.  

그의 초구승부사 자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초구홈런 비율입니다.  11개의 시즌 홈런 중 거의 절반인 5개를 초구에서 때려냅니다.  52홈런의 박병호가 8개, 40홈런의 강정호가 6개입니다. 초구 만으로 홈런순위를 매긴다면 송광민은 리그 5위입니다. 


김태군(NC)  0.262 / 0.297 / 0.306 / 0.603 / 322타석 23타점


김태군은 송광민에 이어 18.0%로 초구타격비율 리그2위입니다.  타석당 투구수는 리그에서 가장 적습니다.  14시즌동안 가장 공을 덜 보고 가장 빠른 호흡의 승부를 했던 타자인 셈입니다.  

물론 그의 초구타격결과가 썩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타율 0.373 장타율 0.431로 중하위권 밖에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나마 전체 타격기록에 비하면 이게 좀 낫습니다.  그의 시즌 타율은 65위이고 장타율은 끝에서 2번째였습니다.  


그들의 초구공략을 전략적인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이유는 대신 약점을 완화시키는 시도였기 때문입니다.  김태군은 리그에서 3번째로 볼넷/삼진비율이 나쁜 타자입니다.  송광민도 끝에서 5번째입니다.   둘다  볼넷에 비해 거의 3배나 많은 삼진을 빼앗겼습니다.  김태군보다  볼삼비가 나쁜 타자는 최진행과 신종길인데 이들은 타격면에서 다른 장점을 그래도 가지고 있지만 김태군은 그렇지도 못합니다.  


통계적으로는 그가 공을 좀더 많이 보며 신중한 승부를 했을 경우 선구안, 컨택능력에 약점이 있기 때문에 더 나쁜 결과가 되었을 확율이 커집니다.   송광민이 초구승부를 통해 자신의 장점을 살렸다면 김태군은 약점을 감추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소리없는 저격수들


칸투  0.309 / 0.375 / 0.524 / 0.899 / 419타석 72타점


외국인 타자들은 대체로 초구공격성향이 강한 편이지만 칸투는 좀 달랐습니다.  그는 리그에서 초구타격비율이 5.3%로 가장 낮은 타자입니다.  리그평균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타석당 투구수가 많은 것으로도 전체 4위입니다.   초구타율은 3위, 초구장타율은 5위입니다.  


김경언 0.313 / 0.397 / 0.467 / 0.863 / 355타석 52타점


사냥감을 숨죽여 노리다 한방이 끝장내는 것이 저격수의 특징이라면 그에 가장 잘 어울렸던 선수가 한화의 김경언입니다   그는 300타석+ 선수 중 타율 29위 장타율 38위로 평범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초구상황에서는 완전히 다릅니다.

  

타율 0.611로 1위이고 장타율 역시 0.889로 3위입니다.  전체기록 대비 초구기록의 상승분 역시 타율 장타율 둘다 1위입니다.  0.889라는 높은 장타율 대부분이 0.611 타율의 단타로 만들어진 것이긴 하지만 초구에 똭 하며 안타를 만들어내는 능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초구타격에 매우 신중한 성향입니다.  초구타격비율 6.5%로 리그에서 5번째로 낮고 타석당 4.3개의 공을 상대 투수에게 던지게 하며 한화 이용규, 엘지 이병규7에 이어 3번째로 많습니다.  하지만 그가 일단 방망이를 돌리면 왠만하면 안타가 되었습니다.   그는 초구상황에서 가장 조용하고 신중했으나 그 결과는 가장 날카로왔습니다.  


강정호 0.356 / 0.459 / 0.739 / 1.198 / 501타석 117타점


김경언이 소리없이 초구를 노리다 단타 위주의 예리하고 타구를 날렸다면 강정호는 대포나 바주카포를 들고 초구를 스나이핑했던 타자입니다.  0.739의 시즌 장타율도 무시무시했지만 그이 초구타격 시 장타율은 무려 1.275입니다.  그중에는 7개의 초구홈런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초구타율 역시 0.600 으로 김경언에 이어 리그 2위입니다.




내 존에 들어오면 나는 친다


채태인(삼성) 0.317 / 0.368 / 0.484 / 0.852 / 541타석 99타점


채태인 역시 초구타격비율이 높은 타자입니다.  16.1%로 리그 5위입니다.  그러나 타석당 투구수는 리그평균수준입니다.  빨리 승부하는 성향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신 그는 초구든 아니든 존에 들어오는 공을 그냥 지켜보지 않는다는 면에서 리그에서 가장 공격적인 성향의 타자였습니다.  초구에 루킹 스트라이크를 허용한 비율이 21.6%로 리그에서 가장 낮습니다. (리그평균 30.3%)  더구나 초구스트라이크 허용비율이 그 다음으로 낮은 나성범의 24.1%보다 현저하게 큰 격차입니다. 


초구타격의 결과는 자신의 평소결과와 비슷합니다.  전체 타석에서 타율 장타율 10위 28위였는데 초구의 결과는 근소하게 그보다 나아서 8위 27위입니다.


최정(SK) 0.305 / 0.397 / 0.506 / 0.904 / 361타석 76타점


최정은 비교적 공을 많이 보는 신중한 타격을 합니다.  타석 당 투수에게 던지게 한 공의 갯수가 리그에서 10번째로 많습니다.  하지만 초구이 스트라이크를 허용한 비율은 리그평균보다 낮은 27.4%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공을 많이 보는 타자 답지 않게 초구타격비율 역시 리그평균보다 높습니다.  결과도 좋습니다.   초구타격에서 0.435의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장타율 역시 0.739로 꽤 높습니다.  


초구타격성향이 꼭 투수와의 신중한 수싸움과 상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초구의 승부사입니다.




처음에는 바위, 초구는 풀스윙


나지완(기아) 0.312 / 0.404 / 0.510 / 0.914 / 470타석 79타점


그의 초구타격비율은 10%로 리그평균보다 휠씬 낮습니다.  타석당 투구수 역시 4.2개로 평균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그가 신중한 수싸움을 하는 타자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의 초구 헛스윙 비율이 리그에서 가장 많습니다.  게다가 볼넷/삼진 비율도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그는 아마도 공격적인 성향의 타자이며 초구라도 존에 들어오면 방망이를 내는 타자입니다.  다만 공을 맞추는데 실패했던 것이겠죠.  댓가는 있었습니다.  그이 초구타율은 40위로 평소타율 30위보다 오히려 낫습니다.  대신 초구장타율은 0.723으로 리그16위이며 평소장타율 순위인 22위보다 휠씬 높습니다.


팀이 중심타자로서 그가 가진 수준급 장타능력에 비하면 선구안과 컨택능력이 그만은 못하기 때문에 초구가 존에 왔을 때 풀스윙으로 돌리는 타석전략을 보여준 걸로 보입니다.


SK 나주환 0.273 / 0.332 / 0.382 / 0.713 / 478타석 51타점


나주환은 타격이 좋은 선수는 아닙니다.  팀에서 그의 역할을 기회를 잇거나 수비에 중점을 두는 쪽에 있습니다.  초구타격비율은 약간 높은 편이고 타석당 투구수는 평균수준입니다.  그런데 그는 초구헛스윙 비율이 리그 3위입니다. 


리그에서 초구 헛스윙 비율이 높은 타자를 순서대로 보면 나지완, 박병호, OOO, 채태인, 최정, 나성범, 이승엽, 강민호 순서인데 저 OOO 안에 뜬금없이 나주환의 이름이 오릅니다.  원래 여기는 전형적인 풀스윙 홈런타자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그는 14시즌 39개의 볼넷을 고르는 동안 101개의 삼진을 당했습니다.  일반적인 오해와 달리 타자의 볼넷 갯수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장타능력입니다.  볼넷이란 타자가 골라내는 것이기는 하지만 투수가 가운데로 승부해 올 경우 걸어나갈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위협적인 한방이 없는 나주환에게 도망다니며 제구가 흔들릴 투수는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컨택이 떨어지면 삼진이 늘어나고 장타력이 떨어지면 볼넷이 줄어듭니다.  물론 선구안도 관계가 있겠지요.  나주환은 그런데 어느 것도 가지지 못한 타자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리그에서 가장 볼넷 삼진비율이 나쁜 10명의 타자 중 하나에 속합니다.  


그런 그에게 초구 풀스윙은 필살의 승부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그의 초구타율은 0.471로 리그 9위, 장타율은 0.706으로 리그 19위 거의 중심타선급의 성적입니다.  그리고 전체타격성적 대비 초구타격의 성적이 가장 좋은 타자 중 하나입니다.  



초구를 공략했던 NC, 초구를 기다렸던 LG



많은 팬들이 초구공격성향이 강한 타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타격이란 성공보다 실패의 확율이 높은 플레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너무 쉽게 기회를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고 성급하고 신중하지 못하다는 오해를 하기 쉬습니다.


하지만 타격이란 타자의 일방적인 선택이 아니라 투수와의 수싸움일 것입니다.  투수들이 두려워할만한 장타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쉽사리 삼진당하지 않을 수 있는 눈과 컨택능력을 가진 타자들의 경우라면 좀 다르지만 또 어떤 타자들에게 초구는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승부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초구타격비율이 높은 타자들은 대체로 장타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카운트가 길어지면 볼넷으로 걸어나갈 확율보다는 삼진으로 물러날 확율이 더 높아지는 타자들입니다.  즉 투수들이 두려워하지 않는 타자들입니다.  


그들이 쉽게 아웃당하지 않는 끊질긴 타자가 못되는 것은 어쩌면 그들이 초구에 쉽게 손을 때문이 아니라 거꾸로 위협적이지 못한 타자이기 때문에 거꾸로 투수가 일찍 승부를 걸어오기 때문이고 또 그 승부에 대응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나쁜 결과밖에 내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14시즌의 통계를 기준으로 할 경우, 초구타격성향이 강한 타자들 중에는 그래도 긴 승부보다는 초구승부에서 더 나은 결과를 낸 경우가 많았습니다.


팀 전체를 대상으로 보면 KBO 14시즌 가장 초구공격성향이 강했던 팀은 NC였고 반대로 가장 신중했던 팀은 LG였습니다.   타석당 투구수가 가장 적었던 팀은 기아였고 가장 많았던 팀은 롯데였습니다.  팀공격력을 가장 정확하게 알려주는 팀득점 1위팀 넥센은 초구타격비율 12.2%로 NC에 이은 리그2위로 가장 높은 편에 속했고 팀득점 2위팀 삼성은 반대로 엘지, 두산에 이은 뒤에서 3위로 가장 낮은 편에 속했습니다.  


아마도 공을 오래 보고 기다리는 성향과 가장 관련이 클 것이라 생각하는 출루율의 경우 1위팀 넥센은 초구타격비율이 높고 타석당 투구수가 적은 쪽에 속하고 2위팀 삼성은 그 반대였습니다.  두팀은 동시에 리그 1위와 2위의 장타율팀입니다.   즉 초구공격성향과 팀 공격력, 팀 출루율 같은 공격지표 사이에는 딱히 연관성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요컨데, 초구공격성향은 딱히 옳거나 그르다고 단정짓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게다가 타자가 이끌어내는 투구수라는 면에서도 그것이 승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약간 불확실합니다.  14시즌 리그에서 가장 타석당 투구수가 많았던 타자는 이용규인데 4.42개 정도를 던지게 했습니다.  반면 300타석+ 선수중 가장 투구수가 적었던 선수는 김태군인데 타석당 3.43개입니다.  가장 많은 타자와 가장 적은 타자의 차이가 한시즌 평균으로 보면 1개가 채 안됩니다.  한 경기 4번의 타석으로 보면 경기당 4개 미만의 차이입니다.  


많은 경우 초구공격성향은 타자 개인으로서도 자신이 가진 성향인 면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생존전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타격이란 결국 투수가 걸어오는 싸움에 대한 타자의 대응이니까 말이죠.  

그들의 타격기술이 힘이나 정확도 면에서 경쟁자들보다 뛰어나지 못하다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들의 초구공격성향을 인성이나 자세라는 면에서 비난하는 것은 그래서 합당한 일은 아닐 수도 있겠죠.    


*** 그리고 음... 초구에 적극적으로 타격하는 선수들이 늘어난다면, 스피드업으로 KBO가 고심할 이유도 줄어들긴 하겠습니다.


[초구공략에 대한 KBO2014 통계보기] http://baseball-in-play.com/147

[타석당 투구수에 대한 KBO2014 통계보기] http://baseball-in-play.com/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