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시즌 각팀 포지션별 득점생산성(wRAA,wRC) 비교
야구에서 팀전력을 구성하는데 중요한 변수는 9개 포지션에 대한 배치와 조합입니다. 팀에 좋은 선수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2명의 1루수나 4명의 외야수가 출전할 방법은 없습니다. 타격이 아주 좋은 1루수나 코너외야수가 있는 팀의 경우 우리는 종종 그 팀의 공격력을 과대평가하는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포지션은 다른 팀에도 그보다 약간 못하다 해도 상당히 공격력이 좋은 선수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팀의 전력은 절대적인 것이라 해도 팀의 순위는 상대적입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타자들의 절대적 공격력 수준보다 동일 포지션의 다른 팀 경쟁자들에 대한 상대적 우열이 팀 순위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들어 박병호라는 리그 최강이 타자가 맡았던 넥센의 1루 포지션은 wRAA +48.3 으로 리그1위입니다. 그러나 포지션 득점생산성 2위인 NC가 wRAA +47.8점으로 거의 격차가 없습니다. 김태균이 버틴 한화의 1루 포지션 역시 wRAA+46.6 으로 마찬가지입니다. 경쟁팀 대비 시즌 내내 기껏 한두점 정도의 우위 밖에 만들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박병호는 흔한(?) 1루수이지만 최형우는 특별한 좌익수
반면 우익수 포지션의 경우 최형우가 있었던 삼성이 1위인데 wRAA +40.2점입니다. 그리고 2위는 기아인데 그보다 한참 낮은 wRAA +7.4 에 불과합니다. 최형우와 박병호를 비교한다면 아주 큰 차이는 아니라도 대체로 박병호가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박병호가 경쟁팀에 대해서 만들어낸 격차는 한두점에 불과하지만 최형우가 만든 격차는 30점 이상이었습니다.
이젠 KBO가 아니라 MLB에서 봐야 할 넥센의 유격수 강정호의 가치가 높은 이유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강정호의 14시즌 wRAA는 +60.0 입니다. 절대수치만으로도 리그1위지만 유격수 포지션의 득점생산력 2위팀이 NC이고 wRAA -3.6 인 것과 비교하면 그가 경쟁팀에 대해서 만든 격착가 무려 63점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넥센을 제외하고 어떤 팀이 유격수도 wRAA가 리그평균을 넘지 못합니다)
참고 - 이 글의 통계는 그 포지션을 주로 맡은 선수 개인의 기록이 아니라 해당 팀의 해당 포지션으로 출전한 선수들이 타석 전체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NC의 유격수는 14시즌 주전이었던 손시헌의 기록이 아니라 NC의 유격수 포지션을 맡으며 타석에 섰던 타자들 전체의 기록이라는 뜻입니다.
다음은 14시즌 각 팀의 포지션별 득점생산력을 wRAA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입니다.
wRAA라는 지표는 타율이나 OPS 처럼 타석수의 차이가 완전히 고려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리그평균대비] 값이기 때문에 좀더 직관적일 수 있고 타석수 차이가 나기 쉬운 선수 개인들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팀의 그 포지션 선수의 타석 전체를 비교하는 것이기 때문에 타석수 차이가 별로 없다면 고려할 특이한 차이는 생기지 않습니다.
다만 예외적인 경우 예를들어 넥센의 2루수는 주로 톱타자였고 SK의 2루수는 (아마도) 하위타선이었거나 대타교체가 잦았기 때문에 둘의 시즌 타석수는 100타석 이상 생깁니다. 이런 경우 wRAA의 순위와 wRC의 순위가 역전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래 wRAA에 타석수를 고려한 지표인 wRC를 같이 붙였습니다. wRAA 기준의 비교보다 wRC의 비교에서 좀더 높게 평가되는 해당 팀의 포지션이 있다면 그것은 그 포지션의 선수가 좀더 많은 타석에 서면서 만들어진 득점기여도가 더 있었다는 뜻입니다
<> 포수
수비난이도가 가장 높은 포지션 답게 어느 누구도 리그평균 이상의 득점생산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두산이 -5.1 로 가장 높고 기아가 -46.3 으로 가장 낮습니다.
<> 1루수
팀에서 가장 공격력이 높은 선수들이 맡는게 보통인 1루수는 대체로 높은 공격력을 보였습니다. 박병호의 넥센, 테임즈의 NC, 김태균의 한화가 거의 비슷비슷합니다. 롯데는 9개팀 중 유일하게 리그평균 이하의 wRAA를 기록했습니다.
<>2루수
200안타의 주인공 서건창의 넥센이 +45.7로 가장 높지만 나바로의 삼성 역시 30.0 으로 만만치는 않습니다. 엘지트윈스가 -22.7 로 최하위이며 SK도 별차이없는 -21.3 으로 약점을 보였습니다.
<>3루수
박석민의 삼성이 +25.1 로 1위, 황재균의 롯데가 +10.7 로 2위입니다. 두산이 가장 약했고 엘지, NC 역시 약합니다.
<> 유격수
강정호라는 이름 말고는 딱히 말할게 없습니다.
<> 좌익수
포지션 중 가장 의외인 것이 좌익수입니다. 일반적으로 외야수 중 비교적 수비난이도가 낮다고 여겨지는 코너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리그평균 이하의 공격력을 보인 팀이 5팀으로 절반 이상입니다. 특히 롯데 -26.7점, NC -20.7점으로 팀 공격력의 플러스를 만들어야 할 포지션에서 오히려 깍아먹은 결과입니다. 덕분에 최형우의 삼성은 코너외야수 포지션에서 경쟁팀에 비해 엄청난 격차를 만들어냈습니다.
<> 중견수
주전 중견수가 잠시 팀을 떠난 삼성은 신인 박해민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중견수 공격력 최하위에 머물렀습니다. 1위는 나성범의 NC이고 2위는 넥센입니다. 박용택이 엘지트윈스가 예상보다 낮은 이유는 그의 중견수 타석이 350타석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그 나머지를 그보다 휠씬 나쁜 공격력을 가졌던 스나이더, 임재철이 채웠기 때문입니다.
중견수 포지션 역시 일반적인 기준과 좀 다른 결과였는데 리그전체 기준으로 좌우 코너 외야수와 비교했을 때 외야수 포지션에서 가장 높은 득점생산력을 기록했습니다.
<> 우익수
손아섭의 롯데가 wRAA +40.2 로 압도적인 1위입니다. NC, SK, 기아, 한화가 비슷비슷하게 가장 낮은 득점생산력에 머뭅니다.
<>지명타자
공격 전문 포지션 답게 리그전체 기준으로 1루수 다음인 wRAA +10.3 을 기록하긴 했으나 이 포지션에서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유한 팀은 없었습니다. SK, 롯데, 두산, 기아가 wRAA +20점 전후의 득점생산력을 보여주었고 넥센과 한화는 리그평균 이하입니다.
지명타자 포지션의 낮은 공격력은 팀의 전력구성효율성에서 중요한 결함일 수도 있습니다. 포지션과 관계없이 가장 강한 타자들을 배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리그평균이하의 생산성에 그쳤다면 팀의 선수층이 너무 얇았거나 아니면 벤치의 선수기용방법의 문제가 있었던 것일테죠. 또는 뒤에가 다시 다루겠지만 속칭 “공격전문돼지들”이 별로 없는 KBO의 특성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대타
대타 타석이 득점생산력이 리그평균이상이었던 팀은 없었습니다.
각 팀의 수비포지션별 비교우위는?
각 팀이 포지션별 비교를 위해 한가지 통계를 더 보겠습니다. 위의 데이터는 리그 전체평균을 기준으로 한 것인데, 포지션별 팀간 격차와 경쟁력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표의 값은 9개팀 9개 포지션의 wRC를 리그 평균과 비교한 것입니다. 위의 9개팀*9개포지션 wRAA 기준 통계와 일부 순위바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유격수 포지션에서 wRAA로는 NC가 엘지를 약간 앞서며 2위지만 wRC 기준으로는 근소한 차이로 역전됩니다. (위에서 wRAA 특성을 설명한 것과 같습니다)
해서 각 팀이 포지션별 공격력 비교는 wRAA와 wRC 두가지를 다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wRAA는 동일타석 기준으로 득점기여도가 높은 것이고 wRC는 누적타석 기준으로 득점기여도가 높은 것입니다.
리그평균 대비 가장 큰 격차가 만들어진 포지션은 68.2점의 유격수입니다. 중견수, 좌익수, 우익수, 2루수 포지션도 격차가 좀 있습니다. 리그1위팀과 리그9위팀 사이의 격차로 보면 역시 유격수인데 90.7점, 2루수에서 66.9점, 좌익수에서 67.0 점이고 반대로 격차가 가장 적은 포지션은 지명타자, 포수, 1루수입니다.
오프시즌이 되면 각 팀은 전력재정비에 나섭니다. 이때 전략설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지션별 선수들의 밸런스입니다. 몇해전 어떤 팀이 그랬듯이 국가대표급 외야수 5명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들 모두를 그라운드에 세울 방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타격순위에서는 리그 최상급이 아니라도 경쟁팀 동일 포지션 대비 더 강한 공격력을 가진 선수가 있다면 순위 경쟁에서는 그 선수가 팀에 더 차이를 만들어 줄 수도 있는 법입니다.
약점이 강해지면 효과는 두배가 된다
15시즌을 앞두고 각 팀은 선수들의 포지션 조정을 통해 팀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어떤 팀은 주축 타자의 이탈로 인해 그래야 했고 어떤 팀은 기존이 공격자원 활용도를 좀더 높이기 위해 그렇게 했습니다.
지난 해 팀득점 1위팀 넥센은 넥센은 동일 포지션 평균대비 +68점, 최하팀 대비 +91점의 격차를 만들었던 유격수의 이탈을 메꿔야 할 것입니다. 14시즌 팀득점 3위인 NC와 8위팀 기아의 격차가 겨우 75점 밖에 되지 않습니다. 만약 넥센의 유격수가 새로운 시즌에 리그평균수준에 머문다면 팀득점 순위가 3칸이나 4칸도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외국인투수 슬롯이 하나 줄어들면서 타격에서 그중 얼만큼이라도 상쇄시켜줘야 할 NC는 리그 최하 수준이었던 포수와 3루수의 공격력이 숙제일 것입니다.
2년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던 엘지트윈스는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금쪽같은 외국인 타자 자리를 소위 수비형 메이저리거로 채웠고 1군급 백업 타자들의 외야전향을 결행했습니다. 전략 자체는 합리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이 3루로 가야했던 손주인이 2루로 돌아오는 것을 단순 계산할 경우 2루 포지션에서의 -28점이 그나마 -18점으로 바뀝니다. 일단 +10점을 확보하게 되고 3루에서 한나한이 리그평균 +10점만 해줘도 +28점이 생깁니다. 합쳐서 +38점을 얻을 수 있는거죠. 만약 최승준의 성장이나 이병규9의 복귀 둘 중 하나면 성공해서 평균대비 +10점만 해줘도 지난 시즌 -10점이었던 지명타자 자리에서 +20점 정도를 더 챙길 수 있겠습니다.
시범경기에서 대박 조짐이 보이는 SK 앤드류 브라운이 우익수에서 평균대비 30점+ 정도 (NC테임즈가 14시즌에 +30점) 해준다면 14시즌의 -20점의 참혹한 코너 외야수의 공격력 수준에 비해 +50점이라는 엄청난 효과를 보게 될겁니다. 롯데는 외야수 아두치의 가세가 있다 해도 전준우의 이탈을 메꾸기 위해서는 그정도 수준의 다른 외야수가 필요하고 그게 아니라면 리그 최하수준이었던 1루수 공격력을 최준석과 함께 지명타자를 교대하며 커버할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두산의 3루수 잭 루츠와 계약한 것도 합당해보입니다. 김동주가 떠난 후 그리고 윤석민을 팔아버린 후 3루는 믿기 어렵게도 두산이란 팀의 최약체 포지션으로 전락했습니다. 14시즌 3루 공격력 최하위도 두산입니다. 잭루츠가 +20점만 해줘도 팀 입장에서는 +42점이 됩니다. 다만 그렇다해도 1루에서의 -15점은 다른 대책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기아는 포수, 유격수, 우익수가 약점이었습니다. 더구나 14시즌 2루에서 리그평균 수준으로 선방한 안치홍도 떠났네요. 평균이하이기는 하지만 최하위와는 좀 격차를 두고 버텨낸 중견수 역시 불확실한 포지션입니다.
한화 공격력의 문제는 외야 쪽에 있습니다. 모건이 왠만큼 해준다 해도 지난시즌 피에의 센터가 이미 +7.7 이었기 때문에 표가 나긴 어렵습니다. 게다가 지명타자가 -25점으로 리그 최하위. 누군가 한명이 수비를 포기하고 지타 자리에서만 +10점을 해주면 여기서 벌써 +35점이 생길겁니다.
포지션별 공격력에 관한 9개 팀의 좀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글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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