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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 하렐에게 2012년 6월22일에 생긴 일
루카스 하렐에 대한 글을 많은 분이 흥미있게 읽어주신듯하여 기쁩니다. 뭔가를 쓰다가 자주 하는 생각인데, 늘 왜그렇게 길어지는것일까 하는 자문입니다. 솔직히 좀더 짧고 간결하게 쓸 수 있다면 더 좋을텐데 라고 바라기도 합니다.
“객나적”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스스로 알아서 가급적 모호한 것을 사실처럼 말하고 싶지 않은 욕심 때문일겁니다. 이런 저런 데이터를 가지고 내릴 수 있는 “논리적으로 타당한” 결론은 의외로 아주 많습니다. 그중 뭔가를 버리고 다른 뭔가를 골라낸다면 그건 이미 선입견이 있기 때문입니다. 해서 제가 가늠하고 추측한 것이 어디서 왔는지 가급적 정확하게 설명하여 혹 제 판단이 틀렸다 해도 제가 근거로 삼았던 데이터 자체는 그 자체로 사실이니 더 이상의 오해나 왜곡까지 짐지고 싶지 않아서 그런거 같습니다.
하렐에 대한 글은, 방향과 결론을 정하고 쓴것이 아니라 몇가지 가설과 힌트만 가지고 일단 시작하며 자료를 찾고, 새로 찾은 자료가 앞의 생각을 반박하고 있으면 되돌아가 지워버리고 하면서 썼습니다. 그러다보니 다 쓰고 나서 스스로 읽으며 이게 말이 되나 안되나 돌아봅니다. 직업 글쟁이가 아니니 그정도 느슨함은 상관없지 않냐며 스스로 봐주는 면도 있습니다. 해서 그런 글에는 “객나적인”이라 꼬리표를 붙여 변명꺼리 하나를 붙여두기도 합니다.
이 글은, 지난번 스카우팅 리포트의 속편 쯤 됩니다. 스스로 읽다가 묘하게 위화감이 느껴지는 추론이 있어 그에 대한 더 많은 데이터를 찾아가 발견한 것들입니다. 어떤 것은 지난번 리포트에서 너무 개연적으로만 추측했던 것을 보완하는 것이고 또 어떤 것은 놓쳤던 것을 추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속편에 대한 힌트는 서핑 중에 찾게된 휴스턴 커뮤니티 the Crawfish Boxes 에서 발견한 David Coleman 의 글에서 얻었습니다. 그는 시즌 중반의 어느순간 하렐의 탈삼진 능력이 갑자기 향상된 것에 대해 재미있는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http://www.crawfishboxes.com/2012/8/2/3215239/whats-up-with-lucas-harrells-strikeouts
슬라이더의 완성도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글을 읽으며 하렐 구종의 무브먼트 변화가 2013시즌 즉 성적이 나빠진 이후가 아니라 성적이 좋았던 2012시즌 중간에 생긴것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든겁니다. 그 결과가 여전히 객나적인 하렐 리포트 속편입니다.
2012년 6월27일 루카스 하렐에게 생긴 일
27살짜리 투수 루카스 하렐은 샌디에고와의 원정경기가 열린 팻코파크 마운드에 섭니다. 지난해 시카고화이트삭스에서 휴스턴으로 이적한 그는 시즌 말미에 그리고 시즌전의 스프링캠프에서 보여준 안정적인 피칭에 힘입어 생애 처음으로 MLB그라운드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16번째 선발등판이었습니다.
그는 기분좋은 그전 경기의 등판기억을 아직 손끝이 남겨두고 있었을수도 있습니다. 6월22일 클리블랜드 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데뷰 이후로 가장 좋은 투구를 했습니다. 무득점에 그친 팀타선으로 0-2 패전으로 끝나긴 했지만 4개의 볼넷만 내주는 동안 7개의 탈삼진을 잡으며 꾸역꾸역 맞춰잡는 그라운드볼러가 아니라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6월22일 경기 이전, 루카스 하렐은 14경기 선발등판 79.1이닝 ERA5.07 을 기록하며 그저 선발로테이션에서 겨우 밥값 하는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SO9 은 4.4 로 위력적인 투수라 보긴 어려우며 HR9 역시 MLB에 올라온 흔한 AAA투수들처럼 0.9 수준으로 꽤 높아져버렸습니다. 다만 BB9이 AAA시절보다 많이 개선된 것이 겨우 버텨내고 있는 근거였습니다.
MLB풀타임 1년차를 이제 시작한 하렐은 아마 지난 클리블랜드전 호투가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확연한 적응과 성장의 증거인지의 심판대에 서는 기분으로 6월27일 펫코파트의 마운드에 섰을거 같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날 9이닝 완투하며 6피안타 볼넷4 탈삼진7개를 기록하며 무실점 완봉승을 거둡니다. 마이너리그 무대를 포함해서 프로경력 첫 완봉이며 심지어 첫 완투경기였습니다.
이날부터 루카스 하렐은 두번의 호투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여 시즌 마지막까지 단단한 선발투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10월1일 시카고컵스와의 마지막 경기를 6이닝 무실점 3-0 승리를 이끌어냈을 때 그의 시즌ERA는 3.76까지 낮아져 있었습니다.
오래된 좋은 것과 새로운 나쁜 것
그가 2015시즌 엘지트윈스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를 지킬 루카스 하렐입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그는 다음해 2013시즌 부진에 빠집니다. 덜 다음어진 젊은 투수의 우연한 행운이었다고 하기에는 2012시즌 그가 보여준 피칭의 세부지표가 꽤 견고합니다. 단정할 순 없지만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 하기에는 말입니다.
지난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저는 2012시즌과 그 이후 시즌 사이의 pitchFX 데이터를 근거로, 그의 포심과 투심 패스트볼 무브먼트가 달라진 점, 그리고 그와 비슷한 시기에 관찰되는 릴리즈포인트의 변화가 성공과 부진의 경계선에 있는게 아닐까 라는 가설을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는 그의 가장 찬란했던 하루 2012년 6월27일을 전후해서 생겨났습니다.
일단 다음은 12시즌 처음 14경기(6월22일 클블전 전까지) 동안의 성적과 그의 완봉경기 이후인 7월3일 피츠버그전부터 시즌 마지막까지 16경기의 기록 비교입니다.
경기 | IP | ERA | bb9 | so9 | hr9 | h9 |
전반 14경기 | 81.2 | 5.07 | 3.09 | 4.41 | 0.88 | 9.59 |
후반 16경기 | 96 | 3.19 | 4.03 | 7.88 | 0.47 | 8.44 |
투수가 시즌 중에 기복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하렐의 경우 전반14경기와 완봉경기 이후 16경기에서 너무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것이 단지 적응과 자신감의 결과라고 하기에는 성적 뿐 아니라 BB9 SO9 등 투구의 기술적 형태 자체가 완전히 다른 패턴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반기에는 꾸역꾸역 맞춰잡으며 이닝만 겨우 때우는 전형적인 4-5선발 정도의 모습인 것에 비해 후반기에는 볼넷의 2배에 달하는 탈삼진을 기록하며 더구나 0.5 아래로 9이닝당 피홈런을 억제하는 전형적인 파워피처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신했습니다. 저 정도라면 왠만한 팀의 2선발 수준은 충분하고 약팀이라면 1선발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이 두 기간 사이의 격차를 만들어낸 피칭내용은 무엇일까요?
6월16일까지 14경기 루카스 하렐의 pitchFX 데이터
Type | Count | Selection | Velocity | Vertical | Horizontal | Spin Angle | Spin Rate |
FT | 473 | 38.70% | 92.1 | 4.76 | -10.1 | 245 | 2,257 |
FF | 427 | 34.90% | 92.5 | 5.73 | -5.64 | 226 | 1,690 |
SL | 114 | 9.30% | 85.7 | -0.62 | 2.13 | 102 | 728 |
CH | 107 | 8.80% | 82.7 | 4.6 | -7.13 | 236 | 1,565 |
CU | 100 | 8.20% | 82.6 | -5.05 | 4.86 | 45 | 1,306 |
FA | 1 | 0.10% | 88.8 | 7.81 | -3.47 | 204 | 1,667 |
7월3일 부터 16경기 루카스 하렐의 pitchFX 데이터
Type | Count | Selection | Velocity | Vertical | Horizontal | Spin Angle | Spin Rate |
FT | 1136 | 69.90% | 92.5 | 6.42 | -8.01 | 231 | 2,106 |
CH | 136 | 8.40% | 82.8 | 5.03 | -7.22 | 235 | 1,609 |
CU | 126 | 7.80% | 83.5 | -2.79 | 1.61 | 22 | 684 |
SL | 112 | 6.90% | 89.2 | 2.89 | 2.64 | 139 | 840 |
FF | 70 | 4.30% | 90.8 | 5.16 | -1.34 | 197 | 1,084 |
FC | 43 | 2.60% | 90 | 4.99 | 1.34 | 163 | 1,036 |
FA | 2 | 0.10% | 88.9 | 2.96 | -1.54 | 219 | 687 |
확연한 변화가 보입니다.
첫째, 투구의 70% 정도를 패스트볼로 가지고 가는 것은 여전하지만 전14경기동안 포심FF의 비중에 투심FT의 비중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뒤로 오면서 FF의 비중이 5% 이하로 떨어지면서 투심 일변도로 바뀝니다.
둘째, 투심의 구속이 92.1 에서 92.5 로 소폭 상승하고 반대로 포심의 구속은 92.5 에서 90.8 로 다소 낮아집니다.
셋째, 슬라이더 구속이 대폭 올라옵니다. 특히 전반기에는 보이지 않던 커터FC가 관찰되고 있으니 구조적으로 비슷한 이 두 구종을 합치면 투수 글러브 쪽으로 슬라이드되는 공의 구속은 거의 5마일 정도 빨라진겁니다.
다음은 (아마도) 이런 변화로 인해 하렐이 타자를 상대해서 얻어낸 결과의 변화입니다.
여전히 땅볼유도를 강점으로 가지고 있으나 탈삼진 비율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세부적으로 본다면 우타자 상대 탈삼진 비율은 11%>16% 인 동안에 좌타자 탈삼진 비율은 10%>25% 로 달라집니다.
pre14 | last16 | |
at_bat_result | at_bat_result | |
Groundout | 28.45% | 24.82% |
Strikeout | 11.05% | 20.44% |
Single | 16.02% | 17.76% |
Walk | 7.18% | 9.73% |
Flyout | 8.56% | 8.27% |
Lineout | 4.14% | 4.14% |
Double | 4.42% | 2.68% |
Forceout | 4.14% | 2.68% |
Grounded Into DP | 1.66% | 2.19% |
Pop Out | 3.59% | 1.95% |
Home Run | 2.21% | 1.22% |
차이를 만든 것이 무엇인지 찾고싶다면 위의 pitchFX 데이터에 드런난 패스트볼 계열의 무브먼트 변화를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포심/투심의 무브먼트야 말로 하렐이란 투수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 또 12시즌과 13시즌 이후의 차이를 논할때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 지난번 글에 대해 정정 또는 보완해야 할 의견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전14경기에서 하렐은 x-mov 10이 넘는 아주 심하게 파고드는 투심과 마찬가지로 여느 투수의 포심보다는 휠씬 깊에 움직이는 포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신 좀 느슨하게 떨어진는 슬라이더를 가끔 던집니다.
후16경기에서 하렐의 포심은 극적으로 달라집니다. 일단 전체 투구 중 30% 정도였던 포심을 이젠 거의 던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무브먼트 역시 x-mov 5.64 > 1.54 로 파고드는 움직임이 사라졌습니다. z-mov 에서는 5.73>5.16 으로 여전히 떠오르지 않는 포심입니다. (포심 위아래 무브먼트의 MLB평균은 8.5 정도입니다) 이정도면 완전히 다른 종류의 구질이라고 봐야 합니다.
대신 투심은 더 떠오르고 4.76>6.42 약간 덜 파고듭니다. 10.1>8.0
슬라이더는 좀 덜 떨어지는대신 좌우변화 폭이 약간 커졌고 무엇보다 5마일 정도 더 빨라졌습니다.
체인지업은 그의 피치 중에서 가장 완성형에 가까운 구종 같습니다. 뛰어난 위력을 가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복이 없고 일정한 릴리즈포인트를 유지하며 커리어 낸내 거의 비슷한 형태의 움직임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그렇습니다.
이런 변화가 루카스 하렐을 6월27일 완봉경기를 전후해서 완전히 다른 종류의 투수로 변화시킨 구질 상의 차이입니다. 변화는 물론 릴리즈 포인트의 변화와 확실히 관계가 있긴 할겁니다. 약간 처진 팔각도는 역회전이 강하게 걸리며 파고드는 투심 또는 체인지업 같은 구질에는 유리하지만 대신 슬라이더에는 잘 맞지 않습니다. 14시즌 류현진이 커쇼에게 배운 새로운 슬라이더를 장착하며 탈삼진 능력이 향상되었으나 대신 체인지업이 제대로 안들어가 고생한다는 소식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팔의 각도가 높아지며 생긴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의 힌트를 주었던 데이빗 콜먼의 글 역시 이 부분을 향했습니다. 피칭 메카니즘이 좀 달라졌고 그로인해 슬라이더를 얻게된 하렐이 무서운 무기를 얻게 되었다라는 것입니다.
릴리즈포인트 변화는 무죄일 수도 있다.
이상의 관찰은 지난번 리포트에서 파고드는 무브먼트의 상실과 높아진 팔각도가 부진의 이유일 수 있다는 가설과 상충됩니다. 일면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하렐은 오히려 12시즌 후반기 덜 파고드는 패스트볼과 드디어 한단계 업그레이된 슬라이더를 통해 그리고 애당초 수준급인 체인지업을 가지고 오히려 최고의 성적을 거둔 바가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무브먼트의 회복이 하렐의 부활에 중요하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13시즌 이후의 투심은 x-mov 6.5 정도로 MLB평균 이하의 움직임 밖에 보이지 못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묘한건 이런겁니다. 전14경기와 후16경기 사이에 있는, 아주 빛났던 6월22일, 6월27일의 두경기에서 하렐이 보여준 모습의 아이러니입니다. 전후의 극적 변화로부터 아주 상식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것은 6월 말의 그 두경기가 그에게 변화의 기점이 되었을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6.22-6.27 | |||||||
Type | Count | Selection | Strike | Swing | Whiff | Foul | In Play |
FF | 105 | 49.50% | 63.80% | 40.00% | 6.70% | 14.30% | 19.00% |
SL | 54 | 25.50% | 61.10% | 55.60% | 13.00% | 20.40% | 22.20% |
FT | 27 | 12.70% | 63.00% | 37.00% | 3.70% | 29.60% | 3.70% |
CH | 15 | 7.10% | 33.30% | 20.00% | 0.00% | 0.00% | 20.00% |
CU | 11 | 5.20% | 54.50% | 36.40% | 27.30% | 0.00% | 9.10% |
이것이 6월 말 2경기 동안의 하렐 피칭 구성입니다. FF 구사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평소에 별로 존재감이 없던 떨어지는 구종 즉 커브에 의한 헛스윙(whiff) 유도가 아주 효과적이었습니다. 아주 전형적인 우완 정통파의 피칭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요컨데 아이러니란 이런겁니다.
전반기14경기 동안 포심과 투심을 반씩 섞어 던지는 패턴의 루카스 하렐은 6월22일과 27일 포심의 비중을 확 높인 패턴으로 최고의 순간을 엮어냈습니다. 두종류 패스트볼은 그 전보다 덜 파고들었지만, 포심은 평소보다 좀더 떠올랐고 투심은 평소에 비해 더 가라앉았습니다. 그로인해 꾸역꾸역 땅볼투수가 아니라 도미언트한 구위파 땅볼투수처럼 던진겁니다.
그리고 그날을 기점으로 4-5선발급에서 최소2-3선발급의 상위권 선발투수가 된겁니다.
그런데 그 내용 변화를 보면, 22일 27일 호투경기와는 정 반대로 거의 모든 피치를 투심으로만 던지는 타잎을 선택해버렸다는 것입니다.
즉, 메이저리그 경력이 일천한 AAA+급 투수가 어떤 경기에서 생애 최고의 피칭을 했고 그날을 기점으로 A급 선발투수로 변모했습니다. 그렇다면 생애최고이 피칭을 했던 경기를 made한 바로 그 능력과 깨달음으로 나머지 시즌의 좋은 성적을 이끌어냈다고 보는게 상식적입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는 겁니다.
6월말 두 경기 이전의 루카스 하렐은, 투심패스트볼을 주로 던지는, 볼넷비율도 별로고 탈삼진 능력도 별로인 그저그런 꾸역꾸역형 땅볼투수였습니다. 그리고 마법과 같았던 두 경기에서 타점높은 포심패스트볼을 중심으로 슬라이더를 조금 섞는 전형적인 정통파 투수처럼 던졌고 완봉승 1번을 포함해서 16이닝 2실점 피칭을 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시즌 끝날때까지 1선발급 피칭내용을 보여주었는데 정작 이후의 투구스타일은 이전보다 더 극단적으로 투심패스트볼 위주의 피칭을 했다는 것입니다.
*** 이런 좀 황당한 변화궤적 때문에 데이터를 찾아는데 고생을 좀 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전반기와 후반기의 패턴변화를 보고 기점이 된 22일 27일 두번의 호투경기는 당연히 후반기와 비슷한 패턴으로 던졌을것이라 생각했거든요.
하여, 지난번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적었던 가설에는 약간의 수정과 보완이 필요할거 같습니다.
하렐에게 12시즌의 무브먼트를 살리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인 것은 맞지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그의 12시즌 전반기와 12시즌 이전의 탁월한 AAA시즌 시점처럼, 포심과 투심을 적당히 섞으며 파고드는 움직임을 극대화시켜 땅볼유도에 주력하는 타잎으로 방향을 잡는게 옳은지, 아니면 13시즌 이후 부진과 일치하긴 하지만 동시에 12시즌 후반16경기에 드라마틱한 성공을 가져왔던 릴리즈 메카니즘을 조정하며 투심과 슬라이더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옳은지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제 생각과 달리 그는 12시즌 중에 괜찮은 슬라이더를 거의 손에 넣었던거 같습니다. 물론 그 이후의 밸런스 상실과 부진이 그로인한 부작용이었을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적어도 12시즌 후반16경기 동안에는 그게 성공적이었습니다.
단순히 릴리즈 포인트의 위치 또는 팔스윙의 각도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 같지는 않습니다. 12시즌 전14경기와 후16경기 사이에도 분명히 릴리즈포인트와 팔 스윙 각도변화는 있어보입니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그때 하렐은 최고의 공을 던졌습니다. 오히려 릴리즈 포인트와 안정감이 더 혐의를 둘만한 대상입니다. 13시즌 이후에는 릴리즈 포인트가 구종마다 확연하게 차이나는게 보이긴 하니까요.
하렐식 좌우놀이에 대한 보충설명
12시즌 전14경기와 달리 후16경기에서 하렐은 좌우타자를 상대하는 방법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좌타자 상대로는 체인지업을 섞어던지고 우타자 상대로는 슬라이더를 섞어서 던지는 정도 말고는 큰 차이가 없었고 상대성적 역시 비슷했습니다.
반면 후16경기에는 패스트볼이 투심 일변도가 되면서 좌타자 상대로 체인지업 구사비율이 많이 높아집니다.
전14경기 좌우타자 상대 투구패턴
왼손 | |||||||
Type | Count | Selection | Strike | Swing | Whiff | Foul | In Play |
FF | 153 | 32.70% | 62.70% | 38.60% | 4.60% | 19.00% | 15.00% |
FT | 152 | 32.50% | 65.80% | 41.40% | 0.70% | 16.40% | 24.30% |
CH | 93 | 19.90% | 68.80% | 55.90% | 8.60% | 19.40% | 28.00% |
SL | 36 | 7.70% | 52.80% | 47.20% | 16.70% | 11.10% | 19.40% |
CU | 33 | 7.10% | 69.70% | 63.60% | 12.10% | 18.20% | 33.30% |
FA | 1 | 0.20% | 0.00% | 0.00% | 0.00% | 0.00% | 0.00% |
후16경기 좌우타자 투구패턴
Lefties | |||||||
Type | Count | Selection | Strike | Swing | Whiff | Foul | In Play |
FT | 467 | 59.50% | 59.30% | 36.20% | 5.40% | 19.50% | 11.30% |
CH | 131 | 16.70% | 61.10% | 51.90% | 14.50% | 16.80% | 20.60% |
SL | 84 | 10.70% | 52.40% | 45.20% | 9.50% | 21.40% | 14.30% |
CU | 43 | 5.50% | 65.10% | 44.20% | 11.60% | 11.60% | 20.90% |
FF | 34 | 4.30% | 70.60% | 64.70% | 14.70% | 20.60% | 29.40% |
FC | 26 | 3.30% | 65.40% | 61.50% | 15.40% | 23.10% | 23.10% |
마법이 시즌이었던 2012년, 루카스 하렐은 두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반 14경기 동안 그는 그의 커리어 내내 보여주었던 포심과 투심을 섞어 땅볼을 유도하는 투수였습니다. 수준급 체인지업과 느슨한 슬라이더를 던지는 것도 같았습니다. 투심의 가라앉는 변화보다는 깊게 파고드는 움직임이 그의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6월 끝의 2경기 직후 그는 다른 투수가 됩니다. 성적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타잎이 달라집니다. 전반14경기보다 약간 덜 파고들지만 오히려 약간 떠오르는 느낌이 생겨난 투심 일변도의 피칭입니다. 좌타자를 상대할때는 흘러나가며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던지고, 우타자를 상대할 때는 90마일에 육박하는 빠르고 짧게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던집니다. 역회전 타잎의 구종만 있던 그가 드디어 커리어 내내 숙원이었던 반대쪽 움직임을 가진 무기를 손에 넣은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후 하렐은 후반기16경기를 기준으로 스스로를 계속 조정해온거 같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pitchFX데이터에 의하면 유형은 그쪽이지만 퍼포먼스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MLB의 성공이 아니라 KBO의 성공을 기준으로 한다면, 그는 어찌 생각할지 몰라도 12시즌 후반기의 압도적인 모습에 굳이 연연하기보다 AAA에서 준수한 성적을 가능케했으며 MLB레벨에서도 썩 좋은건 아니지만 꾸준이 이닝을 소화하는 4-5선발 수준의 투수 모습을 염두에 두는게 현실적인 방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 스스로도 저도 다른 트윈스의 팬들도--- 당연히 후반기 ERA 2점대의 압도적인 투수를 꿈꾸고 기대하는건 당연하지만 말입니다.
글을 마칠 때쯤 늘 뒤통수가 따끔따끔한 기분을 느낍니다. 왠지 이런 말이 들리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하렐이 성공하겠어 아니겠어?
사실 당연합니다. 투심이 어떻고 릴리즈포인트가 어떻고 우리 관심은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이 투수가 도대체 얼만큼의 승리를 가져다줄 것인지보다 더 궁금한건 없으니까요. 헌데, 제가 할 수 있는 대답이라는 건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하렐이란 투수는 대충 이런 녀석이라는 겁니다 정도일 뿐이네요.
하지만 좀 궁금했습니다. 우리는 이 친구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려면 이 길고 지루한 3개월의 겨울을 참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가 던지는 공이 KBO타자들에게 어떻게 통할지 알려면 그보다 다시 한두달을 더 기다려야 하죠. 성적이야 뚜껑 열기 전에 알수없다 치더라도 어떤 투수인지 알고 싶은 맘이 너무 강해서 말입니다. 마치 며칠 후에 소개팅하기로 한 처자의 신상을 검색질하여 뒤적이는 스무살 남자의 쓸모없는 호기심 같은것 이겠죠. 만나서 겪기 전에는 결국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게가 안되나봅니다.
대신, 도대체 아무리 땅볼투수이고 장타억제능력이 있다손치더라도 이런 꾸역꾸역형 투수가 MLB 시즌 11승에 3.76ERA를 기록했다는 것에 대한 애매한 위화감은 좀 사라졌습니다. 또 구위형이 아닌 꾸역꾸역 투수가 1년만에 그런식으로 롤코를 탄 것에 대한 의아함도 좀 해명이 되네요. 2013시즌의 루카스 하렐은 그렇게보면 12시즌 전반14경기의 성적과 별 차이가 없기도 하니까요.
아직 젊은 투수가 1년만에 그렇게 가라앉은 것이기 때문에 숨어있는 부상에 대한 걱정도 있긴 하지만 12시즌이나 13시즌이나 투구폼이 아주 현격하게 달라진건 아니어보이니 기우이길 바랍니다.
2012년 6월22일과 27일, 하렐의 이 2번의 인생투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최고의 순간을 만든 직후, 그와 완전히 다른 길에 들어선 이유가 무엇이며
그런데 그 길을 통해 오히려 더 굉장한 성공을 만들게 된 비밀이 무엇인지,
끝으로 그 성공이 더 오래 지속되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봄 캠프를 통해 우리 감독과 코칭스탭이 잘 해명해서 탁월한 처방을 내려주길 믿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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