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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이 손주인에게 배워야 할 것 @트윈스vs삼성 9회말 - 2013년 5월23일

by 토아일당 2015. 1. 28.


5월 23일 대구에서 삼성과 3연전 마지막 경기.  트윈스 3:2 승리 

손주인은 8회 3루수로 선상을 타고 빠질뻔한 강습타수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 처리했고, 9회에는 2루수로 자리를 옮겨 런앤히트 스타트를 한 대주자 강명구를 2루에 먼저 송구 포스아웃 시킴으로써 마지막 이닝의 결정적 위기를 병살처리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연전 첫경기에서 어처구니없는 내야플라이 낙구 에러를 범함으로써 패배의 주범이 된 아픈 시작을 되갚아주며 3연전을 위닝으로 를 가져왔던 마무리하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저는 손주인에게 쌍마 팬들이 지나치게 호의적인게 아닌가 하는 불편한 맘이 있었습니다.

프론트가 프랜차이즈에게는 박하고 FA들에게 후한것처럼,

우리 팬들도 영입선수라는 이유로, 그가 당대의 최강팀 삼성 출신이라는 이유로

부적절한 관대함과 지나친 과대칭찬을 하고 있다는 마음이 없지 않았습니다.

손주인의 실력에 대해서라면, 저는 여전히 충분한 믿음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이적 초기에 눈에 띠는 활약을 하다가는, 결국에 시즌 끝날때보면 평균회귀로 돌아가 있는 경우를

우리 팀이든 남의 팀이든 허다하게 봐와서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어제 경기를 보며 적어도 손주인이 가진 확실한 장점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연전 첫경기 어처구니없는 포구실책으로 경기를 내주고  우리 속이 끓었던만큼, 그 친구의 속도 어지간했을텐데.

최근의 부진, 의식할 수 밖에 없었던 친정팀 상대.  포지션 경쟁자라 할 권용관의 복귀와 활약. 마음을 다스리고 집중하기가 그리 쉬운 상황은 아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더구나, 그런 어처구니없는 실책이라니. 트라우마가 생겨도 그럴만 하다 할 상황이었죠.


인상적이었던 건, 다이빙캐치에 이은 병살처리가 아니라, 그 다음 이닝, 스타트가 아주 빨랐던 전문주자 강명구를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과감하게 2루 송구로 잡아낸 순간이었습니다.

강습타구의 처리는, 멘탈의 문제가 아니라 피지컬과 기술의 문제일테지만, 무사 1루 상황에서의 그 2루 송구판단은 멘탈의 문제, 투지와 자신감의 문제입니다.

그 타이밍에 2루를 포기하고, 1루에서 타자주자만 잡아내는 선택을 한들, 그닥 나무랄 상황이 아니었고, (강명구 스타트가 워낙 빨랐죠) 

이런 저런 험한 상황에 있던 그로서는 위험부담이 없는 안전한 선택이었을텐데 말이죠.


프로선수가 가져야 하는 멘탈은 두려워하지 않고 이기기 위해서 기꺼이 도전하고 승부하는 자세라 생각합니다. 싸우는 사람은,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두려움보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일겁니다.  두려움이 없는 사람은 없는 법이니까요.


그게 8회의 다이빙캐치보다 9회의 2루송구가 더 멋져보인 이유입니다.

내야수의 다이빙캐치는 실패의 위험부담이 없죠.  잘하면 파인플레이고 못해도 허슬이니까요.

하지만 9회말 1점차에서 야수선택은 기술적인 어려움이 문제가 아니라, 두려움의 문제니까요.


최근에 자주 이야기하게 되는데, 트윈스의 문제는, 기술적인것도, 훈련량의 문제도, 나태함의 문제도 아니라, 패배주의 그러니까 박빙 승부에서, 매 순간 순간 몸을 던져야 하는 플레이에서 몸을 굳어버리게 만드는 두려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실패 이후 쏟아질 비난에 대한 두려움.

그렇다고, 비난을 미리 면제해준다는 약속 따위가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아닐겁니다.  설사 그렇다한들 그건 싸우는 남자의 자세는 아닙니다.


손주인은 그 순간 물러서기 보다 기꺼이 자신을 믿고 맞서고 도전했고, 이겼네요.  이기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기지 못했다면 역적이 되었겠죠.  

연전 첫승부는 어이없는 포구실수로 말아먹고, 마지막 승부를 정신가난 야수선택을 말아먹은.


승패는 병가지상사이고, 아슬아슬한 승부에서 이기느냐 지느냐는 운에 좌우될 때도 많을겁니다.

하지만 도전하고 싸우고 승부하는 투쟁심은 결국 선수 스스로가 가져야되는거겠죠.


이대형이 몇살 더 먹었다 한들, 오히려 타자로서는 최전성기를 구가해야 할 나이입니다. 

몸에 이상이 있는게 아니라면, 노쇠로 인해 운동능력이 떨어졌다거나 수비와 주루가 줄었다고 보는건 아무래도 무리입니다.


어쩌면 두려운 거겠죠.  과감한 승부를 거는 것에 대해.


잘나갈때, 다들 칭찬해줄 때, 이대형은 도루에 실패해서 누구도 그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잡아낸 상대배터리를 칭찬했겠죠.  천하의 이대형을 저격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실력이 줄었나?  이젠 도루도 제대로 못하나?


중견수 이대형이 다이빙캐치는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누군가는 타구판단이 늦어서 쉽게 잡을 타구로 엎어진다 비나냥대지만 그건 절대로 아닙니다.  이대형이 전력으로 대시해서 다이빙캐치 잡아내는 위치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담타기를 아무나 하는거 아닙니다.  그것조차 겉멋에 그런다고 까이지만 펜스를 넘어갈때쯤 이미 담 아래에 ?아가있었기 때문에 담타기도 되는거죠.


져야 하는 업보, 넘어야 하는 편견은 손주인과 비교도 안될만큼 많죠.  댕이에게.

녀석이 얼마의 에버리지를 쳐내든, 출루율을 찍든, 몇개의 도루를 하든, 어떤 타순에 배치되든,

두려워하지 말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손주인이 보여준 싸우는 모습을 이대형에게서도 보고싶고, 다른 모든 트윈스의 선수들에게서 보고 싶습니다.


좀 뜬금없지만, 그런면에서 이상열도 좋은 롤모델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보여주는 모습이 좋다라는게 아니라, 적어도 이상열은 구위다 나빠셔 맞을지언정, 위축되서 맞는 법은 없는거 같습니다.

이 왼손투수는 칼퇴근 직장인처럼 삽니다.


감독의 지시가 있으면 마운드에 올라가서 자기가 딱 던질만큼의 공을 던지고, 잘되든 못되든 덤덤하게 다시 덕아웃으로 돌아갑니다.  물론 루키들이 그따위로 굴면 쳐 맞아야겠죠.  하지만, 배울 점이 있습니다.


공하나 잘못던져 역전 만루홈런을 맞는다고 해서, 한 경기 혼자서 말아먹는다고 해서, 140여 게임으로 이어지는 팀의 시즌을 망치치 않습니다.

한번 실수한다고 해고되지 않으며, 한번 실패한다고 자기 커리어가 끝장나는건 아닙니다.


오히려 더 나쁜 것이, 실패를 두려워하며 자기 공을 못던지고 자기 스윙을 못하는겁니다.

패배는 잊으면 그만이지만 두려움은 두고 두고 자기를 망가뜨리며, 빠른 속도로 전염되고 팀을 붕괴시킵니다. 그게 지난 몇년동안 6월이 오면 찾아왔던 재앙의 정체입니다.


9회말 그 순간의 손주인에게 배우세요.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싸우기를 바랍니다.

그게 당장 어려우면 이상열에게서 배우세요.  실수 한번 했다한들, 당신 직장생활에 문제 없습니다.  다음에 잘하면 되요.  적어도, 자기 실력 만큼은 경기장에서 보여주고, 성공이든 실패든 해야되는거 아니겠습니까?


하는 만큼 했는데 지면, 실력이 안되는거고, 더 노력해서 실력을 키우든, 자기 실력만큼의 포지션을 찾아가면 될일이지만,  두려움 때문에 지면, 그건 바보에다가 진짜 루저입니다.  찌질한놈일 뿐입니다.


-붙임

악플보다 패배를 두려워하길 바랍니다.  실패보다 승부하지 않는 자신을 더 부끄럽게 여기는게 싸우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라운드에서 싸우는 남자를 영광스럽게 하는 것은 팬들의 찬사에 앞서, 적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투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