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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pic   김재현 프랜차이즈스타 은퇴식 은퇴경기 고향팀 신인왕 엘지트윈스 이상훈 보스턴 레드삭스  



노마 가르시아파라는 MLB의 대표적인 공수 겸비 유격수였습니다.  73년생이니 병규캡틴보다 한살 많을 뿐인데, 2009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으니, 꽤 일찍 선수생활을 접은 편입니다.  더구나 소위 MLB 3대 유격수로 함께 거론되던 라이벌 데릭지터와 에이로드가 역대급 장기계약을 따내며 아마도 똥칠할때까지 현역 노릇할게 확실해진 것과 비교하면 곡절이 많은 선수였다고 봐야하겠습니다.


보스턴의 순혈 프랜차이즈스타 노마 

 

94년도 보스턴 1라운더(전체 12번) 출신이었고, 주장이었으니 명실상부 순혈 프랜차이즈라고 해도 좋을겁니다.  96년에 처음 확대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97년도 데뷰시즌에 아메리칸리그 역대 6번째 만장일치 신인왕이 되었으며 99년-2000년 연속으로 타격왕에 올랐습니다.  

전설 테드 윌리엄즈로부터 4할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타자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렇듯이, 미국에서도 프랜차이즈스타가 고향팀에서 항상 환대받는 것은 아닌가봅니다. 

아시다시피, 그 지긋지긋한 밤비노 저주에 시달리던 보스턴은 2003년에도 양키즈에게 다시 발목을 잡히며, 6년 연속으로 양키즈에 이어  2위를 기록하는 치욕을 당합니다.

2002년에 부임한 예일대 출신의 젊은 엘리트이며, 머니볼의 팀 오클랜드 에이스의 단장 보좌역이었던 테오 엡스타인은 리빌딩의 칼을 뽑고 그 칼끝이 노마 가르시아파라를 겨낭하게 됩니다.

팀의 프랜차이즈이며 간판이고 클럽하우스의 리더였고  압도적인 페넌트레이스 성적에 비하면 좀 서운한 포스트시즌 활약을 보인 노마야말로 리빌딩을 위한 정리대상 1순위에 오르는게 당연한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그는  FA를 1년 앞두고 있었습니다.

 

이별


보스턴은 노마 가르시아파라에게 4년 6000만 달러의 헐값(?)을 제안합니다.  아마도 FA가 되기 전에 적당한 가격에 4년짜리 계약연장을 하거나 그렇지 못할때는 차라리 팔아치우는게 이득이라는 계산이었을까요?

비슷한 또래의 라이벌인 에이로드가 2000년에 10년 2억5천만짜리 계약을 따냈고, 그 다음해에는 양키스의 지터가 10년 1억8900만달러짜리 계약을 성사시켰으니 보스턴의 제안을 그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도 이해할만 합니다.  

(하지만 보스턴 입장에서 이런 저런 잔부상이 많았던 노마에게 아무리 프랜차이즈라 해도 선뜻 거액의 장기계약을 안길 수 없다는 의견도 아주 타당성이 없는건 아닐테죠)

결국 노마 가르시아파라는 컵스, 몬스티올, 미네소타가 엮인 4각 트레이드에 끼워져 시카고 컵스로 보내집니다.  

 

참 공교롭게도, 보스턴이 오랜 저주를 풀고 가을의 챔피언이 된 것이 바로 노마가 떠난 이듬해 2004년이었습니다.  다만 우승의 주역이었던 제이슨 배리텍은 '노마 가르시아파라가 없었다면 우리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고 말하며 그리움을 표시했고, 선수들은 노마에게 우승배당금을 나눠주기로 결의하며 떠나보낸 동료에게 의리를 보입니다.   


챔피언이 된 보스턴 

 

어쨌든 그 이후의 커리어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2006년 다저스로 옮겨 후반기 크레이즈모드를 잠시 시전한 정도가 임팩트였고 그후 다시 오클랜드와 계약을 햇지만 부상 등으로 별다른 활약을 하지는 못합니다. 

 

다만, 보스턴의 팬들은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그리워했던거 같습니다.  2009년에 원정경기를 위해 5년만에 팬웨이파크를 찾은 그를 홈팬들이 얼마나 열렬히 환영했는지 보면 알수 있지요  


 

글을 읽으며 비슷한 생각을 하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저는 노마의 이야기를 보며 캐넌 김재현이 자꾸 겹쳐졌습니다.  1라운더 출신의 프랜차이즈 스타이고(그것도 같은 94년) 락커룸의 리더였으며 입단 직후부터 놀라운 활약을 보인 신인이었다는 점.  리빌딩의 명목으로 그리고 부상이 빌미가 되어 친정팀에서 홀대 받고 떠나야 했던 점에서 말입니다.

물론 다른 점도 있죠.  친정팀에서 우승의 주역이었다는 것과 아쉽게 떠난 후에 멋지게 재기에 성공했다는 면에서 말이죠.


그들이 화해하는 방법

 

갑자기 노마 가르시아파라 생각이 났고 이런저런 기억을 더듬고 기사를 찾아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아프게 서운하게 떠난 프랜차이즈 스타가 친정팀과 화해하는 방법 때문입니다.

 

노마는 2009년을 끝으로 실질적인 선수생활을 끝냈습니다.  그러나 2010년 초 놀랍고도 훈훈한 소식을, 오클랜드가 아닌 보스턴레드삭스의 스프링캠프에서 전합니다.  

노마 가르시아파라가 보스턴과 하루짜리 계약을 맺었다는 거죠.

 

KBO 역대 기록실을 찾아보신 적이 있는 분은 아시겠지만, 최동원은 삼성 소속으로, 김시진은 롯데 소속으로 이상훈은, 그리고 김재현은 SK 소속으로 적혀 있습니다.  마지막 소속팀을 기준으로 적기 때문이죠.  

(MLB의 경우, 명전에 들어갈때, 마지막 소속팀이 아니라 본인이 선택한 팀의 유니폼으로 가게 되면서 마지막 소속팀에 대한 부담이 이제는 확연하게 줄어들기는 했습니다)


마지막 순간 팬웨이파크에 선 노마 가르시아파라

 

노마 가르시아파라는 그의 야구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단 하루이긴 하지만 친정팀인 보스턴에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은퇴식은 그가 마지막으로 뛰었던 오클랜드가 아니라 보스턴의 홈구장인 팬웨이 파크에서, 2010년 5월 10일 열릴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SK구단의 주관으로 문학경기장에서 벌어진 김재현의 은퇴식을 보며 그가 보스턴과 맺었던 하루짜리 계약이 자꾸 겹치고 생각이 났었습니다.  애초에 6월25일 문학 LG전에서 계획되었던 은퇴식은 그날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서 무산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티켓 예매하고 플랭카드 준비하고 두근거리던 중이었는데 그 아쉬움이란...  심지어 날씨가 수상하던 시절이라 혹시 다음경기로 은퇴식이 연기될까봐 다음날 티켓도 예매해두었었다는 )  

김재현 본인도 은퇴경기를 엘지전에서 하고 싶다는 의사를 직접 밝혔던 적이 있었지요. 


은퇴식도 나누지 못했던 트윈스의 프랜차이즈

 

결국 은퇴경기는 10월 1일 삼성전에 치뤄졌습니다.  우리들은 그의 마지막을 함께 지켜보는 것 조차 허락받지 못한 박복한 팔자였습니다.  노마의 은퇴식이 자꾸 떠오르고 한없이 부러웠던 게 바로 그 즈음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은퇴 이후의 계획을 잡아가는데 코치연수의 지원 같은 것들도 걸릴 수 있고, 또 김재현은 트윈스팬들에게만큼, 와이번스의 팬들에게도 사랑받았던 선수였으니까요.   

(이 부분도 캐넌과 노마의 차이이긴 합니다.  노마는 불행한 일이지만 보스턴을 떠나서 딱히 자리잡았던 팀은 없었으니까요.  그것이 하루동안의 친정팀 복귀라는 면에서는 전화위복이었지만 말이죠)

 

어쨌든, 노마 가르시아파라가 이런저런 앙금을 떨치고 선수생활의  마지막 하루를 친정팀의 소속으로 보낸 것, 그리고 그를 가장 그리워했고 또한 그가 가장 사랑했던 보스턴이 팬들 앞에서 은퇴식을 치를 수 있게 된 것.  부럽고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떠오르는 또하나의 이름이 있지요.  이상훈.  은퇴식도 없이 어울리지 않는 유니폼을 입은채로 떠나보냈던 사람.  

나중에라도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은퇴식 경기상대가 삼성이다 보니 그의 마지막을 축하하고 격려한 게 진갑용이었습니다.  적어도 저 자리에 그의 옛 동료이자 친정팀의 캡틴인 이병규가 서 있어야 하는건데 말이죠.  시덥잖은 감상일 뿐이란건 알지만 마음이 그런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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