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야구는 빅볼이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야구는 스몰볼이다라는 것은 흔한 생각입니다. 2000년대 이후 두산의 발야구, SK의 이기는 야구, 삼성의 불펜야구가 더해서져서 WBC나 올림픽 등의 국가대항전에서도 미국이나 일본에 뒤지지 않는 한국야구이 독특한 강점이 만들어져 왔다는 것이 또한 흔한 생각입니다.
2013년 전반기를 기준으로 MLB와 야구와 KBO의 야구가 어떻게 다르고 또 비슷한지 살펴볼 수 있는 스탯 몇가지를 정리합니다.
이글에 대한 참고사항 및 한계를 다음과 같습니다.
1) KBO 의 스탯은 2013년 8월12일 기준입니다. 전반기가 약간 지난 기간까지의 기록이며 이것은 역대 한국야구 전체 라고 오해해서는 안됩니다.
2) MLB와이 비교는 아메리칸리그 2013년 시즌 8월12일까지의 기록으로 합니다. 내셔널리그의 경우 지명타자제 없이 투수가 타석에 서기 때문에 동등한 비교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MLB 기록 역시 역대 기록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3) MLB 역시 해마다 특정한 스탯이 다소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리그의 지배적인 운영전략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한때 리그의 스탯 자체를 통째로 뒤흔들어었던 약물이 영향이 강했던 시기와 그렇지 않았던 시기의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변화구의 고안을 포함한 피칭기술이나 타자 쪽의 타격기술 변화가 불균등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 경기당 득점 : 트윈스 5.07 > KBO 4.74 > MLB 4.37
MLB이 2013전반기는 비교적 투고타저시즌입니다. MLB 1993-2012 기간의 20년동안 경기당 평균득점이 4.90 점이었던 것과 비교해서 그렇습니다. MLB AL의 경우, 1996년 경기당 5.39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10년 정도 5점에 가까운 타고투저 현상을 보이다가 2006년 4.97점을 끝으로 매년 조금씩 하락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2012년 평균득점은 4.45점 이었습니다.
반면 KBO의 2013 전반기는 4.74점으로 역대 31시즌 평균 4.45 보다 조금 높습니다. 2003-2012 10년 평균 4.54 보다도 역간 높습니다. 다만 시즌이 끝날때까지 지속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트윈스의 경기당 득점은 5.07 으로 평균보다는 다소 높지만, 두산 5.47 삼성 5.24 넥센 5.27 에 이어 리그 4위입니다. 반면 실점은 3.97 로 리그 1위(최소)이며 리그평균실점 4.74 보다 0.77 점 정도 낮습니다. (실점 리그2위는 삼성 4.08점)
<> 팀타율 : 트윈스 0.287 > KBO 0.271 > MLB 0.256
팀타율에서도 KBO가 MLB 보다 높습니다. 거의 모든 공격 스탯에서 AL은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NL보다 약간 높습니다. NL의 리그평균 팀타율은 0.251 이었습니다. 장타율이나 홈런 등에 비하면 그렇게까지 AL과 NL의 차이가 크지는 않게 나타납니다.
트윈스의 팀타율은 0.287로 리그 1위입니다. 경기당 안타수는 KBO가 9.15개, MLB가 8.7개, 트윈스는 9.7개 입니다. 대략 경기당 10개 가까운 안타가 나온다고 보면 됩니다.
MLB는 1경기당 1.7개의 2루타, 0.14개의 3루타, 1.1개의 홈런을 때리는 반면, KBO는 1.60개의 2루타, 0.16개의 3루타, 0.68개의 홈런을 때립니다. 트윈스는 1.42개의 2루타, 0.32개의 3루타, 0.54개의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흔한 기억과 비교한다면 안타수는 생각보다 많고, 2루타의 수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한 경기에 2개의 2루타가 나온 날은 평균보다 더 많은 2루타를 때린 날입니다.
<> 홈런 : MLB 1.05 > KBO 0.67 > 트윈스 0.54
확실히 홈런의 갯수는 미국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난 20년 평균 경기당 홈런수 역시 1.1 개 정도입니다. 아마도 약물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지나간 투고타저 시즌 동안에도 팀득점에서의 차이와 달리 경기당 홈런 갯수는 의외로 크게 변화가 없이 유지되어 왔습니다. 지난해의 MLB AL의 평균홈런 역시 1.1개입니다.
KBO의 홈런 갯수는 0.67개로 지난 10년 평균 0.81개 보다 꽤 적습니다. 경기당 득점이 높아진 것에 비하면 반대 방향의 변화입니다. 압도적인 홈런타자가 사라지고 있는 경향 때문일 수도, 빠르고 작은 야구가 득세하고 있어서 일 수도 있습니다. 트윈스의 홈런은 잠실을 홈그라운드로 쓰는 한에 리그 평균보다 높아지기는 어려운거 같습니다.
트윈스가 지난 10년동안 팀홈런 순위에서 중간보다 위에 있었던 것은 2010시즌 딱 한번 뿐이었습니다. 그 이외에는 모두 5위 이하였습니다. 2010년은 박종훈 감독이 팀을 맡고 소위 빅5 가 결성된 해. 조인성이 포수 최초 3할-100타점을 기록하는 대각성을 하며 28홈런을 때렸고, 이택근이 (언제 때린건지 알 수가 없지만 하여간) 14개, 신인 오지환이 13개, 작뱅이 12개 등을 보태며 잠시 반짝 장타력의 팀으로 코스프레하며 무려 121개로 팀홈런 순위 3위에 오릅니다.
2012년의 트윈스 팀홈런 갯수는 59개 였으며, 2013년에는 경기당 0.54개의 현재 추세로 유지된다고 했을 때, 올시즌의 예상 팀홈런은 71개 정도 입니다. 하여간 홈런과는 거리가 먼 팀이네요. 반면 팀 홈런 1위 넥센이 이대로 홈런 페이스를 지킨다면 128개가 될겁니다.
<> 장타율 : MLB 0.406 > 트윈스 0.396 > KBO 0.389
MLB의 장타율은 0.406 으로 KBO보다 휠씬 높습니다. 투수가 타석에 서는 NL에서조차 0.391로 KBO보다 높습니다. 리그평균타율은 MLB가 KBO보다 1푼5리 낮았는데, 장타율은 도리어 MLB가 KBO보다 1푼 더 높습니다. 장타율은 이미 타율을 포함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순장타율로 비교하면 차이는 3푼3리로 벌어집니다.
그나마 MLB의 장타율은 지난 20년 평균 0.426보다 많이 낮아진 상태이며, 2000시즌에는 0.443 이었습니다.
이 숫자는 2012년 KBO 리그 홈런 11위, 장타율 13위인 최형우의 0.425보다 높습니다. 즉 2000년의 AL의 평균타자가 2012년의 최형우급 장타력을 가졌다는 뜻입니다. 투고타저 상태의 2013년의 AL 평균 조차 2012년 KBO 홈런 15위 장타율 15위 나지완의 0.405보다 높습니다.
안타 중 장타의 비율로 비교했을 때, MLB는 33% 가 2루타 이상의 장타였고, 12%가 홈런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KBO는 26%가 장타, 7%가 홈런, 트윈스는 23%가 장타, 5%가 홈런이었습니다. 경기당 루타수 역시 MLB 13.92 는 13.14의 KBO보다 높습니다.
장타의 존재는 같은 규칙으로 야구를 할지언정 그 전략을 전혀 다른 것으로 만듭니다. 만약 야구에 오직 단타만이 존재한다면, 혹은 야구가 장타를 때려낼 확율이 아주 낮은 종류의 경기라면 보내기번트와 같은 전통적인 공격전략의 효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됩니다.
모든 안타가 단타이고 그 확율이 3할이라 단순화시켜 수학적 확율을 계산해보면,
무사 1루에서 득점할 확율 --- 즉 3개의 아웃카운트 이전에 2개 이상의 안타가 나올 확율은 35% 정도 입니다.
반면 1사 2루에서 득점할 확율 --- 즉 2개의 아웃카운트 이전에 1개 이상의 안타가 나올 확율은 약 51% 입니다. 따라서 무사1루에서 보내기번트 시도는 적어도 1점을 내는데 있어서는 압도적으로 유용한 전략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장타가 존재하는 실제 야구는 이와 좀 다릅니다. 1999년-2002년 사이의 MLB 모든 경기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후, 톰 탱고는 무사1루에서의 기대득점 뿐 아니라 득점확율도 1사 2루의 그것보다 높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KBO경기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합니다만, 그 격차는 MLB의 경우보다는 좀더 작습니다.
희생번트의 전략적 가치는 아주 흥미있는 주제입니다. 세이버매트릭스의 관점에서 희생번트는 일종의 자해행위입니다. 빌제임스는 세이버매트릭스 십계명 제일 첫번째에서 "번트를 하지 말지어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틈나는대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들의 결론은 리그의 평균적 스탯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따라서 특정한 스탯의 리그평균이 확연하게 달라질때 전략적 선택의 옳고 그름은 역전될 수 있습니다. 희생번트에 대한 미국야구와 아시아 야구의 차이는 그저 관습과 전통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거 같습니다. 다른 글에서 이 부분만 다로 떼어 다루어보겠습니다.
<> 보내기번트 : 트윈스 0.78 > KBO 0.61 > MLB 0.19
희생플라이 : 트윈스 0.35 > KBO 0.31 > MLB 0.28
트윈스는 KBO에서도 희생번트가 가장 많은 팀입니다. 두번째가 경기당 0.70 인 롯데이고 가장 희생번트가 적은 팀은 0.42로 NC입니다. KBO의 경기당 평균 희생번트는 MLB보다 3배 이상 많습니다. 희생번트의 효율성은 거의 전적으로 팀장타율에 따라 좌우됩니다. 따라서 리그의 평균 장타율이 낮은 KBO가 MLB에 비해 더 많은 희생번트를 시도하는 것은 두 리그의 야구관념 차이를 떠나서 타당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3배의 차이가 날 정도인지는 좀 미지수입니다. 투수가 타석에 서는 NL의 경우 2013년 현재까지 경기당 0.38개로 AL보다 2개 많습니다. 하지만 KBO와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 수준입니다.
MLB에서의 희생번트는 지난 20년동안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AL의 93년-2012년 사이의 20년 평균은 0.24개로 현재보다 높았고, NL의 경우도 0.44개로 마찬가지였습니다. 보내기번트의 감소는 세이버매트리션의 대두와 그들의 분석에 의해 지지되고 있는 "보내기번트는 팀의 득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과 관련이 있을 걸로 보입니다. 이런 주장은 한국에도 점점 더 알려지고 있는데 다만 리그의 평균적인 장타율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희생번트의 효용성에 대한 MLB에서의 결과는 KBO와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명백히 있습니다.
희생플라이에서도 트윈스는 경기당 0.35개로 KBO 평균보다 많습니다. MLB는 KBO의 0.31개 보다 작은 0.28개 입니다. 트윈스의 경우 외야가 넓은 잠실구장을 사용하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두산은 0.45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희생플라이가 가장 적은 팀은 희생번트도 가장 적었던 NC로 0.20 입니다. KBO와 MLB의 차이는 구장크기와 외야수의 송구능력이 서로 상쇄되어서인지 그리 큰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1901년-2012년 MLB AL의 경기당 평균득점(R/G), 홈런, 희생번트(SH) 숫자의 추이]
소위 라이브볼 시대(1920년 반발력이 높은 공인구 채택)를 기점으로 희생번트의 숫자가 급감한다. 그런데 홈런의 갯수는 즉시 증가하지 않고 천천히 오르기 시작한다. 1930-40년대 일시적으로 희생번트가 반등했으나 홈런 갯수의 증가에 따라 다시 하락하고 있다.
<> 도루 : 트윈스 1.13 > KBO 1.07 > MLB 0.58
도루시도 : 트윈스 1.79 > KBO 1.55 > MLB 0.91
KBO의 경기당 도루성공은 MLB보다 2배 정도 많습니다. 트윈스는 KBO평균보다는 약간 많고 리그 전체에서는 두산 1.45 > 기아 1.29 다음으며 NC와 공동3위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도루실패가 0.66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으며 도루실패가 가장 적은 삼성 0.33개 NC 0.36개와 비교하면 거의 2배 정도 많습니다. 당연히 도루성공률은 63%로 9개 팀중 7위입니다. (8-9위는 넥센과 한화)
(MLB의 통계기준으로) 도루의 득점가치와 도루실패의 득점가치하락을 고려했을때, 도루가 팀에 이익이 되는 손익분기점이 72%정도라고 할 경우, 트윈스는 도루를 해서 득보다는 실이 많았습니다. 다만 도루시도 자체가 상대 배터리의 볼배합과 내야수비에 대한 압박은 고려하지 않은 평가입니다.
MLB의 2012년까지의 20년 평균 도루횟수는 0.63개로 올해의 그것보다는 좀 많습니다. 단 도루실패는 경기당 0.20개로 KBO의 0.48개보다 절반 이하입니다. 도루성공율은 MLB 70% >= KBO 69% 로 거의 비슷합니다.
<> 병살타 : 트윈스 0.52 < MLB 0.76 < KBO 0.79
트윈스는 리그에서 가장 적은 병살타는 치는 팀입니다. 그 다음은 SK < 롯데 순이고, 기아와 두산이 0.85개와 0.84개로 가장 많은 쪽에 속합니다. 리그1위팀 삼성은 의외로 0.80개로 하위권에 속해있습니다. MLB평균은 KBO평균보다 근소하지만 더 적습니다. 3배나 많은 희생번트를 하고, 2배나 많은 도루를 했지만 결국 병살타는 KBO가 더 많았던 것은 이색적으로 보이는 결과입니다. 어쩌면 희생번트가 도루가 병살타를 억제하는데 그렇게 큰 효과가 없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 볼넷과 사구 : KBO 3.84 > 트윈스 3.58 > MLB 3.11
KBO 0.63 > 트윈스 0.48 > MLB 0.29
KBO의 타자들은 MLB의 타자들보다 볼넷을 더 많이 얻어내고 있습니다. 트윈스는 리그 평균보다 낮고 NC,SK에 이어서 끝에서 3번째이며 사구는 가장 적습니다. KBO에서 가장 사구를 맞은 팀은 넥센으로 경기당 0.78개입니다.
두산은 4.33개로 볼넷을 가장 많이 고른 팀이며 그 다음이 기아 4.16개, 롯데 4.10개 였습니다.
볼넷은 야구팬들의 흔한 관념과 달리 나쁜 공을 골라내는 선구안보다는 타자의 장타력과 휠씬 강한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출루율을 최고의 덕목으로 요구받는 눈 좋고 짧게 치는 리드오프들에 비해 중심타선에서 큰 스윙으로 투수를 위압하는 슬러거들이 대체로 더 많은 볼넷을 얻습니다. 1번이나 2번을 치는 타자들이 출루율 탑10 안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야 2자리 정도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트윈스는 여전히 리그에서 사사구에서는 하위권에 놓여 있습니다. 대신 높은 팀타율로 인해 출루율에서는 두산에 이어 리그2위입니다.
참고로 고의사구는 MLB가 경기당 0.18개로 KBO 평균 0.11보다 다소 높습니다.
<> 출루율과 OPS : 트윈스 0.361 > KBO 0.353 > MLB 0.320
트윈스 0.757 > KBO 0.742 > MLB 0.726
팀타율도, 경기당 볼넷숫자도 KBO가 MLB보다 크기때문에 리그평균출루율 역시 KBO가 MLB보다 3푼3리나 높습니다. 다만 장타율은 MLB가 높기때문에 OPS는 1푼4리 정도 차이가 납니다. 다만 이것이 MLB와 KBO 사이의 차이는 아닙니다. 지난 20년동안의 MLB 평균 OPS는 0.763 으로 2013년은 역대급 투고타저 상태에 있고, 반대로 KBO는 이례적인 타고투저 상태에 있습니다. 오히려 최근 20년을 비교할 경우, MLB의 경기당 득점은 4.90 이고 KBO의 경우는 4.54 입니다. KBO가 MLB보다 더 공격적인 팀이라고 볼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리그에서 OPS가 가장 높은 팀은 장타율 출루율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이며 0.797입니다.
두산의 출루율은 리그 출루율 22위에 해당되며 이와 비슷한 수준의 타자들이 최형우, 모창민, 이종욱입니다.
OPS로 따지면 리그 24위에 해당되고 이와 비슷한 수준의 타자는 배영섭, 나성범, 홍성흔입니다. 정근우, 전준우, 이택근, 김종호, 정의윤 모두 OPS에서 두산의 팀 평균보다 낮습니다. 박용택, 이호준, 최진행 정도가 두산의 팀OPS보다 약간 위에 위치한 타자들입니다.
무시무시한 공격력임이 틀림없습니다. 리그 최고 수준의 리드오프들보다 출루율이 높고, 각 팀의 클린업 트리오가 기록하는 OPS가 팀평균 수치라니. 대신 두산의 경기당 실점은 4.99 로 리그평균보다 높고 끝에서 3번째입니다.
서로 다른 전략적 선택의 통계적 근거
야구를 흔히 확율의 게임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중요 지표들이 확율로 기록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야구는 3개이 아웃카운트를 담보로 기대득점과 성공확율이 서로 다른 전략적 선택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게임입니다. 대표적으로 희생번트 같은 것이 그렇고 타자와 투수의 1:1 승부가 아닌 벤치의 모든 작전과 수비의 다양한 포메이션이 그런 전략적 선택의 표현입니다.
포커를 칠 때, 맞상대가 4플러시일 경우, 5구 메이드된 스트레이트를 쥔 플레이어보다, 에이스 투페어를 쥔 플레이어가 더 강한 베팅을 하는게 현명한 전략일 수 있습니다. 남아있는 2장의 카드에 대해서 단순한 승리확율이 문제가 아니라 확율에 획득금액을 곱한 기대값의 순서가 역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축구는 어쨌든 1점을 얻기 위한 최선의 길을 찾는 경기입니다. 하지만 야구는 매 순간의 전략적 선택 중 가장 높은 성공율에 해당하는 것이 가장 높은 득점 기대값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마치 5구 메이드 스트레이트와 에이스 투페어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야구의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리그의 평균적인 스탯 수준에 따라 선악이 전혀 달라지게 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예를들면 합법적 약물의 등장, 구장규격의 변화, 공인구의 반발력 증가에 의해 리그의 평균 장타율이 3-4푼 정도 높아질 경우 희생번트와 같은 지극히 상식적으로 전통적인 야구의 전략은 아마도 완전히 폐기시켜야 합니다. 리그에 속한 어느 팀의 팀장타율이 예외적으로 높은 경우도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
반면 어떤 이유에서든 리그의 평균장타율이 주목할만큼 하락할 경우 도루의 가치는 엄청나게 증가합니다. 흔히 72% 정도라고 하는 도루시도의 손익분기점 역시 극적으로 하락할 것입니다. 발빠른 주자의 가치 역시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입니다.
트윈스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치고 가장 자주 희생번트를 대며 가장 많이 도루를 시도한 팀이었습니다. 그걸 통해 리그에서 4번째로 많은 득점을 만들어냈습니다. 대신 리그에서 가장 적은 실점을 허용했기 때문에 1게임차 뒤진 팀순위 2위에 올랐습니다. 리그에서 가장 넓은 구장을 쓰고 있으며 그래서 롯데와 한화를 제외한 모든 팀보다 홈런갯수가 적고, 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순장타율도 낮습니다.
같은 잠실구장을 사용하는 두산은 중간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 리그 4위의 팀홈런, 리그 3위의 순장타율을 기록하면서, 가장 높은 팀타율과 가장 높은 팀출루율을 통해 리그에서 가장 높은 팀OPS를 만들어내면서 경기당 득점 1위를 달립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도루성공갯수와 2번째로 높은 도루성공률을 기록했습니다.
홈런 등 순장타 지표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파크팩터에 대해 두 팀은 비슷하면서 전혀 다른 공격전략을 구성해왔으며 나름대로의 성공과 실패를 겪어 가고 있습니다. MLB에서 견고하게 주류를 이루고 있는 OPS야구는 2013리그 최강의 득점력을 자랑하는 "뚱뚱한 발야구"와 비슷하면서도 아주 모순된 전략입니다. 두가지를 가르는 것, 그러면서도 둘다 효율적인 전략임이 증명되는 간격에는 리그 평균장타율과 도루갯수라는 스탯이 놓여져 있습니다.
리그의 평균적인 스탯 수준을 보는 것은 단지 숫자의 크고 작음에 대한 관심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리그의 평균적인 스탯이 일정한 임계치를 넘어서는 순간 우리가 지극히 상식적으로 옳다고 믿어왔던, 야구의 당연한 일부로 여겨왔던 전략적 선택은 그 효용성에 대한 평가를 완전히 달리해야 할 필요가 생깁니다. 대체로 MLB의 통계적 결과를 바탕으로 디자인된 세이버매트릭스의 평가지표들, 전략적 선택을 위한 정보들 중 어떤 것들은 그래서 KBO를 기준으로 조정될 필요도 있습니다. (물론 대체로는 비슷하게 적용됩니다만)
[1901년-2012년 MLB AL의 순장타율(IsoP = 장타율-타율) 과 경기당 도루시도(SB) 숫자의 추이]
순장타율의 증가에 따라 도루시도 숫자가 급감한다. 대체로 순장타율의 상승/하락에 맞추어 도루시도 숫자는 증가하거나 감소한다. 대체로 마이너스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 팀의 스탯 수준은 그 팀에게는 옳은 전략적 선택이 다른 팀에게는 완전히 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환경적으로 높은 순장타율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트윈스가 다른 경로의 득점생산루트를 개발하고 일구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같은 환경에 직면한 이웃 팀이 선택하는 득점루트는 다시 그와 다르고 경기에서 이겨나가기 위해 팀을 구성하는 전략도 서로 달라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야구에서 스탯은, 이 스마트해보이는 도구를 이용해서 선수들을 줄세우고 품평하는 것 말고도 다른 의미있는 쓰임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흔하게 하는 말,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여기에 잘 들어맞습니다.
야구를 보는 아주 중요한 즐거움 --- 경기 매 순간의 전략적 선택을 가늠하고 기대하는 것 그리고 서로 다른 장점과 단점을 가진 선수들로 팀을 구성해서 경기에 이겨나가는 전략을 세우는 것에서 스탯은 휠씬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해줄 것이며 그 과정을 더 행목하게 만들어 줄수 있습니다.
--- 다음은 [투수와 수비]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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