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의 레그킥이 문제라구?
그보다 휠씬 더 특이한 타격폼의 MLB 타자들
피츠버그의 강정호가 팀의 6번타자로 선발출전 MLB 정규시즌의 첫번째 장타와 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시카고컵스와의 경기 5:5 동점인 7회말이었고 2사 만루 상황의 3타점이었습니다. 더구나 앞타자인 스털링 마르테를 고의사구로 거른 이후의 타석이었기 때문에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스거강, 스털링 거르고 강정호”였네요.
강정호가 피츠버그 파이러츠와 계약한 이후 늘 논란으로 따라다진 것이 그의 타격폼이었습니다. 레그킥이라 불리는 것인데 타석에서 타이밍을 잡고 힘을 모으기 위해 타격전에 투수쪽 발 즉 오른손 타자인 그에게는 왼쪽 발을 차듯이 들어올리는 동작을 말합니다.
그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에서도 긍정적인 쪽이든 부정적인 쪽이든 빠지지 않고 지적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그가 상대하던 투수들보다 좀더 빠르고 브레이킹이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들을 만나다보면 발을 들어올리는 동작을 그대로 유지해서는 타이밍이 늦어지며 좋은 타격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입니다. 타자들은 누구나 고유한 타격동작을 가지고 있고 투수쪽 발을 어떻게든 움직이긴 하지만 강정호는 비교적 높게 늘어올리는 편에 속하기는 합니다.
강정호는 시범경기가 시작되자마자 홈런을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하기는 했지만 그 이후 지독한 부진을 보이자 그의 레그킥은 다시금 논란의 중심이 됩니다. 피츠버그의 허들 감독은 시범경기 무안타가 계속되던 3월26일 “강정호가 지금처럼 치도록 하고 훈련을 계속할 수 있도록 내버려둘 것이다”라고 말하며 그의 타격폼을 지지하긴 했지만 3월30일 아틀랜타전에서 2개의 안타를 기록하자 “투스트라이크 이후 레그킥을 자제했다.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라며 그의 속내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정규시즌 첫번째 장타아 타점을 기록한 4월22일 경기를 보면 강정호가 그의 타격자세를 바꾸지는 않을 모양입니다. 2개의 안타 역시 특유의 하이레그킥과 함께 만들어졌습니다.
강정호의 아틀랜타전 7회 2루타 타석의 레그킥 타격
MLB에는 그 선수들의 배경만큼 다양한 타격동작을 가진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강정호의 하이레그킥이 최근의 타격이론으로는 교과서적이라 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아주 특이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는 유별난 타격동작을 가진걸로 유명한 몇명의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타격폼을 소개합니다.
하이레그킥의 대표타자 핸리 라미레즈(Hanley Ramirez)
지난 2014년까지 다저스에서 류현진의 동료였고 올시즌 보스턴으로 FA이적했습니다. 현재 MLB에서 강정호와 비슷한 하이레그킥을 가진 대표적인 타자라서 이 논란이 거론될 때마다 자주 소개됩니다. 수비 포지션 역시 같기 때문에, "장타력을 가진 유격수"라는 스펙에서도 비슷합니다.
다만, 그의 레그킥이 강정호와 비교될만하기 때문에 소개되긴 하지만 이 포스트의 다른 선수들만큼 특이하거나 심지어 기괴한 것은 아닙니다.
MLB버전의 서건창? 정성훈?, 알렉스 리오스 (Alex Rios)
현재 캔사스시티 로열즈의 외야수. 미국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푸에르토리코 대표로 WBC에 3번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12년동안의 메이저리그 경력에서 2루타 353개, 홈런 166개, 도루 246개를 기록한 전형적인 20-20형 호타준족 타자입니다.
어깨 근처의 파워포지션에 배트를 두고 기다리는 것이 보통의 자세라면 그는 배트를 쥔 손을 벨트라인 근처에 두고 기다리다가 백스윙 타이밍에 파워포지션으로 갔다가 스윙을 시작합니다. 엉거주춤 움츠린 준비자세는 약간 서건창 같기도 하지만, 메카닉 상으로는 배트 그립을 좀더 낮은 위치에 둔 상태에서 스윙을 시작한다는 면에서는 정성훈에 좀더 가까운 느낌 같기도 합니다.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할지... 19금 버전의 기마자세? 애런 로완드 (Aaron Rowand)
애런 로완드는 시카고화이트삭스의 1라운더로 메이저리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007년 필라델피아에서 커리어하이를 찍으며 공수주를 두루 갖춘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명성을 얻었고, 본즈가 떠난 샌프란시스코가 공격력 보강을 위해 5년 6천만달러로 영입했으나 그 후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진 못합니다.
특이함을 넘어 기괴하게 느껴지는 타격폼입니다. 굳이 분류하지만 종종 볼 수 있는 기마자세 타잎이지만 그 전 방망이를 벨트 아래에 두고 세워두는(?) 동작은 뭐가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머니볼의 쇼케이스 타자, 케빈 유킬리스 (Kevin Youkilis)
오클랜드에 관한 스토리를 다룬 책 머니볼에 등장했던 바로 그 선수입니다. 빌리빈은 사기와 기만을 동원해서라도 그를 데려오려 했으나 실패합니다. 그리고 그 즈음 대표적인 세이버메트릭스 지향의 단장인 테오 옙스타인이 보스턴을 맡게되자 중용되어 2개의 우승반지를 얻게됩니다.
탁월한 출루능력으로 이름이 높았고 그래서 2000년대 초중반 이후 MLB 구단들이 도입하게 된 세이버메트릭스형 타자의 가장 전형적인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올스타에 3번, 골든글러버에 1번 선정됩니다. 2014년도에는 일본 라쿠텐으로 이적해서 화제가 되었지만 부상으로 별다른 활약을 하지는 못합니다.
작년말 은퇴를 선언하고, 지금은 보스턴에서 시카고로 옮긴 테오옙스타인의 특별 보좌역으로 프론트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류현진의 팀동료로 유명해진, 칼 크로포드 (Carl Crawford)
템파베이 프랜차이즈스타 출신의 외야수입니다. 그러나 보스턴과 7년 1억4200만달러짜리 대형FA계약 후에는 대표적인 먹튀선수로 오명을 얻게 되는데, 이 계약은 시즌20홈런을 한번도 기록한 적 없는 타자 중 역대 최고액일겁니다.
60도루 시즌을 포함해서 4번의 도루1위, 4번의 3루타 1위를 기록한 준족이며 거포형은 아니지만 꾸준이 10개 이상이 홈런을 쳐내는 유형의 선수입니다.
투수 쪽 발을 거의 1루방향 배터박스 모서리까지 쭉 뻗고 있는 위치가 MLB에서도 흔치 않은 자세입니다. 13시즌부터 다저스에서 뛰며 종종 보여준 좋은 수비로 한때 류현진 도우미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딱히 설명이 필요없는 일본출신 메이저리거, 스즈키 이치로 (Ichiro Suzuki)
일본 출신의 메이저리거라는 경력만큼, 타격폼이 특이한 걸로는 빠지지 않을 선수입니다. 시계추 타법이라고도 불립니다. 타격폼도 그렇지만 타격자세에 들어가기 전에 배트를 그라운드 쪽을 가리키는 타석의식(rituals) 역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이 첫인상이 워낙 강렬해서인지, 미국의 야구팬들에게는 일본출신타자는 다들 독특한 타격폼과 타석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선입견도 좀 만들어져있습니다.
열정페이로 더 알려진, 아오키 노리치카 (Nori Aoki)
아오키 노리치카는 KBO출신 선수의 MLB 포스팅이 있을 때마다 거론되는 사례입니다. 그는 포스팅금액 250만달러의 싼값에 밀워키와 계약을 했습니다. 연봉도 2년 250만달러에 불과합니다.
성공사례가 많은 투수와 달리 일본 또는 아시아 출신 야수의 기대치가 그만큼 낮았기 때문이고 게다가 똑딱이 스타일의 전형적인 하이애버리지 히터였기 때문에 더 그랬을겁니다. 그러나 아오키 노리치카는 일본에 잔류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휠씬 낮은 열정페이를 선택하며 MLB로 이적했고 처음 두시즌동안 나쁘지 않은 실적을 올리며 팀의 리드오프로 활약했습니다. (그는 또 이용규의 롤모델이라고도 하네요)
그의 타격자세가 아주 특이한 편은 아니지만, 그 역시 하이레그킥을 가진 타자라는 점 그리고 강정호와 마찬가지로 리그적응에 대한 의심을 많이 받았던 아시아 출신 야수였다는 점에서 비교할만 합니다.
사실, 강정호의 타격폼은 "나쁜 자세"라기보다는 "대처능력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자세" 그래서 기복이 심할 수 있는 종류의 타격메카닉 정도로 해석되고 있는게 맞습니다. 이것이 한국리그 출신 타자에 대한 이런저런 의문과 불신이 겹치며 생겨난 논란이긴 하죠.
이미 실적을 가졌고 검증된 타자들의 하이레그킥을 문제삼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어쨌든 이제 시즌은 시작되었고 고비마다 그래도 한방씩 쳐주며 당분간은 출전기회를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가운데 그가 스스로 증명해야 할 숙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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