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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그리고 좀 웃긴) 빈볼 난투극 

1984년 8월12일, 아틀랜타브레이브스 대 샌디에고파드레스 전에서 생긴 일



1984년 8월12일 아틀랜타 브래이브스와 샌디에고 파드레스가 만났습니다.  이전 2시즌 동안 연이어 NL 서부지구 우승팀(브레이브스)과 그해 지구 1위를 달리고 있던 팀(파드레스)의 대결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상 최악의 빈볼 대난투로 기록되는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1회 초구가 선두타자 갈비뼈를 맞추다


플레이볼 사인과 동시에 첫타자 초구가 타자의 갈비뼈로 날아갔습니다.  마운드를 향해 고함이 터지긴 했지만 일단 위긴스는 1루로 걸어나갑니다.  


파드레스 측에서 이것을 고의적이라 확신했던 것은 두가지 이유 때문인데 우선 투수 파스쿠엘 페레즈가 원래 마운드위에서 타자를 약올리고 도발하는 걸로 유명한 악동인데다가 타석의 타자인 2루수 앨런 위긴스가 전날 경기 아틀랜타의 1-4 패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2개의 번트안타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이 동네는 2개의 번트안타면 보복구를 맞을만한 이유가 되나봅니다)


그것 말고도 배경은 더 있는데 전시즌 까지 2년연속 지구 챔피언이었던 아틀랜타는 84년 시즌 압도적인 지구1위를 달리던 벼락출세팀 파드레스를 영 고깝게 여기고 있었다는 해석도 있더군요.


게다가 파드레스 감독 딕 윌리엄스는 (나중에 명예의전당에 오른 메이저리그 명감독 중 하나입니다) 상당히 강성캐릭터였는데,  독설과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유명한 터프가이로 한국으로 치면 프로야구 초창기의 김동엽 감독과 비슷한 느낌인거 같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감독들이 잘 없긴 하죠.


어떤 기사에 보니 이런식으로 표현한 것도 있더군요.  “딕 윌리엄스 감독이 이끄는 팀이 이런 일을 당하고 가만있을거라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회는 바로 찾아옵니다.  

2회 당사자인 투수 페레스가 타석에 서고 파드레스의 투수 에드 윗슨은 바로 작업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페레스가 철부지 악동이긴 하지만 바보는 아니라서 자신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예상하지 못할리가 없습니다.  그는 아예 홈플레이트 근처에 다가서지도 않았고 파드레스 투수가 연달아 몸쪽으로 공을 날리지만 신들린것처럼 다 피한 후 볼넷으로 출루합니다.


2회 4회 6회, 파드레스 투수가 작정하고 몸쪽공을 날리지만 페레즈는 한대도 안맞고 다 피합니다.

그리고 보복 미수로 파드레스 투수와 감독은 퇴장. 


심지어 다음 타자때 와일드피치로 2루까지 진출합니다.  거기에는 아까 자신이 초구를 맞춰버린 파드레스 2루수 위긴스가 있었는데 그에게 다가가 계속  깐죽거리며 약을 올렸답니다.


다시 4회.  페레즈가 타석에 서고 바뀐 투수가 다시 그를 노리지만 그는 이번에도 미친듯이 다 피하고 볼넷출루. 


6회에 페레즈는 또다시 타석에 섭니다.  브래이브스 감독 조토레도 지독하죠.  그런데 이날 페레즈가 워낙 좋은 투구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파드레스는 다시 몸쪽으로 연달아 공을 날렸지만 이번에도 맞추지 못합니다.  

도리어 보복미수죄로 파드레스 투수와 감독대신 경기를 지휘하던 코치 묶어서 퇴장.   아틀랜타 투수 페레스는 혼자서 벌써 상대팀 선수2명 감독 코치 2명 합이 4명을 보낸거죠.  그때마다의 볼넷출루는 덤이구요.


8회까지도 페레즈는 라인업에 남아있었습니다.  더구나 완투승까지 해먹을 기세.  

파드레스의 투수 크레이그 레퍼트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드디어 페레즈에 팔꿈치 쪽에 공을 꽂아넣습니다.  그런데 페레즈의 대응도 참 대단합니다.  또다시 투수는 퇴장당하고 몸에맞는공으로 1루 출루를 얻은 그는 앞을 가로막는 심판을 살짝 피한 후 방망이를 휘두르며 마운드로 돌진합니다.


초구 빈볼을 날렸던 아틀란타브레이브스 투수 페레즈. 공에 맞자 방망이 들고 날뜀.

오히려 놀라운 것은 이 경기에서 첫번째 벤치클리어링이 8회에야 비로소 나왔다는거죠.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닝이 바뀌고 9회.  파드레스 타자가 타석에 서자 아틀랜타의 투수가 바로 엉덩이를 맞춰버립니다.  타자는 당연히 마운드로 돌진.  이때부터 완전 난장판이 됩니다.   흥분한 파드레스 선수가 브래이브스 덕아웃 쪽으로 쳐들어가자 아틀랜타 관중들은 들어있던 맥주잔을 파드레스 선수 얼굴에 내리치고 바로 경기장에 뛰어들어 난투극에 합세합니다. 


9회 브레이브스의 재보복

마운드로 돌진

관중 합세

경찰출동

잡혀감


경찰 출동.  난입한 관중들 잡혀감.  이렇게 이날의 역사적 빈볼난투극이 막을 내렸다고 합니다.

경기 후 양팀의 감독을 서로 상대방을 맹비난.  아틀랜타브레이브스의 조토레는 같은 선수에게 한번도 아니고 반복해서 몸쪽으로 공을 날린 것을 비난했고, 샌디에고파드레스의 딕 윌리엄스는 8회로 끝난 싸움을 9회에 다시 시작한 것에 대해서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당연히 둘다 MLB로부터 경고와 징계를 받았는데, 딕 윌리엄스가 좀더 많은 벌금을 내야 했다고 합니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이 난리통에도 불구하고 관중이 던진 맥주잔에 맞은 거 말고는 별나게 다친 선수는 없었다는군요.  난투극에도 프로들의 노하우가 있는건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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