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타격 부문에서의 MLB AL 와 KBO 그리고 엘지트윈스의 경기당 스탯 비교에 이어 이번 글은 투수부문(또는 수비부문)에서의 비교입니다. 스탯들의 참고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팀 레벨에서의 타격스탯과 수비스탯과 달리 리그 레벨의 타격스탯과 수비스탯은 결국 같은 숫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들어, 팀 득점과 팀 실점은 다르지만 리그 평균득점은 항상 리그평균실점과 같아집니다. 타율이나 장타율, 출루율, 경기당 안타 같은 투수-타자가 서로를 상대해서 만들어지는 거의 대부분의 지표들이 그렇습니다. 해서 이런 스탯들에 대해서는 비교적 간단하게만 다루겠습니다.
2. 타격부분과 마찬가지로, 투수-수비부문의 비교 역시, 2013년 MLB AL을 대상으로 합니다.
3. 2013년 스탯은 8월12일 기준으로 합니다. 그 사이 스탯이 조금 더 업데이트되기는 했지만, 앞의 글의 타격스탯과 균형을 맞추어 비교해야 하는 사항들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작은 오차라도 피하기위해 투수-수비부문 스탯도 같은 8월12일자 기준으로 합니다.
4. 리그평균 스탯은 기본적으로 경기당 갯수입니다. 연장전이나 원정패배시 후공격 생략 등으로 인해 경기당 갯수와 9이닝당 갯수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MLB의 경우 무제한 연장제도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당 갯수와 9이닝당 갯수의 격차가 KBO보다 아주 약간이지만 좀더 커지기 쉽습니다. 같은 이유로 경기당 갯수를 기준으로 MLB와 KBO를 비교할 경우 MLB의 스탯이 아주 약간이겠지만 더 큰 숫자로 계산될 수 있습니다.
# 평균자책점
트윈스 3.62 < MLB 4.04 < KBO 4.39
확실히 2013년의 MLB는 투고타저 상태입니다. 경기당 실점=득점이 최근 20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에 있고 (당연히) ERA도 지난 20년 평균인 4.53보다 0.5점 정도 낮습니다. 반면 타고투저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KBO의 2013년은 4.39로 높은 편입니다. 트윈스의 ERA는 3.62 로 리그에서 가장 낮으며 2위 삼성의 3.88 보다 0.26 낮습니다. 한팀의 경기당 득점이 똑같다고 했을때, 경기당 실점이 0.26점 낮아질 경우 승률은 2푼6리 상승하며 한 시즌에 136경기를 치루는 KBO기준으로 이것은 3.5승을 더 거둔다는 뜻입니다. 실제로는 경기당 득점에서 삼성에 비해 트윈스는 0.20점 적은 5.07점을 기록하며 리그 4위에 올라 있습니다.
NL은 투수가 타석에 서기 때문에 AL보다 좀더 투수가 강세를 보였습니다. 13시즌의 리그평균 ERA는 3.74로 AL보다 0.3점 낮습니다. AL과 마찬가지로 NL로 투고타저 성향에 나타나고 있으며 지난 20년 평균인 4.24에 비해 0.5점 점도 낮아져있습니다.
# 완투, 완봉, 팀완봉(100경기당)
트윈스 4.4 > MLB 2.5 > KBO 2.1
트윈스 2.2 > MLB 1.3 > KBO 0.7
트윈스 7.7 > MLB 6.9 > KBO 4.7
투수의 압도적인 경기지배의 결과로 얻을 수 있는 기록이 완투승과 완봉승입니다. 트윈스는 2013시즌 4번의 완투경기를 기록했고 NC와 공동 1위입니다. 그 다음은 3번의 완투경기가 있었던 SK이며 넥센과 한화는 한번도 완투경기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의외로 MLB의 100경기당 완투경기는 2.5회로 KBO의 2.1회에 비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늘상 한국프로야구의 선발투수들이 완투능력을 잃어버렸다는 종류의 이야기를 들어왔고 또 MLB에서는 괴물같은 에이스급 투수들이 밥먹듯이 완투를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현실과는 좀 다른 모양입니다. AL 뿐 아니라 NL의 상황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리그 평균이 아니라 팀별로 따로 비교할 경우 MLB AL에서 가장 완투경기가 많았던 팀은 템파베이로 100경기당 약 6번으로 KBO 1위 트윈스 4.4번보다 약간 많습니다. 볼티모어와 휴스턴은 완투경기가 한번도 없었습니다.
완투완봉 경기의 수 역시 트윈스가 100경기당 2.2회로 (시즌 2회) 리그에서 1위이고 두차례의 완봉승을 기록한 유일한 팀이며 두산, 기아는 완투경기는 있지만 완봉경기는 없습니다. KBO의 평균 완봉 횟수는 100경기당 0.7회이고 MLB 평균은 1.3회로 약 2배 정도 많습니다. 리그평균 비교에서 완투경기가 MLB가 KBO보다 20% 정도 많았던 것에 비하면 완봉경기는 거의 2배 정도 많았던 셈입니다. 투수들의 전반적인 완투성향은 KBO와 MLB가 비슷하게 감소하고 있지만 그렇다해도 압도적인 에이스급 투수는 MLB AL에 좀더 많은가봅니다.
지난 20년동안 AL의 100경기당 완투횟수는 5번 정도로 2013년에 비해 2배 정도 많습니다. NL에서도 비슷해서 지난 20년 평균에 비해 2013시즌의 완투경기 횟수는 절반 정도로 감소했습니다.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의 완투, 완봉 횟수는 큰 차이 없이 비슷합니다. 13기즌 AL에서 완투완봉 경기가 가장 많았던 팀은 오클랜드로 100경기당 3.3회 였습니다.
한 투수가 기록한 완봉승이 아닌, 팀 완봉승을 기준으로 볼 때도 트윈스는 리그 1위입니다. 2013시즌에 들어와서 7번의 팀 완봉승 기록이 있었고 그 다음이 롯데가 6번의 팀 완봉승으로 2위입니다. 삼성의 팀 완봉승은 5회로 3위이며 한화가 2번의 팀 완봉승으로 최하위입니다. MLB의 팀 완봉승은 100경기당 6.9회로 KBO의 4.7회보다 좀더 많습니다. MLB AL에서 가장 팀 완봉승이 많았던 팀은 클리블랜드로 2013시즌 15번, 100경기당으로는 12.4회로 KBO 1위인 트윈스보다 거의 2배가까이 많습니다.
- 한화의 올시즌 딱 2번 있었던 팀완봉승은 모두 상대팀이 두산이었습니다.
4월21일 잠실에서 1:0 승 (바티 6이닝-김혁민1.1이닝 - 송창식 1.2이닝)
7월 11일 대전에서 6:0 승 (김혁민 8이닝 - 박정진 1이닝)
4월21일 경기는 두산 김선우가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음에도 불구하고 1:0 패배를 안았습니다.
- 엘지트윈스가 기록한 4번의 완투경기 중 한번이 주키치의 완투패입니다. (그 외에는 리즈 2번, 우규민 1번의 완투 경기가 있습니다)
4월2일 목동의 넥센전에서 시즌 첫 등판한 주키치는 4피안타로 호투합니다. 하지만 이성열에게 맞은 단 하나의 홈런으로 단번에 3실점을 허용했고 타선의 지원도 받지 못해 결국 1-3 패전을 기록합니다. 3실점 완투에도 불구하고 패전을 감수해야 했던 첫등판이 조금 달랐다면 올시즌의 주키치가 좀더 나은 피칭을 하게 되진 않았을까요?
우규민이 4월14일 한화전에서 9이닝동안 5피안타 무사사구로 기록한 완봉승은 그의 프로 첫 기록이었습니다.
- NC의 이재학은 2차례의 완투경기를 해낸 유일한 한국인 투수이며 그의 프로 첫 완봉승은 신생팀 NC의 팀 창단 첫번째 완봉승이기도 합니다.
# 볼넷허용 : MLB 3.03 < 트윈스 3.19 < KBO 3.84
사구허용 : MLB 0.31 < 트윈스 0.62 < KBO 0.63
볼넷허용은 MLB가 경기당 3.03개로 KBO의 3.84개로 0.8개 적습니다. MLB투수들의 제구가 더 좋기 때문인지 KBO타자들의 선구안과 인내심이 더 강해서 인지는 알수 없지만 어쨌든 KBO는 MLB보다 좀더 볼넷 허용이 많은 리그입니다.
사구의 경우 MLB는 KBO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MLB에서 몸쪽 스트라이크 존에 인색한 판정성향이나 화끈한 헤드헌팅 보복전이 사구를 감소시켰을 수도 있고 KBO에서 공을 맞고 출루하는 것을 명예롭고 헌신적인 미덕으로 칭송하는 관점이 사구를 증가시켰을 수도 있습니다.
고의사구는 MLB가 평균 0.19개로 KBO의 0.11개보다 거의 2배 정도 많습니다. KBO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협적인 MLB의 장타력을 투수들의 경계했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로 보입니다.
# 탈삼진과 삼진/볼넷 비율
MLB 7.56 > KBO 6.70 > 트윈스 6.37
MLB 2.49 > 트윈스 1.68 > KBO 1.52
탈삼진의 경우 MLB가 KBO에 비해 0.9개 정도 많습니다. 트윈스는 KBO 평균보다 적은 경기당 6.37개 입니다. 리그에서 경기당 탈삼진 갯수가 가장 많은 팀은 7.45개인 삼성이고 다음으로는 기아가 7.24개입니다. 탈삼진이 가장 적은 팀은 6.25개인 넥센입니다. 팀평균자책점이 리그1위인 트윈스는 주력 투수들 중 리즈를 제외하고는 강한 구위를 바탕으로 타자를 압도하기보다는 적은 볼넷과 야수의 수비력을 통해 실점을 억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그 평균자책점에서 끝에서 2번째인 기아가 탈삼진에서는 2위를 달리고 있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탈삼진을 사사구 숫자로 나눈 K/BB 는 투수의 구위를 측정하는 가장 믿을만한 지표입니다. 이전 FIP에 대한 글에서 설명했듯이 투수의 능력을 측정하는데 자주 사용되는 ERA의 경우 투수의 순수한 능력 뿐 아니라 야수의 수비능력과 행운이 작용하고 있는 부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K/BB가 투수의 고유한 능력 즉 타자에 대한 지배력을 나타내는데 좀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트윈스의 K/BB는 1.68 로 KBO 평균보다 약간 높은 편입니다. K/BB가 가장 좋는 팀은 역시 삼성으로 2.05이며 트윈스는 좀 격차가 벌어져있긴 하지만 리그에서 두번째입니다. 평균자책점에서 트윈스가 1위이지만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투수력이 강한팀은 삼성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넥센과 한화가 1.31로 거의 같은 수치를 보이며 최하위에 해당합니다.
MLB AL의 K/BB는 2.49로 KBO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이 수치는 최근 20년 평균인 1.91보다 다소 높고 NL의 경우에도 13시즌의 2.52 가 20년 평균인 2.02 보다 0.5 정도 높습니다. 투고타저 성향을 마찬가지로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사실 MLB AL 평균인 2.49의 K/BB와 7.56의 K/G 는 KBO 기준으로 보면 굉장한 수치입니다.
2013년 전반기의 KBO투수 중 이와 비슷한 수준의 탈삼진능력과 타자지배력을 보여준 투수는 니퍼트 (KBB 2.63 / K9 7.73) 윤석민 (2.88 / 7.83) 박희수 (2.33 / 7.36) 같은 투수들입니다.
리그의 A급 선발투수인 배영수 (2.21 / 6.59) 장원삼 (2.18 / 6.01) 세든 (2.13 / 7.56) 은 MLB의 평균에 미치지 못합니다. KBO 타자들을 상대했음에도 말입니다.
이런 압도적인 타자지배력에도 불구하고 MLB의 ERA가 KBO와 격차가 0.27점 정도 밖에 안되는 이유는, 즉 MLB의 투수들이 KBO와 큰 차이 안나는 정도의 실점을 허용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장타력의 차이로 봐야 합니다. MLB의 투수들은 KBO의 투수들보다 더 적은 사사구를 허용하고 더 많은 삼진을 잡고 더 적은 피안타율을 보이지만, 더 많은 홈런과 더 높은 피장타율을 기록합니다.
# 피안타율, 피출루율
MLB 0.256 < 트윈스 0.265 < KBO 0.271
MLB 0.320 < 트윈스 0.338 < KBO 0.353
트윈스는 리그에서 가장 적은 실점만 허용하는 팀이지만 피안타율에서는 0.258의 삼성에 이어 2위입니다. 그리고 리그에서 피안타율이 가장 높은 팀은 기아로 0.289 입니다. 한화는 0.285로 근소하게 최하위를 면했습니다. 피출루율도 역시 0.327 의 삼성 다음으로 2위입니다. 리그에서 가장 높은 출루를 허용한 팀은 0.375 로 한화입니다.
삼성은 평균적으로 상대 타자에게 출루율 0.326인 이대수와 비슷한 수준의 출루만을 허용하고 있는데 리그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이보다 출루율이 낮은 선수는 4명 밖에 없습니다.
반면 한화를 상대하는 타자들이 평균적으로 기록한 출루율 0.375는 기아의 김선빈(출루율 24위)과 같고 넥센의 김민성(0.373) 두산의 이종욱(0.372)보다 높습니다.
MLB의 피안타율과 피출루율은 모두 KBO보다 낮습니다. 끔찍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반복한다면 2013년의 MLB는 지난 20년과 비교해서 가장 투고타저 성향을 강하게 보이는 시즌이고 반대로 KBO는 타고투저 상태에 있습니다. 지난 20년동안을 비교한다면 MLB의 피안타율은 KBO보다 높습니다. 장타율과 홈런 갯수는 당연히 극심한 투고타저 상태인 올해 조차 MLB가 KBO보다 높습니다. 따라서 13시즌만을 비교해서 KBO가 MLB 보다 근본적으로 타자친화적인 리그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지난 20년 평균으로 본다면 명백히 MLB가 KBO보다 더 친화적인 리그에 가깝습니다.
<> 피장타율, 피OPS, 피홈런
트윈스 0.363 < KBO 0.389 < MLB 0.406
트윈스 0.700 < MLB 0.726 < KBO 0.742
트윈스 0.53 < KBO 0.68 < MLB 1.06
출루율, 피안타율에서 삼성에 뒤진 트윈스의 투수력은 피장타율에서는 리그 1위에 오릅니다. 리그에서 가장 적은 실점만 허용했고 가장 낮은 팀방어율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낮은 피장타율입니다.
팀실점과 가장 상관관계가 강한 스탯인 피OPS에서도 0.700 으로 0.702 를 기록한 삼성에 근소하게 앞서며 1위에 올라 있습니다. 피홈런에서는 홈구장인 잠실의 파크팩터 등에 도움까지 받고 있기 때문에 0.53 으로 2위 두산의 0.63 과 상당한 차이를 두고 앞서고 있습니다. 잠실을 홈구장을 사용하지 않는 팀 중에서 피홈런이 가장 적은 팀은 롯데이고 한화가 경기당 0.79개의 홈런을 허용하며 가장 많은 홈런을 맞은 팀입니다.
MLB는 우리의 흔한 생각과 다름없이 KBO에 비해 장타율, 홈런 스냇에서 큰 격차를 두고 앞섭니다. 장타율은 타율을 포함하고 있는 지표이기 때문에, 리그평균타율에서 KBO가 MLB보다 상당히 높았던 것을 고려하면 MLB와 KBO의 장타율 격차는 매우 큽니다.
MLB의 야구는 그래서 더 많은 삼진을 잡고, 더 적은 볼넷을 허용하지만 더 많은 장타와 홈런이 난무하는 더 격하고 스케일이 큰 야구인 것은 사실 같습니다.
<> 이닝당 투구수, 폭투
MLB 16.3 < 트윈스 16.5 < KBO 17.1
MLB 0.37 < 트윈스 0.41 < KBO 0.48
이닝당 투구수는 MLB가 KBO보다 0.8개 적습니다. 한경기 전체로 본다면 양팀 합쳐서 14개 정도 차이가될 겁니다. 공 한개마다의 인터벌 차이도 있겠지만 경기 전체의 투구수도 KBO의 경기시간이 좀더 길어지는 요인이 될거 같습니다.
트윈스는 투수들의 이닝당 투구수가 가장 적은 팀이고 가장 많은 팀은 17.6개로 한화입니다. 이닝당 투구수는 묘하게 투수력의 순위와 일치하고 있습니다.
경기당 폭투의 갯수는 MLB가 KBO보다 적습니다.
이런 통계로 부터 절대 피해야 할 오해는 "공격적인 승부로 투구수를 줄여야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 좋은 투수력의 결과로 더 적은 안타와 출루를 허용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적은 투구수를 가지고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투구수란 투수가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선택하는 전략이라기보다 투수가 타자를 상대하며 생겨난 결과로 보는 것이 합당합니다.
실제로 이닝당 투구수가 아니라 타석당 투구수를 비교해보면 --- 트윈스가 3.87개인데 한화가 3.84개로 오히려 더 적습니다. 심지어 한화는 타석당 투구수에 적은 순서로 리그 1위입니다. 따라서 불리한 볼카운트로 끌려다니다 결국 안타나 볼넷을 허용하는 투수들에게 소심한 심장이 패배를 불러왔다고 단정지어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많은 투구수는 약한 구위의 결과이지 그 반대는 아닙니다. 이런 종류이 편견은 대체로 방송 해설자들에게 의해 전파됩니다.
자신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무리하게 예측과 분석을 하려다보면 결국 근거없는 멘탈과 흐름 타령을 하게 되고 거기에 때맞추어 자막으로 처리되는 이닝당 투구수 같은 통계가 그것을 마치 객관적인 사실 처럼 착각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하늘의 기운을 읽어 길흉화복을 점친다는 점술가나 주술사의 혹세무민이랑 별로 다를게 없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겠지만 대신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은 야구 자체가 아니라 용기없고 소심하며 정신력이 약한 부족한 인간으로 매도당합니다.
잠실의 마운드에서 투수들이 타자를 상대하는 전략
[타격편]에서 KBO와 MLB를 구분하는 가장 결정적인 타격팩터가 장타율과 홈런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투수의 측면에서 본다면 두 리그를 구분하는 가장 결정적인 투구팩터는 볼넷허용과 삼진입니다. MLB를 무대로 하여 태어나고 성장한 세이버메트리션들이 피칭에 대한 모든 이론과 분석모델에서 탈삼진 능력과 볼넷억제능력을 가장 중요시하고 강조하는데에는 그것이야말로 장타력과 홈런의 리그인 MLB에서 투수가 생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리그의 평균장타력이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한번의 출루"가 가지는 실점위험성은 커집니다. 장타는 단타보다 만들기 어렵고 확율도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해도 연속되는 2번의 단타보다는 확율이 높습니다. 따라서 평균장타율이 높은 리그에서 안타든 볼넷이든 하여간 출루를 억제하는 것은 장타율이 낮은 리그에 비해 더 중요한 일이 됩니다.
비슷한 이유로 투수의 탈삼진 능력 역시 KBO보다는 MLB에서 더 가치가 높습니다. 세이버메트리션이 말하는 BABIP(batting average Ball in Play)의 가정, 즉 타자의 타격을 해서 그라운드 안으로 공이 날아가는 상황에서 타구가 안타가 될지 범타가 될지는 투수의 능력이 아니라 야수의 수비력과 운에 좌우된다는 아이디어는 적어도 통계적으로 타당성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MLB의 경기결과로 분석했을 때 투수가 BABIP에 관여하는 비중은 28%라는 주장을 잠정적으로 인정했을때, 투수는 공이 배트에 맞아나간 나머지 72%의 경우에 MLB의 투수들은 KBO의 투수들에 비해 더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 불확실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방법은 타자가 공을 배트에 맞추지 못하게 하고서 덕아웃으로 돌여보내는 것입니다. 즉 탈삼진으로 타자를 처리하는 것이죠. 삼진처리를 해내지 못한 경우의 장타허용 위험이 더 높은 MLB는 그래서 당연히 투수의 탈삼진 능력을 KBO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이 합당할 것입니다.
트윈스는 적어도 피홈런에 대해서는 가장 안전한 구장에서 투수들이 마운드에 섭니다. 탈삼진이 적지만 장타를 가장 낮게 억제하는 것을 통해 트윈스의 투수들은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실점 억제력을 발휘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특히 세이버매트리션의 시각에 동조할 수록 낮은 탈삼진 지표는 투수력에 대한 과소평가를 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시각에 비해, 탈삼진능력과 볼넷억제능력을 중시하는 것은 확실히 더 합리적이며 현대 야구의 본질에 가깝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옳습니다. 하지만 평균장타율과 홈런이 낮은 리그에서, 그리고 장타허용이라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가장 투수친화적인 잠실의 마운드에서 던지는 투수들에게는 상대적으로 탈삼진 능력에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약간은 더 낮은 가중치를 주는 것이 타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면에서 우규민의 남은 기간 동안의 활약을 지켜볼때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그리 높지 않은 탈삼진 능력에도 불구하고 낮은 피장타율을 앞세워 리그 최상급의 실점억제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트윈스 마운드의 가장 상징적이고 의미있는 샘플이 우규민이 될겁니다.
낮은 탈삼진 능력은 확실히 세이버매트리션의 시각에 의하면 불안정한 미래를 예고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낮은 리그평균장타율과 잠실의 파크팩터는 어쩌면 저의 기대와는 달리 투수의 탈삼진 능력에 대한 현대야구의 가중치를 낮추는데 별로 큰 영향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만약 우규민으로 대표되는 트윈스이 마운드가 지금과 같은 기술지표를 유지하면서 여전히 탁월한 실점억제능력을 보인다면 KBO 베이스의 세이버매트릭스에 의미있는 시사점을 주게 될 가능성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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