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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남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위로는 한두살 터울로 누나 둘.  대략 그 즈음 평범한(?) 사이즈의  4남매 가족입니다.  고만고만한 터울의 아이들 넷이 북적거리면 뭐든 경쟁이 만만치 않아집니다.  특히 한살 터울 남자형제의 먹을 것 다툼은 어지간한게 당연하겠죠.  

사과 한개, 케익 한조각, 아이스크림 한사발, 빵 한덩이를 동생과 둘이 나눠 먹을 일이 꽤있었는데 누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먹나 신경전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한살 터울 형제 사이의 규칙은 지극히 명쾌하고 또 합리적이었습니다.   첫째, 둘은 최대한 같은 크기로 먹을 것을 나눈다. 둘째, 다만 형이 아주 약간 더 갖게 되는 것은 서로 인정한다. 

문제는 이것을 실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이 무엇이며 쌍방의 이해관계자가 어떻게 갈등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두 사내녀석의 아버지는 처음엔 최선을 다해 사과 한개를 귀신같이 똑같은 크기로 나누려고 했고 가끔 그렇게 해냈지만 그렇다해도 둘중 한명의 원망은 늘 같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방법이 고안되었습니다.  간단합니다.  먼저 동생이 먹을 걸 둘로 나눈다.  그리고 형이 먼저 선택한다.  이상.


이 방법은 놀랄만큼 효과적이었습니다.  동생은 자신에게 돌아온 몫이 많이 작은 경우조차 형이나 아버지를 원망하고 더 나아가 동생으로 태어난 자신의 실존을 부정하던 이전과 달리 더 정밀하게 사과를 나눌 방법을 연구하는데 몰두하게 되었으며,  형은 가끔 두조각이 유독 비슷하게 보일 때 동생에게 먼저 선택권을 양보하여 형제애를 향상시킬만큼의 너그러움과 현명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희소한 자원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은 어느 사회, 조직에서나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공평함이란 사과 하나를 둘로 쪼갤때 각각이 얼만큼이나 물리적으로 비슷한가에 있지 않습니다.  어느 시스템에서든 100% 완전무결하게 똑같이 나뉜 2개의 조각을 기대하진 않습니다.  문제는 항상 납득할만한 차이와 납득할 수 없는 만큼의 차이 사이에서 생겨납니다.   분배의 기계적인 형평성이 문제가 아니라 분배의 과정이 납득할만한가 라는게 핵심이라는 뜻입니다.


 

MLB의 연봉조정 salary arbitration 


MLB에서 잘나가는 신예급 선수의 연봉계약 시즌이 돌아오면 자주 듣는 말이 [연봉조정신청자격]입니다.  KBO와 마찬가지로  MLB에서도 구단이 드래프트로 획득한 선수가 FA자격을 취득하기 전까지 그 선수에 대한 배타적인 보유권을 가집니다.  선수는 소속구단 이외의 다른 구단과는 계약할 수 없습니다.  선수입장에서 만약 구단이 제시하는 계약조건을 납득할 수 없다해도 선수생활을 그만둘게 아니라면 그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보통의 샐러리맨들 연봉협상보다 어떤 면에서는 휠씬 더 험하고 불평등한 관계입니다)  


이런 규약에 대해 선수 측의 반발이 늘 있어왔고 MLB 선수측과 구단측은 풀타임 6년차가 지나야 구단의 배타적 보유권이 소멸되고 다른 팀과 계약할 FA권리를 가지게 되는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는 대신 3년 이상 MLB에서 뛴 선수들에게 [연봉조정신청]이라는 옵션을 주는 것으로 타협하게 되었습니다.  

선수는 구단의 계약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을 때,  연봉조정위원회에 조정(arbitration)를 신청하고 그의 결정에 따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제도가 시행된 것이 1974년입니다.


그런데, MLB의 연봉조정신청제도는 그 자체로 별로 특별할 건 없어보입니다.   당사자의 합의가 원할하지 않을때 쌍방이 인정하는 제3자가 조정하고 중재하여 결정하는 것은 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식탐이 강한 형과 동생이, “공평하게 그러나 형이 약간 더 갖는것은 인정.  싸울것 같으면 아빠나 엄마에게 갈라달라고 할 것”이라고 하는 아주 명쾌하고 합리적인 규칙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평과 원망, 다툼을 멈출 수 없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해서, MLB 연봉조정 시스템에서 진짜 흥미로움은 다른데 있습니다.


첫째, 구단과 선수측 제시안을 조정하여 결정하는 방법입니다.


MLB의 연봉조정위원회의 의사결정방법은 좀 묘합니다.  물론 선수측과 구단측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하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위원회는 그 둘의 주장을 검토하고 스스로 가진 탁월한 식견과 중립적 가치를 가지고 적정하고 합당한 금액을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조건 선수 측과 구단 측 둘 중 하나를 양자택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앞서 제 어린시절 아버지의 방법이 떠올랐던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제3의 객관적 중립적 조정자에 대한 환상 같은 걸 좀 가지고 있습니다.  불공정함에 지쳐있는 우리는 공정한 제3의 판관이 있기를 희망하고 기대합니다.  그들은 옳은 결정을 할 수 있을만큼 전문적인 식견과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공평한 결정을 할 수 있을만큼 중립적이며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흔히 시스템 혹은 제도 라 불리는 것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입니다.  사과를 공평하게 나누어줄 아빠 같은 존재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게 있기는 있을까요?   있다고 해도 비용대비 효율성이 있을까요?


MLB에서 그들은 제3의 중재자에게 선수의 성적과 기여도에 합당한 금액이 얼마인지 정확히 계산해낼 수 있는 능력 같은 걸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선수 제시액과 구단 제시액 중 어느쪽이 상대적으로 더 적정한지 양자택일할 뿐입니다.   이런 방식의 효율성은 의외로 매우 큽니다.  


만약 중재위원회가 금액을 산정하도록 되어 있다면 선수측이나 구단측이나 자신의 입장을 좀더 과장하고 부풀릴 소지가 큽니다.  쌍방의 주장은 점점 더 큰 격차를 두고 벌어지게 될겁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값을 깍을거라 예상하고 미리 높여부르는 장사의 기술 같이 말입니다.   그리고 중재위원회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그 근거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걸러내야 합니다.  그렇게 도출된 최종적인 결론은 그러나 양쪽 다의 비난을 듣게 되겠지요.  


하지만 양자택일의 방식은, 중재위원회가 아니라 선수측, 구단측 쌍방이 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을 하도록 압박합니다.  쌍방은 이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적정 수준의 금액을 [중립적인 입장]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하여 연봉조정신청을 한 경우 대부분은 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이미 비슷해져버린 서로의 제시안을 확인하고 대략 도장을 찍습니다.  

그들은 중재위원회에게 초월적인 심판자의 능력을 기대하지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당사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좀더 객관적이도록 강제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둘째, 연봉조정위원회의 구성원의 성향입니다.


KBO에서 가장 잘 알려진 연봉조정신청 사례는 2011년 이대호 케이스입니다.  FA를 한해앞둔 그는 6억3천만원과 7억원의 간격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못하고 조정신청에 이르게 됩니다. 

결국 구단 제시액으로 결정이 나면서 2002년 유지현을 제외하고 단한번의 승리도 없던 선수측 필패 전통이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전무후무한 타격7관왕 이대호마저 조정신청을 이기지 못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생긴 것은 당연합니다.   


이때 조정위원회의 구성은 이상일(KBO사무총장) 최원현 (KBO고문변호사) 김소식(전 대한야구협회 부회장) 박노준 (우석대교수) 김종(야구발전연구원 원장) 이상 5명이었습니다.    

우선 KBO 측의 위원이 실질적으로 구단의 입장을 대변하는 성향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리고 나머지 야구관계자들 역시 이렇게 저렇게 구단측과 엮이기 쉬운 입장이다보니, 선수측의 입장을 대변할 위원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틀린 생각은 아닐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 어쩌면 더 중요한 논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위원들이 하나같이 모두 야구계의 인사들이라는 것입니다.


일견 당연해보이는 이런 인선은, 조정위원회가 탁월한 능력 즉 소위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술적으로 옳은 판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MLB의 경우 조정위원을 맡는 것은 야구에 대한 전문가들이 아니고 모두 야구와 별 관계없는 변호사들입니다.  그들은 어떤 근거로 얼만큼의 금액이 기술적으로 적정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 그저 선수측의 근거와 구단측의 근거 중 어느것이 더 [논리적으로] 타당한가를 판단합니다.  

판사가 사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아니라 법과 논리에 대한 전문성으로 판결을 하는 것처럼, 법률가들이 저 자리에 서는 이유는 그들이 [야구]에 대한 전문가라서가 아니라 [판단]에 대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들이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두는 절차는 배심재판에서 고소인측과 피고소인측이 배심원 후보 중 부적격자를 배제해나가는 것과 비슷하게,  조정위원 후보 리스트에서 부적격자를 한명씩 제외시킨 후 조정위원을 최종 결정하는 것입니다.   탁월한 능력과 공정성을 가진 최선의 초월자를 위촉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후보자들 가운데 부적격자를 제외시키는 것을 통해 조정위원을 결정합니다.  


셋째, 선수노조의 역할입니다.


MLB의 연봉조정신청은 구단이나 MLB사무국이 아니라 선수노조에 신청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조정위원회에서 선수의 입장을 구단에 맞서 주장하는 것도 선수가 아니라 선수노조입니다.  (물론 실무적인 일은 대부분 선수가 선임한 에이전트가 할테지만)   연봉조정신청이란 엄밀하게 선수의 권리가 아니라 선수노조의 권리라는 것입니다.


현재 MLB 운영에 관한 중요한 의사결정주체는 구단주회의나 그들의 대표자 커미셔너 혹은 실무조직 사무국이 아니라 [구단측과 선수노조측의 단체협약]입니다.  새로운 구단의 합류, 시즌 경기수의 결정, 와일드카드의 숫자 같은 포스트시즌의 룰,  최근의 “포수의 홈 충돌 방지규정” 같은 것들까지 구단-선수 협약에 의해 결정됩니다.  

KBO의 최저연봉이 선수들의 읍소를 적당히 고려해서 구단주 회의를 최고결정기구로 가진 KBO에 의해 결정된다면,  MLB에서는 선수노조와 구단측의 협약으로 정합니다.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예. 그럼 파업이죠.   MLB선수노조는 미국에서도 유명한 강성노조입니다.  

선수노조는 구단 간 트레이드에 대한 승인권한도 가지고 있습니다.  A.로드가 텍사스 시절 스스로 연봉삭감을 감수하며 보스턴으로의 트레이드 이적을 합의했을 때, 그 조건을 승인할 수 없다며 트레이드 자체를 무산시켰던 것도 선수노조였습니다.  선수 본인이 그러고 싶다는데 노조가 가타부타 참견을 하는게 한국적 시각에서는 이상해보일지 몰라도 그것이 전체 선수의 권익을 저해하는 일이라 판단할 경우 노조는 그럴 권리가 있으며 이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집니다.  


1994년에는 파업으로 시즌을 중단시킬 정도의 강성노조로서, 동시에 최근 20년 동안의 비약적인 수익증대의 파트너였던 선수노조의 존재가, 적어도 MLB에서는 프로야구 비즈니스에 긍정적 존재였다고 볼 때, KBO에서도 마찬가지로 선수의 권익이 향상되어야 비즈니스로서 프로야구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보면 요즘같은 선수협의 뜬금없은 뻘짓은 참 답답해보이긴 합니다.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한 것은 1969년,  연봉조정신청제도가 생긴 것이 1974년입니다.  

애당초 조정신청제도를 얻어낸(빼앗은) 당사자가 마빈 밀러를 중심으로 1966년에 재결성된 MLB선수노조(MLBPA: MLB Players Association - Union은 아니네요)였습니다.  그런데 KBO에서도 선수협의 결성을 통해 FA제도가 도입되긴 했으나 선수협은 절차적, 제도적으로 FA제도 운영에 관련된 어떤 역할 같은걸 갖고있지는 못합니다.  (KBO연봉조정제도는 1984년부터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MLB의 선수노조는 관념적, 정치적으로만 선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선수권익보호제도 자체의 운영주체이기도 합니다.   막연한 대변자 역할이 아니라, 실질적 제도적 행정적 역할이 오히려 그들을 좀더 균형감각과 실무적 역량을 가진 조직을 키워왔을 겁니다.  다르게 말한다면 그들은 이해관계가 대립될 때 지독하게 단호하고 급진적인 투쟁조직이지만 그외의 상황에서는 아주 행정적인 관료조직으로 운영됩니다.  


팬들은 (당연히) 노조와 파업에 반대했고 귀족노조라는 비난도 받았지만, 지금과 같은 MLB의 성장에는 그들의 역할도 컸습니다.


 

자유계약선수FreeAgent 보상 - 퀄리파잉 오퍼

 

인상적인 [연봉조정제도]에 비하면 MLB에서 시행되었던 FA계약 시 원소속 구단에 대한 보상규정은 약간 의아한 면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의 제도 이야기는 아니고 2012년 이전의 이야기입니다.


KBO에서 FA선수가 어떤 구단과 계약을 하게 되면 원 소속구단은 새로운 계약구단에게 선수 전년도 연봉 200%+20인외 보상선수1명 또는 전년도 연봉300% 를 받습니다.   KBO와 비슷한 제도를 가진 NPB의 경우 선수등급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데 최상급 선수일 때의 보상금액(보상선수는 없음)이 전년도 연봉 80%인것과 비교하면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편입니다.   더구나 20인외 선수보상이라는 출혈이 워낙 결정적이다보니 S급 FA선수들의 대박과 달리 SK 나주환 같은 중급 FA선수들이 이적팀을 쉽게 구하지 못하고 미아가 되버리는 사단이 생깁니다.


MLB에도 FA선수가 원소속팀을 떠날 경우 보상제도가 있는데, 2012년 이전에는 드래프트 지명권을 넘겨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FA선수가 똑같은 보상규정의 적용을 받는 것이 아니라 직전 2년동안의 성적을 바탕으로 상위 20%까지 A급, 20%-40%가 B급, 나머지는 C급으로 분류해서 A급부터 1라운드지명권+샌드위치픽, B급은 1라운드지명권 C급은 보상없음. 으로 구분됩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탁월하고 공정한 판단능력을 가진 초월적 제3자를 필요로 합니다.  즉 누가  A급이고 누가 C급인지 과연 어떻게 누가 판단하느냐의 문제 때문입니다.  MLB에서는 앨리어스 스포츠 뷰로 라는 기관이 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2011년 11월22일에 발표된 새로운 노사협약을 통해 퀼리파잉 오퍼라고 하는 새로운 제도로 대체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방법이야말로 휠씬 그들다운 시스템으로 보입니다.


퀼리파잉 오퍼라는 것은 “MLB 최상위 125명의 평균연봉 금액으로 1년계약”을 말합니다.  시행 첫해인 2012년에는 1330만달러였고 2015시즌은 1530만달러로 정해졌습니다.  구단은 FA자격이 생기는 선수에게 퀄리파잉오퍼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합니다.  만약 퀄리파잉 오퍼를 하지 않으면 그 FA선수의 이적으로 인한 보상은 없습니다.  선수 역시 퀄리파잉오퍼를 받을지 말지 결정합니다.  받아들이면 그 조건 그대로 1년 계약이 성립하며 받아들지 않을 경우 FA가 되어 다른 구단과 자유롭게 게약할 수 있습니다.  대신 퀄리파잉 오퍼를 받았던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은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잃어버리고 대신 원소속 구단은 1라운드-2라운드 사이에 지명권 한장을 얻게 됩니다. 


FA에 대한 원소속팀 보상은 가난한 구단이 머니게임에서 밀려 핵심선수를 빼앗기게 되어 리그 내에서 전력분균형이 생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그렇다면 떠나는 선수가 얼마나 중요한 선수였는지에 따라 보상이 차등 결정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역시 관건은 “그렇다면 그 선수가 얼마나 중요한 전력이었는지 누가 어떻게 판단하는가?” 입니다.   이전에는 이전에는 앨리어스 스포츠 뷰로 라는 “탁월한 능력과 중립적 가치를 가질 의무가 있는” 제3의 기관이 선수의 가치를 판정하고 보상의 정도를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퀄리파잉 오퍼에서는 쌍방이 자신의 책임과 선택에 따라 보상을 결정하게 됩니다.  즉 그 선수가 이적팀으로부터 보상을 받아야 할만큼 중요한 선수라면 원 소속 구단이 스스로 상당히 높은 금액이라 볼 수 있는 [퀄리파잉오퍼]를 제안하면서 그 사실을 자신의 비용과 책임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진정성을 요구하고 마음을 움직이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리그 최상위 125명의 평균연봉에 해당하는 1년 계약을 제안하면 보상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계약의사가 애당초 없었으니 보상도 없다는 것입니다.  


MLB의 시스템을 보며 종종 감탄하는 것은 그들 방식의 합리주의입니다.  그것을 시스템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시스템 이라 했을때 연상하는 제3의 공정하고 유능하며 보편적인 결정자와는 좀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나름 창조적입니다.  


 

사치세Luxury Tax와 수익분배제도 


자주 듣는 [사치세luxury tax]라는 제도 역시 그들 식의 합리주의입니다.    MLB에서는 연봉총액이 높은 부자구단에게 [사치세]라는 것을 부과합니다.  물론 정부에 내는 것은 아니고 리그 사무국에서 받아갑니다.   매년 상한선 기준이 정해지는데 그것을 넘기면 초과금액의 50%를 부과합니다.   2014년 최다연봉구단인 다저스가 내야 하는 사치세가 2년간 3800만달러이니 적은 금액은 아닙니다.  (다저스는 2년 연속 사치세 부과대상이 되면서 세율을 30%로 디스카운트 받았습니다) 

 

부자구단이 좋은 선수를 독식하여 리그의 전력불균형을 초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는 다른 제도들 처럼 구단-선수 타협의 산물입니다.  구단 측은 (물론 모든 구단이 찬성한 것은 아니겠지만) 애당초 연봉상한제(샐러리캡)을 의도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선수의 권리가 침해된다고 판단한 선수노조는 완강하게 맞섰고 1994년 그 유명한 시즌 중단 파업까지 불사한 결과 샐러리캡 대신 사치세 부과 라는 방식으로 타협을 봤습니다.  동시에 모든 구단의 수익 중 34%(현재 기준.  처음에는 20% 정도)를 MLB가 걷어서 모든 구단이 동등분배하는 수익재분배 (Revenue-sharing Plan) 도 실행됩니다.


누군가는 부유한 귀족노조의 염치없는 이기심이라 비난했지만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커미셔너였던 버드셀릭이 얼마전 퇴임 연설에서 자신의 임기 중 가장 가치있는 업적으로 사치세 도입과 수익재분배제도를 꼽은걸로 보면 그때의 타협안이 꼭 선수측에만 유리했다기보다는 결과적으로 구단주 측을 포함해서 MLB 모든 구성원에게 이롭다고 판명난 거 같습니다.


사실 샐러리캡이 팀간 전력평준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불확실합니다.  그건 오히려 고액연봉선수들의 이기심을 비난하기 위한 선동으로 휠씬 더 효과적이겠지요.  게다가 적극적인 투자의지와 능력이 있는 구단이 있을 때, 효과가 불확실한 샐러리캡으로 그들의 지출을 가로막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쓰고 싶은 구단은 더 쓰고 그걸 통해 더 많은 수익을 벌어들여 MLB구단 전체가 함께 나누자는 선택을 했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옳았습니다.  


역시 본질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투자금액의 균형을 맞추고 그걸 통해 팀간 전력의 과도한 격차를 피하는 것이 리그에 이롭다.  그리고 리그운영자는 그것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라고 말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하고 상식적입니다.  그런데 어떤 수단이 그렇게 되도록 만들까 라는 것은 또다른 논제입니다.   만약 샐러리캡을 둔다면 그 금액은 얼마가 되어야 하며 또 어떤 종류의 예외저항을 두어야 할까요?  이런 접근는 필연적으로 선량한 중립적 재판관을 필요로 합니다.  최선의 기술적 결론을 찾아낼 만큼 유능하며 동시에 불편부당하게 공정함을 잃지 않을 그런 존재 말입니다.  과자 한조각에 목숨을 걸고 덤벼두는 흔한 남자아이 두명을 모두를 만족시킬만큼 정밀하게 간식거리를 나눠줄 아버지 말입니다.  


그런데 MLB의 역사를 보면 그런 아버지를 찾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좀 다른 방법을 선택해왔습니다.  둘이 싸워 해결하게 하되, 서로 상대방의 입장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오히려 손해가 되는 그런 게임의 룰을 만들어서 말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그들에게도 선수가 구단의 소유물로 취급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때도 MLB 스타선수들은 고액 연봉을 받았습니다.  부자 야구선수들의 노조설립시도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세간의 눈초리에 대해 한 선수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부유한 노예도 노예인 것은 마찬가지다”


 

MLB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왔던 방법


MLB의 선수노조는 1885년에 처음 결성되었으나 사교모임에 가까웠고 몇번의 설립과 해체가 반복되다가 지금의 선수노조가 결성된 것은 1966년이었습니다.  71년 이래 선수노조는 5번의 파업을 실행했고 리그사무국은 3번의 직장폐쇄로 맞섰습니다.  현재의 MLB는 구단주의 모임인 MLB가 선수를 고용해서 운영하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선수측과 구단측이 몇년 단위로 갱신되는 단체협약에 의거하여 운영되는 시스템입니다.  


그들은 동업자이지만 동시에 하나의 파이에서 더 큰 조각을 가지려고 싸우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서로의 몫을 주장하며 충돌합니다.  물론 MLB 커미셔너와 사무국은 양측을 중재하고 조정하기 위해 관여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제3의 선량하고 중립적이며 유능한 판관이 되길 자처하기 보다는 양측이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존중할 수 밖에 없는 게임의 룰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들의 연봉조정신청 같은 방식 말입니다.


MLB의 구단이 유독 선하고 공정하여 선수의 권익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연봉조정신청자격을 얻기 전까지의 선수에게 제시되는 계약조건은 아주 열악합니다.  그 선수의 성적이 아주 뛰어난 경우조차 그렇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독재자가 생겨나는 이유는 “그래도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독재자가 생겨나지 않았다면 “누군가 그렇게 하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이겠죠.

구단은 선수가 잡아둘 수 있는 수준 안에서 가장 싼 금액만 지불합니다.  왜냐하면 “그래도 되기 때문”입니다.  구단이 선수의 권익을 고려한다면 “그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연봉조정신청자격 취득을 앞두게 되면 구단은 가능성이 있는 선수에게 4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미리 제시해서 적당한 가격에 선수를 묶어두려 합니다.  FA자격취득을 앞둔 선수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구단 입장에서는 FA자격을 가진 선수를 두고 다른 구단과 경쟁하는 것보다 싸게 계약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고, 선수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을 피하고 안정적인 선수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잇점이 있습니다.  누가 그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의 이익을 보장하려 노력할 뿐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논점은, 그런 과정이 MLB를 발전시켰는가 아니면 퇴보시켰는가 하는 점입니다.  상충되는 이해관계로 인한 대립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하는 점이며,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데 과도한 비용을 지불했는가 아니면 그것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어린 시절 제 아버지가 그랬듯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서 사과를 최대한 공평하게 나누려 애쓰는 것보다는 확실히 동생에게 그것을 맡기는 쪽이 나은 것처럼 말입니다.


기계적인 샐러리캡이 아니라 부자구단의 운영을 그대로 인정하며 사치세 부과라는 방식을 택한 MLB에서는 가난한 구단이 부자구단을 이겨내기 위해 당시에는 괴짜들이 숫자놀이 정도로 치부되던 세이버매트릭스를 구단운영이 도입하여 신화를 써낸 오클랜드의 빌리빈 단장 같은 이가 나왔고 MLB의 구단운영은 새로운 혁신을 경험했습니다.


선수연봉을 높아졌지만 구단은 새로운 수익원을 지속적으로 개발했고 MLB의 매출은 2014년 기준 90억달러로 95년의 14억 달러에 비해 비약적 성장을 기록했으며 그사이의 인플레이션을 제외하더라도 321%의 실질성장에 해당합니다.   


정확히 무엇때문인지 몰라도 쌍방이 서로에게 압력을 받으며 지난 지난 20년동안 MLB는 혁신을 거듭하며 발전해왔습니다.  전문성과 식견을 가진 현명한 제3자가 그들에게 마스터플랜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장기적인, 근본적인 미래와 혁신 그리고 발전의 방향을 고민할때, 또 상충되는 쌍방의 이해가 충돌할 때 선량하고 현명한 그리고 공정한 제3자를 자주 떠올립니다.  초월적 전문가의 마스터플랜을 목말라합니다.  하지만 MLB의 경험은 그보다 오히려 현장의 당사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의 이해를 존중하는 “게임이 룰”이 오히려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배움을 줍니다.

  

FA제도의 개선, 선수협의 역할, 40인외 드래프트 제도의 보완, 구장을 이용한 마케팅권리의 귀속 같은 KBO에서 아마도 필요한 발전을 위해 써먹을 수 있는게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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