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2사’ 2루 주자 강민호, 대주자로 교체 해야하나? - 베이스볼인플레이 일간스포츠 2016년 6월22일
야구 통계 분석이 활발해지면서 타자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더 객관적이고, 더 정교하게 발전해왔다.
그런데 타격에 비하면 주루는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다. '9명의 이대형과 9명의 이대호로 이뤄진 라인업 중 어디가 강하냐' 같은 논쟁도 가능하다. 타석에서의 생산성과 루상에서의 생산성은 일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 비해 KBO리그에선 주루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두 리그 간 도루시도 횟수도 차이가 많이 난다. 시즌이 시작할 무렵 많은 감독은 스피드를 화두로 내세우곤 한다. 장타력이 충분하지 못한 팀들은 더욱이 다양한 득점루트를 필요로 한다. 이 경우 강조되는 게 스피드다.
스피드를 평가하는 가장 흔한 기준은 도루다. 하지만 도루가 득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게다가 압도적인 성공률이 확보되지 못하면, 도루실패로 인한 손실이 더 커지기도 한다. 또 어떤 타자들은 충분한 도루능력이 있으면서도 도루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따라서 도루갯수는 선수의 주루능력 평가에 충분치 못하다. 도루보다 더 중요한 측면은 한 베이스를 더 빼앗는 진루능력이다.
새로운 기준으로 빠른 주자와 느린 주자를 구분해보려 한다. 해당 선수가 2루에 있고 단타가 나왔을 때 얼마나 높은 확률로 홈에 들어왔는지다. 분석 기간은 2010년부터 올시즌 6월 19일 기간까지이며, 현역선수 대상이다.
가장 빠른 주자 10명은 정근우, 이용규, 김주찬, 이대형, 김상수, 오지환, 이명기, 황재균, 정수빈, 장민석이다. 이들은 91%에서 82%까지의 득점성공률을 기록했다. 반대로 가장 느린 주자 10명은 조인성, 차일목, 김태균, 최준석, 강민호, 이범호, 이호준, 최진행, 손시헌, 홍성흔이다. 이들은 35%에서 54% 사이의 득점성공률을 보였다.
2루에 주자가 있을 때 타석 결과가 단타인 빈도는 16% 정도다. 상위10명의 평균득점성공율이 87%이고 하위 10명의 득점성공율이 46%라면 41%p 차이다. 출루횟수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선수 한 명 당 한시즌에 15번 정도 이런 상황을 맞는다. 그래서 15번을 46%로 곱한 값인 7점 정도의 차이가 생긴다.
다만 아웃카운트에 따라 빠른주자와 느린주자의 차이는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
2루에 주자가 있을 때 타석결과가 단타인 경우
1루에서 외야 오른쪽으로 날아간 단타 조건
가장 차이가 큰 상황은 노아웃이다. 빠른주자의 득점성공률은 76.6%지만, 느린주자들은 25.3% 득점성공이다. 노아웃이기 때문에 모험을 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작다. 2아웃에서는 차이가 좁혀진다. 빠른주자는 거의 100%에 가까운 득점성공율을 보이고, 느린주자도 68% 확률로 홈플레이트를 밟는다.
베이스에 나간 선수가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또다른 상황이 있다. 주자1루에서 우익수 쪽 단타가 나왔을 때다.
아웃카운트에 따라 다른데, 빠른주자는 평균 55.6% 확률로 추가진루에 성공한다. 느린주자는 평균 30.8%였다. 차이가 가장 큰 아웃카운트는 1아웃이다. 노아웃에서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2아웃에서는 3루 진루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1아웃일 때 빠른주자가 가장 과감한 주루를 한다.
물론 아웃카운트나 타구 방향 외 변수도 있다. 깊은 타구가 나오면 얕은 타구보다 주루에 유리하다. 히트앤드런 등 작전의 결과로 추가진루에 성공했을 수도 있다. 위 분석에서는 10명씩 묶은 그룹마다 200-300회 이상의 상황을 평균했다. 샘플이 꽤 크기 때문에 타구위치의 영향도 평균화됐을 것으로 가정한다. 또 작전 성공 역시 빠른 주자가 가진 능력의 일부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주자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선 주루 이후 상황도 중요하다. 2루에 있던 느린 주자가 단타에 홈까지 들어오지 못했다 해도, 3루에 남아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즉 단순히 성공은 1득점, 실패는 0득점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기대득점의 변화를 파악하는 게 타당하다. 주자 2루에서 단타가 나왔을 때 그 전후 기대득점 차이가 얼마인지를 따져야 한다.
전체 상황을 평균한다면 리그에서 가장 빠른 주자 10명은 가장 느린 주자 10명 비해 '주자 2루 단타' 상황에서 약 0.12점 더 높은 득점가치를 지닌다.
노아웃에서 빠른주자와 느린주자의 가치 차이는 별로 없다. 빠른 주자의 잇점이 가장 크게 발휘되는 상황은 2사 2루, 1사 만루, 2사 1·2루다. 대체로 아웃카운트가 많아질수록 빠른주자의 가치도 높아진다. 3루에 머문 느린주자들이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는 성공가능성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1점 뒤진 8회초 2아웃. 롯데 강민호가 2루타를 치고 루상에 나갔다. 그는 가장 느린주자 10 명 중 하나다. 빠른주자로 교체했을 때 얼마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위의 분석에 따른다면 최대 0.31점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빠른 대주자를 기용하는 게 낫다. 하지만 타순이 돌아 대주자가 타석에 서게 될 확률과 그 경우 강민호가 교체돼 생긴 손실도 계산해야 한다. 이 손실이 0.31점보다 작다고 판단된다면 감독은 대주자를 기용하는 게 통계적으로 옳다. 아니라면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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