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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베이스볼인플레이

KBO리그에서 성공하려면 바깥쪽에 던져라

by 토아일당 2018. 1. 3.

[일간스포츠] 베이스볼인플레이 2016.08.05


메이저리그에 “가족을 생각하면 몸쪽 공을 던지고, 친구를 생각하면 바깥쪽 공을 던져라”라는 격언이 있다. 프로야구 선수가 가족을 먹여살리려면 타자를 아웃시켜야 한다. 투수에게 몸쪽 승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에 온 외국인 투수들에겐 좀 달리 말해야 할 수도 있다. “KBO리그에서 성공하려면 바깥쪽에 던져라.”


스트라이크 존은 야구규칙에 정의돼 있다. "타자 유니폼의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베이스 상공을 말한다."  하지만 실제 스트라이크존은 심판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리그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그림1>은 2015~2016시즌 투구추적장비로 확인한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이다. 



회색으로 그려진 사각형은 비교를 위해 가상으로 설정한 존이다. 가로폭은 홈플레이트 가로 길이인 17인치(43.2cm) 양쪽 끝에 야구공 반개 크기인 3.5cm 를 각각 더했다.세로는 실제 스트라이크 판정확률이 가장 높은 영역을 중심으로 정사각형이 되도록 설정했다. 눈금 단위는 0.1피트이며 0.5ft 한칸은 약 15.2cm다.)


영역 색깔은 해당 위치를 통과한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비율을 나타낸다. 검은 색은 100%에 가깝게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붉은색은 50-70% 정도, 노란색은  30% 이하 비율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는 의미다.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은 정사각형보다는 넓적한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에 가깝다.  위아래 폭보다 좌우 폭이 더 넓다는 뜻이다. 그리고 몸쪽보다는 바깥쪽이 넓다. 특히 우타자에게 그렇다. 좌타자의 바깥쪽 존은 우타자 만큼 넓지는 않다.    



미국은 어떨까.  <그림 2>는 우타자 타석일 때 왼쪽부터 메이저리그(MLB), KBO리그, 마이너리그 트리플A의 스트라이크존이다. MLB 스트라이크존은 한 시즌 샘플사이즈가 더 크기 때문에 좀더 매끈하게 보이지만, 판정정확도에서 각각 리그에 큰 차이는 없었다.


왼쪽의 MLB 스트라이크존은 KBO리그보다 좌우폭은 더 좁고 위아래폭은 더 넓다. 그래서 좀더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이 된다. 오른쪽의 트리플A(인터내셔널리그, 퍼시픽코스트리그) 스트라이크존은 MLB와 비슷한 형태지만 좀더 좁고 모서리가 약간 더 둥글다. 


한화 외국인타자 윌린 로사리오는 올시즌 초 바깥쪽 공에 심각한 약점을 노출했다. 미국 시절부터 흘러나가는 변화구에 약한 타자긴 했다. 하지만 미국보다 10cm 이상 먼 공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KBO리그 존의 영향도 받았을 것이다.


이런 차이는 투수에게 더 결정적인 상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생물은 자신이 속한 생태계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하고 생존한다. 투수는 소속 리그의 스트라이크존 조건 안에서 구종과 구질을 선택하고 발전시킨다. 바깥쪽이 넓은 스트라이크존은 흘러나가는 변화구가 장기인 투수에게 잇점을 준다. 반면 위아래가 넓은 스트라이크존은 하이패스트볼이나 빠르고 짧게 떨어지는 싱커를 던지는 투수에게 유리할 것이다.      


몸쪽 스트라이크존에도 차이가 있다. 통념과는 달리 KBO리그의 몸쪽 존은 MLB에 비해 후하지 않다. 히트맵의 형태와 진하기를 비교해보면 거의 비슷하다. 중간 높이 아래에서는 오히려 KBO리그가 더 박하다.  또 낮은 스트라이크에 후하지도 않다.  타자의 키는 MLB 쪽이 더 크지만 존의 아래쪽 경계선은  KBO가 더 높은 곳에 있다.


타자는 스트라이크존이 달라졌을 때 히팅존을 재설정하며 대응한다. 투수는 타자보다 적응에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커리어 내내 가다듬어왔던 구종과 로케이션의 조합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즌 도중에 방출된 LG 스캇 코프랜드는 움직임이 좋은 몸쪽 싱커로 타자를 상대하던 투수였다. 대신 KBO리그 특유의 넓은 바깥쪽 존을 공략할 만한 마땅한 구종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가 미국 트리플A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를 KBO리그에서 재현하지 못한 데는 공인구 적응과 함께 스트라이크존 상성도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그림 3>에서 보듯 좌타자의 스트라이크존에는 또다른 차이가 있다. MLB나 트리플A는 존이 약간 바깥쪽으로 쏠려있다. KBO리그는 우타자 바깥이 후하고 좌타자 바깥은 중간 정도인데, MLB와 트리플A는 거꾸로 우타자보다 좌타자의 바깥이 더 후하다. 특히 아웃코스 낮은 쪽은 차이가 많이 난다.  대신 몸쪽 존은 KBO리그보다 좀더 박하다.   좌타자의 아웃로를 공략하던 왼손투수가 KBO리그에 오게 된다면 이 무기를 충분히 써먹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선수가 각 팀의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구단이 지불하는 연봉도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화려한 경력을 가졌고 몸값이 비싼 선수라도 KBO리그의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럴 때 거론되는 게 ‘적응’ 문제다.  외국인으로서 언어와 음식, 문화의 차이라는 문제도 있다. 동시에 그들은 또 야구선수다. 경기장 안에서의 적응이 더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야구 룰은 같지만 스트라이크존은 다르다. 고도로 훈련된 선수들이 한계영역에서 승부를 벌이는 야구에서 작은 차이도 큰 영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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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는 어쩔 수 없이 적응해야 하는 것이지만, 투수의 구종, 로케이션의 조합에서 생기는 상성은 스카우팅 과정에서 판단하고 예측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경기 외적 환경 차이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인성’ 도 중요하겠지만, 경기 내적 환경차이에서 생기는 ‘상성’이 그보다 덜 중요할 리도 없다.  구단의 영입리스트 안에 있는 후보들 중  KBO리그 특유의 바깥쪽 존 공략에 익숙한 투수라면 성공확률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데이터 - 트랙맨베이스볼(KBO, IL, PCL) , PitchFX(MLB)


http://news.joins.com/article/20403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