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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베이스볼인플레이

외국인 타자가 '타고' 현상에 미친 영향

by 토아일당 2017. 12. 6.

[베이스볼인플레이]외국인 타자가 '타고' 현상에 미친 영향 - 일간스포츠 2016년12월13일



2014시즌부터 시작된 '타고'는 올해도 계속됐다. 꼽을 수 있는 이유는 많다. 어떤 이들은 투수와 타자 사이 불균등한 경기력 요인을 말한다. 또 다른 이들은 스트라이크존이나 공의 반발력 같은 경기력 외적 조건을 말한다. 


그런데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동안은 투고에 더 가까웠다. 경기당 득점이 9.06점→8.23점→9.29점이었다. 2012시즌은 심한 투고였고, 2011시즌과 2013시즌도 KBO리그 역대 평균 언저리다. 그런 추세가 2014시즌부터 갑자기 변했다. 


투수들의 전반적 수준 하락이 타고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야구에서 득점이란 투수와 타자의 상대적 대결의 결과다. 따라서 다득점을 투수의 부진 혹은 타자의 우세로 설명하는 건 순환 논리에 빠질 소지가 있다. 하지만 최근 3시즌 동안 타고는 너무 갑자기, 또 급격하게 나타났다. 투수와 타자의 기량발전 속도 차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변화가 너무 단절적이다. 어느 한 해를 기점으로 타자가 갑자기 강해졌다거나 투수가 갑자기 약해졌다고 가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런데 2014년 KBO리그에서 중요하게 변한 환경이 하나 있다.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 확대다. 이전 2시즌 동안 각 팀의 외국인 선수는 모두 투수였다. 보유한도가 3명으로 늘었지만, 경기 출전은 2명으로 제한됐다. 결과적으로 제도 변화는 외국인 타자 1명 추가라는 의미가 된다.


이들은 KBO리그의 득점환경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주고 있을까.



2016시즌 리그 OPS(출루율+장타율) 톱10에 든 외국인 타자는 2명이다. 2위 테임즈(OPS 1.106)와 10위 에반스(OPS.975)다. 외국인 타자 11명은 올 시즌 중 4595타석을 채웠다. 리그 전체 5만7614타석의 7.9%다. 안타 1212개와 홈런 221개를 쳤다. 타율 0.301, 출루율 0.375, 장타율 0.538이다. 올 시즌 리그 평균은 타율 0.290, 출루율 0.364, 장타율 0.437이었다. 타율과 출루율보다는 장타율에서 외국인 타자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2016시즌의 리그 평균 OPS는 0.801이었다. 외국인 타자 11명의 평균은 0.914다. 외국인 타자를 제외한 내국인 타자들의 평균 OPS는 0.791이다. 두 그룹 사이에 꽤 큰 격차가 있다. 시즌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외국인 타자들은 내국인 타자보다 OPS가 0.100 에서 0.150 정도 높다.


하지만 리그 평균 OPS는 내국인 타자 OPS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외국인 타자가 휠씬 높은 득점 생산성을 가졌다 해도, 그들이 차지하는 전체 타석 비중은 7.9%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리그 전체에 주는 영향은 제한된다. 최근 3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각 팀당 1명씩인 외국인 타자의 존재는 리그 OPS를 0.010 정도 끌어올린 것에 그친다.


2016시즌 내국인 타자들은 한 타석 당 0.252안타, 0.358출루, 0.374루타를 만들었다. 반면 외국인 타자들은 한 타석 당 0.263안타, 0.375출루 0.472루타를 기록했다. 이들의 타격 성적에 해당하는 타격 이벤트별 득점 가치를 적용하면 기여한 득점의 크기도 추정할 수 있다.


외국인 타자가 나선 전체 4595번의 타석에 평균 수준의 내국인 타자가 대신 섰다면, 2016시즌의 경기당 득점은 11.21점에서 10.98점으로 0.23점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5 시즌은 이보다 차이가 더 크다. 10.55점보다 0.4점 낮은 10.15점으로 추산된다.


이 계산은 외국인 타자를 대체한 내국인 타자의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리그 평균보다 강한 타자가 자리를 메운다면 차이는 줄어든다. 그보다 약한 타자들이 대신한다면 차이는 커진다. 물론 어느 쪽이라 해도 외국인 타자의 타석 비중은 낮기 때문에 리그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이다.


외국인 타자의 수준은 내국인 타자에 비해 확실히 높다. 그리고 그들의 존재로 인해 2011~2013년에 비해 타고 성향이 강화된 정황도 있다. 하지만 그 영향의 크기는 제한된다. 경기당 0.2득점에서 0.4득점 정도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외국인 선수 보유 확대와 최근 3시즌의 타고는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둘 사이의 상관관계도 있다. 하지만 비중의 크기는 좀 제한돼 있었다. 더 많은 요인에 대한 더 정교한 분석이 필요해진 셈이다.


득점이 많은 경기와 적은 경기 중 어느 한쪽이 수준이 높거나 낮은 것은 아니다. 다득점을 즐기는 팬들도 있지만 반대도 있다. 취향의 문제다. 현재의 타고 성향이 다소 낯설다고 해서 그것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시도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게다가 야구의 역사에서 득점 환경은 늘 변해왔다. 투수와 타자 어느 한쪽의 기술적 발전에서 기인하기도 하고, 마운드의 높이, 스트라이크존의 넓이, 공과 배트의 반발력, 그라운드의 규격 같은 조건 변화로 인한 것도 있다.


변화가 생기면 투수와 타자 사이에는 생존을 건 일종의 '군비 경쟁'이 시작된다. 1990년대 타자들의 파워 증가로 장타 위주의 타고 성향이 생기자, 투수들은 투심패스트볼이나 체인지업 같은 새로운 구종을 개발하고 훈련하며 맞섰다. 야구 통계의 활용이 늘어나고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로 인플레이 타율이 낮아지면서 타자들의 타석당 홈런 비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정확한 컨택트로 수비를 뚫는 것보다, 위험 부담은 있지만 큰 스윙으로 홈런을 노리는 것이 더 유리해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많다. 이런 '군비경쟁'의 과정이 기술을 발전시키고 야구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 왔다.


다만 변화의 속도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환경 변화는 종의 다양성 증대가 아닌 종의 멸망을 가져온다. 야구에서도 득점 환경이 너무 가파르게 변할 때는 군비 경쟁이 촉진되기보다 기술과 전략의 다양화가 방해를 받을 수 있다. 최근 3시즌의 KBO리그가 그렇다. 치밀한 투수전, 세밀한 작전야구가 그리울 때가 있다. 


오프시즌 중에 KBO리그가 타고 성향을 다루게 된다면 핵심은 이것이다. 야구의 다양성을 회복시킬 변화 방향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