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9일 - Facebook]
2주전에 주문한 책 [The Only Rule Is It Has To Work]가 도착했습니다.
벤 린드버그와 샘 밀러라는 두명의 세이버메트리션이 독립리그 구단 하나를 직접 운영하는 이야기입니다. "궁극의 환타지베이스볼게임"이라 할 수 있죠.
소재 자체가 워낙에 섹시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도입부가 정말 인상적입니다.
첫장면은 Paul Hvozdovic 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동네에서 야구 제일 잘하던 소년이었고 메이저리거를 꿈꿨고 그러나 프로팀에게 지명받지 못했고 빅리그에서 7단계가 낮은 레벨의 독립리그에서 뛰는 투수입니다. 그리고 방금 방출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는 야구를 접고 다른 일을 찾아보려 합니다.
그런 그에게 계약제안이 옵니다. 그가 사는 동네서 2000마일 떨어진 캘리포니아의 이름도 못들어본 Stompers라는 팀. 빅리그에서 무려 10단계 떨어진 더 낮은 레벨의 리그이고 월급도 더 낮습니다. 하지만 그는 야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돌려 자동차를 몰고 대륙을 횡단합니다.
다음 장면은 새로 계약할 선수와 미팅이 진행되는 샌프란시코 Stompers의 사무실입니다.
"This was our Paul. We knew him as a name on a speadsheet. We had never seen him, never watch video of him, never held a radar gun for his pitches.
...
On a spreadsheet of 2014 college senior, adjusted for level of competition and various other factors, and sorted by column R - where we'd devised a metric for overall performance - Paul Hvozdovic was at the top."
흥미로운 책일거라 기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정도로 가슴뛰는 도입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사실 벤 리드버그는 그냥 흔한 세이버메트리션은 아니고, 그바닥에서 일류이긴 합니다. 분석도 잘하지만 글빨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탁월한 구성을 해낼 수 있는 작가라고는 생각 못했었습니다.
물론 이제 몇페이지를 읽은게 전부고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며 뒤에 계속 이렇게 흥분되는 내용일지도 알 수 없지만 --- 일단 두근두근 기대하고 있습니다.
혹여 누군가는, 스프레드시트를 보고 선수를 고르다니, 이 얼마나 비인간적이며 야구의 본질에 반하는 만행인가. 야구는 숫자로만 말할 수 있는것이 아니야. 라고 분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글쎄요. 그 스프레드시트를 통해 누군가가 야구에 대한 꿈을 이어가고 있는건데요? 그 잘난 "야구의 인간미" "숫자로는 다 말할 수 없는 야구의 깊이"에 의해 방금 방출통보를 받고 쓰레기통에 쳐박힌 한 선수가 새로운 기회를 얻었는데요?
숫자가 야구의 모든걸 말할 수 없다는건 당연합니다. 진지하게 숫자를 다루는 이들 누구도 이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리 생각하는건 숫자가 싫은 사람들이죠.
숫자이다 아니다가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 알고 있던것, 믿고 있던 것이 아니라 --- 실제로 그라운드에서 벌어진 [진짜 사실]을 보고 싶은겁니다. "보고 싶은것", "믿고 싶은 것" 대신 말이죠.
하나가 더 있습니다.
신체적인 재능 그러니까 더 강한 공을 던지고 더 빨리 뛸 수 있는 사람들 말고, 다른 종류의 재능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야구]가 도전하고 열정을 태울만한 무엇인가로 만들어준 것이 새로운 야구통계였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야구를 즐기는 방법이고 더 많은 사람에게 야구가 자기 인생의 도전일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 단지 숫자의 형태로 보인다는 것 때문에 --- 비인간적이고 야구의 전통을 훼손하는걸까요. 아뇨. 절대 그럴리가 없죠.
그런게 세이버메트릭스의 휴머니즘입니다.
이 책의 진짜 내용이 무엇이든, 그들의 Stompers가 성공을 했든 삽질이 되었든, 난 그래서 이 책을 (충동적으로) 주문한 것에 대해 후회할 거 같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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