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의 박종훈은 A급 선발투수다. 그리고 오랬만에 등장한 정통잠수함.
현장 고수들의 의견과 스포츠과학의 연구가 일치하는게 --- "공을 끝가지 봐라"는 코칭은 [구라]라는 지점이다.
인간이 시각정보에 반응해서 몸을 움직이려면 0.25초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게다가 그냥 반응이 아니라 100m쯤 널리 날려버릴 만큼 힘을 주고 쎄게 반응해야 하는게 타격이다. 그런데 투수가 던진 속구는 대략 0.42초 만에 홈플레이트에 날아든다.
이 조건에서 공을 끝까지 보면, 이미 포수 미트에 박혀있을 것이다. 따라서 타자는 자기 앞 10m 쯤에 공이 있을때 이미 결정을 하고 시동을 걸고 스윙을 시작한다.
스포츠과학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 프로레벨의 타자들은 투구의 초기궤적으로 스윙여부를 결정하고 몸에 시동을 건 후에는 --- 공에서 눈을 뗀다. 그리고 그 공의 예상도착지점을 향해 스윙을 시작한다. 공이 예상도착지점에 가까이 오면 --- 다시 시야 안에 들어온다. 그 중간의 --- 소위 주변시.로 공을 궤적을 인지.인식하는 회색지대도 있을 것 같고. 그러면서 이미 예상했던 궤적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 훈련된 몸의 반응에 의존해 조정해간다. 그리고 똭!!!! 120m 밖으로 타구를 날려보낸다.
또는. 원바운드 공에 어처구니없는 헛스윙 삼진을 당한다.
"저 투수의 공은 오다가 사라진다"는 식으로 말하는걸 듣는데 --- 아마 예상도착지점을 겨냥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게 너무 어긋났기 때문에 공이 시야 밖으로 지나간 경우이지 싶다.
그렇다면 재밌는게 --- 타자는 실제 공의 궤적정보가 아니라 머리속에서 상상한 가상의 궤적정보.를 참조해서 타격을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가상의 궤적정보.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정확하게 산출해낼 수 있는가가 좋은 타자와 그렇지 못한 타자를 가를 것이다. (두뇌가 산출해낸 궤적정보.에 맞게 몸을 맞추는 조정능력이 다른 한편에 있을 것이고)
그런데 그 [가상의 궤적정보]를 산출하는 것은 오랜 경험과 훈련으로 학습시킨 [몸]이다. 따라서 리그 타자들의 [가상궤적산출시스템]은 그들 리그의 평균 투수의 궤적을 바탕으로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
해서 --- [희소성]이란 그 자체로 투수의 무기가 된다.
[투수의 타점]이란 것도 그렇다. 타점이 높으면 타자들이 힘들어한다. 아마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높은 타점]이 그 자체로 장점이기 때문보다는 --- 역시 [가상궤적정보산출시스템]의 사각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2미터 장신의 오버핸드타점은 kbo리그에서는 상당한 잇점이지만 미국AAA에서는 아니다.
거기 타자들의 [가상궤적산출시스템]은 그런 타점을 겪으며 훈련된 것이기 때문이고 그래서 오히려 낮은 타점의 투수를 더 힘들어한다. 훈련데이터가 없었으니 대응이 어렵다. 머신러닝의 오버피팅 같은 것인데 --- ML이란게 인간을 흉내낸 것이니 무엇이 무엇의 비유라 해야할지는 좀 헷갈린다.
타점도 그럴진데 공의 브레이크는 아마 더하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99%의 투수들에게 --- 빠른공은 떠오르고 느린공은 가라앉는다. 따라서 이 투수들을 상대하며 자신의 [가상궤적산출시스템]을 개발-훈련해온 타자들에게 이 정보는 --- 아주 단단하게 입력되어 있다.
빨리 날아오는 공은 좀더 위쪽이 타겟이고 느리게 날아오는 공은 아래쪽 낙하방향이 타겟이다. 이건 머리로 판단하는게 아니라 --- 몸에 입력된 반응패턴에 속한다.
어떤 심리학 실험에 ,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앞바퀴가 왼쪽으로, 왼쪽으로 돌리면 앞바퀴가 오른쪽으로 꺽이는 [자전거] 타기 가 있었다. 아무도 그 자전거 못탔다. 머리로 알지만 몸이 절대로 배신한다. 아무리 외워도 몸은 그 명령을 듣지 않고 반대로 행동한다. 그 자전거만 가지고 열심히 훈련하면 몇달 쯤 후에 자연스럽게 탈 수 있다고 한다. 근데 중요한 함정. 이 사람은 이제 보통 자전거를 못타게 된다.
박종훈의 속구(싱커)는 가라앉는다. 추적시스템이 측정하는 (중력제외) 수직브레이크가 마이너스 값이다. 보통의 투수들은 싱킹패스트볼이라 할지라도 이 값이 플러스다.
대신 박종훈은, 커브의 수직브레이크 값이 플러스다. 박종훈 아닌 모든 투수의 커브 수직브레이크 값은 당연히 마이너스다. 이런 공을 업슛이라 부르기도 한다.
빠른 공은 가라앉고 느린공이 떠오른다. 타자들 입장에서 핸들과 앞바퀴가 반대로 움직이는 자전거 타는 느낌과 비슷한 것일지도.
그렇다면 왜 이렇게 유리한 언더핸드 선발투수가 박종훈 한명일까?
1)사이드암 말고 진짜 아래서 나오는 언더핸드.로 공을 던지는게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2) 그게 박종훈 한명이 아니라 여러명이 되면 잇점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이 둘 사이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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