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봉제"가 이번 겨울 트윈스의 스토브리그의 화두가 될 것 같은 조짐이 보입니다. 그러지 않기를 바랬었는데. 11년의 봉인을 깨고 시즌 2위로 가을야구를 선물했으나, 그사이 선수들의 마음고생이 깊었던 만큼 보상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자칫 이 부분을 지혜롭게 극복해내지 못하면 의외의 마이너스 요인이 될수도 있겠지요.
트윈스의 신연봉제는 2010년 시행을 예고했고, 10/11 연봉협상에서부터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해는 박종훈 감독의 부임 첫해였고, 여느때처럼 시즌을 6위로 마감하며 가을야구에서 배제되었고, 시즌 초부터 봉중근, 이형종 등의 소위 항명사건이 잇달았던 좀 어수선하고 갑갑했던 시즌이었습니다.
미운 놈은 뭘 해도 미워보인다고, 2010시즌을 마치고 논란이 되었던 신연봉제는 그 자체에 대한 충분한 이해나 평가도 되기전에, 트윈스 프런트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곱게 보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글 뒤에서 정리하겠지만 신연봉제 자체에 대한 잘못된 이해도 없지 않았구요.
10/11 겨울 연봉시스템의 가장 핫한 주인공은 역시 박명환이었습니다. 역대급 고액의 FA로 팀에 와서 첫해의 에이스급 활약이 있기는했지만 그 다음해 여름이 지나며 나가떨어졌던, 그 이후부터 시즌이 시작할때마다 "그가 돌아오면..." 으로 시작되는 if 의 상징이었던, 그러나 단 한번도 돌아오지 못했던 --- 마치 저주받은 팀 트윈스의 평행이론 같던 선수였습니다.
5억원의 연봉은 반토막 정도가 아니라 90%삭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5천만원으로 잘려나갔고, 분노와 상실감에 지쳤던 팬들은 애증의 대상이었던 이 월급도둑에게 가해진 응징에 대해 다소나마 가학적인 공감을 하며 [신연봉제]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으로 돌아선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한해가 지나고 11/12시즌 동안 신연봉제의 스포트라이트는 오지환을 비추었습니다. 스무살짜리 포텐만빵의 에러쟁이 유격수는 그러나 만만치않은 장타력과 전경기 출장을 기록하며 트윈스의 미래로 떠올랐고 신연봉제의 기준에 의해 단숨에 억대연봉을 받아냅니다. 그해의 가장 짙은 그림자는 봉크라이였겠죠. 암흑기를 혼자 지탱했던 좌완 에이스는 3억8천만원에서 1억5천만원으로 깍인 연봉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단순한 부진이 아니라 혹사라면 혹사가 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부상이 이유였는데도 말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신연봉제]는 지난 몇해동안 평가시스템 측면에서 팀 개혁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리고 11년만의 가을야구라는 성과는, 그동안의 가혹한 삭감의 잣대가 거꾸로 후하고 넉넉한 보상으로 바뀌기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게 할 수 밖에 없을겁니다.
이 글은, 트윈스의 [신연봉제]의 구조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구단관계자도 아니고 아마도 명확하게 공개된 적이 없는 그 시스템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적어도 공식적으로 구단관계자가 했던 설명과, 그 설명 안에 포함된 윈쉐어(win share) 등의 일반적인 개념에 미루어 아마도 그럴것이다 라고 짐작하는 내용이기는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거의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 트윈스의 신연봉제의 핵심
1. 기존의 고과시스템 50% + 윈셰어 50%
2010년 시즌 후부터 적용된 신연봉제는, 기존의 고과시스템을 아예 폐지한 것은 아니고 50:50 으로 윈쉐어에 근거한 새로운 평가시스템을 합산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적응할 수 있는 완충기간을 두자는 의미도 있었을 것이고, 검증 전의 새로운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보완하고 충격을 완화시키고자 하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새로운 평가체계 [윈셰어 win share] 적용
윈쉐어는 세이버매트리션 빌제임스가 2002년 같은 이름의 책을 통해 고안하고 발표한 개념입니다. 애초에 팀 성적에 대한 개별 선수의 공헌도를 측정하기 위해 고안된 모델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연봉책정에 적용되는 것은 상당히 합리적이긴 합니다.
윈셰어는 투수, 수비, 타격 부문으로 나눠서 경기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경기중 결과, 안타, 홈런, 도루, 실책, 희생번트, 부분적으로는 득점권타율 같은 것도 포함해서 각각에 점수를 매겨 측정합니다. 마치 세이버매트릭스의 선수평가지표인 XR이나 wOBA, RC 같은 것과 비슷합니다.
3. zero-base 책정
어쩌면 신연봉제(=정확히는 그중 윈쉐어 항목)의 가장 핵심은, "기존의 연봉 대비 OOO% 인상 또는 삭감"이라는 식으로 적용되는 "기존 연봉대비"라는 개념을 폐기했다는데 있습니다. 경영학의 예산관련 이론 중 zero-base budgeting 이라는것과 같은 발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은 기업조직 등에서 매해 하고 있는 예산책정에 대한 방법론에 대한 것입니다.
대체로, 전통적인 예산책정 방법은, "전년대비"라는 틀을 가집니다. 기존의 예산금액을 기준으로, 상승요인과 하락요인을 계산해서 곱해주는거죠. 헌데, 이 방식의 문제점은 애초에 불필요한 항목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매해 이월되며 답습된다는 것에 있습니다. 제로베이스예산이란 그래서 기존 예산을 완전히 무시하고 필요항목을 하나씩 새로 계산한 후 예산을 책정하는 방식입니다. 이것은 예산 뿐 아니라 직원의 보수를 결정하는데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기존연봉대비"라는 방법론의 단점은, 당해년도 동일한 성과를 낸 직원이 불공평한 보수를 받게 될 소지 때문입니다. 즉 동일한 성과를 낸 A와 B가 있는데, A는 기존 보수가 100 이고 B가 500 일때, 고과시스템에 의해 똑같이 30%의 인상요인을 평가받게 되면 A는 30만큼 인상되는 반면, B는 150이 인상되는거죠. 물론 이렇게까지 무식하게 적용하는 경우는 잘 없겠지만, 그것을 보완하고 보정하는 부분에서 명확한 시스템이나 잣대가 없이 평가자의 주관에 의해 좌우될 소지가 새로 생겨나게 될겁니다.
베테랑 스타선수가 꽤 높은 성과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치에 비하면 인상요인은 아니다"라는 코멘트와 함께 동결 혹은 소폭인상에 머물게 되는,,, 야구판에서 흔한 상황과도 비슷합니다. 어쨌든 이런 방식은 "연공서열제"의 오랜 유산입니다. 즉, 당장은 불공평하다 느껴도 5년 10년 일하다보면 결국 노력과 성과에 대한 댓가를 얻게된다는 이치로 퉁치는거죠.
반면 윈쉐어의 [제로베이스 평가]는 다릅니다. "전년대비"라는 개념이 애초에 없습니다. 그냥 그 해의 성과로 [액수]를 결정해버립니다. [기존액수 * 고과시스템에 의해 결정된 인상률 * 기존액수의 다소를 감안해서 보정] 이라는 전통적인 고과시스템과는 전혀 다른거죠.
따라서, [제로베이스] 평가시스템에 대한 연봉책정은, 인상율을 정하고 금액을 정하는게 아니라, 금액이 정해지고 나서 결과적으로 인상률이 얼마였다고 계산될 뿐입니다.
4. 탑다운 쉐어링 top-down sharing
[제로베이스]가 윈쉐어를 연봉책정시스템에 적용시킬 때의 핵심원리라면, 탑다운쉐어링은 통상의 세이버매트릭스 평가지표가 선수의 보수책정모델이 될 수 있었던 핵심원리입니다.
윈쉐어는 팀 선수의 각각의 공헌도를 측정하기에 앞서서, 일종의, 팀 "승리총액" 합계를 먼저 구합니다. 단순하게 승리수*3 입니다.
그 다음, 선수들의 공헌도를 이런저런 아주 디테일한 방법으로 계산합니다. 그리고 그 계산된 결과값에 비례해서, 승리가치를 각 선수에게 나누어줍니다.
이때, 서로 다른 포지션의 플레이어의 형평성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일단 윈쉐어는 팀승리*3 에 해당하는 "승리총액"을 타격:투수:수비 = 48 : 35.1 :16.9 로 나누어서 각각 포지션에 해당되는 파이를 같은 업종(?)의 선수들끼리 나눠가지는 것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수비의 경우, 수비포지션의 난이도에 따른 가중치도 적용됩니다.
이 모델을 윈쉐어라고 부르는 것은, "팀승리" 합계라는 파이를 먼저 따로 정한 후에, 그 총액을 선수들이 나눠갖는 방식 때문일겁니다.
[탑다운 쉐어링] 역시 야구의 고유한 개념이라기 보다는, 기업조직 등의 연봉책정 시스템이기도 합니다. 즉 직원의 차년도 보수에 대해 [인상률]을 정하는게 아니라, 회사 전체의 [인상금액 pie]를 먼저 정합니다. 기업 전체의 실적에 따라 비례하겠지요. 그 다음 사업부문별로 부문별 실적에 따라 [기업전체pie]를 [부분별 pie]로 나눠줍니다. 그다음 부서별로, 팀별로 마지막에 개인까지 점점 쪼개서 나눠주게 됩니다. 따라서, 개인의 성과가 크다면 상대적으로 같은 조직의 동료에 비해 많은 보상을 받겠지만, 그러나 자신이 속한 조직의 파이가 애초에 작을 경우에는 절대적인 금액에서 커지기가 어렵고, 오히려 큰 파이를 가진 조직에 속한 성과가 적은 동료보다 작아질 수도 있습니다.
프로야구팀에 적용된다면, 개인의 성적이 좋았다고 하더라도 그 시즌이 팀 승리총액 즉 승리 횟수가 적으면 파이 자체가 적어지고 따라서 뛰어난 개인의 몫은 상대적으로 커진다 해도 절대적인 금액이 많아지기 어려워질겁니다.
--- 결론적으로 신연봉제의 핵심 아이디어는 [제로베이스 연봉결정] [탑다운 쉐어링] 2가지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리고 겨울시즌마다 뉴스꺼리가 되었던 극적인 인상과 삭감은 이 원리에 의해서 계산되었을 겁니다.
<> 신연봉제에 대한 흔한 오해
지금까지는 [제로베이스]라는 개념만 주로 작동해왔을 겁니다. 고액연봉의 베테랑이 큰 폭의 삭감을 당했던 것, 신인급 선수가 단번에 억대연봉으로 뛰어오른 것은, "기존 연봉대비 인상률적용"이 아니라 "제로베이스 성과측정"이라는 계산법 때문이었을겁니다.
해서, [신연봉제]라는 것이, 상은 후하게 벌은 가혹하게.라는 단순한 관점의 문제는 아니고, 새로운 평가모델이 가진 기술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하는 쪽이 좀더 정확할 겁니다. 비슷비슷하게 들릴 수 있는 이 두가지 표현의 차이를 굳이 구분하는 이유는, 흔히 정서적으로 난 이번에 이정도 성과를 냈으니 [신연봉제]에 따르면 아주 큰 보상을 얻게 될거야. 라고 생각하는 개개인의 기대와 [제로베이스평가 + 탑다운쉐어링]으로 구성된 이 시스템의 기술적 작동원리가 꼭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그저 정서나 가치관이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 계산적 모델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거죠.
신연봉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몇가지 오해가 있어 왔습니다. 제일 먼저는 방금 이야기한 "신상필벌의 원칙"과 신연봉제를 동일시하는 시선이었구요. 그밖에는 ---
1. 이긴 경기의 성적만으로 평가한다.
적용 초기 가장 흔했던 오해이고 어쩌면 아직도 남아있는 오해일지도 모릅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제가 구단의 평가시스템 매뉴얼을 본 적은 없으니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가 "윈쉐어라면 이긴 경기의 기록만으로 측정된다"라는 잘못된 이해로부터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사실과 다를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윈쉐어]라는 것은 흔한 오해와 달리, 이긴경기의 결과만으로 선수의 공헌을 측정하는 것은 전혀 아니니까요.
*** 윈쉐어가 윈쉐어인 이유는 loss share 즉 패배하는데 기여(?)한 선수의 플레이가 아니라 win share, 이기는데 기여한 선수의 플레이만으로 측정되어서 입니다. 이 말은 안타, 출루, 도루 등 승리기여행동이 아닌, 아웃, 병살타 등의 패배기여행동을 계산에 넣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런저런 통계적인 테스트를 해본 결과,,, 윈쉐어 뿐 아니라 로스쉐어를 함께 포함시켜 계산한 결과가 --- 윈쉐어만으로 계산된 결과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측정의 명료함을 위해 윈쉐어만으로 계산해도 불공평함은 없다.라는 잠정적 결론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 따라서 윈쉐어가 이긴 경기만을 평가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2. 윈쉐어는 트윈스의 고유한 연봉책정시스템이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신연봉제]는 기존의 세이버매트릭스 지표인 [윈쉐어]를 50% 비중으로 연봉결정에 반영하는 방식이라고 봐야 합니다. 트윈스의 프론트가 고안한 것은 아니구요. 다만, 그 계산방식을 100% 그대로 따랐는지 일부를 수정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 2013/14 겨울시즌 신연봉제의 (아마도) 숨겨진 맥락들
사실 [제로베이스평가]와 [탑다운쉐어링]이라는 아이디어는 그동안의 고과시스템에 비해 휠씬 진보한 것이라 생각하긴 합니다. 하지만 올 시즌만 놓고 보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점이 수면 위에 떠오르기 딱 좋은 상황일겁니다.
1. 신연봉제는 그동안 제대로 적용되어 왔던 것일까?
지난 몇해동안 상징적인 대박선수 몇명을 제외하고, 신연봉제는 보상의 억제에 주로 사용된 감이 있습니다. 11년동안의 암흑기에 사실 별 상관도 없을 3-4년차 선수들에게까지 말이죠.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았던 고참들을 말할 것도 없구요.
무지막지한 삭감의 칼날 앞에서 뭐라 항변하고 맞서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팀의 성적, 팬들의 날선 눈초리. 해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신연봉제는 그것이 설사 중요한 결함을 가졌다 하더라도 수면 위로 떠오르기 어려웠고, 그것이 올해 한꺼번에 터져나올 수도 있겠지요.
2. 애초에 win share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나?
사실 빌제임스의 win share 모델은 그 자체로 논란이 많이 있습니다. win share 뿐 아니라 loss share도 측정해야 하지 않냐라는 반론에 대해서는 그런대로 반박이 되었기 때문에 넘어가도 좋겠지만 타격:투수:수비.의 비율 설정은 명백하게 약한고리입니다. 즉 투수의 가치가 과소평가된 것이 아니냐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win share 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세이버매트릭스에 의해 통계적으로 분석된 기본 전제에 대한 개연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부정확성에 대한 것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세이버매트릭스의 지표들은 투수는 투수끼리, 타자는 타자끼리 비교를 합니다. 투수와 타격, 수비의 비중은 그저 이론적인 스터디 속에서 이런 이런 분석 방법론으로 연구해보니 이런 저런 결과가 나왔다는 식으로 다루어질 뿐입니다. 투수:타자 = 35:65 라는 비율이 이론적 연구에서는 그럴수도 있겠네라고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막상 그 계산서를 받아든 직업 야구선수가 쉽게 납득하기엔 충분히 검증된 것이라 보긴 어렵습니다.
더 세부적인 면에서, 세이버매트릭스의 전통적인 시각은 선발투수에 비해 불펜투수의 가치를 매우 낮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시각 역시 야구통계학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논쟁거리입니다. 더구나 그저 논쟁의 문제가 아니라 밥줄의 문제에 이른다면 날이 서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론적으로 매우 매력적이며 나름 통계적인 검증을 거쳤다고 하더라도, 과연 선수의 밥줄에 적용시킬만큼의 신뢰성을 가졌으냐가 역시 이슈일겁니다.
3. 한국의 실정에 적용하는데 문제는 없는가?
연공서열제와 성과연봉제 사이의 문제는 좀 미뤄두겠습니다. 여기서 한국의 실정이란, 그런 문화적이고 정서적인 이야기가 아니고, MLB의 기준으로 측정되고 산정된 각종 가중치들을 KBO의 야구에 그대로 적용해도 좋겠느냐는 문제에 대한 것입니다.
MLB 기준의 세이버매트릭스는 대표적으로 홈런을 높게 평가하고 도루 등의 주루능력을 낮게 평가합니다. 선발투수에 비해 불펜투수를 낮게 평가합니다. 세이버매트릭스의 성과는 야구를 전통적인 시각에 비해 휠씬 객관적이고 계량적으로 검증가능한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이지만, 또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절대로 피해야 하는 오류는 --- 그 결론이 야구의 본질이다,,,라는 것이 아니라 MLB에서 경험적으로 그랬다,,, 라는 방법론적 전제를 빼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MLB에서 도루의 손익분기점은 73% 정도입니다. 만약 이보다 성공률이 낮으면 도루 갯수가 많아도 팀에 이익이 아니라 손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 도루의 가치는 리그의 평균 장타율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KBO의 평균장타율은 MLB에 비해 휠씬 낮습니다. 따라서 정확히 얼마인지 몰라도 도루의 가치는 MLB보다 KBO에서 높을겁니다. 불펜투수의 경우 선발투수에 비해 소화이닝이 휠씬 적어집니다. 그런데, 소화이닝은 투수의 평가지표에서 대부분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대신 불펜투수는 등판상황에 따른 가중치 레버리지 인덱스를 적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펜의 등판타이밍이 전통적으로 다른 KBO에서 이런 가중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선발투수의 대체가능성과 불펜투수의 대체가능성에 대한 기준치도 크게 차이가 나고 이런 면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장타력보다 주루능력에 강점을 가지는 선수가, 선발투수보다 불펜투수가 MLB의 가중치가 적용되는 윈쉐어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4. 팀 페이롤 (팀 연봉총액)이 얼마가 되어야 하는가?
앞의 2가지 맥락이 신연봉제 특히 win share 모델의 잠재적 결함으로부터 생겨날 수 있다면 그와 달리 시스템이 무엇이든 적용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생겨날 수 있는 문제도 있을겁니다.
이 부분은 팀 페이롤을 결정하는데서 결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고과시스템에서 팀 페이롤은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해서 그냥 사람이 정합니다. 회사의 자금사정 같은 것도 고려되겠죠. 프로야구팀은 실적과 같은 명시적이고 계량적인 성과지표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 있습니다. 반면 윈쉐어는 기술적으로 계산됩니다.
사실 팀 페이롤의 결정이야말로 모르긴해도 연봉책정과정의 가장 큰 변수일겁니다. 선수들끼리의 상대적인 형평성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어떤 기준이라 해도 모두가 만족하기 어렵습니다. 그저 최선을 다해 애쓰고 유연하게 보완해가려는 태도가 필요할 뿐이죠. 해서,,, 이번에 선수들 연봉결정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될 사항은,,, 결국,,, 팀 페이롤을 얼마로 정하고 시작할 것이냐입니다.
전년 시즌 트윈스는 57승을 거두었습니다. 13시즌에는 74승을 했습니다. 윈쉐어에 의한 기준으로 37% 파이가 커지게 됩니다. (물론 경기수가 다르기때문에 보정을 좀 해야겠지만 대충 그정도 비슷할겁니다)
winshare가 연봉결정에 50% 반영된다면, 팀 페이롤은 37%의 절반 만큼이,,, 윈쉐어 모델에 의해 올라가면 맞습니다.
동시에, 나머지 50%에 해당하는 전통적 고과방식에 의한 페이롤 상승이 있어야 할겁니다. 이 숫자는 윈쉐어에 의한 것보다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습니다. 판단의 문제겠지요. 하지만 제 생각에 그보다 커져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13시즌에 팀이 거둔 성과는, 직접적인 매출상승이든 마케팅적인 효과이든 또는 상징적인 효과이든 추가도 거둔 승수보다 클테니까요. 57승과 74승 사이에는 11년만의 가을야구라는 결과가 자리잡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프로야구선수에게 이런 상징적이고 정서적인 가치판단이 적당하냐고 묻는다면 그 말도 옳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해동안 보상억제의 논리에는 윈쉐어의 기술적인 계산 뿐 아니라, 바닥을 기는 팀 성적과 외부평가에 대한 정서적인 판단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봉중근의 13시즌 연봉동결은 성적의 문제는 아니었으니까요)
깍을때 정서가 개입되었다면, 올릴때도 그렇게 해야 맞는거지요.
이밖에도 팀페이롤 상승요인이 2가지 더 있습니다. 하나는 통상 임금결정이 그렇듯이, 시장 물가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반영과 다른 하나는 프로야구시장 확대에 따른 팀 하나가 아니라 9개팀 전체의 파이가 커진데 따른 상승요인입니다. 비유하자면 기업의 점유율(=순위와 승수)이 동일했지만, 산업의 규모가 상승했다면 이것은 파이가 커져야 하는 요인이겠지요. 이 부분은 직접적으로 비슷한 성적의 다른 팀 선수와의 상대적 형평성 문제로 인식될겁니다. 지난 몇해사이 프로야구시장은 확실히 확대되었고 팀 운영으로 얻는 기업의 이득이 늘어났다고 보는게 옳을텐데, 반면 트윈스는 갑갑한 팀 성적으로 인해 다른 구단에 비해 연봉인상이 상당히 억제되어 있었습니다. 즉, 산업의 성장에 비해 개별기업의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에 보상이 당연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던거죠.
결론적으로, 2014시즌이 팀 페이롤은,
현재 페이롤 + [윈쉐어에서 추가승수에 따른 인상 19%] + [전통적 고과방식에서 측정하는 상승요인 19%+] + [인플레이션 3~5%] + [프로야구 전체 파이확대에 따른 상승요인 OO%] 가 되어야 할겁니다.
프런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길은 없지만, 경영관리의 마인드라는 것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프로야구단이든 거기서 거기인지라, 아무래도 다소 무례할 수도 있는 우려를 안할 수가 없습니다.
연봉책정 책임자 입장에서는, 뛰어난 성적을 거둔 것은 기쁜 일이지만, 팀 페이롤의 급격한 상승에 대해서는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을겁니다. 그렇자면, 사실은 옳지 않지만, 대충 그럴듯한 편법을 찾아내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됩니다.
(제가 그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아마도,,, 윈쉐어에 의한 상승분 이외 다른 상승분을,,, 올 시즌의 성과는 [윈쉐어]에서 반영되었으니,,, 된거 아니냐...라는 논리를 펴고 나올 수 있습니다. 즉, 명확하게 빼도박도 못하는 전년대비 추가승수 37%의 절반 (윈쉐어 반영비중이 50%인까)인 19%를 빼고 나머지 3가지 페이롤 상승요인을 최대한 줄이고자 하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최소 페이롤 50% 수준의 상승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아니길 바랍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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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소리 한번 내기 어려운 분위기에서 연봉책정액을 받아들였던 선수들 입장에서, 13시즌의 성과에 대해 제대로 보상받고 싶은건 인지상정일겁니다. 반대로, 합당한 기준과 원칙이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시스템을 지켜내려는 구단의 입장도 당연히 존중되어야할테죠.
제대로 된 기준에 근거해서 일관되게 적용되는 보상시스템, 그리고 그 결과가 쌍방간 납득할 수 있게 해주는 소통과 이해의 과정은 11년의 봉인을 깨고 가을야구의 문을 열었던 트윈스의 올 겨울 숙제가 될겁니다. 거듭된 승리를 통해 오랜 시간 선수들을 짓눌렀던 패배주의의 일부가 걷혀져 나갔다면, 이제 그것을 더 강한 팀, 더 좋은 성적의 동기부여로 이끌어줄 평가-보상의 과정이 남았습니다. 이걸 넘지 못하면 흔히 말하는 "우승팀의 저주" (물론 우승은 아니고 2위였지만)에 빠져들 수도 있겠지요.
글에서 이리저리 비춘 무례한 우려와 억측이 그저 제 기우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신연봉제라는 다소 낯선 이 시스템이 지난 3년동안 바닥에 쳐박은 팀성적으로 인해 제대로 이해되고 검증되지 못하고 정서적으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납득이 강요된 부분이 있었다면 그 반작용이 없기는 어렵다 싶은 걱정을 쉽게 지우지는 못하겠네요.
--- 위의 신연봉제(정확하게는 그중 50%에 해당하는 윈쉐어에 의한 평가기준)의 기술적 특징들로 미루어, 연봉협상에서 체감성적과 기술적으로 계산되는 수치가 좀 차이가 날거 같은 선수들
이동현 - 체감 공헌도가 엄청 높은 불펜투수. 그러나 win share 모델은 이런 유형의 투수에게 좀 박합니다. 더구나 팀페이롤이 충분히 넉넉하게 책정되지 못했다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윈쉐어 사이드가 아니라 고과시스템에서 보완해주길 바랄 뿐이죠.
유원상 - 성과 자체가 상당한 삭감을 각오할 수 밖에 없지요. 다만 그래도 팀 분위기 좋은 마당에 너무 심한게 아니냐는 불평이 나올 수도 있을겁니다. 더구나 스스로 군입대 연기하며 팀에 남았는데... 근데 이런건 윈쉐어에서는 관심없는 요인이죠.
정의윤 - 의외로 큰폭의 인상을 기대하긴 어려울 겁니다. 후반의 부진도 부진이지만, 시즌 중반까지의 4번타자 노릇은 그냥 그랬다는 것이지 평가지표로 나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랬다해도 정의윤>작뱅일거같긴 합니다.
신정락 - 어쩌면 이번 겨울의 대박 기대주. 기존 연봉이 3천만원이었다는것도 있지만, 어쨌든 윈쉐어 기준으로 볼때 높게 평가받기 쉬운 타잎입니다. 정확한 계산은 못해봤지만, 어림짐작으로는 신정락>=류제국>이동현 일 수도 있을거 같은데요. 신정락 만큼은 아니라도, 비교적 많은 이닝을 무난하게 소화한 임정우도 그럴저럭 따뜻할거 같네요.
---> 이 부분에 대해, 실제로 계산해보니 다른게 있어서 정정합니다. 류제국>이동현>신정락. 이네요.
윤요섭 - 투수 대박후보가 신정락이라면, 야수 중에서는 윤요섭일거 같습니다. 만약 그가 아니라면 손주인이 될거 같습니다. 수비포지션에서 어드밴티지가 있고 출전 타석이 많습니다. 윤요섭은 타격평가에서 좀 아쉬움이 있을 것이고 손주인은 포수만큼은 아니지만 2루수라는 수비포지션 어드밴티지를 받을거 같구요. 그 다음은 김용의 정도가 아닐까요? 이들은 세이버 기준의 공헌도가 높은반면 현재 연봉이 그리 높지 않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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