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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2014시즌 홈런의 영양가에 관한 통계 3

결정적인 순간의 클러치 홈런타자는 누구였을까?




2014년 6월24일 한화-롯데전에서 홈팀 한화는 4-4 로 맞서던 7회초 최준석에서 적시타를 맞고 4-5 한점 뒤진 상태로 9회말 1사까지 몰렸습니다.  패배까지 아웃카운트 2개만 남긴 상황.  이때 1루에 김경언을 두고 롯데 투수 김승회에게 역전 끝내기 2점 홈런을 때려냅니다. 


이런 홈런은 두고두고 기억되는 소위 클러치 홈런입니다.  그런데 클러치 홈런은 팬들의 기억에만 각인되는 것이 아니라 세이버메트릭스 지표 중 하나인 승리확율기여WPA(Win Probabiliy Added)로도 남습니다.  김태균이 타석에 선 시점에서 한화의 승리확율은 통계적으로 23.7%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수많은 경기기록을 토대로 “9회말 1점을 뒤진 홈팀이 1사1루 상황”에 처했을 때 실제로 몇번이나 승리를 했는지 분석한 결과입니다.  


한화는 매우 낮았던 승리확율에도 불구하고 역전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홈런 직전의 팀승리 확율은 23.7%이었고 홈런 직후 승리확율은 이미 끝내기 승리가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100%입니다.  그래서 김태균의 홈런은 승리확율기여WPA +76.3%입니다.

경기의 승패는 여러 플레이를 통해 점차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 타석 당 승리확율기여WPA의 평균적인 수치는 3% 정도입니다.  이와 비교하면 WPA 0.763 은 굉장한 수준입니다.  실제로 김태균의 이 홈런은 2014시즌의 전체 팀의 모든 플레이 중 WPA가 가장 높았습니다.


만약 같은 9회말 1사 후의 2점 홈런이라 해도 스코어가 이미 10점 이상 벌어져 있었다면 승패가 달라질 확율은 별로 높지 못합니다.  이럴 때의 WPA는 같은 홈런이라도 매우 낮습니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선 상황이 얼마나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한 통계적 기준이 있습니다.  레버리지 인덱스(LI) 라고 합니다.  이것은 방금 소개한 WPA (승리확율변화)를 기준으로 [3종류 아웃 by 8종류 주자상황 by 이닝 by 득점차] 각각에 대해 평균 1.0 을 기준으로 작거나 큰 수치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상황 중요도" 정도로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5점차 이상 스코어가 벌어진 9회초 선두타자 타석의 레버리지인덱스 0.1 입니다. 

평균에 비해 1/10 정도의 승패 영향력을 가진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동점상황의 9회초 선두타자의 LI 는 2.4 입니다.  2.4배 중요도가 높습니다.  LI가 가장 높은 순간은 1점 뒤진 홈팀의 9회말 공격에서 2사 주자만루 상황입니다.  10.9 로 평균보다 11배 높습니다.


WPA(승리확율변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

클러치(clutch) 또는 결정적 순간에 관한 세이버메트릭스 - http://baseball-in-play.com/110


레버리지인덱스LI 를 전편에서 소개한 홈런의 순수득점가치REA에 적용하면 소위 “홈런의 영양가”에 대한 통계적인 측정지표가 됩니다.  홈런 각각의 순수득점가치에 LI 를 곱해주면 그 홈런이 팀의 승리확율을 변화시킨 정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홈런으로 만든 순수한 득점가치에 그 순간의 중요도가 가중치로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홈런 영양가]에 대한 통계입니다. 



(전편에서 설명한 것처럼) REA(RunExpectancy Added)는 홈런의 가치를 좀더 객관적인 득점가치로 세분화해서 측정한 것입니다.  3종류 아웃카운트 by 8종류 베이스 상황(주자없음/1루/2루/3루/12루/13루/23루/만루)의 조합인 24가지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른 값을 가집니다. 같은 만루홈런이라 해도 2사의 만루홈런은 무사의 만루홈런 보다 1점 이상 득점가치가 높습니다.  


클러치에 강한 홈런타자들 - 강정호, 피에, 이병규


이제 홈런의 REA에 더해서 홈런이 기록된 시점의 상황 중요도인 레버리지인덱스LI 를 가중치로 적용했습니다.  박빙의 경기후반에 때려낸 홈런은 점수가 더 높고 점수차가 많이 나서 승패에 뒤집힐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만들어진 홈런은 점수가 낮아집니다.  그것이 wREA 수치입니다.


1위는 강점호입니다.  그는 시즌 40홈런으로 1위 박병호의 52개보다 12개나 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홈런으로 만든 타점에서 77개로 박병호와 같았습니다.  특히 홈런을 기록한 타석 상황의 중요도 LI 에서 박병호가 0.73 이라는 다소 낮은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강정호는 0.97 로 이보다 상당히 높았습니다.  결국 단순한 홈런의 갯수가 아니라 홈런의 득점가치와 상황 중요도를 함께 고려했을 때 강정호는 상당한 격차를 두고 가장 영양가 기준 홈런 1위가 됩니다.     


1위 박병호가 3위로 내려앉고 4위 나성범이 10위로 밀려나는 동안, 3위 테임즈와 5위 이승엽이 한단계씩 올라섭니다.  


wREA 순위(상황 중요도를 가중치로 적용한 홈런의 순수득점가치 - 좀 길군요)에서 가장 흥미로운 구간은 5위부터 9위까지 이름을 올린 선수들의 면면입니다.  피에와 이병규(7)는 둘다 홈런순위 20위권 밖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홈런의 갯수가 아니라 세부적인 득점가치와 상황중요도를 고려하자 놀랍게도 4위와 5위에 오릅니다.  


이범호, 김태균, 안치홍도 홈런 20개 미만으로 홈런순위 15위 밖이지만 이들이 홈런이 승패결정의 중요도가 높은 상황에서 나왔기 때문에 wREA 순위에서는 상위권에 속합니다.   


다음은 홈런을 때려냈을 때의 평균적인 레버리지인덱스LI 에 따른 순위입니다.  홈런 숫자가 좀 적어도 그 순간의 중요도가 높았던 선수들이 wREA 순위에서 높아지는 것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물론 홈런 시점의 LI 그러니까 wREA의 순위를 가지고 선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합당한 일은 아닙니다.  더구나 그것이 누가 더 강한 심장을 가졌다는 끔찍한 오해나 왜곡이 되어서는 더욱 안됩니다.   왜냐하면 득점권 타율이 그런것처럼 어느 시즌에 wREA가 높았던 선수라 하더라도 다른 시즌에 그것이 유지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 시즌이 반복되다보면 결국 더 많은 홈런을 치는 선수들이 더 많은 만루홈런을 치고 더 많은 결정적인 홈런을 치게 됩니다.  선수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라면 그래서 WPA 나 LI 같은 상황적인(situational)한 지표가 아니라 중립적인(neutral)한 지표들을 기준으로 하는게 맞습니다.  RC나 XR, wOBA 같은게 그런 종류의 지표입니다.


이번 시즌 결정적인 홈런이 많았다고 다름 시즌에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결정적인 홈런을 쳤다는 것도 또다른 팩트이긴 합니다.  능력의 척도로 오해될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미 있었던 기여도를 폄훼할 필요도 없습니다.  만루홈런을 친 타자가 1점홈런을 친 타자보다 더 뛰어나다 오해할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팀에 4점(혹은 RE기준으로 3점)을 기여한 것도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야구통계 또는 세이버메트릭스가 대체로 구단의 운영과 선수 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면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중립적인(neutral) 평가스탯들이 더 많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팬의 입장에서라면 야구없이 지난 시즌을 되새기며 지낼 겨울시즌에 좀 색다른 통계와 스탯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KBO2014시즌 홈런의 영양가에 관한 통계
1편  누가 [홈런]으로 더 많은 [타점]을 만들었을까?     http://baseball-in-play.com/112
2편  기대득점RunExpectancy와 홈런의 순수한 가치     http://baseball-in-play.com/113
3편  결정적인 순간의 클러치 홈런타자는 누구였을까?   http://baseball-in-play.com/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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