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팀의 3루주자는 홈에 들어오지 못하는걸까?
KBO14시즌 무사/1사 주자 3루 상황의 팀별 득점효율성에 대한 통계
*** 이 글 중반 이후 [기대득점]을 기준으로 분석한 것을 [평균득점] 기준의 분석으로 수정했습니다. 분석결과의 논지가 거의 비슷하긴 하지만 [이후득점]이 중복 계산되는 통계상 오차 여지가 있어 좀더 명확한 통계로 변경했습니다. - 토아일당
엘지트윈스 양상문 감독은 지난 1월 초 신년하례식에서 타자들에게 이색적인 주문을 했습니다. 무사 혹은 1사 주자 3루시에 득점율을 100%로 끌어올리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홈런으로 점수를 내는 팀이 아니다. 대신 3루까지 주자를 보내는 일은 잘한다. 주자3루 시 득점율이 50%만 되도 팀 득점이 엄청 올라갈 것이다”
팬들이 시선에서도 무사 혹은 1사의 3루주자가 홈에 들어오지 못하고 이닝이 끝나면 뒷목을 잡습니다. 특히 경기 후반의 박빙 승부에서라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실제로 엘지트윈스의 지난 시즌에 그런 장면이 있었습니다.
[사진 - 엘지트윈스 홈페이지]
엔씨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 3-4로 1점 뒤진 트윈스는 스나이더의 안타와 대타 최승준의 볼넷으로 무사12루의 찬스를 맞습니다. 최경철의 견실한 희생번트로 1사23루. 만약 이 경기를 뒤집으면 3연승으로 시리즈는 끝납니다. 동점이라도 만들 경우 1차전 2차전 선발투수의 이른 강판으로 불펜 소모가 많았던 NC를 상대로 긴 승부에서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벤치는 손주인 대신 대타 이병규(9)를 내며 동점 혹은 역전을 노립니다. 잠실구장은 불붙듯 달아오른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결과는 2루 땅볼 그리고 홈에 파고들던 3루주자는 태그아웃. 경기는 그대로 NC의 4-3 1점차 승리로 끝났고 시리즈는 이어졌습니다. 엘지가 다음경기를 잡고 플레이오프로 나가긴 했지만 넥센에 막히며 전년도처럼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습니다.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 3-0 스윕으로 전력을 보존할 수 있었다면 좀더 유리한 조건에서 상대와 맞설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트윈스는 지난 14시즌에 유독 주자3루 상황에 약한 팀이었던 것일까요? 그런데 “왜 우리팀은 3루까지 가서 왜 득점을 못할까?”라는 것이 어느 한팀의 팬들만 느끼는 답답함인걸까요?
지난 14년도 45853번의 타석 중 무사 혹은 1사에 주자가 3루에 있던 상황은 3013번이었습니다. 전체 타석 중 6.6% 입니다. 그중 무사상황은 이보다 휠씬 적은 806번으로 전체 타석 중 1.8%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이정도의 좋은 찬스에서 득점없이 세번째 아웃카운트를 빼앗기면 벤치든 팬들이든 성질이 나는 것도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주자3루 상황에서 득점율이 가장 높은 것은 삼성
다음은 각 팀별로 무사/1사에 3루/13루/23루/123루 6가지 상황데 대한 빈도 및 1점 이상 득점한 횟수입니다.
Run1+(직접득점) 항목은 바로 그 상황 타석에서 득점한 경우이고 Run1+ after(이후득점)는 그 상황 이후 득점한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들어 1사만루에서 타자가 삼진을 당했으나 다음 타자가 안타를 쳐서 득점을 할 경우[Run1+] 는 카운트하지 않지만 [Run1+after]는 카운트되는 것입니다. 실제 경기상황에서는 이닝이 끝나기 전에 득점을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RunAfter가 좀더 의미있는 수치일 겁니다.
3루상황의 빈도가 가장 높은 것은 엘지입니다. 9개 팀이 경기수는 같지만 엘지는 연장승부가 좀더 많은 편이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3루 상황의 총득점 역시 207점으로 9개팀 중 가장 많습니다.
3루 상황에서 득점한 비율로 볼 경우가 [직접득점율Run1+]은 1위팀 삼성이 60.3%로 가장 높고 한화가 48.5%로 가장 낮습니다. 주자3루 상황 이후의 모든 득점을 고려하는 [이후득점율Run1+After]의 경우 넥센이 78.6%로 가장 높고 최하위는 역시 한화로 66.0%입니다.
엘지트윈스의 주자3루 공격효율성은 의외로 평균이상?
엘지는 [직접득점율]에서는 55.9%로 삼성, SK에 이어 전체 3위입니다. 음? 감독이 직접 하례식에서 3루상황의 득점율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과는 다소 맞지 않습니다. 더구나 시즌 전체로 팀타율 최하위, 팀득점 7위였던 것에 비하면 괜찮았던거 아닌가요? 더 자주 3루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실패한 3루 상황도 더 자주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직접득점율]은 휠씬 강한 공격력을 가졌던 넥센, NC보다 더 높습니다.
그런데 무사/1사 주자가 3루 상황의 [이후득점율]은 그보다 좀더 떨어집니다. 74.9% 로 [직접득점율]보다 2계단 낮은 5위가 됩니다. 그렇다면 엘지의 문제는 주자3루에서 한점도 내지 못하고 물러난게 아니라 1점을 어찌 내긴 했지만 그 이후의 추가득점을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14시즌 엘지트윈스 공격의 진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마 그랬던 것 같다는 기억과 달리 실제로 엘지트윈스는 주자가 3루에 가면 적어도 1점을 만들어내는 팀이었습니다. 리그 최고수준의 득점율은 아니라도 평균 이상의 득점율이니, 최하 수준의 팀 전체 공격력을 감안했을 때 타자들이 이런 찬스를 맞았을 때 평소보다 좀더 나은 모습을 보여준거 아닌가요?
야구란 얼마나 높은 확율로 딱 1점씩만 점수는 내면 이기는 것이 아니라 결국 더 많은 점수를 만들어야 이길 가능성이 커지는 게임입니다. 따라서 [득점율=1점이라 득점했는가]이 아니라 [평균득점=다 합쳐서 몇점을 득점했는가]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자3루 상황의 진짜 강자는 SK
* 앞의 [득점율]과 달리 [평균득점]은 끝내기 상황 등으로 인해 3아웃 이전에 경기가 끝난 이닝에 대한 통계를 제외합니다. 예를들어 주자만루의 2루타가 다른 상황이라면 2점이나 3점을 득점할 수 있지만 끝내기 상황에서는 1득점만 기록되기 때문에 오차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해서 앞의 3루상황 빈도합계는 3013번 이었지만 여기서의 빈도한계는 그보다 약간 작은 2977번 입니다.
앞의 통계들이 “1점 이상” 득점할 확율에 대한 것이라면 위의 통계는 “몇점을 득점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무사/1사 주자가 3루에 있는 상황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팀은 SK입니다. 331번의 기회에서 245점을 만들었고 평균 0.740점입니다. NC가 0.727점으로 2위, 삼성이 0.723점으로 3위입니다. 공격의 팀 넥센은 의외로 0.694점으로 엘지와 공동 4위. 예? 엘지와 넥센이 동률입니다. 게다가 소숫점 4번째 자리까지 따지면 0.0001 차이로 엘지가 앞섭니다.
표의 득점효과는, 무사/1사 3루 상황에서 리그평균과 비교했을 때 각 팀이 추가로 만든 득점입니다. 1위 SK는 17.8점을 추가로 얻었으니 "3루 상황에 강했기 때문에" 거의 +2승(승차로는 5할대비 +4 효과)에 가까운 승수효과가 있었던 셈입니다.
어쨌든 14시즌 공격력의 양대 강팀이었던 삼성과 넥센은 각각 3위와 5위에 불과합니다. 찬스때마다 양상문 감독과 팬들이 심기를 어지렵혀 신년하례회에서 좀 과장된 시즌목표를 내세울 지경을 만든 엘지트윈스는 3루의 [득점율] 뿐 아니라 [평균득점]에서 조차 리그평균이상입니다. 홀로 역대급 타고투저를 불구경하던 그 팀이 말입니다.
주자3루 상황보다 더 중요한 것
그렇다면 무사/1사 3루주자 상황에서 보여주는 공격의 효율성과 팀의 공격력 사이의 격차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KBO14시즌에 총 득점은 6477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사/1사 3루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득점은 2127점(끝내기 이닝 등을 제외하면 2043점)으로 32.8%를 차지합니다. 3루 상황이 전체 타석대비 6.6%이었던 것에 비한다면 이런 상황이 득점에 유리한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는 것은 6477점 중 나머지 67.2%이 득점은 2사나 혹은 주자가 3루에 없을 때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지금까지 살펴본 무사/1사 주자3루 상황 이외의 나머지 상황 즉, 2사이거나 주자가 3루에 없는 상황에 대한 팀별 평균득점 통계입니다.
뭔가 찾아냈습니다. 3루 상황의 득점율, 3루 상황이 평균득점은 시즌 전체의 팀득점력 수준과 차이가 많았지만 그 나머지 상황에서의 [평균득점]은 시즌 팀득점 순위와 거의 일치합니다. 넥센은 시즌 내내 보여준 타선의 파괴력에 어울리게 압도적인 1위이며 리그평균에 비해 104.9점을 더 만들었고 이어 삼성 역시 평균대비 83.9점을 추가로 만들었습니다. 승수효과로는 대략 +10승과 +8승 수준입니다.
반면 3루 상화에서는 리그평균 이상이 공격효율성을 보여준 엘지트윈스는 2사 이후 또는 주자가 3루에 없는 상황에서는 참혹한 공격효율성을 드러내며 리그 최하위입니다. 리그평균대비 -74.6점 승수로 따지면 -7승 정도이고 승차로는 14경기를 잃었습니다. 정작 문제는 3루 상황이 아니라 그 나머지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양상문감독의 생각과 달리 그리고 많은 팬들의 기억과 달리 14시즌의 엘지는 3루 상황에 강한 팀이었습니다. 그러나 팀득점력은 거의 꼴찌 수준이었습니다. 이유는 그 나머지 상황에서 약했기 때문이고 그것이 합쳐져서 시즌 전체의 결과를 만듭니다.
흔히 강팀은 점수를 내야 할 상황에서 확실히 낸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KBO14시즌의 통계로 봐서는 강팀이란 점수를 내기 어려운 조건에서 득점을 많이 하는 팀입니다. 주자3루의 통계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팀의 전체 득점력은 주자3루 상황이 아니라 그 나머지 상황에서 결정된다
KBO14시즌을 기준으로, 팀의 최종적인 득점력 수준은 3루 상황의 득점율도 아니고 평균득점도 아니라, 그 나머지 상황의 평균득점과 거의 일치합니다.
3루 상황은 물론 높은 확율로 더 많은 점수가 나긴 하지만 그렇다해도 전체득점의 32.8%이며 그 나머지 상황에서의 득점비중이 67.2% 입니다. 특히 3루 상황에서 1위팀 SK와 9위팀 한화의 득점력 편차가 +45점 정도인데, 2사 또는 3루 이외의 상황에서 1위팀 넥센과 9위팀 엘지의 득점력 격차는 +180점입니다.
2사 및 3루 이외의 상황이 전체 득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컸지만 그 상황에서이 팀간 격차는 이보다도 휠씬 더 컸다는 것입니다.
엘지트윈스는 3루 상황에서 약한 팀이 아니었다
양상문감독과 엘지팬들이 무사/1사 3루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득점하지 못했다고 느낀 것은 아마 착시현상일 수 있습니다. 그는 3루 상황의 득점율이 50%만 되도 좋겠다고 바랬지만 팀의 3루 득점율은 이미 50%를 휠씬 상회하고 리그 중상위권 수준이었습니다. 아마 득점력이 낮았던 엘지는 시즌 내내 박빙의 승부가 많았고 그럴 때의 3루주자 득점실패는 특별히 더 강하게 기억에 남았을 것입니다.
강팀은 찬스에 강하기보다 찬스가 아닌 상황에 강하다
흔히 강팀은 점수를 내야 할 상황에서 확실히 낸다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통념과 달리 KBO14시즌의 통계로 본다면 공격 부문에서의 강팀은 좋은 찬스에서 더 높은 확율로 더 많은 점수를 내는 팀이 아닙니다. 오히려 2사 상황이나 주자가 3루에 없는 나머지 상황에서 점수를 아주 많이 만들어내는 팀입니다.
양상문감독의 진단은 옳지만 처방은 틀릴 수도 있습니다.
홈런으로 점수를 내는 팀이 아니기 때문에 주자3루의 득점율이 중요하는 양상문 감독의 의견은 타당합니다. 엘지가 2사 및 3루에 주자가 없는 상황의 득점력이 극단적으로 낮은 것은 장타의 빈곤 때문입니다. 2사 및 3루주자없음 상황의 팀별 득점력 수준은 팀 장타율과 거의 완전히 일치합니다. 따라서 3루 상황의 득점이 없이는 더욱 더 득점력이 빈약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주자3루에서의 득점율 상승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능한지는 의문입니다.
게다가 주자3루 상황의 득점율을 높이기 위해 벤치가 스퀴즈번트 같은 극단적인 스몰볼을 시도하거나 또는 타자들이 타석에서의 공격성을 버리고 공을 어떻게든 맞춰서 아웃카운트와 1점을 바꾸려고 든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엘지는 이미 주자3루에서 팀 득점력보다 휠씬 높은 효율성을 보였습니다. 적어도 중상위권 수준의 주자3루 공격효율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팀득점은 리그 최하위수준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벤치의 작전과 타자들의 공격방법이 달라진다 해서 이 이상으로 얼마나 더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까요? 게다가 그렇게 주자3루이 효율성은 극단적으로 올린다해서 정작 문제는 그 나머지 상황에서 생겨나는 어마어마한 득점력 격차를 메꿔줄 정도가 될 수 있을까요?
득점력의 상승은 결국 어느정도 수준의 (타율을 포함한) 장타율의 상승 없이는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13시즌 엘지트윈스는 늘 그랬듯이 장타력은 약했지만 고타율의 집중타로 리그평균 수준의 득점력을 보여주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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