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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즌 엘지트윈스 타자들의 주자3루 상황 성적표

by 토아일당 2015. 2. 26.

14시즌 엘지트윈스 타자들의 주자3루 상황 성적표


최고의 클러치히팅을 보여준 것은 이병규(작뱅)

3루에서 타격하는 방법을 아는것은 박용택

어떤 스탯을 뽑아도 상위권에 머리(?)를 들이미는 이진영


엊그제 올렸던 글에 대해 몽이님이 말씀하신 트윈스 타자들의 지난 시즌 3루 상황에 대한 분석입니다.  글도 좀 길고 머리아픈 부분도 있습니다.  더 간결하고 쉽게 쓰고 싶은건 늘 욕심이지만 자세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별수없이 이렇게 됩니다.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앞의 글 보기]  http://baseball-in-play.com/115 

주자3루의 득점확율 - 왜 우리팀 주자들은 홈에 들어오지 못했을까?


이 글의 사용법 및 주의사항


사실, 타점이나 득점권타율 같은 스탯은 통계적으로 그렇게 믿을만한 것은 아닙니다.  클러치히터의 존재 여부는 대략 40년쯤 전에 세이버메트릭스란게 탄생하고 가장 격렬하게 토론되었던 주제입니다.  클러치히팅은 있지만, 클러치히터는 없다라는 다소 도전적인 논제에 대해 전통주의자들이 격렬한 비판과 반론을 시도했지만 대략의 결론은 세이버메트리션의 승리로 정리된 상태입니다.


더구나, 한시즌 동안의 주자3루 상황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트윈스 타자들의 경우도 무사/1사에 주자3루/13루/23루/123루에 해당하는 상황의 타석에 선 빈도는 가장 많았던 7병규가 42번, 이진영이 40번입니다.  이런 종류의 타석기록이 10번 이상인 선수는 14명이었습니다.

이정도 크기이 샘플사이즈는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결론을 낼 수 있는 수준은 명백히 아닙니다.


해서, 이런 종류의 통계를 가지고 선수들의 심장이 강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절대 합당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것들은 클러치히터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클러치히팅에 대한 기록일 뿐입니다.  즉 이것은 그 선수들이 한 시즌동안 만들어낸 결과임은 분명하지만 그것으로부터 그 선수의 능력을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거의 대부분은 우연과 확율의 결과이며 다음시즌이 되면 또 어찌될지 모르는 일이라는거죠.


사설은 이만하고 시작해보겠습니다.


주자3루+ 상황에서 트윈스 타자들이 득점을 만드는 방법


다음은, 3루 상황에서 타석에 선 빈도가 10번 이상인 14명의 타자들에 대한 통계입니다.

R/PA는 타석당 득점, H/PA는 타석당 안타로 만든 득점, W/PA는 사사구로 만든 득점입니다.  밀어내기 득점이거나 아니면 볼넷 이후 폭투 등으로 득점한 경우도 포함됩니다.   SF/PA는 희플 득점, outR은 희플이나 희타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타자가 아웃당했지만 득점한 경우입니다.  다만 병살타에 의한 득점은 제외합니다.   예를들어 1사3루에서 2루땅볼로 득점하면 outR에 해당됩니다.  표의 숫자는 좀더 보기쉽게 하기 위해 10타석당 으로 나타냈습니다.   3/PA는 3루 상황이 타석이 전체 타석에서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그러니까 찬스가 얼마나 많이 돌아갔는지를 나타냅니다.  보통 앞쪽 타선에서는 높게 나오기 어렵고 중심타선이나 중심타선 바로 뒤인 5,6,7번 자리이기가 쉬울겁니다. 


타석당의 타격결과라기보다 타석당의 득점방법에 대한 것이라 이런 식으로 잡았습니다.  다만 안타의 경우만 타석당 H%를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아래 통계는 타석에서의 결과만 포함합니다.  홈스틸 같은 주루플레이에 의한 득점은 제외되어 있습니다. 



일단 박용택의 인터뷰에서 비롯된 리포트이니 거기서부터 볼까요?

3루상황 안타비율은 40%입니다.  타율과는 약간 다릅니다.  볼넷이나 희플 등을 제외하지 않고 그냥 안타수/타석 으로 계산한 것이니, 타율은 이보다 휠씬 높겠죠.  내야땅볼 등으로 타자가 아웃당하면서 만든 득점에서도 팀내 조쉬벨 다음입니다.  이런 경우를 타자의 기여로 봐야할지 주자의 기여로 봐야할지는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일단 여기서는 타자의 기여로 봤습니다.


박용택은 3루 상황에 10번 섰을때 9.43점을 만들었습니다.  타석당 1점 정도이고 팀내 최고입니다.  스스로 주자3루 상황에서 타격하는 법을 알고 있다 말할 자격이 있겠습니다.  3루 상황 타석이 30타석 이상인 선수들 중 리그전체 6위입니다.  


언행일치 박용택, 꾸준한 이진영, 독특한 성향의 이병규


샘플수가 적긴 하지만 채은성의 희플이 팀내 1위입니다.  10번의 3루 타석 중 희플로 3.57점을 만들었습니다.  와우.  대신 안타비율은 팀내에서 가장 낮은 편입니다.  그래서 10타석 당 득점도 별로 높지 못합니다.  이런 부분이 좀 어렵습니다.  물론 채은성은 신인급 타자이고 따라서 안타를 치지 못했지만 희플로 득점을 만들어준걸 칭찬해야 하겠지만 주력타자들이 저런 기록을 내면 좋다 하긴 어렵습니다.  야구에서 최고의 팀배팅은 홈런이고 그 다음은 안타입니다.  찬스에서 아웃카운트와 득점을 바꾸는 타격은 결국 팀 전체적인 득점력을 떨어뜨릴 수 밖에 없습니다.  


정성훈의 3루 상황 득점력은 좀 아쉽네요.  다른 것보다 타석당 안타비율이 그의 능력만큼 발휘되진 못했습니다.  혹시 싶어서 3루 상황 사사구 갯수를 찾아봤는데 33타석에 3개로 그것도 좀 별로였습니다.  

7병규가 그런면에서 비교될만 한데, 10타석당 득점은 7.38 로 4번타자로서는 좋지 못합니다.   대신 42타석 중 볼넷이 10개였습니다.  42타석 중 안타9개 볼넷10개 희플2개이니 타석 중 절반은 어떻게든 뭔가 해낸것네요.  눈 좋은 타자답나 싶습니다.


이진영은 참 꾸준합니다.  어떤 종류의 스탯을 뽑아도 최내 탑은 아니지만 항상 2위나 3위에 있습니다.  3루상황 득점력도 그러네요.  안타비율도 좋고 희플 득점력도 좋고 진루타 득점도 좋고 모든 면에서 다 상위권입니다.  그런데 박경수가 타석당 득점에서는 박용택 다음으로 2위네요.  3루 타석의 안타비율은 김용의도 좋은 편입니다.


이 통계에서 제일 중요하고 생각하는 점은, 타석당 득점이 높은 선수들의 특징이 무엇이냐 하는겁니다.  희플이나 진루타득점도 중요하긴 하지만, 결국 안타비율이 높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팀배팅이란 팀이 이기게 하는 배팅이고 팀이 이기려면 하여간 득점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이라서 아웃카운트와 득점을 바꾸는 공격은 하위타선에서는 마땅한 일이지만 상위타자일 경우라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객관적인 분석방법 - 기대득점 Run Expectancy Added


그런데 위의 통계는 객관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흔히 득점권 타율이라는 지표에서 무사2루와 2사 만루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과 같은 오류입니다.  3루 상황이라 해도 1사3루와 무사만루는 득점가능성이 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대득점] 기준으로 다시 정리합니다.  좀 덜 직관적이긴 하겠지만 이 통계가 그래도 좀더 객관적입니다.  기대득점 개념에 대한 좀더 자세한 설명은 다음 2개의 다른 글을 참고해주십시요.

기대득점과 득점가치, 톰탱고의 24states 혁명 http://baseball-in-play.com/70

RE24, REA, REW - 24가지 서로다른 홈런과 삼진  http://baseball-in-play.com/116


 

REA는 RunExpectancyAdded 기대득점변화 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경우1은 무사23루에서 1루타로 2득점이 되었고, 경우2는 무사13루에서 2루타로 2득점이 될 경우, 먼저 보았던 타석당 득점 통계에서는 두 경우가 같습니다.  똑같이 한타석에 2득점이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기대득점 기준으로는 무사23루가 무사13루보다 더 많은 득점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경우2가 경우1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식입니다.  


REA/PA는 타석당 기대득점 증가값입니다.  값의 크기가 전체적으로 작은 이유는, 앞의 타석당 득점은 실패했을 때 0점이지만 REA는 실패하면 마이너스 값을 받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인 크기로 비교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이너스 값이라고 해서 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리그에서 3루상황 30타석 이상의 선수 중 플러스 값을 가진 선수는 28명 밖에 없습니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샘플사이즈가 너무 작기 때문에 랜덤오차가 아주 크게 작용합니다.  많은 타석수 속에서 REA/PA 0점을 유지해도 수준급 타자입니다.   리그 전체로 보면 이호준과 채태인이 그정도 였습니다.


wREA/PA는 (음...점점 복잡해지긴 하죠?) 상황에 대한 중요도를 가중치로 반영한 것입니다.  점수차가 10점 정도 나는 8회 상황이라면 타석의 결과가 승패에 거의 영향을 미치기 어렵습니다.  반면 1점차 9회라면 공 하나가 승패를 뒤집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의 승패결정 중요도를 수치로 계산한 것이 레버리지 인덱스LI 라고 하는데, wREA는 REA에 그 상황의 LI를 곱해서 구합니다.  레버리지 인덱스는 평균이 1.0 이고 가장 높은 상황이 1점차 9회말 2아웃만루 상황인데 이때가 20 정도 됩니다.  다만 RE*LI 라는 계산방법은 상황중요도를 과대평가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냥 참고로만 봐야 합니다. 선수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니구요.  


레버리지인덱스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다음 글을 참조하실 수 있습니다.

WPA, 승리확율, 승리가치, 레버리지인덱스(LI) - 클러치에 관한 세이버메트릭스 

http://baseball-in-play.com/110



대략 같은 3루 찬스라도 더 결정적인 경기상황에서의 3루찬스가 누구에게 더 많았는가 정도의 의미로 보면 됩니다.  atRE는 같은 3루 찬스지만 더 많은 득점이 가능한 3루찬스의 정도를 표시합니다.  숫자가 높으면 같은 3루라도 주자가 많은 3루, 아웃카운트가 적은 3루이고 숫자가 낮으면 그 반대입니다.


이제부터 제대로된 분석일 수 있습니다.  앞에서 과대평가 혹은 과대평가될 소지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14시즌 신개념 4번타자였던 이병규


그 결과로 팀내 1위에 오른건 7병규입니다.  14시즌의 작뱅은 진짜 팀내 뿐 아니라 리그 최고수준의 클러치히팅을 보여준 타자입니다.  16개 밖에 안되는 홈런 중 만루홈런이 리그 최대인 3개입니다.  40홈런의 강정호와 공동 1위입니다.  게다가 홈런당 타점, 레버리지가 높은 상황에서의 타점 같은 상황지표에서 굉장히 높습니다.


앞이 통계에서는 계산되지 못하는,  직접 자기 타석에서 득점을 만들진 못했지만 볼넷 출루 등으로 자기가 받은 찬스보다 더 기대득점이 높아진 찬스를 다음타자에게 넘겨준 기여도가 REA에서는 계산된 결과입니다.  


박용택은 R/PA로보다 REA/PA로 보나 도 마찬가지입니다.  10타석당 9.43점도 엄청 높은 수준이지만 REA에서는 10타석당 14점입니다.  김용의 박경수가 좋은 숫자를 기록했지만 타석수가 너무 작아서 크게 의미부여하긴 힘듭니다.  


늘 한결같은 머리큰 주장은 REA/PA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것처럼 최경철의 의미있는 한방은 REA/PA 같은 지표에서 비로소 객관적으로 드러납니다.  오지환이 플러스값을 가진 것도 대단한 결과입니다.  30타석 이상 리그 전체에서 22위입니다.


오지환은 타율이나 OPS로 보면 14시즌에 13시즌보다 약간 좋아진것 처럼 보이는데 착시현상입니다.  역대급 타고폭풍으로 타격스탯 인플레이션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실제로 오지환의 타격성적은 13시즌보다 14시즌이 더 나쁩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서 그의 득점생산성은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타율이 낮고 허무한 삼진이 많아서 그렇게 안보일 뿐 오지환은 득점생산성이 꽤 높은 타자입니다.  더구나 점점 성장하는 강견의 유격수.  게다가 15시즌에는 새로운 타격폼을 장착한 듯하니 기대가 됩니다.  미필이라는게 흠. 


대략 이상이 좀 머리아프지만, 트윈스 타자들의 무사/1사 3루+ 상황의 결산입니다.


사족 - 야수진의 성장을 위한 플랜이 필요함


덧붙인다면, 이번 글을 쓰기위해 3루상황 통계를 보면서 몇가지 느낀 점입니다.

팀 득점력의 격차는 이외로 3루 상황 즉 좋은 찬스가 아니라 찬스가 아닌 상황에서 벌어지네요.  무사/1사 3루+ 상황은 물론 기회이 빈도에 비해 아주 많은 득점이 생기는 조건입니다.  하지만 강팀이나 약팀이나 이 상황에서는 크게 차이가 안났습니다.  예를들어 국어100점 영어200점 비중이 시험이니 당연히 영어가 중요하다 생각하지만 국어에서는 잘하는 학생과 못하느 학생이 20-30점 차이가 나고 영어는 다 고만고만해서 10점 정도 밖에 차이가 안나면 당락을 정하는건 오히려 비중이 낮은 국어일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들 비슷한 마음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팀의 장타력을 제고하는 플랜이 절실한거 같네요.  지난시즌은 투수들이 활약으로 인해 전체 성적은 좋았지만 타격 쪽에서는 지난 5년 내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타고현상으로 스탯 인플레 때문에 눈에 덜 보인것 뿐이니까요.


타격에는 기복이 있고 투수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한시즌 전체로 보면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팀 전력이 안정성은 투수진이 아니라 야수진이 중심을 잡아야 하는거 같습니다.  투수의 전성기가 야수의 전성기보다 짧기 마련이고 특히 트윈스의 강점인 불펜은 언제 고장나도 이상하지 않는 부위라서요.   게다가 투수는 신인급 갑툭튀가 가끔 있지만 야수는 성장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것저것 파보면 파볼수록 오지환의 성장, 최경철 다음을 맡을 타격 좀 되는 포수의 발굴, 내외야의 세대교체를 맡아줄 채은성, 최승준의 성장, 올해도 기다리는 정의윤의 각성.  그리고 강승호 박지규 같은 꼬꼬마들.  


그래도 투타 중 한쪽만 고민하고 걱정하게 되었으니 그건 참 다행입니다.  게다가 4강쯤은 당연히 가야하는거 아닌가 라는 기대치가 자연스러워진 것도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