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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간스포츠 연재했던 칼럼 [베이스볼인플레이] - 2016년 4월 6일 

http://news.joins.com/article/19844733


이름은 같은 커브다. 하지만 미국 커브와 한국 커브는 다른 공인지도 모른다.


올해 KBO리그에 등록된 외국인 투수는 20명이다. 2015년엔 27명이었다. 외국인 투수는 대체로 팀 선발 로테이션에서 상위 순번을 맡는다. 성적도 더 좋다. 이유를 ‘구종’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2015년 외국인 투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시속 146km였다. 내국인 투수 평균은 143km. 약간의 구속 차이는 있지만 대단한 정도는 아니다. 구위를 평가하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는 헛스윙률이다. 내국인 평균이 6.0%로 외국인(5.6%)보다 오히려 높다. 인플레이 타구의 피장타율도 내국인 투수가 0.507호 외국인(0.535)보다 더 좋다.


슬라이더도 마찬가지다. 이 구종 헛스윙률은 내국인 투수(13.5%)가 외국인(11.2%)를 앞선다. 슬라이더는 삼진을 잡는 아웃 피치로 자주 쓰인다. 2스트라이크 이후 헛스윙률(이하 2S헛스윙률)도 내국인이 15.7%로 12.1%인 외국인에 우위를 지켰다. 대신 피장타율에선 외국인 투수(0.396)가 내국인(0.473)보다 더 좋다. 어느 쪽이 확실히 낫다 하긴 어렵다.  


차이는 체인지업과 커브에 있었다. 한국 투수들은 이 두 구종 구사율이 평균 20%였다. 반면 외국인 투수는 27%였다. 외국인 투수는 체인지업 13%, 커브 14%였고, 내국인은 두 구종 모두 10%였다.


더 많이 사용할 뿐 아니라 더 위력적이다.  체인지업 2S헛스윙률과 피장타율에서 외국인 투수는 14.3%, 0.422였다. 내국인은 12.1% 0.480. 상당한 차이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구종은 커브였다. 2S헛스윙률에선 외국인 투수가 3%포인트 높았다. 결정적으로 피장타율에서 0.389 대 0.504로 무려 0.115차이가 난다. 커브를 제외한 어떤 구종도 한국인 투수와 외국인 투수 사이에 이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인플레이타구 피장타율 0.389는 NC 포수 김태군의 2015년 기록과 거의 같다. 김태군은 지난해 홈런 6개에 그쳤다. 반면 0.504는 역대 최다 홈런이 기록됐던 지난해 리그 평균 이상이다.


외국인 투수들이 비싼 몸값을 받고 좋은 성적을 낸 데에는 커브의 위력이 한 몫 했다.

그런데 이들의 커브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공이 투수의 손끝을 떠날 때 지면과 이루는 각도가 좀 다르다. 




이 수치는 구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패스트볼은 아래쪽으로 꽂히듯이 날아간다. 리그평균 각도는 -1.5도다. 반면 커브는 발사각이 좀더 높다. +1.8도인데 약간 위쪽으로 향했다가 다시 떨어진다. 패스트볼과 비교하면 3.3도 차이가 난다. 


커브의 발사 각도는 의미있는 데이터다. 각도가 낮을수록, 즉 패스트볼과 비슷할수록 타자가 헛스윙할 확률이 높아진다. 메이저리그 전구장에 설치된 레이더추석시스템인 트랙맨 본사의 데이터에 따르면 그렇다. 2015년 KBO리그 데이터에서도 커브 발사각과 헛스윙률 사이에서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2015년 외국인 투수의 평균 커브 발사각은 +0.9도, 내국인 투수는 +2.1도다. 커브 발사각이 헛스윙률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면, 왜 외국인 투수의 커브가 위력적인지가 설명이 된다.


물론 같은 커브라도 누가 던지느냐에 따라 다르다. 한국에 온 외국인 투수들이 유독 커브를 잘 던지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아닐 수도 있다.


2014년 마이너리그 트리플A 1192경기에서 측정된 커브의 평균 발사각은 +0.8도였다. 2015년 KBO리그 외국인 투수 평균과 거의 같다. 트리플A 평균 커브 2S헛스윙률은 12%였다. 지난해 KBO리그 외국인 투수는 11%였고, 내국인은 9%였다.


물론 한국에 오는 투수는 트리플A 레벨에서도 상위권이다. 그러나 그들이 던지는 커브는 뛰어난 투수만 던질 수 있는 특별한 공으로 보기 어렵다. 구질(각도)과 효과성(헛스윙률)에서 트리플A 평균에 해당하는 보통 커브에 더 가깝다. 즉, ‘좋은 커브’와 ‘나쁜 커브’의 차이가 아니라 ‘미국 커브’와 ‘한국 커브’의 차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야구 투수로 11시즌을 보냈고, 피칭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차명주 한국야구위원회(KBO) 육성위원은 “아마도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 투수들은 어려서부터 큰 낙폭을 만들 수 있는 더 높은 회전수를 강조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패스트볼과 비슷한 릴리스 메카니즘을 유지하는 것을 중시한다. 한국 투수는 커브를 던질 때 귀 근처에서 공을 놓지만, 미국 투수는 최대한 앞까지 공을 끌고 나온다. 그래서 한국 커브는 회전수는 많고 미국 커브는 발사각이 낮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커브 회전수에서 내국인 투수가 분당 2400회로 외국인 투수(분당 2310회)보다 오히려 높았지만 타자 상대 결과는 반대였던 이유다.  


결과적으로 패스트볼이나 슬라이더는 내국인 투수만 못했던 외국인 투수가 이 ‘미국 커브’를 던져서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볼 배합 등 다른 요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커터나, 과거 ‘V직구’로 불렸던 투심패스트볼 같은 ‘새로운’ 구종은 늘 관심과 모방의 대상이었다. 투수는 늘 새로운 구종을 갈망한다. 그런데, 익숙해서 무관심했던 것들이 오히려 의미있는 차이를 만들 수도 있다. 2015시즌 외국인 투수의 커브가 그랬다.


한국 투수들이 ‘미국 커브’를 배운다면 과연 어떨까.


분석데이터=2015년 트랙맨(TrackMan)으로 측정된 KBO리그 166경기, 마이너리그 트리플A 1192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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