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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베이스볼인플레이

주자 1루, 타자는 밀어쳐야 하는가? 2016.4.28

by 토아일당 2017. 10. 19.

*** 일간스포츠 연재했던 칼럼 [베이스볼인플레이] - 2016년 4월 28일

http://news.joins.com/article/19951470


주자 1루에서 타자는 꼭 밀어쳐야 하는가?


'1루 주자 등 뒤로 타구를 보내라'는 야구 격언이 있다. '주자 1루에서 오른손 타자의 밀어치기는 팀 배팅의 기본'이라는 말도 같은 의미다. 


몇 가지 장점이 있을 것이다. 우선 병살을 피할 가능성이 커진다. 땅볼 타구 때 1-2루간보다 3-유간 방향이 내야수의 빠른 송구에 유리하다. 타구가 내야를 빠져나가 안타가 되면 주자가 2루를 거쳐 3루까지 갈 가능성이 커진다. 내야 오른쪽에 더 많은 공간이 있을 수 있다. 주자 견제를 위해 1루수가 베이스에 붙으면 1-2루간이 넓어지게 마련이다. 이른바 '상황에 맞는 타격'이다.



주자 1루에서 병살타 위험이 있는 상황은 아웃카운트를 무시하면 8종류다. 무사, 또는 1사에서 1루, 1·2루, 1·3루, 만루다. KBO리그 6시즌(2010~2015년) 동안 이 상황은 모두 48754번 있었다. 


이때 1-2루 방향으로 타구가 날아갔을 때와 왼쪽으로 날아갔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홈플레이트와 2루를 잇는 직선을 0도로 하면 왼쪽은 -45도부터 -15도까지, 오른쪽은 15도부터 45도까지로 본다.


왼쪽, 즉 3-유간 방향으로 날아간 타구는 실제로 병살타가 휠씬 많았다.  왼쪽 타구 중 16.5%가 병살타였다. 반면 오른쪽 타구는 10.0%만 병살타가 됐다. 1루 주자 뒤로 보낸 타구가 병살방지에 효과가 있었던 걸로 보인다.


타율은 어떨까?  왼쪽 방향 타구의 타율이 0.407으로 오른쪽 방향 타구(0.377)보다 3푼 더 높다. 장타율도 각각 0.638, 0.542로 왼쪽 타구가 더 높았다.    


즉, 타자가 1루 주자 뒤쪽으로 타구를 날렸을 때 병살 위험은 준다. 하지만 타율과 장타율은 낮아진다. 그렇다면 병살이 줄어들고 추가진루 기회가 생기는 이득이 더 클까, 아니면 타율과 장타율이 높아지는 이득이 더 클까.


손익 비교가 가능하다. 타격 전후의 기대득점 변화로 판단할  수 있다. ‘무사 1루’가 병살타로 ‘2사 주자없음’으로 바뀌면  득점손실효과는 -0.82점이다. 1사 1루에서 안타로 1사 1·2루가 되면 +0.44점 효과다. 우익수쪽 안타가 나와 1루 주자가 3루까지 가면  +0.68점이 된다. 


이 방법으로 그라운드 왼쪽 타구와 오른쪽 타구 결과를 비교하면 거의 차이가 없다. 타석당 기대득점 변화 차이가 타석 당 0.005점에 불과하다. 타구 방향에 따른 타율·장타율 증가 효과와 병살타 감소 및 추가진루 기회 증가 효과가 서로 상쇄된 것이다.


여기에서 우타자냐, 좌타자냐라는 변수를 추가해보자. 우타자는 밀어치는 방향이 오른쪽이지만, 좌타자 타구는 당겨쳐야 오른쪽이 된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확률이 높아진다.


우타자의 오른쪽 타구는 타율 0.346, 장타율 0.458, 병살확률 8.3%였다. 왼쪽 타구는 타율 0.416, 장타율 0.688, 병살확률 20.8%다. 우타자로 한정하니 지표 간 격차가 커졌다. 좌타자의 오른쪽 타구는 타율 0.408, 장타율 0.626, 병살확률 11.7%이고 왼쪽 타구는 타율 0.386, 장타율 0.521, 병살확률 5.9%다. 타구 중 희생타는 제외했다.



기대득점으로는 우타자 왼쪽 타구가 100타석 당 9.5점 이익, 좌타자 오른쪽 타구가 100타석 당 8.6점 이익이다. 둘다 당겨치는 방향에서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 


즉, 밀어치기보다는 당겨치기가 득점생산성이 높았다. 주자가 1루에 있어도 자기 스윙을 하는 게 의식적으로 1-2루간을 노리는 것보다 팀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좌타자는 당겨친 1-2루 방향 타구에서 병살 비율이 더 높다. 좌타자 오른쪽 타구 땅볼아웃 비율이 43%로 왼쪽 방향의 23%보다 휠씬 높은 게 이유로 보인다. 땅볼이 많으면 당연히 병살타도 많아진다. 애당초 3유 방향의 병살타 비율이 높은 이유는 타구 방향이 아닌 당겨친 타구에 땅볼이 많았기 때문일 수 있다.   


타구 속도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골든글러브 2루수 출신인 조성환 KBSn 해설위원은 "당겨친 타구는 밀어친 타구보다 빠르다. 더블플레이는 타구가 빨라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혹시 씩씩하게 당겨친 타자들이 원래 더 뛰어난 타자였던 것은 아닐까. 타구를 왼쪽으로 보낸 우타자군과 오른쪽으로 보낸 우타자군의 타율은 가중평균 기준 0.2794와 0.2796 로 소숫점 3째자리 까지 같다.  장타율도 0.431, 0.424로 엇비슷하다.  


좌타자의 경우도 타율에서 0.2887과 0.2885, 장타율에서 0.417 와 0.424로 큰 차이가 없다. 어쩌면 그들은 과감하게 당겨쳤기 때문에 약간이라도 더 높은 장타율을 기록했던 것일 수도 있다.    


팀 배팅은 중요하다. 하지만 1루 주자 뒤를 노리는 게 무조건 효과적인 팀 배팅인지는 의문이다.  


야구에는 분명히 더 많은 득점보다 병살 회피가 더 중요한 상황이 있다. 연장 10회말에 필요한 점수는 딱 한 점이다. 이런 경우엔 병살 방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다만 1루 주자 뒤를 노리는 타격에 장점과 함께 단점도 인식해야 한다. 더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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